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중독 - 공부만이 답이라고 믿는 이들에게
엄기호.하지현 지음 / 위고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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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호 사회학자와 하지현 정신과 전문의가 만났다.
두 분이 현대 공부에 모든 것을 거는 사회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며 얘기한 대담을 책으로 만들었다.

공부면 다 될 거라는 착각

공부를 잘 하는 일이 지상 최대의 과제가 됐다.
모든 문제는 공부로 해결하려고 한다.
심지어 아이와 문제가 있는 부모는 아이와 대화로 해결하는 게 아니다.
'아이와 대화하는 법'을 배우거나 '상담심리학'을 배운다.
그러면 마치 아이와 대화가 잘 될 것이라고 착각한다.
요즘 아이들은 공부면 모든 게 면제된다.
공부한다는 이유로 모든 일을 부모가 대신해 준다.
그런 아이들은 사람과 사람 사이 만나는 일을 배우지 못한다.
그러면 또 픽업아티스트라는 이성을 꼬시는 사람에게 강의를 듣는다.
하지현 박사는 그런다. 이런 강의는 '아스퍼거 증후군'인 정신지체장애인들에게 가르치는 내용과 흡사하단다.

더 이상 공부는 본래 의미를 퇴색했다.

예전에는 '공부'를 통해 사회를 변화시켰다.
하지만 이제 바뀌었다.
사회가 공부를 통해 사람을 규정한다.
때문에 공부를 하며 사회에 뛰어나와 사회가 잘못됐다며 외치는 유관순이나 4.19의 주역들은 사라졌다.
오히려 공부 잘 하는 자들은 사회 안에 우위를 차지하고 낙오자들을 비웃는다.
지방대 의대 안에서 그들만의 세상이 된다.
'우리는 지방대 타과 학생들과 다르다.'는 선민의식으로 뭉쳐져 그들만의 사회 안에서 살아나간다.
한마디로 그들 안에서 '그레이 아나토미'(막장 드라마)를 찍고 있다.

공부란 계급 상승의 사다리?
공부가 능력이고 그 능력이면 신분 상승에 성공한다는 것이 지난 세대에서 어느 정도 입증되었거든요. 이 신화가 강할수록 다른 것은 능력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없어집니다.(96)

두 학자들은 우리나라가 공부에 과열된 이유를 두 가지로 정의했다.

첫째, 아이와 부모의 강한 유착.
우리나라 부모는 아이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물론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길 간절히 원한다. 지금 현실 세계를 보면서 느끼기에는 공부를 잘 하는 사람들이 인정을 받고 원활한 인생을 산다고 정의한다. 그렇기에 아이에게 공부하는 것을 일종의 '투자'라고 생각한다.
아이는 부모가 원하는 답이 아닌 직업을 갖고 싶다고 부모에게 얘기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는 침묵한다. 부모가 원하는 답이 공부로 안정적 직업을 가질 수 있는 '법조인'나 '의사'라는 걸, 아니면 '공무원'이나 '교사'라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부모의 행복을 위해 공부한다.
사회는 아이들에게 공부가 힘들어 자살하는 아이를 위한 배려로 점점 쉽게 문제가 출제된다. 점점 실수하지 않는 연습을 하게 된다. 아이들은 '만점'이 아니면 '포기'해버린다.
점점 아이들은 '공부하는 기계'가 된다. 어려운 문제가 나온다면 점점 진화한다. 아무리 새로운 문제가 나오면 '학원'이 생겨나 또 학생들은 출제자의 의도를 재빨리 알아챈다.

둘째, 중산층의 도박. 아이들에게 '올인'.  

강남 대치동에 사는 제 친구는 그곳을 늪이라고 표현해요.
안 시키려야 안 시킬 수가 없대요.(156)

공부 중독이란 이 책처럼 부모도 도박처럼 아이의 교육에 대해 '중독'됐다고 얘기한다. 이런 도박에서 가장 유리한 사람은 돈이 무한대로 많은 사우디 왕자라고. 그렇듯 교육에 있어 이기는 사람들은 무제한 경제력이 있는 사람이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하지만 오히려 도박에 중독되는 사람들은 간절한 '중산층'들이 빠져든다고 얘기한다.

중독이 아닌 진정한 공부로

더 이상 공부가 인생에서 '아웃풋'이 되면 안 된다.  고시 합격하고 공부 잘 한 여학생이 결혼하면서 남편에게 당당하게 집과 재산을 요구했다. 왜냐면 자신이 고시에 합격하기 위해 고생을 했으니 이런 나를 데리고 같이 사려면 이런 대접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는 예시를 '공부 중독' 폐단으로 제시했다. 공부를 하고 성적이 잘 나온다는 사실이 '권력'이 되면 안 된다고 얘기한다.
공부 이외에 다른 방면에 뛰어난 사람도 존중해줄 수 있는 사회. 자신이 먼저 '공부'라는 프레임을 떨쳐내고 삶의 다양성에 대해 존중해주는 사회. 그런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도끼 같은 책

이 책은 나에게 '도끼'였다.
내가 생각했던 고정관념을 찍어버렸다. 나는 대치동 키드다. 이 책에서 언급된 10개 대학( '서연고서성한중경외시')에 들어가 있지 않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대학에 들어갔다. 그러나 고시에 실패했고 취업에 실패했다. 이것이 내게 지워지지 않는 열등감으로 남아있다. 어쩌면 이 안에 있는 열등감이 '공부중독'에 대한 찌꺼기가 아닌지 생각해봤다.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뭘까'에 대해서 생각해봤어요. 첫 번째는 핵심, 맥락을 잘 잡아내는 거죠. 둘째는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많은 정보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 셋째가 진짜 공부를 잘하는 것일 텐데, 이치를 깨닫는 것이죠. 큰 흐름 안에서 이게 뭘 의미하고 있고, 어디에 자리하고 있는가, 나아가서는 나하고 어떤 관계가 있는가까지 생각할 수 있는 것이겠죠.(166-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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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1 15: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1 15: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1 15: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1 16: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6-02-01 17: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꿀꿀이님 ,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책한엄마 2016-02-01 17:46   좋아요 2 | URL
벌써 저녁이네요!@0@

책벌레 2016-02-01 18: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삶의 다양성을 존중해주는 사회.
간절히 바랍니다.
한 때는 공부만 잘해도 신분상승(?)을 할 수 있는 시절이 있었죠. 더이상은 그게 아닌데도 여전히 중독적으로 공부를 강요하는 사회가 바뀌는 시절도 오겠죠~^^

책한엄마 2016-02-01 18:38   좋아요 2 | URL
이런 책 한 권이 편견을 깨는 데 한 걸음 나아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고백하건데 저도 공부지상주의 사회 안에서 공부 여하로 사람을 판단했습니다.이제 절대 그러지 않기로 다짐합니다.

cyrus 2016-02-01 19: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성적지향 중심의 교육제도 때문에 진짜 공부의 의미는 사라진 지 오래됐어요. `공부 중독`보다는 `성적 중독`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책한엄마 2016-02-01 19:04   좋아요 2 | URL
네-이 책에서도 공부중독 교육중독 성적중독 동의어로 사용하고 있어요.일렬로 문과1등은 법전원 준비 이과 1등은 의전원 준비로 줄 세워지는 사회입니다.이 책이 그런 현재 상태를 꼬집어 말해 준 것은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2-02 07: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 번 읽어봐야겠네요ㅎ
저에게도 도끼가 될 수 있기를ㅎ

책한엄마 2016-02-02 15:06   좋아요 3 | URL
너무 세게 맞으면 아파서-
현실 생활을 제대로 못하는 단점이 있어요.
아직도 이 책 때문에 생각이 많아요.

2016-02-02 1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2 2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커피소년 2016-02-05 2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부 중독 = 돈 중독 이란 공식이 성립되네요.

그들(교육 중독에 걸린 이들)은 공부가 돈이 안 된다면 굳이 시간 내서 공부를 하지 않겠지요. ㅎㅎ

책한엄마 2016-02-05 22:33   좋아요 1 | URL
오! 그렇게도 해석이 되는군요.
의사나 변호사가 비정규직에 월급 백만원인 명예직이라면 그들이 그렇게 되려고 노력할까-생각하면 공식이 맞을 수 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