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ㅣ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사토 겐타로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5년 8월
평점 :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 사토 겐타로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어쩌다 보니 의약품을 팔고 있다. 굉장히 일반의약품을 자주 사먹는 헤비유저가 그에 걸맞는 업을 한다고 해야 할까. 그 전에도 관심이 있어서 < 계사를 바꾼 10가지 약>을 읽었고 이번에 개정판이 나와서 즐거운 마음으로 재독했다. 의대나 약대를 희망하는 친구들이라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전공이 돈이나 명성 이외에도 인류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꿈을 심어줄 것이다.
저자는 총 10가지의 약물을 다루고 있다. 비타민C, 퀴닌, 모르핀, 마취제, 소독약, 살바르산, 설파제, 페니실린, 아스피린, 에이즈 치료제가 그것이다.
지금 대영제국을 있게 만든 괴혈병을 치료하는 특효약이 비타민C 라는 것을 대항해시대와 역사를 맛깔나게 버무렸다. 바스코 다가마의 배에서 괴혈병으로 많은 선원들이 죽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상상해보게 된다. 노벨상까지 받은 라이너스 폴링이 암까지 치료한다고 믿었고 연구했다는 것에 대해서, 전문가 권위에 너무 기대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음은 말라리아 특효약인 퀴나 나무의 껍질에서 나온 퀴닌이다. 보통 남아메리카에서 자생하는 나무라고 한다. 지금도 합성한 퀴닌 합성물에는 말라리아 내성이 생긴다는데, 천연 퀴닌의 신묘함이란.
내가 제일 굉장하다고 느낀 것은 아직도 마취제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최근 치주소파술이라고 잇몸 아래까지를 쇠로 긁어내는 시술을 받았다. 마취를 잔뜩 잇몸에 하고, 굉장한 소음을 들으면서 말이다. 지금까지도 인류는 통증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 일시적인 수술이나 시술에서 이제는 마취가 없으면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그 발전은 실로 눈물겨웠다. 하나오카 세슈가 발명한 쓰센산은 어머니의 사망과 아내의 실명으로 임상을 겨우 해볼 수 있었다는 것에서 숭고함이 느껴졌다. 영화에서 손수건으로 입을 막고 쓰러지게 만든다는 설정인 클로로폼은 실제로 그 정도는 아니라고 하지만, 굉장히 파워풀한 약물임에는 틀림없다. 마취제가 발명되기 전까지만 해도 환자의 머리를 가격하거나, 손발을 묶고 있거나 했다는데 정말 놀랍다. 수술실이 탑의 꼭대기나 지하실에 위치한 것도 환자가 지르는 비명을 감추기 위함이었다는데, 이쯤 되면 수술이 아니라 고문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사람을 살리고자 하는데 그 과정이 그리도 험난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마취제가 제일 인류를 살린 약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앞서 나온 모르핀이 통증 완화에 쓰였을거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병원에 가면 소독이 당연한 순서지만, 현대의학에서 이것이 루틴화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 알게 된 것도 놀라움이었다. 지금도 양치하면 쓰는 리스테린이 영국 외과의 사 조지프 리스터를 기린 이름이라는 것도 말이다.
굉장히 인류의 역사에 공헌한 약들과 방대한 동서양의 역사를 함께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역시 마취제는 위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