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르미날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21
에밀 졸라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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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렇게 사는 건 분명 장난이 아니었다. 예전에 도형수들을 벌주기 위해서나 시켰을 법한 일을 짐승처럼 해내고 있지 않은가. 더구나 그러다 죽는 건 예사였다. 그런데도 저녁 식탁에서 고기 한 점 찾아볼 수 없는 삶이라니! 물론 굶어죽지는 않았다. 먹을 게 아예 없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겨우 죽지 않을 정도로만 먹을 수 있었다. 게다가 허구한 날 빚에 짓눌려, 마치 빵을 훔치기라도 한 것처럼 빚쟁이에게 시달리지 않는가 말이다.


그랬다, 정말 그랬다. 이렇게 사는 건 분명 장난이 아니었다.

책이란 재독할 때는 느낌이 달라지는 게 보통인데... 제르미날은 처음처럼, 아니 처음보다 더 분노하며 뜨거운 것이 목구멍으로 치받는다. 아니, 처음에 읽었을 때와는 달리 분노의 이유가 더 늘었다. 매일 피로에 찌든 채, 타르틴 한 조각을 옆구리에 끼고 갱도로 내려가는 남자들보다(물론 당시 여자도 아이도 갱도로 내려가 똑같은 일을 했지만.)

맨 밑바닥층 탄광촌 노동자 남성들 보다 훨씬 더 아래에 있는 여성들의 인권, 삶. 채 어른이 되기도 전에 폭력적인 강간으로 결혼보다 아이를 갖는 것이 먼저인 게 보통인 소녀들과, 매맞는 아내처럼 거기 순응해 그러는 게 당연한 삶이라 받아들이는 여성들의 삶이 눈에 들어와 분노는 배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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