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여행 1 : 그리움 - KBS 1TV 영상포엠
KBS 1TV 영상포엠 제작팀 지음 / 티앤디플러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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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향수를 잔잔한 음악의 선율과 함께 전해주는  KBS 1TV의 「영/상/포/엠, 내 마음의 여행」 이 책으로 출간되었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여행지를 잔잔한 나레이션과 함께 소개를 해주고 있어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사실, 아침 잠이 많은 나는 한번도 그 방송을 본 적이 없다.   그렇지만 그리움을 담고 있는 책이라 하여, 그리고 여행을 많이 다녀보지 못한 나에게 우리나라의 여러 아름다운 풍경지의 모습까지 함께 담고 있는 책이라 하여 선뜻 읽어보게 된 책이다.

 

티비 프로그램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보니 책이 전해주는 느낌과 영상의 느낌은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해져온다.  방영되었던 프로그램을 컷으로 실어놓은 사진들과 함께 시구절같은 짧은 에세이들이 담뿍 담겨있는 책이다보니 영상으로 만났으면 더 좋은 느낌이었을거라는 아쉬움이 남아버린다.  책은 책으로서의 향기를 전해주지만 영상으로서 만날 수 있는 향기도 무척이나 아름다웠을 것 같은 책이기에 아쉬움이 더하다.  그리고 음악도 함께 담고있다 하니 더더욱 궁금해질 수 밖에.

 

여행지에 대한 소개를 짧은 시처럼 에세이로 소개해주다보니 책 소개처럼 그리움이 묻어나는 듯 하다.  한번도 가보지 못한, 밟아보지 못한 땅에 생기는 그리움이라니... 바로 이런 것이 책만이 가져다 줄 수 있는 매력이 아닐까.  할머니의 주름진 손과 할아버지의 쓸쓸한 미소가, 힘들게 땅을 일구는 농부의 모습과 잔잔한 바다위의 뱃전에서 보이는 어부의 모습이 내 고향, 내 시골의 모습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그리움인가보다.

 

비록 영상컷이라 선명하게 잘 잡혀있는 사진이 아닌, 다소 흐릿하게 인쇄되어 있는 사진이라 아쉬움도 있고, 자세한 여행지의 소개가 아닌지라 궁금증도 더해가고, 음악의 선율이 궁금해지는,,, 그런 아쉬움을 남겨주는 점도 있지만 내가 밟아보지 못한 우리네 땅 곳곳의 아름다움을-그저 절경의 경치뿐만이 아닌 사람내음의 향기로움까지-만나게 해주는 책 속에서 작은 그리움과 함께 편안함을 맛볼 수 있었던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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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쉽게 하기 : 일러스트 드로잉 스케치 쉽게 하기 8
김충원 지음 / 진선아트북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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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는 참으로 매력적인 그림이다.  상상력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이미지들이 연필로, 싸인펜으로,,, 그렇게 다양한 재료들로 탄생한다.  휘어지는 건물도 있고 정형화된 단순한 사람의 스케치가 아닌 특징을 부각시켜 나타낸 개성적인 인물이 그려진다.  의인화 된 동물들이 옷을 입고 서있기도 한다.  그야말로 상상력의 절정에서 태어난 작은 예술이 바로 일러스트가 아닐까.  틀에 박혀 있는 미술이 아니다보니 삐뚤어진 선과 원들 역시 개성적인 그림으로 연출이 가능하다.  그래서 일러스트는 더 매력적인 그림이 된다.

 

어렸을때 가장 즐거웠던 놀이 중 하나가 그림그리기가 아니었을까.  하얀 도화지에 색색가지의 크레파스로 머릿속 상상을 채워넣는 놀이가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이건 아니지, 이렇게 그리는거야.  그렇게 표현하면 어떡하니..." 라며 정형화 된 길을 강요한다.  아이들의 상상력은 그렇게 고정관념이라는 벽에 막혀버린다.  나역시도 재미있는 놀이였던 그림이 학교 수업이 되면서부터 "아, 나는 그림에 재능이 없는 아이로구나." 라며 그림에 흥미를 놓아버렸다.  어른이 된 지금도 하얀 종이에 무언가 끼적이며 낙서를 하지만 선뜻 작은 물체 하나를 그려내기에도 두려움이 앞서 버린다.  그나마 요즘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쪽으로 바뀌었으니 내 아이는 엄마처럼 두려움이 아닌 재미있는 놀이로 그림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책에서도 말하듯 일러스트는 머릿속에 떠오른 시각 이미지를 손으로 구현해 내는 작업이다.  이야기를 그려내는 그림인 일러스트는 그림을 그린다는 것에 선뜻 손이 움직이지 않는 나처럼 막막함을 느끼는 어른들도 그저 편안한 '낙서' 를 하듯 풀어나갈 수 있는 영역이다.  그래서 김충원쌤의 '스케치 쉽게 하기' 의 시리즈를 몇권 갖고 있는 나에게 이번 책은 더더욱 반갑기만 하다.  물론 일러스트 역시 스케치의 기초를 익혀야 더 멋진 그림을 그려낼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미지 드로잉'과 '눈과 손의 협응력'-그림을 그리기 전에 상상력으로 미리 그림을 그려보고, 눈이 본대로 대상을 묘사하는 것-을 사용하기에 단순한 재미에 상상력을 펼쳐내며 감각적인 능력을 길러낼 수 있기에 한창 뇌가 발달하는 아이에게도, 그리고 머리가 굳어가는 어른에게도 재미있는 자극을 배울 수 있는 일러스트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매력적인 놀이가 아닐까.  책속에 있는 연습장에 미리 기초 스케치가 되어있는 것에 조금의 살을 붙이는 것에도 아직은 두려움으로 매끄러운 그림이 그려지지 못하지만 조금씩 나만의 시간을 내어 연습한다면 깜찍하고 귀여운 일러스트를 그려낼 수 있지 않을까 하며 기대하게 만드는 즐거움을 안겨준 소중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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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느끼는 낙타
싼마오 지음, 조은 옮김 / 막내집게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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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상 가고싶어 꿈꾸는 여행지가 있다.  바로 이집트와 그 아래에 위치한 검은 대륙 아프리카가 그곳이다.  황금빛 사막이 넓게 펼쳐진, 어찌보면 삭막해보일수 밖에 없는 그 땅이 내게는 왠지 모를 매력으로 설레임을 안겨주곤 한다.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는 오아시스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내가 정작 가고싶은 사막은 오아시스가 아닌, 그야말로 넓디 넓은 모래가 산을 이루고 있는 황금빛 언덕으로 이루어진, 그 위에 서서 사막의 바람을 만나고 싶다.

 

이른 아침의 사막은 물로 씻어 낸 것처럼 깨끗했다.  푸르른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고, 부드러운 모래언덕이 시선이 닿지 않는곳까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이런 때의 사막은 잠든 여인의 거대한 몸뚱이 같았다.  가냘프게 숨 쉬는 듯 물결치는, 침착하고 고요하고 깊은 아름다움은 가슴이 아프도록 감동적이었다.  -19쪽.

붉은 모래빛의 표지에 미소짓는듯한 낙타의 모습, 그리고 별들.. 책을 읽기 전에는 그렇게 내가 꿈꾸던 사막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일거라 생각했다.  작가의 전작인 '사하라 이야기'가 사막에서의 신혼기를 그린 책이라 하여 이번 이야기 역시 그렇게 사막을 꿈꾸게 해줄거라 상상하며 책을 읽어 나갔다.  그리고 첫 이야기인 '길위의 사람들' 에서 왠지 모를 정감이 느껴지는 사하라인들과의 만남이 즐겁게 펼쳐지는 듯  했다.  모래 한 알, 돌맹이 한 개도 귀하고 사랑스러울만큼.  해가 뜨고 지는 광경도 잊을 수 없을 만큼 생생한 기억을 안겨준 사람들과의 길위의 만남이 부러움이 느껴지는 첫 이야기에서 나도 함께 그 길 위에 서있는 기분으로 함께 작가의 회상에 빠져드는듯 한다.

 

하지만 이 책, 아름다움이 아니라 참으로 아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첫 이야기에서의 설레이는 떨림같은 만남은 곧이어 이어질 아픔을 위한 마음달램 이었을까.  정이 많아 사막인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품고 사는 싼마오의 인연은 왜 이리 하나같이 아픔을 안겨주는 것일까.  같은 사람임에도 짙은 피부색때문에 사막에서 잡혀와 노예로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을 바라보는 마음이 싼마오와 나의 마음이 다르지 않다.  아픔과 연민이 함께 전해지며 벙어리 노예를 바라보는 시선에 눈물이 맺혀버린다. 

 

부질없는 이념과 종족의 대립으로 인한 갈림때문에 빚어지는 전투와 그것이 야기하는 여러 아픔들, 그 가운데에 서있는 싼마오와 주변인들의 아픔이 참으로 안타까움이다.  사하라위 청년들의 기습으로 동료들이 모두 살해당하고, 단 한 사람만이 술에 취해 막사 밖에 엎어져 잠이든 탓에 홀로 살아남아 깨어난 후 동료들의 시체를 바라보게 된 어느 군인...그럼에도 종국에는 사하라위 아이들을 구하는것에 자신의 생명을 바치고야 마는 이름없는 중사의 삶의 끝자락을 지켜보며 또 한번 가슴이 뭉클하며 무거워진다.  이어지는  '흐느끼는 낙타' 에서의 오랜 친구들의 죽음에 또 한번 눈물을 자아내게 만들고야 만다.

 

이렇듯 아프고 무거운 이야기인줄 알았더라면 읽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사막의 아름다움보다 더 큰 아름다움을 책 속 사람들에게서 찾을 수 있었지만 읽는 내내 한숨을 쉬게 만드는 아픔의 이야기속에서 다양한 인연을 함께 느끼며 함께 공감하고, 함께 슬퍼할 수 있었다.  사막을 사랑한 여자와 바다를 사랑한 남자.  그들의 삶의 이야기가 오늘밤 내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주고 있다.  나도 사막에 누워 흐르는 별을 바라보고 싶어지는 그런 밤이다.

 

 

"어떤게 나를 사로잡았냐고요?  높은 하늘과 넓은 땅, 뜨거운 태양과 거센 바람.... 고적한 생활에는 기쁨도 있고 슬픔도 있어요.  이무지한 사람들에게 사랑도 느끼고 원망도 느끼고요.  뒤죽박죽 헥갈리네요.  에이! 나도 분명히 모르겠어요. " -108쪽.

 

이 세상에 제2의 사하라는 없다.  사하라 사막은 단지 그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자신의 아름다움과 부드러움을 드러내고, 영원히 변치 않을 하늘과 대지로 그의 사랑에 묵묵히 대답한다.  그리고 그의 자손들도 모두 사하라의 품에서 태어나길 빌어 준다.  -1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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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빨강 머리 앤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황의웅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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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간다는 것은 신기하고 매혹적인 곳에 잠시 머무는 것을 의미했다.  -66쪽.

 

책의 뒷표지에 이런글이 적혀있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빨강머리 앤을 읽은 사람과 읽지 않은 사람..."   빨강머리앤을 읽은것이 언제였는지도 사실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내용도 사실 가물가물하고 어렴풋이 조금씩만 기억에 떠오를뿐이다.  책보다는 티비에서 방영되었던 애니메이션이, 그것도 조금은 독특한 성우의 목소리가 더 강하게 각인되어 있다고나 할까.  

 

어쨌든 기억나는것은 양갈래머리의 빨강머리에 주근깨 가득한, 그리고 독특한 상상력으로 중무장한 여자아이였다는 것.  성격이 어두워질법한 환경임에도 너무나 밝고 명랑한 낙천적인 소녀라는 것.  그정도이다.  그렇게 기억속에는 어렴풋이로밖에는 떠오르지 않지만 빨강머리 앤이라는 책과 그 주인공인 소녀는 잊혀지지 않는 내 어린시절 추억의 한자락이다.

 

이 책은 초록지붕집의 소녀인 루시모드 몽고메리 에게서 앤을 발견할 수 있는 짧은 자서전이다.  책속에서 나는 빨강머리 앤을 다시금 만났다.  앤이라는 이름이 아닌 몽고메리라는 소녀를 통해서.  빨강머리 앤이 태어날 수 밖에 없는 듯한 놀라운 상상력을 지닌 몽고메리의 어린시절과, 그렇게 상상력을 키워갈 수 있었던 환경을 바라보며 나도 다시금 소녀였던 시간으로 되돌아가는듯한 즐거움을 맛볼수 있었다.

 

이렇듯 나의 유년 시절은 조용하고 소박하게 흘러갔다.  별반 신나는 사건도 없었고, 생애의 자극이랄 일도 없었다.  어떤 이들은 지루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지루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나만의 생생한 상상 속에서 나는 요정나라에 드나들 수 있는 입장권을 갖고 있었다.  눈깜짝할 사이에 시간과 장소의 제한에서 벗어나 신비한 모험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었다.  -77쪽. 

너무나도 아름다운-소녀의 눈에 비친-프린스에드워드 섬에서 자라며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온갖 상상과 꿈을 키우며 삶을 가꾼 소녀의 여러 기록들로 탄생한 빨강머리 앤은 그저 루시모드 몽고메리 뿐만 아니라 나의 어린시절에도 품고있던 모습이 아니었을까.  그렇기에 나역시도 어린시절에 앤을 읽으며 함께 꿈을 꾸고 웃으며 상상력의 날개를 펼치며 즐거워했던것이 아닐까.

 

나는 지칠줄 모르는 꼬마 문인이었다.  오래전에 재가 되어 없어진 것들도 많지만 나의 원고 더미들이 증인이 되어 줄 것이다.  그 시절 나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사건들을 모두 적어두었다.  -86쪽.

길지 않은 자서전속에서 그녀가 풀어내는 아름다웠던 어린시절의 묘사를 읽으며 나역시도 다시금 어린시절로 되돌아가 양갈래 머리를 묶고 자전거를 타는 앤의 모습이 되어 즐거운 웃음소리를 터트리던 아이가 잠시 되어본다.  지금은 떠오르지 않는 이야기-'빨강머리 앤'을 다시금 찾아 만나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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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요나라 사요나라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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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운명의 상대이지만 가장 불행한 방법으로밖에 만날 수 없었던 인연일까, 아니면 불행한 만남이었기때문에 운명의 상대가 되어버린 것일까.  작가의 글을 읽으며 궁금해진다.  전자는 왠지 너무도 서글플듯 하고 후자는 왠지 슬프다.  작년 이맘때 읽은 '악인' 이후로 처음 만나는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은 그때의 기억처럼 내게 많은 생각을 안겨 주고 말았다.

 

요즘은 내가 책을 잘못 고르는 것일까 싶을만큼 내가 즐겨 읽는 일본 소설들의 소재가 나를 답답하게 만든다.  얼마전 읽었던 사쿠라바 가즈키의 '내 남자' 도 너무나도 멋진 글솜씨이지만 글의 내용에 반발심을 갖게 하더니 이번 이야기역시 그렇다.  여자의 눈으로 바라본 책속 내용과 현실이 여자이기에 왠지 모를 억울함을 갖게 만드는 이야기라고나 할까.

 

"그런 사건을 일으킨 나를 세상은 용서해줬어요.  놀라울 정도로 쉽사리 용서해줬죠.  물론 불쾌한 표정을 짓는 남자들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내가 저지른 일을 용서한다고 할까, 이해한다는 걸 알 수 있었죠.  용서함으로써 자기도 남자라는 걸 새삼 확인하듯이.  그래서 나 역시 자기 자신을 용서하려 했습니다.  용서하지 않으면, 용서해주는 남자들속으로 들어설 수 없었습니다.  그곳밖에 살아갈 장소가 없었습니다. " -202쪽.

여고생 시절 집단 강간을 당한 한 소녀가 평생을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그 일때문에 어긋나버린 일생을 살아가며 슬퍼하고 힘들어함에도 정작 가해자인 남자들은 세상에서 쉽게 용서받는다.  피해자인 여성은 사회의 손가락질과 약혼이 깨어지고, 결혼후에도 매맞는 아내가 되어 살아가야 하고, 남자들은 '뭐 그럴수도 있지' 의 식으로 사회에서 쉽사리 잊혀지며 그들만의 삶을 영위해나간다.  그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다. 

 

물론 책 속에서는 피해자 남성들이 모두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지는 않다.  어찌되었건 불행한 결말로 삶을 등진 사람도 있고 회개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이도 있다.  물론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하며 잘 살고 있는 재벌집 아들로 살아가는 이도 있지만.  그런 통속적인 현실속의 삶속에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만남과 사랑을-사랑이라고 표현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지켜보며 가슴이 묵직해져온다.

 

비난도 할 수 없고, 고맙다는 말도 할 수 없는 관계, 서로 행복해지기 위해서 함께 사는 것이 아닌 관계... 그렇게 이루어진 그들의 운명으로 얽혀있는 삶을 지켜보며 용서라는것, 잊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라는것을 우리는 왜 모르는 것일까 하는 한숨이 배어져나온다.  오랫만의 요시다 슈이치는 이렇게 내게 또 많은 생각을 안겨주고야 말았다.  좋은 작가라고 해야 할까 나쁜 작가라고 해야 할까.

 

아, 이 사람도 줄곧 그날 밤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거구나, 그날 밤에서 도망쳐 자기만 행복해지는 걸 마음속 어딘가에서 용서할 수 없었던 거구나.  그래서 지금, 자기를 절대로 용서해주지 않는 내 앞에서, 그는 마침내 자연스럽게 숨을 쉴 수 있는 거구나, 하고.  -2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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