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티 사피엔스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5월
평점 :

안티 사피엔스 – 이정명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왜 학습하는 AI들이 등장하면 매번 악을 학습하는 것인가에 대한 작가의 문장이 박혔다. 선은 악이 발현되지 않을 동안의 임시적인 것이라고. 전쟁이나 생명의 위협 기근 등이 발생하면 자연스럽게 그 본성이 고개를 내미는 것이라고 말이다. 성악설을 믿는 나에게 계시 같은 느낌이었달까. 그래서 많은 창조물들 속에서는 기계가 인간을 학습하다 보면 결국 영악해지고 인간을 없애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데, 이게 인간의 본성이구나 하면 어지간 한건 이해가 된다. 원래 착하게 생겨먹지 않은 게 인간이구나.
주인공은 장민주 케이시 김과 결혼했다가 이제 다른 사람(준모)과 결혼한 막대한 부를 상속받은 미망인이다. 물론 세간의 관심 때문에 유산은 포기했지만, 단역 연기자와 본업은 간호사였지만 지금은 미술관 관장이 되었다. 엄청난 신분상승! 케이시 김은 약간 은둔형으로 가상도시 알레그리아를 만든 대단한 연구자이다. 말기 암에 걸렸지만 자신의 일생을 건 연구에 박차를 가한다. 준모는 케이시 김이 사망한 후 6년 지나 민주와 재혼한 사진작가이자 과거가 어두운 인물이다.
작가가 이 작품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인간다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 인간이 살아 있다가 죽고 그 다음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가상현실과 현실의 괴리가 크더라도 결국 육신이 남아있는 현실에서의 삶이 우선시 되는 이유. 그리고 고도로 지능화 된 AI가 우리의 삶을 계속 분석하면 감정과 기분도 빅데이터로 분류하고 어떤 값을 찾을 거라는 이야기. 소설의 대부분은 교묘한 가스라이팅과 미끼들로 가득 차 있다. 각자를 각자의 이유로 속여야 하기 때문에. 아마 사람들 사이에 미묘한 불신이라는 씨앗을 심어두기만 하면 인류는 알아서 서로를 해할 것이라는 것을 아는 기계가 제일 영악한 느낌이다. 마치 손안대고 코를 푸는 느낌. 작가는 이 소설을 구상할 때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에서 알파고를 대신해 바둑알을 놓아주던 사람인 아자 황 박사를 보고 이 소설을 기획했다고 한다. 물론 황박사는 알파고를 만든 사람이니 알파고의 지시에 따르는 것을 이해했을 것이다. 그리고 3연승을 이루는 그것을 보는 기분도 다른 인간과는 달랐을거라 생각한다. 작가는 AI의 명령을 따르는 인간을 보고 이런 거대한 서사를 만들어 냈다. 나도 오늘 생각해보면 데이터가 안내해주는 길을 따라 퇴근했다. 나에게도 그것이 나에게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그 사람과 함께했던 장소를 굳이 돌아가게 만든다면 그것을 알아챌 수 있을까. 혹시라도 당연히 데이터 분석으로 빠른 길을 알려줬다고만 치부하지 않을까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