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꽃 저녁에 줍다 루쉰문고 6
루쉰 지음, 김하림 옮김 / 그린비 / 201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난다.  한 낮 실내온도가 29도다. 뭘 해야겠다는 의욕도 없다.  대돗자리 위에 선풍기와 앉은뱅이 책상 하나를 가져다 놓고 책<아침꽃을 저녁에 줍다.2003>을 읽었다. 이 책은 루쉰의 산문집인데, 이욱연 서강대 교수가 중국의 사상가 루쉰의 수많은 산문 중에 가려 뽑은 책이다. 루쉰 하면 내게는 청소년기 때 아무것도 모르고 읽었던 아Q정전이 생각난다.  지금 겨우 책 제목만 기억할 뿐이다.

 

이 작품집은 중국의 암흑기나 다름없는 근대사(1930년)를 살아가면서 지성인으로 고뇌하고 중국 현실을 질타한 과거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문장을 읽어가다 보면 그의 성정이 얼마나 곧고 강직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를테면 악인을 단죄할 때는 "물에 빠진 개는 더욱 때려 줘야 한다" 고 했는가 하면 힘없는 사람들이  어려움에 처하거나 희생되는 걸 보지 못할 정도로 여리고 섬세한 인물이었다는 걸 문장에서 느낄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생활인으로서의 루쉰은 유머와 위트도 있다.  그중 '여름 벌레'에 대한 내용이다. 벼룩, 모기, 파리 이야기인데 이 셋을 비교해 놓은 걸 보면 지금이 여름인지라 은근히 재미있다.

 

"벼룩은 피를 빨아먹는다. 가증스럽기는 하다. 그러나 아무 소리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빨아먹는 점은, 솔직하고  시원시원하다. 그런데 모기는 아니다. 단번에 피부를 쿡 찌르는 면에서는 어느 정도 철저하다고 할 수 있지만, 찌르기 전에 웽웽거리며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 것이 딱 질색이다. 만일 그 웽웽거림이. 사람의 피는 자신의 주린 배를 채우기 존재한다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질색이다. 그것을 알아듣지 못하는 게 천만다행이다.(...)

 

 파리는 한참을 윙윙거리다가 내려앉아서는 몸의 기름이나 땀을 조금 핥을 뿐이며, 간혹 상처나 부스럼을 만나면 횡재를 하기도 한다. 파리는 아무리 좋고 아름답고 깨끗한 것일지라도 가리지 않고 파리똥싸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땀을 핥아먹거나, 오물을 떨어뜨릴 뿐이어서 감각이 마비된 사람들은 찔리는 듯한 아픔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그대로 내버려 둔다. 중국인들은 파리가 전염병을 옮긴다는 것을 아직 잘 모르기에 파리 잡기 운동은 아마 크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파리의 운명은 장구할 것이고 더더욱 번성할 것이다." (86~8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