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 비룡소의 그림동화 34
마이클 베다드 글, 바바라 쿠니 그림, 김명수 옮김 / 비룡소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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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국 시인인 에밀리 디킨슨의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마이클 베다드가 담았다.  디킨슨은 자신이 태어난 매사추세츠 암허스트를 벗어난 적이 없이 여동생과 함께 은둔하며 살았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집안에서 정원을 가꾸며 시를 쓰며 살았다고 알려졌다.

 

사후에 그녀 방에서 1,800편이나 시나 발견됐다니 놀랍다. 베다드에게는 호기심이 생길 만도 하다. 베다드는 주로 어린이책을 쓰는 작가이며 <에밀리>를 쓰기 위해 자료조사를 하고도 부족해 에밀리 디킨슨의 생가를 찾기도 했다. 하얀 겨울 풍경과 은은한 봄빛은 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마음 같다.

 

 에밀리 이야기는 말 그대로 한 편의 시다. 그림을 따라 이야기를 들어보자.<내용 일부 수정하였슴>

 

 

 

우리 거리에 '신비의 여인'이라고 부르는 아주머니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 아주머니는 길 건너편 노랑 잡에서 여동생과 함께 살아요.그 아주머니는 20년 동안 거의 자기 집을 떠난 적이 없습니다. 낯선 사람이 찾아오기라도 하며 그분은 달려가서 숨어 버려요. 나는 그 아주머니를 에밀리라 부릅니다.

 

우리가 이사 온 지 얼마 안 된 어느날 우편 구멍으로 편지가 왔습니다. 편지를 뜯자 납작하게 말린 꽃도 있었습니다

 

"이웃에 사시는 분께" 엄마가 편지를 읽었습니다.

"저는 마치 이 꽃과도 같답니다. 당신의 음악으로 저를 소생시켜 주세요. 그 음악이 저에게 봄을 가져다줄 거예요."

 

나는 이층 내방 창턱에 그 꽃들을 꽂아두었습니다. 아래에는, 눈 속에서 정원이 잠들어 있었습니다. 나는 우리 집 보도를 따라, 길 건너 노란 집의 울타리 안까지 이어진 발자국을 보았습니다.

 

 

 

 나는 침대에 앉아서 길 건너편을 바라보았어요. 아주머니 방안에 불빛이 비쳤습니다.

그림자가 그 속에서 움직였습니다. 그분도 이따금씩 저기에 앉은 나를 지켜 보았을까요?

 

다음날 아침, 집안은 온통 음악으로 가득했습니다.

나는 꽃에 물을 주며 아빠하고 온실에서 있었습니다. 햇빛이  내얼굴 위로 따스하게 내리쬐었어요.

 

"그 아주머니는 어떻게 생겼을까요?"

"노란 집의 숙녀말이냐? 모르겠구나,얘야 그분을 직접 본 사람은 많지 않단다. "

 

아파는 화분으로 옮겨 다니면서 시든 이파리들을 뜯어냈습니다.

"아빤 그 아주머니가 외로울 거라고 생각하세요?"

 

 


 

 "때로는 그렇겠지. 우리 모두 이따금씩 외롭단다. 하지만 그분은 동무가 되어줄 여동생이 있고,

또 우리처럼 꽃을 가꾸고 있지. 그리고 시를 쓴다 거구나."

 

"시가 뭐예요?" 내가 물었습니다. 아빠는 시든 이파리를 손바닥 위에 놓았습니다.

 

"엄마가 연주하는 걸 들어 보렴. 엄마는 한 작품을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데, 가끔은 요술 같은 일이 일어나서 음악이 살아 숨쉬는 것처럼 느껴진단다. 그게  네 몸을 오싹하게 만들지. 그걸 설명할 수는 없어. 그건 정말, 신비로운 일이거든. 그런 일을 말이 할 때, 그걸 시라고 한단다."

 

 


 

저녁놀이 노란 집 창문들을 황금빛으로 물들었어요. 이제 곧 밤이 될 겁니다. 나는 백합 뿌리들을 창턱을 따라 한 줄로 늘어놓았습니다. 그것들은 편지에 담긴 초롱꽃처럼 생기도 없고 죽은 듯이 보였어요. 하지만 아빠는 그것들이 숨겨진 생명을 지니고 있대요.

 

엄마는 내일 노란 집을 방문할 거예요. 내가 부탁하자 함께 가도 좋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두려워졌습니다. 어쩌면 노란 집에 사는 아주머니도 두려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나는 생각했습니다.

 


 

정원의 눈이 녹기 시작했습니다. 지빠귀 한 마리가 어느새 파릇해진 잔디에 내려앉았습니다. 그것은 봄이 오는 신호였어요. 나는 창 턱 위의 초롱꽃 선물을 바라보았습니다. 내 호주머니에는 뭔가가 불룩하게 들어있었습니다.

 

"들어오세요. 오 꼬마 손님도 오셨네. 에밀리가 기빠하겠네요." 커튼은 드리워져 있고 방은 어두침침하고 딱딱한 느낌이었습니다. 나는 몸을 돌렸습니다. 그러자 계단 위로 얼른 사라지는 흰빛이 보였습니다. 

엄마는 의자에 앉아 피아노 연주를 했습니다. 음악이 어두운 방에서 퍼져 나갔습니다. 박수소리가 밀려오더니 가녀린 목소리가 뒤다라왔습니다.

"동무님, 당신의 연주는 지빠귀의 노래보다 아름답군요. 좀더 연주해 주세요. 벌서 봄기운을 느낄수 있네요."

 

나는 살금살금 방을 빠져나왔습니다. 그리고 계단으로 오르기 시작했어요. 그 꼭대기에는 하얀 여인이 하나 앉아 있었습니다. 그분의 무릎에 놓인 종이를 내려다보았습니다.

 

"그게 시예요?" 내가 물었습니다.

 

"아니, 시가 바로 너란다. 이건 시가 되려고 애쓰고 있는 것뿐이야."

창턱 위에 놓아둔 초롱꽃러러 그분의 목소리도 가볍고도 예민했습니다.

"아주머니께 봄을 좀 가져 왔어요." 나는 호주머니에서 백합 알뿌리 두 개를 그분의 무릎에 내려 놓았습니다.

"땅에 심으면 백합꽃으로 변할 거예요."

"어머나 예뻐라"

"그런 나도 너에게 뭔가를 줘야겠구나."

 

그분의 연필이 무릎 위에 놓인 종이 위를 가로지르며 급히 움직였는데, 그 모습이 마치 엄마의 손가락이 피아노 건반 위를 가로질러  미끄러질 때 같았습니다. 엄마가 연주를 마치자 아주머니는 생강빵과 셰리 주 한 잔을 내놓았습니다. 엄마는 셰리주를 마시고 나는 생강빵을 먹었습니다.

 

가야 할 시간이 되자 에밀리 아주머니의 눈동자 빛깔은 유리 잔에 조금 남아있는 셰리주 빛깔이었습니다.

봄이 오자 내 방 창 아래다 백합 뿌리를 심는 걸 아빠가 도와주었습니다.

 

나는, 높은 울타리 너머 자기 정원에 다 내가 준 선물을 숨기고 있을 에밀리 아주머니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가끔은 요술 같은 일이 일어나서 음악이 살아 숨쉬는 것처럼 느껴진단다. 그게 네 몸을 오싹하게 만들지. 그걸 설명할 수는 없어. 그건 정말, 신비로운 일이거든. 그런 일을 말이 할 때, 그걸 시라고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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