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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뢰레 - 칼끝에서 피어난 마음
김민성 지음 / 크리에이티비티 / 202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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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뢰레 – 김민성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새로운 운동을 배우는 것을 좋아해서 동네에 내가 배워보지 못한 운동센터를 주기적으로 찾아본다. 최근 발견한 우리 동네의 보물은 바로 펜싱 학원이다. 때마침 올림픽에서 펜싱 메달리스트들의 미모에 반했었다. 사브르와 에페 종목은 이때 많이 들어서 익숙했는데 <플뢰레>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뭔가 꽃이라는 뜻과 비슷해 보이는데 하는 생각을 가졌다. 플뢰레는 펜싱의 세 가지 종목 중 하나인 에페를 연습하기 위해 만들어진 칼이라고 한다. 상대를 찔러야 득점하는 것이 룰인 경기에서 상대의 칼을 막지 않고 서로를 찌를 경우 진검을 사용하면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 그래서 고전에도 보면 진검 결투를 청해서 보통 한 명은 목숨을 꼭 잃지 않던가.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한 사람이 공격하면 상대방은 그 공격을 막고 공격해야한다는 룰이 생겼으며 칼 끝에 꽃 모양을 단 연습용 칼을 만든 것이다.
작가의 에세이는 펜싱하는 마음, 태도, 방법에 대해 아주 차분히 써내려가고 있다. 시인이면서 펜싱용품을 파는 사업가이고, 또 일반인 선수로서 3가지를 다 묵묵하게 해가는 작가의 그 동안의 노력이 나타나 있다. 시인은 에세이도 정제된 언어로 적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고운 필터 시냇물이 흐르는 느낌의 소근거림이 좋았다. 특히 <펜싱하는 마음>편은 여러 번 읽었다. 시는 사람들이 잘한다 하고 나도 좋아하여 시작하였다. 펜싱은 좋아하고, 잘하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말이다. 그렇지만 펜싱을 잘하고 싶은 마음 뒤에는 이기고 싶은 열망, 그리고 매일매일 거르지 않고 해야 했던 훈련, 이기고 싶지만 졌을 때의 마음과 멘탈의 흔들림 등을 말하며 속내를 드러내기도 한다. 대학 동호회에서 시작해서 선수가 되었을 때는 엄청나게 내 기준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학생 때부터 몸에 익히지 못한 갈증을 작가는 더 크게 느끼는 것 같다. 아무래도 운동이라는 것이 기본기와 스킬을 머릿속에 알고 있는 것과 수년간의 연습으로 반사 신경처럼 나오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알고 하는 것과 생각의 그 찰나도 절약할 만큼 빠르게 나오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펜싱은 몸으로 하는 체스라고 한단다. 그만큼 수 싸움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보다 더 빨리 움직여야 하고, 상대를 얕보지 않아야 한단다.
더 펜싱을 잘하고 싶어서 이탈리아 로마 근처 프리스카티 펜싱클럽에 9주 동안 가는 열정에도 반했다. 세계1등의 메달리스트와 한판승에서 배운 경험도 진솔하게 터놓는다. 그의 꼼수랄까 비기랄까 하는 것도 생각보다 별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닐까. 그렇게 약간의 변주로 시작하는 것 부터가 마음을 흔드는 기술인가 싶기도 하다. 바로 그런 방법을 다른 상대선수에게 써봤더니 당황하더라는 것을 보면 의외성을 노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결국 그 날 겨룬 경기로 배운점이 있는 자신이 더 남는 게 많은 장사였을 거라고 하는 것을 보면서 엷은 웃음도 튀어나왔다. 펜싱을 사랑하는 그래서 펜싱과 코칭과 펜싱용품까지 온 인생이 펜싱이 된 사람의 이야기라 흥미로웠다. 그에게 있어 연습하며 부러진 수많은 칼들이 수험생들에게는 다 쓴 펜과 책이 될 것이다. 특별히 몰두하지 않고 이것 저것 전전한 나에게는 어떤 것들이 나의 경험의 토대가 되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