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자의 마을 걷는사람 소설집 12
이정임 지음 / 걷는사람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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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자의 마을 이정임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부산에는 많이 가보지 않았다. 일본을 배로 넘어가면서 부산항이 있는 초량동에 잠깐 머물렀던 게 다인데, 때문에 남들 다 가보는 명소를 거의 가보진 못했다. 가까운 사람 중에 부산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에게 부산이란 센텀시티가 있는 멀고 먼 럭셔리한 곳의 이미지였다. 그런데 <도망자의 마을>을 읽으며 평평하고 바다가 보이는 부산 대신 산꼭대기 옹기종기 집이 모여 있는 부산을 가보고 싶어졌다. 저자는 부산사람이라 처음 등장한 <오르내리>부터 찰진 네이티브 부산 사투리를 구사하는 소설을 써냈다. 저기는 고구마가 파이고, 저기는 뭐가 헐타꼬 이야기하는 할매들 사이 나는 무엇을 원하는 걸까. 마을버스로 계속 올라가야 하고, 잘 때마다 하천부지 위에 집을 지어 쫄쫄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나는 집에서 계속 있어야 할까. 책의 모든 등장인물은 누군가를 심각하게 부양하고 있다. 치매가 걸린 엄마랄지, 매번 돈 사고를 치는 아빠, 신장투석을 해야 하는 홀어머니, 안면 마비에 대상포진까지 걸린 나 자신 등 다양하다. 쉽게 벗어날 수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쓸쓸하지만 명랑한 마을.

이런 큰 틀에서 대표작이 <도망자의 마을>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도망자의 마을에서 많은 문화센터와 배움에 장에서 열리는 불편한 신경전이 약간 스릴러처럼 마지막에 장식되어서 좋았다. 수현의 이미지는 차분한 <더 글로리>의 송혜교를 떠올리면서 읽었다. 그 친구는 바로 저라는데, 씨익 웃는 모습. 근데 그게 진실일까 거짓일까. 거짓을 말하면서 일그러진 미소를 짓는 수현 진실을 왜곡했는데 그게 더 상쾌한 기분을 준다. 비틀었지만 어떤 면에서는 수현일 수도 있겠다. 수현의 아버지가 그러더라 그렇게 사기당하는 사람들 말을 믿었냐고. 그런데 다 사기꾼처럼 생각하고 안 믿고 살면 살 수 있냐고. 그렇게 나쁘기만 한 사람들은 아니다 라고 생각해야 본인 속이 편한 건 알겠지만, 뒤치다꺼리 하는 사람은 가해자를 용서해버린 피해자에게 피해를 입고 있는데, 그건 어떻게 해야 할까.

<, 난로>에서는 함께 사는 무직의 비혼주의자 고무와 호양이 부산에 내려오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고무와 호양은 둘 다 여자다. 퀴어부분이 조금 곁들여진 단편이었지만, 꼭 둘의 사랑이라기 보단 안정감 있는 주거 공동체에 더 가까운 묘사였다. 다들 뭐라 하기 전에 결혼 준비하느라 퇴직한다고 하니 심심찮은 축하금을 얹어줬다는 이야기에서 이래서 사람들이 결혼 결혼 하는구나 하는 웃픔을 삼켰다. 그냥 프리터로 할 일없이 아는 언니랑 지방 살이 해볼려고요. 했다면 그런 따뜻한 시선과 마음을 할애한 금전까지 받을 수 있었을까. 물론 이 돈 에피소드는 소설의 큰 축은 아닌데, 내가 겪는 보편성이라 공감했다. 연기 때문에 못 살겠다고 하는 할머니는 떠났지만 화목난로를 놓은 그녀들에게 치얼스.

마지막으로 실린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에서는 또 <>에 꽂혔다. 먹을 게 없으면 쥐들이 비누를 갉아 먹는다는 걸 어떻게 안 거지? 이 작가가 사전 조사를 잘 한 건가 진짜 이런 걸 본 적이 있는 것인가. 갑자기 과거의 힘듦이 스쳐갔다. 그렇게 갉아먹은 비누로 아무렇지 않게 세수하고 가본 적이 있는 걸까. 게다가 우리 옆집의 가구공장 사장님도 그렇게 술만 먹으면 살림과 처자식을 때려 부숴트렸는데, 그 생각도 나버렸다. 그렇게 사람들을 숨겨주던 우리 집도 생각나고, 여기 안 왔다고 살뜰히 살펴주던 우리 집 여사님도 생각났다. 그런데, 결국은 남들처럼 저 사람들 또 그러네 하고 무뎌졌다는 게 슬플 뿐. 주인공은 달아난 엄마를 잡기위한 아빠 뒤를 따라 나온 친구 연희에게 달리며 웃는 장면을 들켜버린다. 뛸 때 웃는 게 내 습관인데 내 친구는 그걸 모르고. 둘의 사이는 회복되기 힘들 것이다. 그러면서 달큰한 맛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훔친 귤을 먹는다. 훔친 가게 사장에게 쥐새끼라는 말을 들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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