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우시티
서경희 지음 / 문학정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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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우시티 - 서경희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몽환적인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3편의 연작소설인데, 이승도 저승도 아닌 제3의 세계로 생전에 사랑을 이루지 못한 영혼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망고>에서는 촛불문화제에 다녀온 위독해진 망고가 옐로우시티에 다녀왔다라고 말을 하면서 시작된다. 나는 망고가 말한 옐로우시티라는 곳과 거기서 본 여자를 찾기위해 같이 길을 나서고 낯선 광장에 진입한다. 거기서 본 변호사 사무실이있는 조금 오래된 건물을 만난다.

<그녀의 이름은> 에서는 변호사 사무실 건물로 찾아온 지금 돈 한푼 아쉬운 나 최영훈이 있다. 들어가 본 변호사 사무실에는 꼬마와 박우진 변호사가 있다. 이 변호사 사무실 안에서 사람들은 사람을 찾고 있다. 김군과 서양. 나는 몇 해 전에 본 진아가 그 여자일 것이라 생각하고 그녀에 대한 단서를 이야기 해준다. 3편의 연작소설 중 분위기와 이 작품의 설정을 이해해야만 앞뒤 이야기의 연결고리가 이어지는 느낌이다. 박우진과 꼬마는 같은 사람이며 또 도플갱어는 아니고 두 사람의 시간은 반대로 간다. 내가 제대로 이해했다면 두 사람은 같으면서 또 다르다. (최영훈)을 김군으로 부르는 변호사는 이야기해 주지 않으려는 듯 입을 다물지만, 어려지고 있는 변호사는 여자를 찾는 목적을 술술 이야기 해준다. 영원히 늙지 않는 비법을 알고 있는 사람과 엉킨 시간의 타래를 푸는 사람을 모두 찾아서 키를 손에 쥘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하지만 내가 만난 영원히 늙지 않는 사람은 삶이 비참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나를 김군에게 데려가지만 과거를 사는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현재를 사는 사람이 해줘야 할 일이라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변호사 사무실 건물을 나오고 다시 한 번 진아를 만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아마 현재를 사는 사람이 해줘야 할 일이라는 게, 과거를 바로잡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야한다는게 어떤 것인지 명확하게 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살아있는 사람은 그때 하지 못했던 일들에 대해 수없이 생각하면서 그랬다면 바뀌었을지 모를 그 일들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이야기 <비치 파라다이스> 는 방송작가 소영이 취재하는 이상한 여자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신피디는 나를 못잡아 먹어 안달이고, 지금 의식불명인 애인 <승윤>에 대한 비아냥도 서슴치 않는다. 예전에 당한 기억을 나에게 복수라도 하려는 듯 말이다. 결국 취재를 위해 기다리는 자리에서 나만 그 옐로우시티라고 외치는 여자를 만나고, 그 탄내에 이끌려 다시 광장 앞 변호사사무실 건물로 들어간다. 건물 안에서 우산을 쓰고, 방명록을 적어야 하고, 엘리베이터가 고장난 것처럼 오지 않는 그 건물로 말이다. 이번에 변호사 사무실에서 내가 만난 인물은 또 다른 사람이다. (그래서 <그녀의 이름은>이 중요한 얼개라고 생각했다) 결국 나는 건물을 나왔고 뜨거운 모래가 있는 해변에서 그리던 이를 만나게 된다.

책의 분량은 짧지만 뭔가 비현실적이면서도 있을법한 그런 공간을 만들어내서 기분이 스산했다. 각자 각자의 이유에 따라 옐로우시티를 찾아 헤매고 찾는 사람이 있다. 누구나 인생에 계속 그리고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듯이 말이다. 그렇게 계속 없을 곳에 있는 사람을 찾는 마음이 이런 게 아닐까 싶었다. 그래도 마지막에 소영이 옐로우시티를 나와서 미소를 되찾을 수 있게 되는 건 다행이었다. 그게 꿈이든 찰나든 환상이든 마음이 녹아내릴 수 있는 매듭을 푸는 시점이 누구에게나 필요하니까. 책에서 여길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그래서 말해줄 수 없다고 하는 게 아마도 사람마다 그 깊이와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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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으므로 세상은 따스하다
김종해 지음 / 북레시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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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으므로 세상은 따스하다 - 김종해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김종해 시인이 41년생이고 시단에 등단한지 60년이 되었다. 책에서도 시인은 시로 이야기하면 된다고 산문집은 마지막일거라는 결심이 돋보이는 책이었다. 산문을 내긴 하지만 여러 번 갈고 닦고 정제해야하는 시어가 무뎌질 것을 걱정하는 시인의 엄격한 언어의 자기통제가 얼마나 깊은 것인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나도 나이가 40이 넘었지만, 교과서에서나 배우던 박목월시인과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나 이 책을 읽으며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다. 시만으로 만난 목월선생의 말투가 경상도 사투리였다는 것을 이 책이 아니면 어떻게 알았겠는가. 평범하게 후배시인들과도 어울리시고 술도 드시고 하는 그때 문학인들의 모임이 책으로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로새겨졌다.

책의 초반1부는 시에 대한 감상들이 나오고 2부는 박목월, 박남수 등 문학적 만남에 대한 이야기, 3부는 유년시절의 이야기 4부는 최근의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시인은 필명(남궁해)으로 자유문학사가 주관하는 신인문학상에 당선되었다가 63년 자유문학이 폐간하면서 남궁해로서의 시절은 마무리 된다. 이후 65년 경향신문의 신춘문예에 <내란>이란 시로 당선되어 김종해 시인(아들 김요일 시인의 이름으로 투고)으로 다시 등단한다. 평생에 한 번의 도전으로도 될까말까한 일을 한두 해 사이로 모두 너무 쉽게 해내시는 걸 보고 이렇게 겸손하게 적어두셔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60년간을 시만을 위한 삶을 사는 것이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파격적인 형식과 전개가 돋보이는 시면서 내용은 독재자 권력과 인간의 비애가 잘 드러난다.

대우에서 주관한 40인 문인들과 세계 유람을 다닌 에피소드에서는 나와 대우가 또 이렇게 연결되나 싶었다. 실제로 대우회장님을 거의 마지막까지 모신 분과 같이 일했었는데, 대우라는 기업이 여러모로 문화나 세계적 위상을 높이는데 한 몫 했다는 것도 말이다. 시인의 책에서는 전형적인 한국형 입맛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는 에피소드에 인간적인 면이 드러났다. 내가 아무리 객지로 도는 것을 좋아해도 먹고사는 일이 안맞으면 밖에서 살 수 없다. 나도 외국생활 할때 결국 사람이 먹는 것은 한민족의 정체성이구나 하고 느꼈을 만큼 한식을 해먹을 수 밖에 없는 사람이었던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년 시절의 시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버님께서 일찍 돌아가셔서 그만큼 더 힘들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일 마저도 시대를 탓해야 할까. 형님을 따라 배도 타보고, 배도 고쳐보고 이 경험이 토대가 되어서 우리가 아는 시인의 <항해일지>가 탄생했다고 하니 사람에게 경험이라는 것이 정제되어 나오면 어떤 귀한 것이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도 역시 시를 좋아한다. 시인의 말처럼 아침에 한 번 들었는데, 내 마음을 흔들어 놓는 그런 시를 좋아한다. 시인의 책 초반에 모든 계절이 봄이면 봄을 원하는 이는 없을거란 말이 있었다.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 모든 게 겨울 시베리아의 한파같은데, 몇 달만 지나면 진짜 꽃이피는 봄이 온다. 실제의 봄과 내가 원하는 인생의 봄이 한꺼번에 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마음이 따스해지는 시를 읽으면서 그 기간 여물진 뿌리처럼 강건하게 지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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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 : 세상에서 너를 지우려면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황지영 지음 / 우리학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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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 : 세상에서 너를 지우려면 - 황지영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최근 일어난 참사에 비통함을 느끼며 이 책을 같이 읽었다고 하면 그 마음이 전달될지 모르겠다. 아직 시간이 흐르지 않는 사람들에게 어쩌면 너무나 많이 남아있는 고울이들에게 미안해서 말이다.

양고울. 표지에 그려진 잉어빵을 들고 있는 소녀다. 지금은 예담이의 사고 이후 밥은 안 먹고 아삭거리는 과자만 먹는 비만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먹는것과 담을 쌓고, 친구들과도 담을 쌓고, 집안에서 칩거생활을 하다가 겨우 중학생이 되었다. 읽는 동안 고울이 울이, 우리 등으로 이름이 여러 버전으로 불리는데, 나는 왜인지 고울이가 소울이로 느껴져서 계속 그 이름으로도 불러보았다. 아마 울이의 소울이 제일 걱정되어서 나만의 작명이 시작된게 아니었을까 싶다.

이 책은 청소년문학이지만 생각보다 인터넷 세계 혹은 유튜브의 세계에서 원치 않는 노출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내가 원치 않았는데 퍼져나가는 나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면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그게 가능은 한 것 인지에 대한 생각을 제일 읽으면서 많이 해보았다. 최근 이슈에 대한 이야기만 해도 피해자를 향한 악의 있는 비난, 악의는 없더라도 다른 관점에서의 비난이 넘쳐나지 않는가.

그래서 고울이도 예담이의 사고 이후에 특히나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닫는데 그 과정이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슬펐다. 그나마 고울이를 보호해주시려는 부모님과도 생각이 달라버리니 자꾸 평행선을 긋는 상태가 되고 말이다. 당사자와 또 그의 가족들에게 향한 2차 피해도 생각해 볼 문제이다. 결국 자발적으로 혼자지내는 고울이에게 북튜브를 매개체로 삼아 민서와 태린이가 힘을 합친다. 골키퍼가 공을 막지 못하다가 결국은 그 어려움에 맞선다는 줄거리로 고울이의 나아가야 할 방향과도 끝은 닮아있다. 대신 골키퍼도 완전히 떨쳐냈다라고 끝나지 않는 이야기의 적절한 맺음도 좋았고, 실제 이 책의 밖의 주인공인 고울이도 예담이네와 민서와 태린이와도 솔직한 마음을 터놓게 되는 것까지만의 결말이라서 더 마음에 들었다. 갑자기 모두와 얼싸안고 그동안의 나는 이랬다, 너를 알아주지 못해 미안하다 하는 뜨거운 눈물의 화해가 있었으면 나는

솔직히 이 책이 조금 가식적이라고 느꼈을 것이다. 요새는 대부분 차갑고, 각자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양똘이라고 부르는 친구도, 프리미어리그 직관이 목표인 민서도, 유튜버로서의 자기계발을 원하는 태린이도 다 자기가 우선인 그런 초 개인주의의 시대이기 때문에. 그리고, 피해자가 원치 않는 화해는 또 하나의 가해라고 생각하기에 억지로 너무 큰 기대감을 불어넣지 않는 고울이의 정체를 아는 그 사람의 솔직한 마음 고백도 마음에 들었다(스포가 될까봐 최대한 돌려서 씀을 양해바랍니다)

실제로 고울이가 겪은 일은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아있겠지만, 그래도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법을 다시 배우기 시작한 것이니 조금씩 한발을 내딛었음 한다. 잉어빵의 비린내가 느껴지지 않고, 밥도 먹을 수 있게 되고, 친구들과도 웃게 될 수 있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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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의 세이지 - SF오디오스토리어워즈 수상작품집
본디소 외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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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의 세이지 - 본디소 외5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먼 미래의 일을 그려보는 것은 상상력을 발휘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SF소설을 좋아한다. 인간의 본성을 발견하기도 하고, 나중의 인류를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기 때문이다.

이번에 밀리의 서재에서 오디오북으로 먼저 출간되는 SF오디오 스토리 어워즈 수상 작품들을 만났다. 읽어주는 맛이 좋은 글들을 만나서 미뤄두었던 사이트 가입까지 해버렸다. 물론 책을 읽기 전에는 미리보기만으로 작품의 전체를 다 듣지는 않았고 느낌만 느껴봤다. 읽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듣거나 보기에도 아무래도 여성서사가 담겨있는 3가지 작품들이 제일 좋았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던 작품은 마지막 작품인 <저장>이다. 내가 태어난 미스테리를 알고 싶어하는 편부모 가정의 나가 화자이다. 나는 할머니를 잃어버린 나와 사이가 소원한 엄마사이에 갈등하는 인물이다. 멀지 않은 미래에는 큰 돈으로 사람의 뇌 데이터를 저장하는 저장장례가 생겨난다. 이것보다는 조금 저렴한 적은 데이터로 환생이라는 앱으로 죽은 사람과의 대화가 가능하다. 생전의 글이나 대화 영상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매뉴얼에 따라 이야기하는 것도 가능하다. 나는 환생을, 엄마는 할머니를 저장하면서 갑자기 할머니와의 만남이 찾아온다. 결국 나는 아빠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고, 할머니는 비밀을 알려준다. 이 작품에서 나의 시작과 그들의 시작이 다름을 따라가는 여정이 제일 클라이맥스면서 반전이라고 볼 수도 있기에 따로 말을 하진 않겠다. 그렇지만 사람의 시작과 끝과 그 인연이라는 점과 악연 그리고 유전자에 대한 생각까지 엄청나게 혼란스럽게 할 수 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내가 봤던 작품 에 억지로 사람을 환생시킨 움이라는 영화가 있는데, 시작점은 다르지만 태어난 혹은 태어나게 했던 그리고 키워야만 하는 사람들의 오묘한 심리를 관통하는 작품이 아니었나 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상을 받은 대표작인 <온 세상의 세이지>도 즐거웠다. 너무도 담담하게 사귀고 또 담담하게 헤어지는 두 사람은 차가운 현대를 대변하는 것 같다. 독버섯처럼 사람들에게 문신과

피어싱으로 위험한 사람임을 표현해서 인간관계를 걸러낸다는 외면을 통한 자기방어가 잘 드러나는 두 사람을 표현해 준 것 같다. 역시 세이지는 여차저차 해서 사현을 만나고자 한다. 역시 만나기 힘든 일이 있었던 것은 스포가 되므로 자세히 적지 않겠지만 둘의 만남은 참으로 몽환적이면서도 애틋했다. 가상현실 안에서 잊혀진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은지 생각해보았다. 아직은 그 어떤 사람도 잃지 않았지만, 나역시도 사랑하는 사람을 제일 그리워하게 되지 않을까 한다.

그 외에도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한껏 그린 오래된 미래도 괜찮았다. 제목처럼 과거 같지만 오래지나버린 인류에게 남은 건 그 정도의 안식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약과 도시에 찌든 사람들에게 한 알의 썩지 않은 사과가 있다면 희망이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중단편의 각기 특색있는 SF소설을 만나서 반가웠고, 오디오북으로도 잘 즐겨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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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녀로운 조선시대 - 궁녀의 시선으로 다시 읽는 역사
조민기 지음 / 텍스트CUBE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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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녀로운 조선시대 - 조민기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먼저 역사이야기만큼 고전이면서도 파도파도 새로운 시선으로 읽힐 수 있는 주제가 없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느꼈다. 그리고, 먼저 이책의 내용만큼이나 표지가 트렌디하다는 것을 꼭 말해두고 싶다. 컨버스에 테이크아웃 커피컵에 노트북을 펼친 궁녀가 일렉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엠프 위에는 상감을 뜻하는 모자 익선관이 있고 말이다. 일렉기타의 무늬도 곤룡포를 뜻하는 용이다. 내가 해석하건데, 임금을 가까이에서 만질수도 다룰수도, 연주할 수도 있는 단 하나의 신분이자 별도의 관직이라는 것이 궁녀라는 것을 함축적으로 다룬 표지가 아닐까 싶다. 늘 사극에서 왕이라는 존재하나를 위해 모든것을 헌신하거나 권력에 기대 이리저리 휩쓸리거나 너무나 약한 존재라는 이미지화를 봤던 사람들에게 전문직으로 이리 주체적일 수 있는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도입부에서 가성으로 작가가 스토리텔링 해주는 궁중의 사건묘사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에도 탁월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겠지 싶은거지.

확실히 책에서 제일 재미있었던 파트는 장희빈이다. 장옥정이라 해야 맞겠지만, 희빈이 된 것이 제일 중요하며 왕의 사랑을 받은 지금도 드라마에 십년 주기로 리메이크 될 정도로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던 그녀이기에 제일 재미있었다. 희빈과 정치를 정말 이리저리 요리했던 숙종도 참 대단한 사람이다 싶었다. 원래 한가닥 하는 역관가문의 딸이라는 것은 알았는데, 청나라 역관이자 최고 품계(1)로 올라간 장현의 조카였다는 것이다. 거기에 이번기회에 알게된 일본과의 무역으로 거부가 된 변승업의 아들과 장현은 사돈지간이었다고 한다. 지금말하면 재벌가들의 만남이라고나 할까. 이런 서인의 경계대상이었던 장옥정이 숙종의 총애를 받으며 역사의 바람을 탄다. 인현왕후가 복위되면서 사약을 받은것으로 끝나지만, 결국 본인의 아들이 왕이 되었으니 본인도 왕비가 되어보았으니 여한은 없지 않을까. 책에서 나온 야사에서 장옥정이 청나라 사신의 말을 통역 없이도 알아들었다 하던데, 이런 장옥정의 숙종을 만나기 전까지의 똑순이 같은 프리퀄 드라마가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특히, 장희빈 뒷편에는 이 이야기들이 얼마나 각색을 거쳐 여러번 사골처럼 등장하고 전개되었는지에 대한 페이지까지 실려있 어 재미있었다. 김태희의 장옥정이 최신작이라 한번 더 보고싶더라.

그리고, 중간중간 궁녀의 신분이나 삶 그리고 직책에 대한 궁녀 안내서도 유익했다. 5품까지의 품계(상궁)로 승진 할 수 있다. 일반궁녀라면 종5품까지. 그리고, 공채 이외에도 특채가 있었다. 후궁이나 세자빈 들이 사가에서 데려온 이들이 그들이다. 그리고, 숙종때는 궁녀가 300명정도 영조때는 500명 정도가 있었다. 그리고, 드라마에서 종종 보는 생각시라는 단어가 궁금했는데, 지밀, 침방, 수방 (비교적 상급부서) 에 근무하는 어린 궁녀는 생머리를 해서 다른 궁녀와 차별화된 헤어스타일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냥 각시(보통궁녀는 댕기머리)가 아니라 생머리를 한 각시라 해서 생각시라고 한다. 다양한 의문점과 호기심을 풀어주는 책이었다.

개인적으로 선조와의 일대기를 좋아하지 않는데 광해군과 김개시의 내용은 새롭게 알게 되어 개인적으로 좋았다. 그리고 영조와 사도세자의 이야기에 영조와 숙종의 이야기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왕의 사랑이거나, 보좌하는 자리를 지키거나, 왕의 어머니가 되거나, 혹은 뒤에서 같이 정치를 도모하고 힘이 되어주거나 그 어떤 자리에 놓아도 쓰임새가 있었던 궁녀라는 사람들의 새로운 면모를 보게 되어 다시 재독 삼독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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