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 정진영 소설집
정진영 지음 / 무블출판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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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정진영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기존 정진영 작가의 장편소설인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를 만나고 두 번째다. 이 책에서 특히 주인공 범우 새로운 회사 입사를 앞두고 영끌 해서 미니쿠퍼를 산(이후 곧 폐차 직전 됨) 도입부가 재미있었던 기억이 난다. 장편과 다른 단편만의 맛이 실린 총 12편의 단편집이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진짜 먹튀 인가 손에 땀을 쥐게 했던 <징검다리>였다. 자세히 읽지 않고 딸의 소망을 들어주기 위해 중고거래를 한 나는 진짜 아이폰 13 미니가 아니라 목업폰(휴대폰 형태 모형)을 거금 20만원이나 주고 사버린다. 근데 사기죄도 성립 안되는 게, 판매자는 미리 목업폰이라 고지하고 팔았고, 적지 않은 돈이지만 인생 경험 했다 생각하라는 사람들 조언만 듣게 된다. 중소기업에서 임원까지 할 때는 고고한 학 같았는데, 열심히 일하던 직원 때의 버릇을 못 버리고 아랫사람들의 밸런싱 보다는 쩨쩨하게 굴다 보니 결국 퇴사하게 되었다. 이런 걸 보면 일 잘하는 직원이 좋은 윗사람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왜 이렇게 못하냐고 실무자의 관점에서만 일을 볼 게 아닌데, 자꾸 나무를 보는 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속 쓰리고 지갑은 얇아진 날, 누군가 당근에서 술 사줄테니 만나자는 번개글을 보게 된다. , 어차피 후배랑 만난 뒤 술도 더 고팠는데, 모르는 사람과의 삼겹살집에서 급만남을 가진다. 알고 보니 그 사람은 일생 일대의 고백을 위해서 예행연습을 하기 위해 모르는 사람과의 만남을 원한 것이었다. 서로 서로의 징검다리가 되어주며 본인들의 고민과 경험과 지나간 삶을 이야기 하며 저녁을 함께 보낸다. 언젠가 서로의 딸들을 소개시켜 줄 수 있기를 나도 간절하게 바란다. 아직 세상은 따뜻해서 좋은 결말이었다. 다른 작품들 다 빼고 이 책에서 이 단편 하나만 건져가도 될 만하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타이틀 작품인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도 고전을 재해석한 독특한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힘든 경험이 그대로 복사되어 있는 터라 주인공에 엄청나게 감정이입을 해버렸다. 처음 수록된 작품이라 더 페이지를 넘기기 힘들기도 했다. 갑자기 옛 연인의 부고를 들은 주인공. 그녀의 명복을 빌어주기 위해 장례식장에 방문한 내용이다. 거기에 처용과 만파식적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지수와 지수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나를 버리고 떠난 사람이라고 인식한 사람과 세상을 떠나며 제일 그리워한 사람 중 어떤 이를 더 안쓰러워 해야 할까. 역시나 주먹을 먼저 날린 그 사람일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받지 못했으니까.

마지막으로 <동상이몽>에서는 이름도 꼬진 고진시의 비대위에서 만난 각 사람들의 대화로 각자의 원하는 바가 이익집단 내에서도 이렇게 다르구나 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나는 이렇게 속마음을 비트는 블랙코미디를 좋아한다. 기존 경제전문 기자셔서 그런가 해박하고 자세한 부동산용어에 대한 각주를 달아주셔서 불편함 없이 잘 읽었다. 신도시에 편입하고 싶은 옆 동네의 구축. 전철역의 명칭가지고 일어나는 분란, 근처 주변지까지 편입 호재로 실거래가 올라가니 좋지 않냐는 말들. 이미 태산신도시의 사람들은 또 입장이 다르다 과밀해지고 더 열악해질 학군, 인프라 없이 합쳐질 네임 밸류 등 각자의 꿈을 위해 그래도 외친다. 고진은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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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자의 마을 걷는사람 소설집 12
이정임 지음 / 걷는사람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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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자의 마을 이정임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부산에는 많이 가보지 않았다. 일본을 배로 넘어가면서 부산항이 있는 초량동에 잠깐 머물렀던 게 다인데, 때문에 남들 다 가보는 명소를 거의 가보진 못했다. 가까운 사람 중에 부산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에게 부산이란 센텀시티가 있는 멀고 먼 럭셔리한 곳의 이미지였다. 그런데 <도망자의 마을>을 읽으며 평평하고 바다가 보이는 부산 대신 산꼭대기 옹기종기 집이 모여 있는 부산을 가보고 싶어졌다. 저자는 부산사람이라 처음 등장한 <오르내리>부터 찰진 네이티브 부산 사투리를 구사하는 소설을 써냈다. 저기는 고구마가 파이고, 저기는 뭐가 헐타꼬 이야기하는 할매들 사이 나는 무엇을 원하는 걸까. 마을버스로 계속 올라가야 하고, 잘 때마다 하천부지 위에 집을 지어 쫄쫄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나는 집에서 계속 있어야 할까. 책의 모든 등장인물은 누군가를 심각하게 부양하고 있다. 치매가 걸린 엄마랄지, 매번 돈 사고를 치는 아빠, 신장투석을 해야 하는 홀어머니, 안면 마비에 대상포진까지 걸린 나 자신 등 다양하다. 쉽게 벗어날 수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쓸쓸하지만 명랑한 마을.

이런 큰 틀에서 대표작이 <도망자의 마을>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도망자의 마을에서 많은 문화센터와 배움에 장에서 열리는 불편한 신경전이 약간 스릴러처럼 마지막에 장식되어서 좋았다. 수현의 이미지는 차분한 <더 글로리>의 송혜교를 떠올리면서 읽었다. 그 친구는 바로 저라는데, 씨익 웃는 모습. 근데 그게 진실일까 거짓일까. 거짓을 말하면서 일그러진 미소를 짓는 수현 진실을 왜곡했는데 그게 더 상쾌한 기분을 준다. 비틀었지만 어떤 면에서는 수현일 수도 있겠다. 수현의 아버지가 그러더라 그렇게 사기당하는 사람들 말을 믿었냐고. 그런데 다 사기꾼처럼 생각하고 안 믿고 살면 살 수 있냐고. 그렇게 나쁘기만 한 사람들은 아니다 라고 생각해야 본인 속이 편한 건 알겠지만, 뒤치다꺼리 하는 사람은 가해자를 용서해버린 피해자에게 피해를 입고 있는데, 그건 어떻게 해야 할까.

<, 난로>에서는 함께 사는 무직의 비혼주의자 고무와 호양이 부산에 내려오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고무와 호양은 둘 다 여자다. 퀴어부분이 조금 곁들여진 단편이었지만, 꼭 둘의 사랑이라기 보단 안정감 있는 주거 공동체에 더 가까운 묘사였다. 다들 뭐라 하기 전에 결혼 준비하느라 퇴직한다고 하니 심심찮은 축하금을 얹어줬다는 이야기에서 이래서 사람들이 결혼 결혼 하는구나 하는 웃픔을 삼켰다. 그냥 프리터로 할 일없이 아는 언니랑 지방 살이 해볼려고요. 했다면 그런 따뜻한 시선과 마음을 할애한 금전까지 받을 수 있었을까. 물론 이 돈 에피소드는 소설의 큰 축은 아닌데, 내가 겪는 보편성이라 공감했다. 연기 때문에 못 살겠다고 하는 할머니는 떠났지만 화목난로를 놓은 그녀들에게 치얼스.

마지막으로 실린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에서는 또 <>에 꽂혔다. 먹을 게 없으면 쥐들이 비누를 갉아 먹는다는 걸 어떻게 안 거지? 이 작가가 사전 조사를 잘 한 건가 진짜 이런 걸 본 적이 있는 것인가. 갑자기 과거의 힘듦이 스쳐갔다. 그렇게 갉아먹은 비누로 아무렇지 않게 세수하고 가본 적이 있는 걸까. 게다가 우리 옆집의 가구공장 사장님도 그렇게 술만 먹으면 살림과 처자식을 때려 부숴트렸는데, 그 생각도 나버렸다. 그렇게 사람들을 숨겨주던 우리 집도 생각나고, 여기 안 왔다고 살뜰히 살펴주던 우리 집 여사님도 생각났다. 그런데, 결국은 남들처럼 저 사람들 또 그러네 하고 무뎌졌다는 게 슬플 뿐. 주인공은 달아난 엄마를 잡기위한 아빠 뒤를 따라 나온 친구 연희에게 달리며 웃는 장면을 들켜버린다. 뛸 때 웃는 게 내 습관인데 내 친구는 그걸 모르고. 둘의 사이는 회복되기 힘들 것이다. 그러면서 달큰한 맛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훔친 귤을 먹는다. 훔친 가게 사장에게 쥐새끼라는 말을 들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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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설명서도 읽지 않고 인생을 살고 있다 - 자본주의 게임의 법칙
commonD(꼬몽디) 지음 / 페이지2(page2)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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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설명서도 읽지 않고 인생을 살고 있다 꼬몽디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연말정산 시즌이다. 내가 번 돈에서 13월의 월급을 받기위해 자료를 싹 다 긁어모으고 있었다. 자본주의 게임의 법칙에 대한 책을 이야기 하면서 왜 연말정산 타령일까. 나도 자본주의 시대의 나사에 불과한 일개미라는 것을 피력하기 위해서다. 2024년이 밝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올해의 책으로 <당신은 설명서도 읽지 않고 인생을 살고 있다>(이하 설명서)를 꼽고 싶다. 참고로 2023년의 인생책은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올라버린 <세이노의 가르침>이다. 설명서와 세이노의 차이점이 보이지만 둘 다 나에게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준 책이다. 저자인 꼬몽디는 네이버 부동산 카페인 <부동산 스터디>에서 익명으로 글을 써서 반응이 핫 해진 네임드 유저라고 한다. 일단 부동산 카페를 가입하지 않아서 정보에 뒤쳐진 것 부터가 꼬몽디님은 나를 혼내실 것 같다. 왜인지는 책을 읽어보면 나오지만, 자본주의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항하는 것만이 살아남는 비법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유용한 투자(시간, 지식, ) 정보를 찾으려 하지 않은 죄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손쉬운 자본가로 합류하는 방법은 부동산 투자이고 말이다. 남들은 이렇게 꼬몽디님을 알았다지만 나는 이렇게 단행본으로 만난 게 천운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좋아하는 나녀석 잘했다. 책을 다 읽고 검색해보니 원래 카페에 올라온 글은 세이노 뺨치게 과격한 표현이 있었던 단다. 그런데 출판 과정에서 조금 순한 맛이 된 거라고. 세이노와의 차별점이 욕이 안 나온다는 거였는데, 게시글 원본으로 채출간 되어 읽어봤으면 좋겠다. 이 책은 안 친하지만 돈은 많이 벌었다는 아는 형이 주변에 있다면 해줄법한 이야기다. 일단 안 친하지만 이사람 얘기를 들어봐서 손해는 안볼거 같다 하는 것이 킬포인트다. 허세 가득찬 나는 이렇게 성공했으니 너도 이래봐라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세상 살 때 이 정도 공략집은 훑어보는 게 어때? 하는 식으로 편한 대화체로 구성되어있다. 1부는 자본주의에 대해 그 본질이 흘러가는 종착역을 봐야한다고 말한다. 포장되거나 호도되는 것 이면의 진실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공부의 중요성이고, 이 옥석을 가리기 위해서 지금까지 내가 가진 가치관과 선택으로 만든 결과를 직시해야한다. 지금 내가 죽도록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있는가? 다 당신이 선택한 결과가 누적되어 나온 결과다. 어떤가 무섭지 않은가. 나는 이 부분이 제일 소름끼쳤다. 지금까지 말도 못하고 참고 회사를 다니고 있는 이유. 돈을 벌기 위해서다. 돈이 많았다면 삶의 대부분의 일은 해결했을 것이고 노예가 되지 않을 자유가 있다. 사람을 노예처럼 부리기 제일 쉬운 방법은 선택지를 없애는 것이다. 지금 회사에서 다니기 싫다 그런데 돈 벌어야지 하면서 하는 생각의 이면이 무엇이겠는가. 커리어의 단절, 자기계발, 뭐 이런 거 빼고 돈 받으러 내 시간과 정성을 다해서 다니는 것이지 무엇이겠는가. 지금 참고 있는 것의 대부분은 돈을 받기로 하고 내 선택지는 없는 것처럼 모르쇠 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인 것이다. 노래 가사에서도 나오지 않는가. <니가 진짜로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라고 그만큼 진실은 가려져 있고, 불편하지만 티안나게 잘 포장되어있다. 선택지가 있으면 사람은 노예가 될 수 없다는 말 올해의 명문이다. 내가 지금 이 선택을 자의로 하고 싶다고 인지부조화를 일으켜야만 계속 굴러가는건 나를 속이는 것일까 아닐까. 그냥 다른 길로 추노하고 싶지 않은가. 나에게 저번주에 산 로또가 1등이 되었다면, 당장 월요일에 아무렇지 않게 회사갈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1부는 자본주의의 축 2부는 세상을 살아가는 왼쪽 날개인 정의와 도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나는 자녀가 없지만 자녀를 키우는 일에 대한 책임과 처절한 결과가 이런 것이구나 생각했다. 흔히 너 닮은 누구 낳아봐라 하는 이야기를 괜히 하시는 게 아니었구나 한다. 그리고 결혼할 때 부모님을 만나봐야 한다는 이유가 이런 정신적인 유산을 스캐닝하기 위함이었구나 하는 것이었다. 사람이 사람의 대를 통해서 기질 이외에 가치관을 비롯한 인간 전체를 따라가게 된다는 것. 하나의 온전한 인격체를 나라는 필터를 통해 만들어내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참이었다. 인간을 길러내는 것은 이미 포기했다 치고, 나라는 사람에게는 어떤 조언이 또 적절했는가 하면 따뜻한 말을 끄집어내라는 것이었다. 지독한 본투비 비관주의자에 욕쟁이라서 언어의 반 이상이 욕이다. 이런 나에게서 남을 위한 따뜻한 말과 결과적으로는 내가 바뀌기 위한 따뜻한 말을 꺼내봐야겠다는 것이었다. 세이노는 세상을 향해 찰지게 분노하랬는데, 두 인생책의 다른 해법에 기질상으로는 분노를 못 조절하는데 설명서에서는 역지사지로 조절하라고 하여 조금 더 착한 내가 될 것 같다. 아주 마지막에는 살짝 종교에 대한 터치가 나오는데, 무신론자인 사람들도 한번 생각해볼만한 구조라는 틀 정도로만 짚고 가니 확인해보자.

올해의 인생책 더도 덜도 말고 3번만 더 읽어보려 한다. 여러분들 따뜻하게 말해줄게요. 이 설명서를 같이 읽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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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사람을 위해 우울증을 공부합니다 - 우울증 환자를 살리는 올바른 대처법
최의종 지음 / 라디오북(Radio book)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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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사람을 위해 우울증을 공부합니다 최의종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저자는 중증 우울증을 앓고 있는 아내를 위해서 같이 치료에 전념하고 공부한 기록을 책으로 펴냈다. 이 정도의 기록과 정성이라면 정말 하늘에서 감읍해서라도 낫게 해줘야 할 정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울증 환자를 살리는 가족의 올바른 대응법의 교본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다만 각 증상이나 정도가 다른 환자이기에 어디까지나 체험 수기로서 참고해야 한다. 반드시 우울증에 관한 진료는 정신과전문의에게 가야 한다는 점 잊지 말았으면 한다.

먼저 나중에 아내가 왜 이렇게까지 내 치료에 신경 쓰느냐고 묻는 내용이 말미에 나온다. 저자는 만삭인 아내에게 가려고 퇴근길에 교통사고를 당하며 죽다 살아났다고 한다. 천우신조로 추락을 피하면서, 남은 인생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내 인생에 소중한 단 한가지 아내를 위한 삶을 살기로 본인과 약속했다 한다. 이런 남편을 만난 아내 분도 얼마나 복인가. 사람에게 삶을 뒤흔들 만큼의 깨달음은 자주 오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 결심을 꾸준히 지켜내는 사람은 더욱 더 적다.

노력의 포인트는 다양했다. 먼저 근육과 관절의 통증, 두통, 불면의 전반적인 증상이 있었다고 한다. 특히 우울증 환자에게 불면을 개선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환자를 위해 적극적으로 주변 환경을 개선했다. 그리고 특히나 계절성 우울감이 높은 양상이었던 여름을 위해 에어컨과 제습기 그리고 보일러를 틀면서 효율적으로 최적의 온습도를 유지했다. 어떤 때는 이런 온도유지에 들어간 전기료 등이 60만원 나온 적도 있다고 하니 얼마나 정성들여 노력하셨는지 알 것 같았다. 이것은 환자의 컨디션이 일정하게 유지되게 함으로써 병증의 고저를 낮춰주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나도 작년에는 엄청난 불면으로 1년 정도를 보냈는데 사람이 거의 피가 말라가는 기분이어서 잘 안다. 베개, 암막커튼, 바스락거리지 않는 이불, 흡수성이 좋은 면 패드, 바디필로우 등 다양한 제품의 도움을 받았었다. 확실히 집을 편안한 환경으로 만들고 잠드는 공간은 잠 이외의 다른 것에 신경 쓰이지 않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자는 것 뿐 만 아니라 먹는 것에도 해외 수많은 논문까지 참고해 고단백 식단으로 바꾸면서 도움을 받았다 한다. 비타민B군도 도움이 되었다고.

마지막으로 제일 도움을 받았던. 운동이다. 잘 먹고, 잘 자고, 이제 움직임으로 통증완화와 체력을 기르는 일이 남았다. 중증 우울증 환자는 잘 먹지 않기 때문에 기력이 없고, 잘 일어나지 않는다. 무기력을 많이 가지고 있다. 어디를 외출하는 것조차 심적 부담과 체력적 한계가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산책도 힘들어 하는 아내를 위해 워킹패드를 준비해 먼저 시범을 보여 가며 운동을 독려했다고 한다. 그리고 점점 괜찮아 질 때는 피트니스 회원권을 사용해서 부부가 같이 운동했다고 한다. 근력운동도 했다. 그리고 수영을 좋아하는 것을 저자가 캐치해서 수영을 통해서도 많이 도움 받았다고 한다. 환자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잘 관찰하고 그에 대한 선택지를 마련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인 것 같았다. 확실히 체력이 끌어올려지면서 유독 힘들어했던 여름도 조금씩은 잘 넘어가게 되었다고 한다.

계속적인 치료를 위해 환자에게 맞는 의료진 선택 및 복용약의 용량이나 부작용 등을 많이 공부했다. 같이 진료를 보면서 의료진에게 정확한 환자 상태를 전하고 의료진의 부적절한 말과 행동을 차단할 수 있게끔 하는 게 보호자의 역할이다. 정말 든든한 방파제 같았다. 확실히 3차 병원에 가게 되면 대기 시간에 비해 진료시간은 찰나다. 그 와중에 차트를 헷갈린다던지 먹지도 않는 약을 처방했다고 하는 경우도 있더라. 무려 정신과 의사인데도 우울증 환자에게 사람 마음먹기 마련이라거나, 환자가 예민해서 그렇다는 듯의 책임 떠넘기기의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서 놀랐다. 도대체가 이건 진료인가 가스라이팅인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이런 경우에는 확실히 부당처우를 항의하고 사과를 받은 작가가 멋졌다. 그만큼 내가 알고 있고, 궁금한 것에 대한 대비를 하고, 환자를 잘 케어해야만 할 수 있는 것이라 본다. 우울증은 치료가 힘들고 재발확률이 60%정도 된다고 한다. 단약의 경우에도 의료진과 잘 상의해서 환자의 컨디션을 확인하며 해야 하는 것도 중요 포인트였다.

책을 통해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전극 치료기기인 tDCS라는 의료기를 알게되었는데, 참고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는 경두개직류 자극술이라는 말로, 머리에 전류를 흘려보내 뇌를 자극하는 방법이다. 또 한가지 중증 우울증 환자를 위한 응급실은 없다는 말에서 예방의료 차원의 선택지를 늘렸으면 하는 소망이 생겼다. 문제가 생겼을 때 이외에도 살릴 수 있는 생명을 놓치지 않아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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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만나야 할 단 하나의 논어 - 혼돈의 시대, 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고전
판덩 지음, 이서연 옮김 / 미디어숲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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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만나야 할 단 하나의 논어 - 판덩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최근부터 <논어>를 주제로 한 책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다. 아니면 엄청난 내공의 고전은 언제 누가 다시 해독해도 주옥같기 때문에 항상 리뉴얼이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인생의 절반 쯤에서 논어를 읽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이야기한 <논어>책을 두 권 읽었다. 논어 해설집으로는 세번째로 만나는 셈인데, 저자는 중국에서 <판덩독서>로 유명한 판덩이다. 지금까지 국내 작가들의 이야기로 되새김질 해서 얻은 논어의 부분을 원어민이자 독서를 통한 지식 프로그램을 창설한 사람이니 뭐가 달라도 다르지 않을까 기대감이 컸다. 특이점으로는 먼저 읽었던 논어 관련 책들보다 쉬운 말로 씌여있다. 물론 원문 그대로를 대화체로 한글 번역, 한문 원문을 실어서 원문 그대로를 외우거나 필사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도움 되게끔 구성했다. 그리고 각 1편인 학이 부터 9편인 자한까지 중에서 주옥같은 명문을 발췌했다.

책을 읽으면 공자의 아버지가 엄청나게 힘이 센 장사였고, 그런 기질을 공자가 타고 태어났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그림으로만 만나본 공자와 내가 상상하는 이미지의 공자는 군자를 논하는 전형적인 외유내강의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25백년 전 공자를 만났으면 건장한 풍채에 기가 눌렸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판덩독서에 대한 이야기와 논어의 이야기에 대한 독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을 중간중간 잘 엮어 놓았다. 그렇지만 판덩 선생님은 읽고, 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 본인이 되새김질해야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는 의미로 독자들을 시무룩하게 만들기도 한다. 어떤 독자는 선생님 말씀은 모순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는데, 어딜가나 배움에 대한 내용에서 옥석을 가려내고, 실천해야 할 일은 실천하고, 스스로 고민해서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안회는 공자의 총애를 받는 제자인데, 회는 어리석지 않구나 라는 말로 제자를 감싸다니. 누구나에게 배울점이 있고, 그렇지 못한 점이 있다. 그런 인간관계에서는 내가 최대한 배울점만을 취하는 전략을 구사하자.

그리고 지금까지 논어 관련 서적에서 <군자불기>를 다룬 것을 읽어 보았는데 판덩 선생님의 설명처럼 명쾌한 것이 없었다. <군자는 그릇이 아니다> 라는 말이 무슨 뜻일까. 반대로 그릇처럼 깨지기 쉬운 <군자는 그릇이다>라는 말을 생각해보면 된다. 작은 균열만 있으면 팡 하고 깨져버릴 수 있는 사람이란 유연함이 없는 사람이다. 맡은바 소임은 다하지만, 딱 거기까지만 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일이 영원할 줄 알고 미래를 대비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러니 반대로 군자는 그릇이 아니라는 말은 나의 다양성과 잠재력을 알고 전방위로 발전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나의 한계를 내가 설정하고 선을 그어 상자에 가둔 벼룩처럼 만들면 안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자가 하지 않은 네 가지를 멀리하라는 말로 마무리 하고 싶다. 9편 자한에 나오는 말이다. 공자는 함부로 추측하지 않았고, 독단적이지 않았으며, 고집하지 않았고, 아집을 부리지 않았다. 소통을 하지 않고 함부르 추측하거나 추리하려고 하는 것은 소통을 부끄러워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독단적이지 않고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버리면 되는 것이다. 개방적인 마음으로 삶을 대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삶은 여럿이 더불어 살아가야 하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것의 첫 시작은 그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다. 만약 내 뜻과 다르다 할지라도 내 의견만 옳다는 아집을 버리는 것 그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그 예전의 공자가 역사를 관통해서 주는 가르침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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