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도둑을 쳐다보지 마세요
이사벨 코프만 지음, 박명숙 옮김 / 예담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나는 묘하게 프랑스와는 코드가 맞지 않는다.  영화를 통해 불어를 들으면 멀미가 나서 제대로 영화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소설을 봐도 그네들만의 특이한 분위기때문인지 쉽게 몰입을 하지 못한다.  독특한 이름도 그렇고.  그래서인지 파리지앵들의 아름다운 파리여행기조차도 내게 프랑스라는 매력을 심어주진 못했다.  궁금하지만 멀고도 먼 나라라고나 할까.

 

이번에 출간된 소설도 프랑스 작가이다보니 조금은 망설여진다.  하지만 마리끌레르상 수상작이라는 호평과 함께 독특한 내용에 호기심이 이끌려져 읽게 되었다.  다행히 어렵지 않게 책은 등장하는 이도 몇 되지않고 이름도 단조롭다.  부담없는 시작으로 맘껏 즐겨볼수 있으리란 기대 가득이다.

 

우리들 각자의 삶은 수많은 자잘한 사건들과 에피소드, 스쳐 지나가는 짧은 만남들로 가득 차 있어서 우리는 곧 그러한 것들을 잊어버리게 된다.  우리의 무의식 아주 깊숙이 감춰 두고 묻어 두는 것들은 말할 것도 없다.  로즈는 그 빽빽한 기억의 숲속에서 자신이 필요한 것을 캐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한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다.  -11쪽.
타인의 삶을 훔쳐 불멸의 생을 엮는 도둑의 이야기..   '지나가는 도둑을 쳐다보지 마세요' 라는 제목처럼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면 그 사람에게서 찰나의 시간을 자기것으로 만들어버린다.  기억의 단편이 될 수도 있고, 그 순간의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삶의 한 자락을 뺏겨버리면 조각나버린 삶은 어떻게 이어질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며 문득 떠올려본 기억나지 않는 단편의 조각들이 나도 그렇게 도둑맞은건 아닐까 하며 피식 웃어본다.

 

그렇게 기억을 훔치는 도둑과 그를 지켜보며 사랑에 빠져버린 심리학자와의 심리전을 팽팽하게 그려놓은 책속에서 그려내는 상상과 탐색,,,  그속에서 오가는 많은 대화속에서 삶과 기억 그리고 사랑에 관한 생각을 깊이 이야기 한다.  로즈(Lose)라는 이름을 가진 그는 우리 삶속의 잊혀진 기억들을 훔쳐가는 단순한 약탈자일까, 아니면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져버린 아름다운 삶을 찾아내 펼쳐내는 작가일까.   옮긴이의 후기에서 처럼 우리도 끊임없이 누군가의 마음을 훔치고, 혹은 빼앗기는것 처럼 마음속에 로즈를 담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지 내 마음을 잠시 비추며 생각해본다.

 

작은 책속에 많은 생각을 담고 있는  책.  다행히 이번만큼은 프랑스와의 만남이 멋졌다는 흐뭇함의 기억을 가지게 해준, 조금은 어려웁지만 기억과 사랑에 관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나름의 유쾌한 독서를 한듯 하다.

 

 

사랑의 격정은 유성보다도 더 덧없는 것이지.  밤하늘을 가르다가는, 지나가는 걸 미처 보기도 전에 다시 떨어져 버리거든... 아주 쉽게 달아나 버리고... 그래서 또한 매우 소중하기도 하지만....  -4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뜨겁게 사랑하거나 쿨하게 떠나거나
미라 커센바움 지음, 김진세 옮김 / 고려원북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뜨겁게 사랑하거나, 쿨하게 떠나거나.. 사랑때문에 아파하는 많은 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말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맞지 않는다고 느낀후 복잡해지는 마음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그저 그자리에 머물러 서로를 상처입히는 삶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있다.  그런 그들에게 필요한 조언을 들려주는 책을 만났다.

 

연인들, 혹은 결혼한 부부들이 모두 사랑만 먹고 살수는 없을 것이다.  사랑해서 만나고 결혼했지만 '이게 아닌데' 하는 감정이 가슴에 조금씩 쌓여 서로간의 소통을 막는 둑이 되어버렸을 많은 사람들에게 책은 36가지의 질문을 던져 가능성을 찾던가, 혹은 제목처럼 쿨하게 떠나는쪽을 권유한다.   머물러야 할까 떠나야 할까.. 천칭저울처럼 무게추가 계속 오르내리며 반복되는 양가감정 속에서 지쳐가는 삶을 탈피하기 위한 조언을 가득 담고 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맺어진 결혼생활속에서 상대방을 비참하게 만드는 많은 일들.  학대, 경멸, 주도권 지향을 꿈꾸는 비열한 행위들, 막힌 의사소통, 거짓말등.. 관계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많은 것들과, 그 삶속에서 오랜시간 고통받아온 이들에게 '이건 아니다' 라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이 단지 끝을 향해 달리라는것만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길수 있는 문제점들을 미리 발견해서 그 상황까지 몰아가지 않고 조화로운 삶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라는 것이 아닐까.

 

사실 지금의 나에게는 그다지 맞지 않는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있다.  한창 사랑에 빠져있고 결혼을 눈앞에 둔 지금의 상황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담겨있으니까.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데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루에도 몇권씩 읽어내는 내가 일주일여를 붙잡고 있었으니까.  책은 그냥 수월하게 읽어 내려가기에는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저 '이런 상황이라면 갈라서야 한다'가 아닌,  질문과 진단 그리고 실례를 들려준다.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사람들의 갈등의 삶을 담고 있기에 그렇게 쉽게 읽어버릴수가 없었다.

 

또한 책을 읽으며 책속 질문에 대해 스스로를 진단하듯이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연인에게 또한 질문을 던져본다.  우리는 어떤 느낌을 공유하고 있는것일까.  이런 위험이 다가온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수 있을까.  하며 말이다.  덕분에 책읽는데 들인 시간은 오래걸렸지만 미래의 위험에 미리 대비(?)하듯 토론을 즐겨볼수도 있었다.  '우리는 미래에 대한 꿈을 공유하는가?' 라는 책속의 질문처럼 나도 아름답게 꾸미는 꿈을 공유하는 삶을 살수있도록 노력해야 겠다.

 

 

떠나기 아깝다는 것은 머물기에 너무 괴로운 일이 전혀 없을때만 유효하다.  -103쪽

 

느낌을 밖으로 표현하는 것은 관계가 숨쉬기 위해 필요한 산소같은 것이다.  피드백이 없으면 관계는 질식하고 만다.  피드백이 불가능하게 되면, 상황을 돌이키기 위한 어떤 시도도 불가능해져 악화일로에 치달을 것이기 때문이다.  -162쪽.

 

존경은 자긍심이 자라나는 토양이다.  반면 반목과 익숙함은 경멸이 자라나는 토양이다.  -30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다른 곳을 사유하자 - 정주하지 않는 지식인의 삶과 사유
니콜 라피에르 지음, 이세진 옮김 / 푸른숲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우리는 항상 다른곳을 사유한다."

몽테뉴의 수상록의 한 구절을 시작하는 첫 마디에 끼워넣은 이 책은 사회, 철학, 인류, 민족 등 인문학의 여러분야를 넘나들며 그려놓고 있다.  다소 긴 서문을 통과하며 읽게 되는 몽테뉴의 다양한 사상과 행적들로 인해 상당한 기대가 부풀어 오른다.   

책은 다양하고도 많은 이들을 나열하고 있다.  무지한 나로서는 그 모두가 처음 듣는 낯선 이들 뿐이었지만 말이다.  지식인들이라 칭하고 있는 그들의 삶과 사상들을 하나하나 읽어가며 거침없이 읽어내려가지 못하는 아쉬움만큼이나 탐구하고자 하는 의욕 또한 함께 솟아난다.  물론 한번을 완독했다지만 조금은 서둘러 읽어서인지 앞부분은 두번을 읽었음에도 쉽지만은 않은 책이다.  하지만 지루하다는 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어려운 흥미로움이라고 표현하면 좋을지도.

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루함을 벗어나기 위해서, 혹은 무엇인가를 습득하기 위해, 혹은 책장을 채우기위해.. 그렇게 수만가지 이유들로 인해 책을 읽고난후 겪게 되는 파장은 참으로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나를 매료시킨다.  초반무렵에는 모험에 관한 - 그 모험이라는 것을 단순한 장소의 탐험으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이야기로 요즘들어 심약해진 마음을 제대로 뒤흔들어 놓는다.    어중간하게 중간에 위치해 있는 위험한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말이다.   모험은 삶의 전환점이지만 여전히 삶과 어떤 연속성을 갖는다. "모험은 우리 존재 안의 낯선 몸이다.  그렇지만 그 몸은 나름대로 중추와 연결되어 있다." -47쪽.

300여페이지의 두껍지 않은 책안에는 다소 많다싶은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또한 그들의 저서나 그들의 생각등을 담은 영화작품에 이르기까지 폭넓고도 다양한 이야기가 가득 담겨있다.  그리고 길지않은 이야기들을 소개하지만 몇가지 테마로 나누어 밀어넣다보니 복잡한것 같으면서도 나름대로 정리가 잘 되고 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도중 잠시 상념에 잠겼을뿐인데도 다양한 이야기들로 인해 정리가 엉켜버린다.  책읽을때는 온전히 책만 생각하라는 교훈을 깊이 새기게 하는 책이다.

이미 만들어진 길에서 벗어나 움직이고, 떠돌며, 다른 곳을 사유하러 떠나자.  왜 각자 자기 자리에 갇혀 있어야 한단 말인가?  -서문중. 
어려운것 같지만 즐거웁고, 이해가 안되지만 마음에는 와닿는, 그런 복잡한 터널을 빠져나온듯한 후련함을 주는 책 한권을 만난 즐거움 가득이다.  나도 그들과 함께 길이 아닌곳을 걸으며 사유하고 싶다.

  
"저마다 자기의 관습이 아닌 것을 야만이라 부른다.  우리는 자기가 사는 고장의 풍습이나 견해에서 얻은 사례나 관념만이 오로지 진리나 이성의 규범인 것처럼 생각한다. " - 11쪽. 몽테뉴.

"조국에 애정을 느끼는 사람은 향락주의자다.  온 대지가 조국인 사람은 이미 용기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온 세계가 유배지인 사람은 완벽한 사람이다. "  - 121쪽. 위그 드 생 빅토르.

"침묵을 깬다는 것이 의미있는 일일지라도 그 일이 얼마나 고통스러우며 수많은 의심과 의문을 불러일으키는지 이해했다. " -148쪽. 비르지니 린하르트.

지식의 위계질서는 당대의 시대정신에 상당히 좌우되고, 관심, 취향, 호기심, 소소한 페티시즘과 익숙한 습관들은 지속적으로 퇴적 작용을 일으키면서 축적된다는 것이다.  -263쪽.  조르주 페렉.

철학에는 역사가 있다.  하지만 지혜에는 역사가 없다.  지혜는 해독이나 탐구가 아니며 그 어떤 것도 설명하지 않는다.  지혜는 내재성의 바탕으로 가라앉는 것이다.  철학에 반대하여 지혜를 취하느냐 혹은 지혜에 반대하여 철학을 취하느냐 역시 선택의 문제는 아니다.  중요한것은 양쪽 모두를 반성적으로 성찰하고 비판하는 것이다.  -28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삼국지 경영학 - 위대한 영웅들의 천하경영과 용인술
최우석 지음 / 을유문화사 / 200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삼국지라는 책.. 과연 명작이라 불릴만큼 오랜 세월을 거쳐 수많은 이들에게 읽혀왔고, 앞으로도 읽혀질것이다.  얼마전 읽었던 '제갈량 평전'에서도 제갈공명의 삶과 함께 비춰진 삼국지속의 세명의 영웅에 관한 글을 읽으며 많은 기억을 떠올리게 하더니, 이번 삼국지 경영학에서도 그들과 주변의 인물이야기를 가득 풀어놓았다.  다른점이 있다면 그들의 삶속에서 많은 '경영'의 법칙과 현대의 뛰어난 CEO들을 실례로 비교해가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것.

 

책은 역사를 기록한 '정사'와 이야기체로 쓰여진 '연의' 두가지 모두를 풀어놓고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가 많이 접했던 '연의'삼국지의 튀겨진 내용에 치우치지 않고 적절히 역사적으로 근거한 쪽을 예로 들어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아무래도 '조조'쪽으로 많은 점수를 주고 있는것도 사실이다.  많은 이들은 연의의 영향탓에 '유비'쪽으로 많이 이끌리겠지만 말이다.  나 역시도.

 

좋은 CEO는 어떤 인물일까.  멋진 경영이 되기 위해서는 뛰어난 CEO와 좋은 직원 두가지가 모두 충족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운'도 함께.   삼국지를 읽다보면 참으로 많은 '영웅'이 등장한다.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이 참으로 어울릴만치.  그중에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제갈공명'도 있고, 관우, 주유, 가후, 사마의등.. 많은 인재들이 있다.  숨은 인재들을 발탁해서 더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게 만드는 힘, 그것역시 뛰어난 CEO의 능력이 아닐까.

 

# 빼어난 CEO - 조조.

책속에서 가장 후한 점수를 받고 있는 조조는 그동안 담고있던 왠지모를 '얍삽함'의 이미지가 '치밀함'으로 시선을 바꾸게 되었다.  그저 '이용'만 하는것이 아닌,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과 적이라 할지라도 포용할수 있는 마음가짐, 뛰어난 시스템의 활용등으로 저자에게는 가장 성공한 CEO로 평가받고 있다.  그리고 유비나 손권과는 달리 마지막 생의 끝자락까지 총기가 흐려지지 않고 감정에 치우치지 않아 제대로 된 후계자 양성을 했다는 것 역시 그가 가장 뛰어난 CEO라고 평가받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조조 진영엔 별별 사람이 다 모였다.  무장, 모사, 관료, 문사,,, 그야말로 나라 경영에 필요한 온갖 유형의 인물들이 즐비했다.  조조는 이들의 특성을 잘 알아 필요할 때 귀신같이 골라 썼다.  뿐만 아니라 조조는 인물을 만들어 갔다.  사람의 잠재력을 재빨리 간파하여 적정한 경력 관리를 통해 인재를 육성한 것이다.  - 83쪽.

 

# 솜에 쌓인 강철 - 유비

물려받은 유산도 없다.  집안이 좋거나 빼어난 장수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손으로 시작해 천하의 1/3을 가졌다.  그야말로 지지리궁상일때에도 유비의 근처에는 늘 많은 인재가 모여들었다.  천부적으로 가진 불가사의한 매력으로 심복이 되면 평생을 간다.  정말 타고난 복이다.  유비가 높은 자리에 설수 있었던 것도 그의 주변에 있는 제갈공명, 관우, 장비등 많은 인재들의 덕이 아니었을까.  어쨌거나 그것 역시 그가 가진 오너로서의 역량이랄수 밖에.  말년에 잘못된 고집과 판단이 아니었으면 삼국지의 역사는 어떻게 쓰여졌을까 궁금해진다.

흔히 조조는 천시(天時)를, 손권은 지리(地利)를, 유비는 인화(人和)를 얻었다고 말한다.   조조는 타고난 영명함으로 천하대세를 잘 읽어 편승했고, 손권은 물려받은 인재와 강동의 천험을 적절히 살려 수성을 잘 했으며 유비는 아무 가진 것 없이 인재를 잘 써 큰일을 했다는 비유일 것이다.  -112쪽.

 

# 훌륭한 외교로 성공한 CEO - 손권.

사실 손권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왠지 '줏어먹은' 느낌이 강하다고나 할까.  조조와 유비사이에서 실리적인 외교로 자기것을 지켜가며 약해진 쪽을 노려가며 오나라를 키워나갔다.  조조나 유비와는 달리 승계형 CEO지만 빼어난 역량으로 수성에 성공했다.  또한 부하들의 장점을 부각시켜 신뢰받는 믿음을 심어주고 충고를 잘 받아들이는 뛰어난 용인술로 현명한 지도자였다고 할수 있다.  하지만 역시 유비와 마찬가지로 말년이 되며 총기가 흐려져 멸망까지 이르게 된다.

손권은 몸을 낮추어 굴욕을 참고 재능있는 자에게 일을 맡겨 큰일을 이루어 낸 걸출한 인물이다.  하지만 후계자 문제를 깨끗이 처리하지 못하여 후손과 나라의 안전을 튼튼히 하는데는 실패했다.  -296쪽.

 

단순한 삼국지속의 이야기만 아니라 현시대의 많은 빼어난 경영자들을 실례로 들어 비교한 글들을 함께 읽으며 두배로 즐거웠던 독서가 아니었나 싶다.  삼국지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한번쯤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그리고 이참에 삼국지도 다시한번 읽어보아야 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프리카에서 온 그림엽서
후지와라 아키오 지음, 조양욱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멀고 먼 검은대륙 아프리카.  어릴적만 해도 내게 아프리카는 그저 머나먼 곳에 위치한, 에이즈와 지속되어온 기아, 볼록 나온 배를 가진 아이들, 동물의 왕국.. 떠오르는건 그뿐이었다.  그외에는 별다른 흥미도 불러일으키지 못했던 곳, 그런 아프리카가 언제부턴가 가고싶은 곳으로 변하고 있었다.  아프리카를 다녀온 이들의 책들을 통해 그들의 삶을 알게되고 그들의 아픈 삶을 보며 동정이라고 간단히 표현하기에는 무언가 다른, 그런 감정이었다.

 

이 책은 일본인 저널리스트가 아프리카에서 3년간 지내며 만나온 아프리카를 그리고 있다.  단순한 여행기라던가, 늘 만나던 그저그렇게 아프기만한 아프리카가 아닌, 아프리카의 현실을 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지만 가장 행복지수가 높은 사람들' 이라는 표지의 글이 여태 만나온 책과는 다르다는 느낌에 호기심이 가득 몰려온다.  많은 이야기가 담긴것은 아니지만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아픔도, 기쁨도 전해주고 있었다.

 

# 기묘한 나라로의 여행.

저자가 아프리카에 흥미를 가졌던것은 일본에서 보게된 퓰리처상의 수상을 받았던 아프리카의 사진한장이었다.  눈쌀을 찌푸리게 만든 한장의 사진.  그 사진으로 인해 퓰리처상을 받은 작가는 자살하게 된다.  그 자살의 원인이 그 극적인 사진을 찍고난 후에 받았을 많은 질책으로 인했을거라고 나역시도 상상했지만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것은 '마약'이었다.  '나는 단지 내 사진이 신문에 실리는 게 좋다.  그뿐이다.' 강한 자의식을 가진 그가 마약을 통해 그저 그렇게 '살아만 가고'있는 삶과 '진정한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결국 모든것을 얻었으면서도 모든것을 잃고 만다.  그렇게 마약으로 인한 자아상실로 삶을 망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렇게 책은 시작한다.

 

"사람은 누구나 평등해".  하지만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런 거짓말을 순진무구한 어린아이들에게 하는가?  차별주의자가 되지 않기를,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될 무렵에는 지금보다 평등해졌으면 좋겠다 하는 그런 바람이 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눈앞의 현실에서 고개를 돌린 채, 교과서에 나오는 대로 평등을 외치는 것이 과연 그 아이들의 도덕관과 세계관을 성숙하게 영글게 해줄까? - 38쪽

아프리카에는 정말 수많은 '혼혈'들이 살고 있다.  검은대륙에서 태어나 살아가지만 검지않은 그들.  다이아몬드로 인해 '대영제국'이라고 불리우던 영국에 의한 식민지시대를 겪어오고, 그 이후에도 여러 나라에서 온 이주민들이 생기고.. 수많은 인종들 가운데서도 유독 원주민들이 가장 천대받는 사회.  그들이 겪는 힘에 의한 현실이 그저 안타까웠다. 

 

# 행복의 얼굴.

"'인퀴지티브(inquisitive)'라는 단어를 아십니까?  알고싶어 하고 호기심이 강하다는 뜻인데, 유럽인이나 일본인은 그렇지요.  하지만 우리는 달라요.  세계대전이 일어났을 때도 뉴스는 들려왔습니다.  히틀러의 전쟁이라느니, 일본군이 어쨌다느니 하고... 그래도 여기서는 별 관심을 끌지 못했어요.  우리는 원래 그런 걸 알고싶어 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말입니다.  당신은 어때요?  인퀴지티브한것과 그렇지 않은 것과 어느 쪽이 나을까요?" -116쪽

오랜 세월을 끌어온 '빈곤'.  하지만 그런 삶속에서도 작은것 하나하나가 행복한 이들.  자신을 찍은 사진이 엽서가 되어 팔리고 있음에도 그 사실을 알게되어 오히려 감사하다는 노교사.  그렇게 사진을 사와서 자신의 어린시절을 손자와 증손자에게 항상 보여줄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한다.  아프리카에 온 외국인들은 불과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도 아프리카에 대해 모든것을 간파한다.  나역시도 여러 책을 통해 모든것을 알았다고 생각해왔으니까.  하지만 정작 그속에서 살고있는 그들의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모든것이 뒤엉켜버린다.

 

평생을 광산에서 일하며 노동을 착취당했으리라 여겨 인터뷰를 했던 '마타디'씨는 고개를 저으며 이야기한다.  "노예라니요? 우리는 행복했어요.  난 열심히 일했고, 정말이지 좋은 세월을 보냈다." 며 활짝 웃는 미소를 보며 정말 행복이란 녀석은 남이 느끼는게 아니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 바람처럼 닥쳐온 폭력.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것, 그것은 바람처럼 닥쳐오지, 눈처럼 오지는 않아."  서구의 지배, 수많은 혁명과 폭동, 전쟁등으로 피로 얼룩진 대륙 아프리카.  천천히 내리는 눈처럼 다가오는 것이 아닌 태풍처럼 휘몰아치고 사라지는 아픔의 표현일까.  부족이 다르고 계급이 다르고, 그런것을 떠나서도 무언가 다른것을 찾기위한 수많은 학살의 증오속에서 번져나오는 많은 거짓문화들.  그리고 그런 가운데에서도 버려진 짐승처럼 조용히 살아온 노인의 이야기는 또다른 아프리카의 어두운 아픔을 알려준다.


"당신은 절대로 몰라!  당신이 무얼 알겠어? 이 땅에서 이런 식으로 살아온 우리에 관해 무얼 알아?"  많은 다양한 인종과 국적을 가진 이주민들로 인한 혼혈들로 뒤섞인 나라.  "이토록 기묘한 나라, 이런 곳에서 살면 말이지...." 책을 덮으며 어느샌가 내게도 아프리카는 더 복잡해진 '기묘한 나라'가 되어버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