냉정과 열정사이 Rosso 냉정과 열정 사이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전에 나는 북살림 덕분에 쥰세이 입장에서 쓴 '냉정과 열정 사이'란 책을 읽었다.
이 책을 읽고 영화를 봤다.

 

이를 봐도 여운이 강하게 남았다. 사실 영화 속 내용 대부분이 블루 안에 있는 사건이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아오이 입장에서는 어떤 글이 써져 있을까 궁금했다.
이 여자는 마빈이란 남자를 만난 일 빼고 한 일이 도대체 뭐가 있어?
책 안에 내용이 뭘로 채워져 있는 거야?
이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다.
책 안에는 아오이 내면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그리고 아오이는 쥰세이와 헤어진 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정말 아무것도..
그냥 둥둥 몸만 살아있었다. 그렇게 아오이는 자신을 잃어버리고 10년을 살아간다.
그 내용이 담백하면서도 고요하게-그렇다고 지루하지 않게 그려진다.
무기력하고 절망했지만 결코 내색하지 않았던 냉정한 아오이 모습이 그대로 이 안에 담겨 있다.
일본 작가를 일반화하며 무시했던 나 자신을 반성한다.
아오이는 죽어 있다.

 

아오이는 쥰세이와 헤어지고 자신이 살던 곳 밀라노로 돌아왔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절친한 친구 다니엘라가 아니었다면 겨우 방 한 쪽 얻어 방 안에서 시든 꽃처럼 살았을 것이다.
다니엘라를 통해 힘을 얻고 일하며 마빈을 만난다.
마빈은 굉장히 주체적인 사람이다. 혼자 살아도 완벽한 사람.
그런 사람이 아오이를 원한다.
아오이를 사랑하는 모습은 마치 작은 애완동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아름다운 화초.
아오이는 자신을 좋아하는 마빈이 고맙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는 당신의 인생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해.(158)

마빈이 하는 어떤 행동도 아오이 감정을 자극하지 않는다.
오히려 끝없는 배려가 아오이가 그에게 화를 낼 수 있는 유일한 꼬투리다.
혼자 있어도 상관없을 사람. 그게 오히려 아오이가 마빈에게 안착할 수 없는 이유다.

쥰세이 또한 완벽했다. 그렇지만 쥰세이는 자신을 필요로 했다.
마르고 연약한 몸이었지만 아오이가 쥰세이를 안아주면 엄마 품 같다며 좋아했다.
항상 쥰세이는 아오이를 움직였다.

쥰세이는 동사의 보고였다. 만진다. 사랑한다. 가르친다. 외출한다. 본다. 사랑한다. 느낀다. 슬퍼한다. 사랑한다. 화를 내다. 사랑한다. 더욱 사랑한다. 운다. 상처 입는다. 상처 입힌다.(102)
 아오이를 다시 소생시킬 힘, 두오모

 

 

숨 쉰다고 다 살아있다는 건 아니다.
누군가 옆에 있어준다고 해서 감정을 나누는 사람이라 할 수 없다.
아오이에겐 그랬다.
자신과 쥰세이를 이어준 다카시를 만나고 다카시를 통해 쥰세이가 아오이에게 편지를 보낸다.
그 편지가 다시 아오이를 살렸다.
감정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오이에게 있었던 죽어있는 열정을 깨웠다.
10년 후 만나자는 두오모 이야기. 그건 어린아이들의 치기 어린 약속이었다.
그렇지만 잡고 싶었다. 그 핑계를 대서라도 쥰세이를 만나고 싶었다.쥰세이가 없더라도 자신은 가야 했다. 그래야 다시 누군가와 사랑하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단 걸 깨달았다.

내 안에, 이만한 의지가 있었다니, 놀랍다.(222)
사랑, 그 알 수 없는 힘.

그렇게 아오이와 쥰세이는 만났다.
이로 인해 마빈과 메미는 상처받았다.

과연 우리는 소설처럼 이런 결단을 내릴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쥰세이와 아오이처럼 19살 야만적 사랑을 했던 기억이 있을 거다.
서로 감정에 충실하게 페르소나라는 가면 없이 그대로 서로를 사랑하는-
어느새 시간이 지나 우린 경제력과 집안 분위기를 따지며 서로 인연보다는 합병 같은 사랑을 하는 건 아닐까?

마빈은 완벽했지만 아오이는 마빈 품이 아닌 욕조 미지근한 물을 원했다.
쥰세이는 자신에게 딱 붙어있는 매미 같은 메미가 있었지만 어느 정도 자신만 공간이 필요한 아오이를 원했다.

또다시 생각해보니 야만적인 사랑이나 합병과 같은 사랑이나 이기적인 건 매한가지 아닐까?
다 나름 꾸미기 나름이다.
그러니까 예술이 필요할지도-
사랑과 이기심은 한 끗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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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케스 찾기 2016-10-15 2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ㅋㅋ
그런 식의 약속이 참으로 낭만적이다 그리하여 ˝한 번은˝ 시도해 봄직,, 그리하고 싶다,,
그렇게ㅋㅋㅋ

책한엄마 2016-10-15 22:24   좋아요 0 | URL
ㅋㅋ멋지죠-ㅎㅎ
실제로 이런 일로 뒷통수 맞는 메미와 마틴에게 감정이입됩니다.

마르케스 찾기 2016-10-15 22:44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와~~
저 역시 메미와 마틴에게 더 감정이입되어 사랑도 이기적이다,, 했었는 데ㅋㅋㅋ
그러면서도 이 책을 제자에게 주면서 앞 장에 대충 이런 내용의 낙서를,,
˝언젠가 우연처럼 피렌체 두오모 앞에서 만나자. 더 만날 확률을 높이려면, 완행버스나 외딴 시골마을이겠지만. 그땐 제발 커다란 베낭도, 두툼한 복대도 없이,,가볍게.
현지인들의 삶에게 예의를 갖춘 사람으로!!˝ 썼더랬죠.
낭만을 한 번만 흉내내 보려고 장난삼아ㅋㅋㅋ
그러면서, 저들이 자신의 감정을 속이며 타인에게도 못할 짓을 했다,,, 그리 생각됐는 데ㅋㅋ

책한엄마 2016-10-15 22:42   좋아요 0 | URL
로맨틱한 스승님이세요.^^
두오모에서 언젠가 만날 기대감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것도 행복한 일이에요.ㅎ

저는 지금 `오마 위드 러브`로 두오모를 대신하고 있습니다.ㅎ

북프리쿠키 2016-10-15 22: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이프와 연애할 때 2권의 책을 바꿔가며 읽고,갈일 없었던 비됴방에 가서
영화와 OST를 감상했던 기억이 납니다.ㅎ

두오모 성당만 가면
되는데...ㅠ.ㅠ

책한엄마 2016-10-15 22:26   좋아요 2 | URL
오!!완전 로맨틱해요.
이 영화 보고 오랜만에 재회해서 결혼에 이른 커플도 알아요.ㅎ

Conan 2016-10-15 22: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내가 아주 좋아하는 책입니다. 영화도보고 책도 2권 다(Blu & Rosso) 읽더군요. 저도 읽어봐야겠습니다.^^

책한엄마 2016-10-15 22:43   좋아요 1 | URL
꽤나 재미있는 책이에요.ㅎ
두 작가 조합이 참 좋은 듯 해요.^^
최근에 두 분이 이런 책을 또 내셨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