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느낌을 담는 여덟가지 방법 - 프로 사진가 스가와라 이치고의 따뜻한 기술
스가와라 이치고 지음, 김욱 옮김 / 한빛미디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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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읽다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책들이 있다.  담긴 내용이 가슴을 푸근하게 해준다거나 아름다운 글귀가 마음을 울려주는,,, 그런 책들이 말이다.  아름다움을 담아낸 소설들도 있지만 특히 이런 에세이류들 중에서 그런 느낌을 주는 책들이 많다.  어릴적에는 그토록 지루하고 재미없었던 에세이가 나이를 먹으면서 이제는 마음을 울리는 책이 되며  점점 더 좋아진다.  다른이의 생각을 읽고 공감을 나누는 일.  이것도 책이 가지고 있는 많은 매력중 하나가 아닐까.  일본에서 인기있는 사진작가중의 한 사람이라는 스가와라 이치고... 아름다운 오프닝과 독특한 내용으로 재미있게 보았던 애니메이션 '충사'의 오프닝과 엔딩 디렉터도 담당하였다는 저자의 사진이야기... 그를 잠시 만나보자.

 

<사진에 느낌을 담는 여덟가지 방법>.... 블로그를 하며 아이들 사진을 많이 찍다보니 사진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다.  특히 얼마전 카메라 기변을 한터이다보니 더 좋은 사진에 욕심이 난다.  사진 작가가 아님에도 아름다운 사진을 담아내는 블로거들을 보며 늘 따스했는데, 나도 내 작은 블로그에 아름다움을 담고 싶어진다.  그렇게 읽게 된 책 속에서 사진에 대한 기술보다는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들에 오히려 빠져버리니 책 선택이 잘못된 것이라 해야 하나?... ^^

 

책을 읽기전 늘 목차를 살핀다.  이 책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나.. 하며.   사진에 대한 책이다보니 틀림없이 목차 하나하나는 사진과 카메라 이야기들이다.  그런데도 딱딱한 느낌이 아닌 부드러운 기분좋음이 입안에서 흥얼거리며 목차를 따라 읽게끔 만든다.  '카메라와 함께 걸어봅시다'.... 카메라와 함께 산책하러 나가자, 모든 시간에는 아름다움이 있다, 사진은 문과 같아.... '당신의 생각은 반드시 찍힙니다',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셔터를 누른다, 바다에 비친 절반의 빛, 둥근 렌즈는 둥근 세계를 보고 있다, '사진은 하나의 소중한 것', 넘쳐나는 눈물을 마음에 실어,,, 빛이 있는 곳은 따뜻하다.... 까지.  지금 나의 기분이 감성적이라서일까 그저 단순한 목차일텐데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카메라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사진에 대한 이야기, 사진을 찍기 위한 구도, 빛과 색상 그리고 시선등.. 사진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한 책을 읽으며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해본적이 없는것 같다.  사진을 찍으며 그 사진을 찍기 위해 먼저 마음을 담고, 그 마음을 실어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그 마음을 책으로 옮겨놓았다.  그 책을 읽는 나에게 그 사진 한장한장의 설렘이 느껴지는듯 하다.  <테크닉에 지친 사진가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메시지.. "사진이 점점 좋아진다"> 라는 표지의 글귀처럼 나도 사진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한장한장,, 그저 그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눌러대는 셔터가 아닌,, 그 순간의 소중함을 담아놓기 위해 마음을 실어 사진을 찍고 싶어진다.  책을 무척이나 빨리 읽는 내가 조심조심 천천히.. 꽤 오랜시간을 들여 읽은 이 책.   참,, 좋은 책이다.  참,, 아름다운 책이다.

 

 

 

촬영하는 순간의 좋은 기분에서 좋은 사진이 태어난다고 믿습니다.  좋은 기분일 때, 평온한 마음일 때 어떤 장면을 촬영하든 그 기분과 마음이 사진에 찍힙니다.  여느 때보다는 조금 더 주의 깊게 주변을 바라보면서 산책해봅시다.  분명 새로운 광경을 만나게 될 겁니다.  그때가 당신이 찍고 싶었던 사진이 태어나는 순간입니다.  -13쪽.

 

누구나 언젠가는 무엇인가와 마주해야만 될 때가 있습니다.  마주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될 때가 있습니다.  사진도 마찬가지 입니다.  뜻대로 비춰지지 않는 대상을 마음을 속이면서까지 찍고 싶지 않을 때 조금만 용기를 내어 정면으로 마주보도록 합시다.  그 대상이 사람이 아니더라도 상대를 생각하는 배려를 잊지않고 당당하게. 평생 간직하게 될 '소중한 한 장' 이 태어나게 될 겁니다.  -17쪽.

 

누군가를 촬영하게 된다면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하고 상상하면서 차분한 마음으로 찍어보기를 권합니다.  그에 대한 흥미가 커지면 커질수록 그 사람과 마주하는 시간들이 즐거워집니다.  친한 사람들끼리도 평소에는 몰랐던 새로운 매력을 찾게 되는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만의 풍경을 발견하게 된다면 좋은 사진은 물론이고 지금보다 훨씬 더 그를 소중히 여기게 될 것입니다.  -69쪽.

 

사진을 찍는 즐거움 중에는 피사체와 마주보는 데서 비롯되는 뜻하지 않은 '생각' 등이 있습니다.  이것은 피사체와 맺게 되는 하나의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록 그것이 우연이라고 해도.  -79쪽.

 

여러분의 주위에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 언제나 당신을 비춰주는 밝음과 당신을 지켜주는 따뜻한 무언가가 있습니다.  그곳을, 혹은 그를 발견하려는 노력이야말로 '사진을 찍는다'의 모든 것입니다. 

당신이 그 장소를 찾아낸다면 분명 사진을 좋아하게 될 것입니다.  -2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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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톨른 차일드
키스 도나휴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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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쪽이었나.. 요정들이 아기를 바꾸어 간다는 전설을 읽었던 적이 있다.  요정아기와 인간의 아기를 바꾸어 서로 다른 삶을 살게 하는 동화같은 이야기가 책속에서 펼쳐진다.  어린시절 바뀌어진 두 소년이 성장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두꺼운 책속에 가득 담겨져 있다.  동화인듯 펼쳐지는 판타지 속에서 나는 어린시절부터 무슨 생각을 하며 자라왔던가 하며 지난 시절을 되살펴 보게도 만들고 있다.

 

7살의 어린 헨리데이는 파에리(책속에서 요정들을 부르는 이름)들에 의해 납치를 당한다.  그리고 자신의 자리에는 자신과 똑같은 모습으로 바뀐 파에리가 자신이 되고, 헨리데이는 애니데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진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일본 애니메이션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에서도 나온것 처럼 자신의 이름을 잃어버리게 되니 기억도 점차 희미해져 자신이 누구인지도 망각하며 파에리로서의 삶을 살아나간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마주친 그의 아버지를 만나게 되며 그때부터 자신을 되찾는 노력을 기울여 나간다.

 

요정이 사람이 되고, 사람이 요정이 되어 살아나가는 삶속에서 같은 시대, 같은 시간을 살고 있지만 파에리로 살아가는 애니데이는 자신의 모습이 조금씩 늙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나간다.  한편 헨리 데이가 되어 그의 삶을 살아가는 또다른 '그'도 역시 자신의 옛 모습-파에리가 되기 이전 뒤바뀐 아이였던 구스타프-을 쫏아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나간다.  음악이라는 자신이 가졌던 모습을 떠올리며 그것에 빠져들고 그 역시 헨리 데이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구스타프의 삶을 발전시켜 나가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책은 애니데이와 헨리데이 두사람이 번갈아가며 화자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아기들의 뒤바뀜' 이라는 설정에서 출발해 사건이 진행될 수록 점점 깊어가는 자신과의 싸움을 그려내는 책속에서 초반에는 흥미로움으로, 중반에는 다소의 지루함으로, 후반에는 자신을 찾는 그들의 삶을 함께 공감하며 읽어나갈 수 있었다.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헨리 데이의 마지막 연주를 지켜보며 여행을 떠나는 애니데이.. 아이의 모습으로 살아가면서도 깊은 성숙을 마친 그가 앞으로 만나게 되는 삶은, 그가 선택해서 살아가게 되는 삶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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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 지식채널 e 2 - 세상을 보는 다른 눈 주니어 지식채널 2
EBS 지식채널ⓔ 엮음 / 지식채널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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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이라고 말하면 우리는 너무나 쉽게 경제적 가치로 환산되는 '정보'를 떠올린다.  하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지식'에는 그런 것들만 있는 게 아니다.  속좁은 이해관계를 넘어서 정말로 인간답게 살기 위해선 반드시 갖추어야 할 '앎'들이 있다.  -지식ⓔ 6쪽. 추천사 중.



작년 6월께 지식ⓔ를 읽은적이 있다.  그때의 기억은 뭉클한 아픔이었는데 이번의 지식ⓔ는 주니어를 위한 책이라서인지 아픔과는 또 다른 느낌의 감동과 아쉬움을 전해주고 있다.  아마 아이들도 이 책을 통해 나와 같은 느낌으로 책을 가슴 깊이 받아들여 성인이 된 후에 조금은 달라진 세상을 만들어 가기를 바래본다.  맑은 마음과 올곧은 가르침을 배우고 자란다면 적막해져 가는 세상을 이 아이들이 움직일 때는 지금과는 다른, 조금은 맑아진 세상으로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표지에서도 말하듯 지식ⓔ가 던지는 '메세지'는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다양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어찌되었건 지식ⓔ가 던져주는 그 메세지에 한명이라도 화답하듯 마음에 새겨둔다면 그 생각에 따라 조금은 변화되지 않을까 싶다. 

 

지식채널ⓔ는 작년에 출간된 책에서도 말하듯 단순한 정보가 아닌 인간답게 살기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앎' 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 대상이 성인이 아닌 아이들에게 일러주는 것이기에 조금 더 쉽게, 그리고 조금 더 많은 사진과 그림으로 편안하게 다가선다.  어른이 된 나도 다시금 동심으로 돌아가 아이처럼 빠져들 수 있는 재미와 함께 말이다.  네 개의 테마로 이루어진 주니어 지식ⓔ.. 아직은 어린 내 아이가 다가서기 어려운 정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리 멀지 않은 시간에 이야기 하듯 들려준다면 내 아들의 마음에도 잔잔한 '앎'을 심어주게 되겠지.

 

# 안단테 칸타빌레.

처음의 시작은 사랑이다.  생명의 시작, 부모의 사랑, 태어남, 부모에의 감사, 그리고 성장으로 이어지며 아이에게 첫 '시작' 을 알려준다.  생명의 탄생이라는 장엄하고도 아름다운 시작에서 부모의 사랑과 보호속에 늠름히 자라나는 이야기 속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게 될까.  그리고 자신들의 성장을 어떻게 그려볼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종자이야기부터의 안타까움은 변해가는 세상에 대한 아쉬움이 배어난다.  지구의 생태계를 무너뜨려온 인간들의 욕심을 내 아이는 어떤 눈으로 바라보게 될까.  두려움이다.

 

# 모데라토 돌체.  그리고 알레그로 비바체

'다름'.  이번 장에서의 이야기는 바로 '다름' 이다.  내 생각과 다른 타인의 생각, 그리고 나와 다른 타인의 모습, 서로 다른 모습의 물체들.  그 다름속에서 구해지는 아이디어와 발전은 우리를 미래로 이끌어 왔다.  그저 다르다는 것으로 배척하고 지워버리는 것이 정답이 아닌 그 다름속에서 정답을 찾고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는 일.  우리 아이들이 배워나가야 할 가장 큰 것인지도 모른다.

 

# 아다지오 마에스토소.

어릴적 흠모하듯 우주에 빠져든 적이 있다.  저 까맣디 까만 하늘 저편의 수많은 별들과 시간, 우주로의 여행등은 소녀의 꿈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즐거운 공상이었다.  이 책을 읽을 아이들도 그 시대의 나처럼 꿈을 꾸고 있지 않을까.  조금 더 변화되고 알려진 우주의 이야기겠지만 말이다.  사랑으로 시작해 우주와 미래에 관한 이야기로 마무리를 짓는 책 속에서 아이들은 그저 단순한 지식이 아닌 '앎'을 배워나갈수 있기를 바래보자.  이전 책을 읽을때에도 그랬지만 또 다른이야기로 만나본 이번 책 역시 즐거운 배움을 전해주는 책이다.  내 아이도 세상을 보는 다른 눈을 갖게 되길 희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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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과 다의 환상 - 상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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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다시 읽는 흑과 다의 환상은 여전한 그리움이다.  온다리쿠를 처음 좋아하게 된 것이 '삼월은 붉은 구렁을' 의 시리즈이다보니 그 첫번째 이야기인 이 책이 즐거울 수 밖에.  그 이후 온다리쿠의 인기를 몰아 다양한 책이 출간되고 있지만 우후죽순처럼 인쇄되어 나오는 책들은 내게 온다리쿠의 매력보다는 실망을 안겨주기에도 충분했다.  그저 그녀의 이름으로 한권 더 팔아보자는 상술보다는 그녀에게 반해버린 마음을 이어갈 수 있는 매력적인 책들을 출간해주면 좋겠다는 작은 욕심을 부려보자. 

 

4명의 친구들이 Y섬으로 여행을 떠난다.  수수께끼와 비일상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삼월은 붉은 구렁을' 에서 이어진 연작이다보니 그 곳에서 나오는 테마속 주인공을 흑과 다의 환상에서도 만날 수 있다.  각기 다르지만 하나로 이어져 있는 책, 그것이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 지니고 있는 작은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리에코, 아키히코, 마키오, 세스코.. 네명의 친구들이 나와 같은 나이에 이르러 떠나는 여행속에서 지난 과거의 추억들과 의혹들을 펼쳐가며 그들의 시간과 우정, 그리고 수수께끼들을 풀어나간다.  그들의 여행에 동참하고픈 부러움도 함께 깃들어 그들의 이야기속에 빠져들어가는 나를 발견한다.

 

네명이 돌아가며 화자가 되어 바톤터치하듯 이야기를 끌어가는 속에서 그들 각자 마음속에 있는 은밀한 비밀을 들여다보는 책 속에서 나도 그들의 비밀을 공유하는 듯한 즐거움도 맛볼 수 있다.  가슴아픈 실연의 상처의 진실을 알고 싶은 레이코,  끝까지 거짓말로 그들의 기억을 더럽히지 않으려는 마키오, 책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화자인 아키히코의 봉인된 아픈 기억들, 강하지만 연약한 세스코의 명랑함 들이 잘 어우러져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풀어가는 책은 다시 읽어도 여전한 즐거움이다.

 

나도 그들처럼, 오래된 친구들과 다시 만나 그런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듯 한 섬으로의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는,, 그래서 삼고의 벚나무를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도 품어보며 한적한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깊고 깊은 숲속,, 습기 가득한 안개속에 서 있는 느낌을 맛보게 해준 '흑과 다의 환상'을 덮고 두번째 이야기인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로 파란 언덕으로의 여행을 떠나야겠다.  이번에도 아련한 그리움을 맛보게 해주기를 바라며.

 

 

사랑받는 사람은 언제나 오만하다.  사랑하는 쪽이 자기를 깍아서 사랑을 쏟는 것을 모른다.  사람은 호의에는 민감하지만 사랑받고 있는 건  눈치 채지 못한다.  그 사랑이 깊으면 깊을수록 상대방에게 도달하지 않게끔 되어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고독하다.  사랑한다는 행위만으로 벅차서 그 외에는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2권. 1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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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 설월화雪月花 살인 게임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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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란 볼품없는 것' ...  책속 주인공과 그 친구들의 은사인 미나미사와 선생님이 하는 말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그 말이 가슴에 와닿는듯 하여 씁쓸해지고 말게되는 이야기 '졸업'을 만났다.  내가 좋아하는 일본소설, 그 중에서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 작품은 20여년전에 쓰여져 히가시노 게이고와 함께 인생을 살아가는 '가가 형사' 의 탄생을 만들어낸 책이기도 하다.  국내 출간 시점이 다르다보니 가가형사가 등장하는 '붉은 손가락' 이나 '악의' 를 먼저 읽게 되었었고 그때만 해도 가가형사에게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었는데 다시금 그 책들에 나오는 가가형사를 살펴보고 싶어진다.

 

책은 졸업을 앞둔 대학교 4학년의 친구사이들 속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에 대해 이야기한다.  고교시절부터 친구관계가 이어져 졸업을 앞둔 그들에게 벌어진 살인사건.  그 사건을 파헤쳐나가는 과정속에서 다시금 일어난 또 하나의 살인사건으로 인해 그 친구들 사이에서는 미묘한 분위기가 흐르고야 만다.  더 안타까웠던 것은 그 사건을 추리해나가는 과정에서 벗겨지는 친구들의 우정의 무게때문이다.  일곱 친구들의 오랜 우정이 사회에 첫 발을 내딛게 되는 '졸업'을 앞에두고 허물어져버리는 사건들로 인해 마음이 무거웁다.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만의 독설이라고 해야할까.

 

책은 20년도 더 전에 쓰여졌다보니 핸드폰이나 컴퓨터등의 현대적 소품이나 배경은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시대의 배경 역시 자세하게 기술이 되어있지 않다보니 오래전의 이야기라는 것이 불편하게 와닿지도 않을만큼 현실의 시대를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일본 특유의 전통인 다도를 잘 알고 있지 않다보니 사건에 쓰인 중요한 트릭인 '설월화' 방식등은 다시읽어도 그다지 이해가 가질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야기의 흐름을 꺽어놓을 만큼 불편하진 않다.  뭔가 중요한 것 같은데 이해가 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기는 정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그저 단순히 적어내려간 텍스트라기 보다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나 인간들의 내면을 들춰놓듯 그려놓아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들고야 만다.  이번 이야기 역시 그런 아픔들을 딛고 태어난 '가가 교이치로 형사'의 가슴속 깊은곳에 담겨있는 배려의 출발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책속 붉은 표지속의 시계를 보며 지나버린 학창시절의 시간을 떠올려본다.   내 학창 시절은 어떠했을까.  졸업 무렵은 또 어떠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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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소녀 2009-07-03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전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를 먼저 보게 돼서
첫권인 <졸업>은 결국 샀어요.
땡스 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