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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의 세이지 - SF오디오스토리어워즈 수상작품집
본디소 외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10월
평점 :

온 세상의 세이지 - 본디소 외5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먼 미래의 일을 그려보는 것은 상상력을 발휘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SF소설을 좋아한다. 인간의 본성을 발견하기도 하고, 나중의 인류를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기 때문이다.
이번에 밀리의 서재에서 오디오북으로 먼저 출간되는 SF오디오 스토리 어워즈 수상 작품들을 만났다. 읽어주는 맛이 좋은 글들을 만나서 미뤄두었던 사이트 가입까지 해버렸다. 물론 책을 읽기 전에는 미리보기만으로 작품의 전체를 다 듣지는 않았고 느낌만 느껴봤다. 읽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듣거나 보기에도 아무래도 여성서사가 담겨있는 3가지 작품들이 제일 좋았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던 작품은 마지막 작품인 <저장>이다. 내가 태어난 미스테리를 알고 싶어하는 편부모 가정의 나가 화자이다. 나는 할머니를 잃어버린 나와 사이가 소원한 엄마사이에 갈등하는 인물이다. 멀지 않은 미래에는 큰 돈으로 사람의 뇌 데이터를 저장하는 저장장례가 생겨난다. 이것보다는 조금 저렴한 적은 데이터로 환생이라는 앱으로 죽은 사람과의 대화가 가능하다. 생전의 글이나 대화 영상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매뉴얼에 따라 이야기하는 것도 가능하다. 나는 환생을, 엄마는 할머니를 저장하면서 갑자기 할머니와의 만남이 찾아온다. 결국 나는 아빠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고, 할머니는 비밀을 알려준다. 이 작품에서 나의 시작과 그들의 시작이 다름을 따라가는 여정이 제일 클라이맥스면서 반전이라고 볼 수도 있기에 따로 말을 하진 않겠다. 그렇지만 사람의 시작과 끝과 그 인연이라는 점과 악연 그리고 유전자에 대한 생각까지 엄청나게 혼란스럽게 할 수 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내가 봤던 작품 에 억지로 사람을 환생시킨 움이라는 영화가 있는데, 시작점은 다르지만 태어난 혹은 태어나게 했던 그리고 키워야만 하는 사람들의 오묘한 심리를 관통하는 작품이 아니었나 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상을 받은 대표작인 <온 세상의 세이지>도 즐거웠다. 너무도 담담하게 사귀고 또 담담하게 헤어지는 두 사람은 차가운 현대를 대변하는 것 같다. 독버섯처럼 사람들에게 문신과
피어싱으로 위험한 사람임을 표현해서 인간관계를 걸러낸다는 외면을 통한 자기방어가 잘 드러나는 두 사람을 표현해 준 것 같다. 역시 세이지는 여차저차 해서 사현을 만나고자 한다. 역시 만나기 힘든 일이 있었던 것은 스포가 되므로 자세히 적지 않겠지만 둘의 만남은 참으로 몽환적이면서도 애틋했다. 가상현실 안에서 잊혀진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은지 생각해보았다. 아직은 그 어떤 사람도 잃지 않았지만, 나역시도 사랑하는 사람을 제일 그리워하게 되지 않을까 한다.
그 외에도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한껏 그린 오래된 미래도 괜찮았다. 제목처럼 과거 같지만 오래지나버린 인류에게 남은 건 그 정도의 안식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약과 도시에 찌든 사람들에게 한 알의 썩지 않은 사과가 있다면 희망이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중단편의 각기 특색있는 SF소설을 만나서 반가웠고, 오디오북으로도 잘 즐겨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