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의 라이프스타일 - 힙하게 먹고 놀고 사고 일하는
김상하 지음 / 클라우드나인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Z세대의 라이프스타일 - 김상하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요새는 태어난 시대에 따른 구분도 옛날 사람들만 쓰는 이야기란 소리가 있다. 그렇지만 적당한 시대를 기점으로 그룹화된 계층을 구분하기에는 이처럼 좋은 단어는 없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너무 자유분방해서 어쩔 줄 몰랐던 X세대를 이야기 했던 것처럼 말이다. 솔직히 말하면 Z세대 혹은 MZ세대를 관찰하며 그들은 이렇다 하는 이야기를 담은 책은 꽤 많이 읽었다. 그렇지만 이 작가야말로 Z세대로서 지금의 우리는 이런 것인데, 물론 아닌 사람도 있지만 이런 생각들을 가지고 있어요. 하는 느낌의 글들이며 생각보다 많은 그들만의 언어가 친절하게 예시가 들어져서 나 같은 기성세대(?)는 책을 읽으며 엄청나게 많은 검색을 했어야 한다고 고백한다. 그만큼 리얼리티가 쩌니까 내가 못알아듣는거겠지 싶었다. 예시의 셋 중 하나 겨우 알아듣는 정도였다. 그래도 표지에 내가 좋아하는 다나카의 추천이 있었다고 해서 기뻤다. 이건 다나카를 알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챕터는 힙, (eat), 플레이, 바이(buy), 워크 부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 책을 열었는데 <마카롱 김치찌개>라는 제목이 붙어있었다. 벌써 머리가 아파온다. 마카롱은 디저트로 알고있고, 김치찌개야 한국사람이면 모를 수가 없는 단어다. 그런데 마카롱 김치찌개는 뭐지...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번역해드리자면 관심사가 통일성이 없고 다양함을 뜻하는 것이다. 마카롱 부터 김치찌개 까지 다 파는 식당이 있다면 어떨까. 일단 가보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Z 세대라는 키워드를 관통하는 말이 있다면 바로 이것인 것 같다. 이 세대는 다양성과 개인주의적 취향, 그리고 각자의 덕질과 기준이 중요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힙함은 불편함을 감수한다. 플라스틱 없는 삶이라던가 벌써 250만이 택하는 비건까지 함께 살아가는데 필요한 불편함은 기꺼이 감수한다. 장바구니를 애용하고, ESG를 실천하는 기업이라면 기꺼이 지갑을 열어준다. 그린워싱이나 어떤 세대의 희생이나 불편을 유발하는 일이 생기면 기꺼이 목소리를 높인다. 라떼는 무엇이든 물어보면 세스코에서 친절한 답변을 해주는 것으로 유명했었는데, 이제는 <유한락스>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고 하니 놀라버렸다. 최근에는 기업도 Z세대와 소통 하려면 진심을 담거나 정말 유쾌해서 광고라도 몰입할 수 있을 정도의 퀄리티를 가져야 한다. 진심이냐 유머냐 그 사이에서 기업들은 어떤 텐션을 취해야 할지 잘 포지셔닝 해야할 것이다. 잘 만든 캐릭터가 있다면 그것을 활용해서 지구가 뿌셔질 만큼 귀여움을 유발시킨다면 그들의 입소문으로 문전성시를 이룰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면에서 벨리곰 귀여워!

내가 유일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라면, 덕질 유전자가 없어서 그런지 <덕질>에 관한 파트였다. 일단 최애가 없기 때문인지 <앨범깡><오픈깡>에 대한 친절한 소개는 고마웠다. <포카>는 알았지만 그렇게 다양한 포카교환의 꾸밈과 의식이 존재하는 줄은 몰랐으니까.

대신 인생샷을 위한 <생일주간>과 생일파티 그리고 젤리 케이크 등 인생의 추억의 한 자락을 위해 아낌없이 시간과 노력을 쓰는 사람들이란 것을 알았다. 친구들과의 만남에 인생샷 해시태그가 없는 것은 기본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란다. 집도 펜데믹의 영향으로 내 홈파티가 이뤄질 곳이면서, 재택근무를 위한 일터이면서, 온라인 집들이를 해야 하고, 엄빠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매직아일랜드까지 되어야 하기에 그들은 집 꾸미기에 진심이라는 것이다.

도대체 이 친구들이 왜 이럴까에 대한 그들만의 언어로 들어보는 기회가 필요한 사람들이라면 읽어보길 권한다. 수 많은 검색찬스를 통해 조금 더 면밀히 알아볼 수 있을거라 자신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플뢰레 - 칼끝에서 피어난 마음
김민성 지음 / 크리에이티비티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플뢰레 김민성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새로운 운동을 배우는 것을 좋아해서 동네에 내가 배워보지 못한 운동센터를 주기적으로 찾아본다. 최근 발견한 우리 동네의 보물은 바로 펜싱 학원이다. 때마침 올림픽에서 펜싱 메달리스트들의 미모에 반했었다. 사브르와 에페 종목은 이때 많이 들어서 익숙했는데 <플뢰레>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뭔가 꽃이라는 뜻과 비슷해 보이는데 하는 생각을 가졌다. 플뢰레는 펜싱의 세 가지 종목 중 하나인 에페를 연습하기 위해 만들어진 칼이라고 한다. 상대를 찔러야 득점하는 것이 룰인 경기에서 상대의 칼을 막지 않고 서로를 찌를 경우 진검을 사용하면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 그래서 고전에도 보면 진검 결투를 청해서 보통 한 명은 목숨을 꼭 잃지 않던가.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한 사람이 공격하면 상대방은 그 공격을 막고 공격해야한다는 룰이 생겼으며 칼 끝에 꽃 모양을 단 연습용 칼을 만든 것이다.

작가의 에세이는 펜싱하는 마음, 태도, 방법에 대해 아주 차분히 써내려가고 있다. 시인이면서 펜싱용품을 파는 사업가이고, 또 일반인 선수로서 3가지를 다 묵묵하게 해가는 작가의 그 동안의 노력이 나타나 있다. 시인은 에세이도 정제된 언어로 적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고운 필터 시냇물이 흐르는 느낌의 소근거림이 좋았다. 특히 <펜싱하는 마음>편은 여러 번 읽었다. 시는 사람들이 잘한다 하고 나도 좋아하여 시작하였다. 펜싱은 좋아하고, 잘하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말이다. 그렇지만 펜싱을 잘하고 싶은 마음 뒤에는 이기고 싶은 열망, 그리고 매일매일 거르지 않고 해야 했던 훈련, 이기고 싶지만 졌을 때의 마음과 멘탈의 흔들림 등을 말하며 속내를 드러내기도 한다. 대학 동호회에서 시작해서 선수가 되었을 때는 엄청나게 내 기준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학생 때부터 몸에 익히지 못한 갈증을 작가는 더 크게 느끼는 것 같다. 아무래도 운동이라는 것이 기본기와 스킬을 머릿속에 알고 있는 것과 수년간의 연습으로 반사 신경처럼 나오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알고 하는 것과 생각의 그 찰나도 절약할 만큼 빠르게 나오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펜싱은 몸으로 하는 체스라고 한단다. 그만큼 수 싸움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보다 더 빨리 움직여야 하고, 상대를 얕보지 않아야 한단다.

더 펜싱을 잘하고 싶어서 이탈리아 로마 근처 프리스카티 펜싱클럽에 9주 동안 가는 열정에도 반했다. 세계1등의 메달리스트와 한판승에서 배운 경험도 진솔하게 터놓는다. 그의 꼼수랄까 비기랄까 하는 것도 생각보다 별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닐까. 그렇게 약간의 변주로 시작하는 것 부터가 마음을 흔드는 기술인가 싶기도 하다. 바로 그런 방법을 다른 상대선수에게 써봤더니 당황하더라는 것을 보면 의외성을 노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결국 그 날 겨룬 경기로 배운점이 있는 자신이 더 남는 게 많은 장사였을 거라고 하는 것을 보면서 엷은 웃음도 튀어나왔다. 펜싱을 사랑하는 그래서 펜싱과 코칭과 펜싱용품까지 온 인생이 펜싱이 된 사람의 이야기라 흥미로웠다. 그에게 있어 연습하며 부러진 수많은 칼들이 수험생들에게는 다 쓴 펜과 책이 될 것이다. 특별히 몰두하지 않고 이것 저것 전전한 나에게는 어떤 것들이 나의 경험의 토대가 되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크 넛지 - 치밀하고 은밀한 알고리즘의 심리 조작
로라 도즈워스.패트릭 페이건 지음, 박선령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크 넛지 - 로라 도즈워스 , 패트릭 페이건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넛지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봤을 것으로 안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부드러운 개입으로 좋은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책에서 언급한 <다크넛지>란 넛지를 악용해서 기업이 소비자의 판단력을 흐리고, 비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하는 행위를 말한다. 다크 넛지를 곳곳에 심어두어 사람들을 객장에 더 오래 머물게 하고, 더 많은 돈을 쓰게 한다. 어차피 쓸 돈도 더 비싼 제품을 사게 하는 마법이 바로 다크 넛지 인 것이다.

어제부터 나는 회사 해외출장을 알아보기 위해서 항공권과 호텔사이트를 몇 군데 검색했다. 이제 앞으로 주말까지는 계속해서 스마트폰은 나에게 여행 관련한 광고를 집중적으로 내보낼게 틀림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쿠키가 쌓일 수 있도록 허락한 것은 대부분 나 자신이다. 다만 다크 넛지의 틈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쿠키삭제 말고도 다크 넛지에서 당신을 구할 수 있는 적극적인 행동 팁은 무엇일까. 바로 자신이 유혹에 약해질 수 있는 심리적 상태인지 확인해 보는 것이다. 보통 엄마들이 시장 보러 가기 전에 밥 먹고 가지 않으신가? 혹시 의자나 침대 같은 가구를 살때는 오전에 가라는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 있으신지 모르겠다. 먹을 거리를 사러 갈 때 배고프지 않은 상태에 있다면 충동구매를 자제할 수 있다. 그리고 편안함을 추구해야 하는 물건을 살 때 가능하면 에너지가 완충된 상태에서 체험하면 그나마 형편없는 물건에도 점수를 후하게 주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배고픔(Hungry), 분노(Angry), 외로움(Lonely), 피곤함(Tired)이다. 그 머리글자를 합쳐서 HALT라고 한다. 4가지 상태의 경우에 내가 놓여있다면 중요한 결정은 잠시 미뤄두어도 좋다. 장거리 비행을 막 마쳤거나, 비행기 기내식만 먹었거나, 다음 목적지로 가는 게 걱정된다면 지금은 렌터카 회사와 거래하기에 좋은 때가 아니다. 몸이 극도로 피곤과 배고픔에 놓여있을 테니까 말이다.

후각과 청각으로도 다크 넛지를 개입시키는 경우가 있다. 잠깐 심심풀이로 들어갔던 카지노나 오락실에서 돈을 하나도 안 쓰고 나오기는 쉽지 않다. 자연스럽게 피칭 거리는 경쾌한 소리 같은 것을 주입시킨다. 카지노나 백화점의 고전적인 설계에서는 창문이 없다는 건 흔한 이야기다. 주위와의 감각 차단으로 몰두시키는 법이다. 소리 뿐만 아니라 후각은 사람에게 있어 제일 피로해지기 쉬운 기관이라 공략하기가 더 좋다. 스타벅스에서는 에스프레소를 전자동 머신으로 바꾼 뒤 커피향이 예전만큼 나지 않아서 매출로 고심했다고 한다. 또한 와인매장에서 클래식이 나오는 것 만으로도 고객들이 클래식을 들으면 자신이 수준 높은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에 더 값비싼 와인을 구입한다고 한다. 내가 경험한 것으로는 교보문고에서는 그들이 조향한 특유의 교보문고 향기가 있다. 그래서 그 향기를 맡으면 오래된 숲속과 지식의 보고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근처에 대형서점 비슷한 것이 여러 개가 있다고 해도 그 향기 때문에 교보문고를 가곤 한다. 디스플레이의 따뜻함, 향기, 실내온도, 소리 등 나도 모르게 조종당하고 있는 요소는 차고 넘친다. 결국 다크 넛지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내가 이 선택을 원하는지 확인하고, 주위 상황이나 감정에 휘둘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야한다는 것이다. 나에게 조직적이고 반복적인 개입이 있는 것을 깨닫자. 조작자는 내 은밀한 욕망과 남들모르게 검색하고 추구하는 바를 알고 있다. 그들은 자율성의 환상을 이용해 우리가 하는 모든 결정이 우리의 자율성에 의해 일어났다고 여기게끔 만들고 있으니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리운 기억, 남겨진 사랑 : 첫 번째 이야기 그리운 기억, 남겨진 사랑
양승복 외 지음 / 디멘시아북스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리운 기억, 남겨진 사랑 : 첫 번째 이야기 - 양승복 , 이아영 , 천정은 , 염성연 , 이동소 , 이태린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디멘시아 문학상> 수기부문 수상작 모음집이다. 요양보호사 공부를 할 때도 외워지지 않던 치매(dementia)가 저절로 외워졌다. 이번 책을 읽으며 치매 관련 전문 출판사가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아마 돌봄후기를 비롯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치매와 관련된 여섯 작가의 기록이다. 치매라는 주제를 다뤘다고 해서 다 어둡고 눈물 날 것이라는 편견은 버리자. 누구나 태어났으면 나이를 먹고 늙어간다. 그 중에서 오지 말았으면 하는 병이 있다면 치매일 텐데(병이라면 일단 오지 말았으면 하고) 돌봄과 관련해 기관 종사자, 간호사, 가족 등 다양한 시선을 가진 작가들이 만들어낸 작품이라 따뜻함도 느껴진다. 가족이라면 오해할 수 있는 기관의 돌봄 방식도 조금 이해하게 되었달까.

생각나는 부분들을 몇 개 적자면 이렇다. 특히 가족들의 보호를 받아서 돌봄센터로 오는 사람들도 있고, 자기가 알아서 센터의 차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단다. 매일같이 지하 1층에서 만나서 돌봄센터를 오는 아저씨가 오지 않아서 찾아나서니 1층에서 차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나도 출근할 때마다 출입구에 엄청 가깝게 주차하고 기다리는 돌봄센터 차를 본다. 데리러 오시는 분도 나이가 지긋하시고, 센터에 가시는 분도 나이가 지긋하시다. 책의 주인공은 그나마 괜찮은 정도라서 엘리베이터 타고 내리는 연습을 한 결과 기다리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제 1층과 지하1층도 구분을 못하고 당황했을 생각을 하니 내가 더 아찔했다. 그걸 보는 센터의 입장과 보호자의 입장도 생각되었다. 다 출근하고나면 8시 반 정도 되어서 오는 차를 기다려줄만한 성인은 없었으니 그렇게 연습해서 오신 게 아니었겠나. 그런데 병세가 점점 심각해져가다니. 그간 들었던 중증 환자와의 경험담이 겹쳐지면서 이럴 땐 섬망이 심했겠구나, 다른 분들도 그러시네. 다들 왜 이렇게 뭘 훔쳐갔다고 하시는 걸까. 다들 그러시네. 왜 밥을 드셨는데도 안 드셨다고 할까. 다들 그러시네. 발현되는 증상들을 조금씩 더 이해하게 되었다. 마지막 쯤에 나오는 며느리가 모시고 엄마랑 하루 부대껴보고 새언니를 이해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보고 역시 치매 돌봄은 가족이라도 직접 돌보는 사람이 아니면 절대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래도 정말 정성을 다해 집에서 모시는 분도 있는데, 그래도 요양원에 가시도록 하는 선택이 최선인 가족들에게 혼자 오롯이 감당하는 가족케어가 더 고귀하다고 여겨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각자 각자의 사정이 있으니까. 한 사람을 갈아 넣는 동안에 그 사람의 삶은 환자와 같이 저 너머의 세상처럼 힘들게 여길 수도 있다. 책을 통해 치매환자와 보호자의 역경 그리고 사랑을 알 수 있었다. 환자 본인이 제일 그리운 기억을 잊지 않고 싶었을 텐데 그 기억이 부디 오래가도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티 사피엔스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안티 사피엔스 이정명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왜 학습하는 AI들이 등장하면 매번 악을 학습하는 것인가에 대한 작가의 문장이 박혔다. 선은 악이 발현되지 않을 동안의 임시적인 것이라고. 전쟁이나 생명의 위협 기근 등이 발생하면 자연스럽게 그 본성이 고개를 내미는 것이라고 말이다. 성악설을 믿는 나에게 계시 같은 느낌이었달까. 그래서 많은 창조물들 속에서는 기계가 인간을 학습하다 보면 결국 영악해지고 인간을 없애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데, 이게 인간의 본성이구나 하면 어지간 한건 이해가 된다. 원래 착하게 생겨먹지 않은 게 인간이구나.

주인공은 장민주 케이시 김과 결혼했다가 이제 다른 사람(준모)과 결혼한 막대한 부를 상속받은 미망인이다. 물론 세간의 관심 때문에 유산은 포기했지만, 단역 연기자와 본업은 간호사였지만 지금은 미술관 관장이 되었다. 엄청난 신분상승! 케이시 김은 약간 은둔형으로 가상도시 알레그리아를 만든 대단한 연구자이다. 말기 암에 걸렸지만 자신의 일생을 건 연구에 박차를 가한다. 준모는 케이시 김이 사망한 후 6년 지나 민주와 재혼한 사진작가이자 과거가 어두운 인물이다.

작가가 이 작품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인간다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 인간이 살아 있다가 죽고 그 다음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가상현실과 현실의 괴리가 크더라도 결국 육신이 남아있는 현실에서의 삶이 우선시 되는 이유. 그리고 고도로 지능화 된 AI가 우리의 삶을 계속 분석하면 감정과 기분도 빅데이터로 분류하고 어떤 값을 찾을 거라는 이야기. 소설의 대부분은 교묘한 가스라이팅과 미끼들로 가득 차 있다. 각자를 각자의 이유로 속여야 하기 때문에. 아마 사람들 사이에 미묘한 불신이라는 씨앗을 심어두기만 하면 인류는 알아서 서로를 해할 것이라는 것을 아는 기계가 제일 영악한 느낌이다. 마치 손안대고 코를 푸는 느낌. 작가는 이 소설을 구상할 때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에서 알파고를 대신해 바둑알을 놓아주던 사람인 아자 황 박사를 보고 이 소설을 기획했다고 한다. 물론 황박사는 알파고를 만든 사람이니 알파고의 지시에 따르는 것을 이해했을 것이다. 그리고 3연승을 이루는 그것을 보는 기분도 다른 인간과는 달랐을거라 생각한다. 작가는 AI의 명령을 따르는 인간을 보고 이런 거대한 서사를 만들어 냈다. 나도 오늘 생각해보면 데이터가 안내해주는 길을 따라 퇴근했다. 나에게도 그것이 나에게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그 사람과 함께했던 장소를 굳이 돌아가게 만든다면 그것을 알아챌 수 있을까. 혹시라도 당연히 데이터 분석으로 빠른 길을 알려줬다고만 치부하지 않을까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