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과 영혼의 경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오근영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아무 신념도 없이 살면 못쓴다.  열심히 공부하고 남을 배려하고 살다 보면 저절로 여러 가지를 알게 된다.  인간은 그 사람만이 해낼 수 있는 사명이라는 것을 갖고 태어나는 법이다.  누구나 그런 걸 갖고 태어난다는 말이다.  "  -151쪽.

 

책속에서는 내내 '사명' 이란 말이 등장한다.  자신만이 해낼 수 있는, 아니 해내야 하는 것이라고 해야 할까.  사람들마다 각각의 해야할 의무일지도 모르는 자신의 삶의 이유라고 해야 할까.  그저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대로 삶을 내맡기는 것이 아닌, 그렇게 자신만의 확고한 목표와 의지를 가지고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사명과 영혼의 경계' 에서는 '추리'라는 느낌보다는 그가 늘 말하고픈 여러가지 사회적 문제등이 더 강하게 부각되고 있다.  살인범은 아니지만 범인이 있고, 미리 누구인지도 친절하게 알려준다.  몇번의 반전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하지만 몇겹의 복선도 깔려있다.  희생자라던가,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수술의 비밀이라던가 말이다.

 

정말 어이없다고 밖에는 할 수 없는 아쉬운 죽음으로 비롯된 살인계획, 그 속에 얽힌 주인공 유키의 의사로서의 삶을 택하게 된 계기와 오해, 그리고 진실등이 맞물려 늘 그의 책에서 느껴지는 사람들의 아픔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씁쓸함 보다는 감동이 조금 더 깊이 담겨있다.

 

내가 가진 사명은 무엇일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내가 가진 양심은 어떤 것일까,,, 책을 읽으며 내내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책-사명과 영혼의 경계.  어찌보면 히가시노 게이고는 추리소설 작가를 가장한 가슴을 울리는 멜로작가가 아닐까 하며 피식 웃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작은 아씨들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18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김양미 옮김 / 인디고(글담)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너무도 오랫만에 다시 만난 고전-작은 아씨들.  워낙에 오래전에 읽어서인지 새로이 읽는 도중에도 그다지 내용은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작은 소녀들의 성장이야기였다는 정도밖에는.  그렇게 오랜시간이 흐른후 다시 만나게된 작은 아씨들은 새로운 감동을 내게 안겨주었다.

 

아마, 오래전 읽었음에도 내용이 기억에 남지 않았던 것은 어렸을적에 읽었을때는 지루함을 느껴서가 아니었을까 싶다.  소녀들의 시선에서 그려진 4명의 자매들의 성장이야기는 같은 소녀의 마음일때가 아닌, 어른이 된 지금에서야 더 잔잔하게 가슴을 울려준다.

 

열여섯 살의 장녀인 아름다운 마가렛, 열다섯 살의 남자같은 악동소녀 조세핀, 수줍음 많은 천사같은 열세살 소녀 엘리자베스, 작은 꼬마숙녀 막내 에이미.. 이렇게 네명이 펼쳐내는 23개의 테마속 이야기에서 그들은 조금씩 조금씩 아름다워지는 외모만큼이나 아름다운 마음씨로 성숙해져간다.

 

아이들의 눈으로 그려진 책이라서인지 조금은 쌩뚱맞고, 그러면서도 유쾌하고, 때로는 감동을 안겨주는 작은 아씨들은 잔잔한 파스텔톤의 일러스트와 함께 그 감동을 더해주고 있다.  아이시절에는 몰랐을 작은 행복과 소중함을 어른이 된 지금에서야 일깨워주는 책, 그래서 명작은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고 사랑을 받는것이 아닐까.

 

손을 펼친 크기만한 자그마한 책이지만 500여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이야기들이 자리잡고 있다보니 꽤 오랜 시간을 걸려 읽었음에도 하나하나 색다른 테마를 풀어주는 이야기속에서 내가 느낀 감동을 언젠가 시간이 흘러 내 아이들도 같은 마음으로 찾아볼 수 있다면 좋겠다며 잠시 미소지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야생초차 - 산과 들을 마신다
이용성 지음 / 시골생활(도솔)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산과 들을 마신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산속에서, 혹은 시골의 들판에서 만날수 있는 야생초들로 만들어낸 향긋한 차를 마신다는 것은 그것들이 자라난 곳의 공기를 마시듯, 산과 들을 향기롭게 만날수 있는 것이 아닐까.

 

늘 따스한 차를 좋아하는 터라 집에는 항상 홍차, 커피, 그리고 여러가지 차들이 있음에도 백화점같은 큰 매장을 갈때면 늘 차코너에 들러 어떤 새로운 맛이 있을까 하며 바라보곤 한다.  무언가 괜시리 향기로움이 느껴지는 차류가 있으면 골라내어 즐거워하며 돌아오곤 한다.  책을 읽으며, 아니면 그저 창가에서 햇볕을 쐬며 따스하고 향기로운 차 한잔을 마실때면 단순히 차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행복을 마시는 느낌이다.

 

시골에 있을때는 민들레를 캐어 차를 우려내어 마신적이 있다.  목이 약한터라 임파선이나 기관지에 좋다는 말을 들어 자주 우려내어 마시곤 했다.  가끔은 어머니가 데쳐서 나물로 해주시기도 하고.  그리고 흔하게 길에서 볼수 있는 질경이나 냉이 역시 자주 만날수 있는 나물중의 하나였다.  그렇게 관심이 있던것이다보니 이번에 출간된 '야생초 차'가 궁금할 수 밖에.

 

그저 단순히 '이것으로 차를 만들면 무엇에 좋다.' 라는 글이 아닌 저자의 삶과 생각이 담겨있는 책은 생각외로 많은것을 안겨다 준다.  재료를 채취하고, 차를 만들기까지의 다듬고, 찌거나 덖고, 혹은 데치고.  그리고 말리기 까지.  그 속에 단순히 순서만의 나열이 아닌 마음을 담아 재료를 만나는 이야기가 펼쳐져있다.  그저 흔하게 볼 수 있는 잡초들일지라도 고맙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대하는 자연에 대한 고마움이랄까.

 

작은 것 하나하나에서 행복을 느끼고 고마워하는 저자의 글을 읽으며 나역시 그저 쉽게 밟고 지나쳤던 아이들을 이번 봄이 되면 다른 느낌으로 만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어서 따스한 봄이 되어 냉이, 토끼풀, 진달래등.. 가깝고 쉽게 찾을 수 있는 향기로움을 담아내고 싶다.

 

 

네잎클로버는 원칙적으로 보면 기형이다.   클로버 잎이 한참 싹을 틔울 때 사람이나 동물이 어린 클로버 잎을 밟아 싹에 상처가 생기면 그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잎이 하나 더 돋아 네 잎이 되는 거라고 한다.  그래서 네잎클로버는 보통 사람이나 동물의 왕래가 잦은 곳에서 무리 지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6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레종 데트르 - 쿨한 남자 김갑수의 종횡무진 독서 오디세이
김갑수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펼쳐 읽어가며 처음 든 생각은 '이 남자 말 잘하네..' 였다.  책속 중간중간 숨어있는 유머도 그렇고, 글을 참 재미나게 썼다는 생각이었다.  같은 내용의 같은 말을 해도 이렇게 술술 재미나게 읽히는 책이 있고 그렇지 않은 책이 있다.  기왕이면 이해안되는 이야기라도 재밋는 쪽이 더 낫지 않을까.

티비도, 라디오도 잘 보지 않다보니 저자에 대해서는 사실 문외한이라고 할 수 밖에.  이러이러한 프로그램들의 진행을 맡고 있다는 글을 보며 아항~ 하며 감탄사가 잠시 흘러나온다.  늘 책을 보고,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책에 관한 글을 쓰는.. 그리고 음악을 좋아하는 이의 책 이야기에 빠져본다.

# 성교
대뜸 첫번째 테마로 나오는 것이 '성교' 이다.  피식 하고 웃음이 흘러나온다.  이 사람 참 재밋네 하는 생각과 함께.  테마는 성교이지만 그 주제는 '사랑'이 아닐까.  늘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고싶어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소유욕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결론은 역시 '섹스'로 끝이 난다.  "스스로 원해서 상대와 '하는 섹스' 는 당당하고 인격적이며 그럴 때 비로소 섹스는 당당한 즐거움이 된다 " 라고 말하는 홍성욱의 메세지를 읽으며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녹녹한 것이 아니지..' 라며 잠시 투덜대어 본다.

#시와 멜로디, 그렇게 재미나는 세상.
" '이 세상에 유보시킬 행복은 없다. '  좋아하는 일은 딸라 빚을 내든 신체포기 각서를 쓰든 '지금 당장' 해야한다. "  사춘기 시절과 첫사랑을 하던 풋풋할때를 지나서는 거의 들여다보지 않는것이 '시집' 이다.  살아가며, 나이가 먹어가며 아름다운 시에 빠져들기에는 너무 세상의 때가 많이 묻은 탓일까.   그렇게 조금은 낯설어져버린 시와, 음악이야기를 들려주며 그렇게 재미나는 세상에 관해 이야기를 들려준다.  뭐, 시를 멀리해도 내겐 세상이 즐거우면 되는것이 아닐까 하며 또 한번 스스로 위안을 삼아본다.


# 그리고 소설.
드디어 조금은 친밀하게 느껴지는 소설이다.  그러나 이게 웬걸.. 내가 거의 읽어보지 않은 작품들이 가득이다.  또 한번 한국작가에 관한 내 멀리함을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책을 읽으며 내내 떠오르는 생각은 '내가 참으로 한국 작가들의 책을 읽지 않는구나' 였다.  인문이나 에세이류가 아닌 단순한 소설부분은 거의 읽지 않는다.  선뜻 손이 가지 않는 탓에 결국은 10여년전 이후로 우리나라 소설은 겨우 세권여정도에 그쳐버렸다.  조금은 미안해지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소개된 일본 소설의 경우에도 역시나 마찬가지였지만.

# 영혼, 사람들.  그리고 진실 or 거짓말.
"좋은 말, 훌륭한 말씀들이 흘러넘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신문의 숱한 칼럼들에도 고귀한 말씀들은 차고 넘친다.  그토록 좋은 말들을 많이 하는데 왜 이토록 세상은 변함이 없을까.  "  그러게 말이다.  하며 같은 소리를 내보지만 나역시나 수많은 책을 읽고 새겨듣지만 책속의 고운 이야기들을 그다지 잘 지키며 살아가는 것 같지는 않다.  또 한번 느끼는 것.  '도대체 뭘 보는거냐'.  그렇지만 이렇게 책속에 적혀있는 좋은 글귀들을 읽어가며, 밑줄을 쳐가며 또한번 가슴에 새겨넣는다.  '그래 한번 해 보는거야' 라며.

# 그리고 그외의 이야기들.
이런저런 테마들을 마치며 결국은 '한국 까발리기' 까지 도착했다.  나 역시도 같은 행동을 하는, 변함없는 한국인이기에 살짝 부끄러움이 깃드는 글들도 있기에 씁쓸한 기분이 생겨난다.  하지만 그래봤자 아마 책을 덮고 나면 잊어버리겠지만.  일본왜곡에 관한 이야기로 맺어지는 마지막을 보며 조금은 답답해지는 마음으로 끝남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책 첫머리의 저자의 말에도 적어놓았듯 "'여기 언급한 책들을 읽으시오' 하는 권고의 목적으로 펴내는 것도 아니다. " 라는 말처럼 궂이 읽어보고 싶은 생각은 없다.  어짜피 나와는 다른 취향, 다른 생각으로 좋아하는 장르나 작가가 다르니까.  그냥 '아 세상엔 참으로 많은 책이 있구나' 를 다시한번 실감하게 되더라.  짧은 책 소개, 혹은 줄거리를 통해 만나본 많은 책 이야기들과 저자의 이야기속에서 기억에 담고 싶은 책은 없지만 그냥 재밋는 책한권 읽은 기분만으로도 나쁘진 않은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프리카 미술기행 - 인간과 예술의 원형을 찾아서
편완식 지음 / 예담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너무나도 아름다운 땅, 가진것이 너무 많아 슬픈,,, 그래서 아픈 대륙 아프리카.  내게 아프리카는 그렇게 슬픔과 아픔이 가득한 곳이다.  검은 피부때문에, 그들이 가진 천혜의 자원때문에 늘 강대국에 희생되고, 계속되는 내전과 기아, 각종 질병등 아픔만을 안겨주는 곳이었다.  꼭 가보고 싶은 땅 이집트 만큼이나 밟고 싶은 땅 아프리카를 이번엔 이 책을 통해 아름다움만으로만 채워져있는 아프리카를 만나본다.

 

아프리카를 바라보면 달리 멋진 사진이나 그림, 음악이 없어도 그저 그렇게 그 모습자체로도 아름다운 예술작품임을 느끼곤 한다.  자연과 어우러진 원색의 조화와, 그저 붉은 사막만으로도 아름다운 땅 아프리카에서의 미술기행은 또다른 아프리카의 맛을 느끼게 해준다.  미술부 기자의 몸으로 두명의 화가와 함께 배낭과 화구를 짊어지고 길을 떠난 저자와 함께 만나본 아프리카의 예술은 그저 감탄이 흘러나올 뿐이다.

 

"아프리카 하면 더럽고 가난한 줄만 알았는데 이런 예술품을 만든 것을 보니 아프리카 사람들은 마음이 부자라고. " 우리는 그동안 아프리카의 절망적인 모습에 너무 익숙해져 있는 것은 아닐까.  희망의 시각이 희망을 만들기 마련이다.  -227쪽.

인간에 대한 사랑을 가르치는 땅이라는 아프리카.  여전히 그 많은 자원으로 아픔을 겪고있는 대륙이지만 그들의 작품 하나하나에는 인간의 영혼이 담겨져 있다.  문명의 발달과는 거리가 멀다하여 미개하고 아둔한 민족이라고 업신여겼을 그들의 작품에는 무한한 상상력이 숨쉬고 있음을 느낄수 있다. 

 

미술에 무지한 나로서도 그들의 강렬한 색감과 그것들이 가져다주는 마력에 흠뻑 빠져들게 만든다.  여러 조각등의 공예품과 화폭에 담겨있는 한장한장의 그림들속에서는 아픔은 전혀 느낄수 없었다.  그저 자연과 아름다움만이 가득하다.  초원위의 바람같은 음악과 함께 그려진 그들의 색은 진정한 평화가 아닐까.

 

얼마전 티비에서 중국의 미술에 관해 다루어진 다큐를 본적이 있다.  그들처럼 아프리카 역시 많은 재능을 가진 젊은 인재들이 아직은 상업적인 목적으로 들어와있는 많은 강대국들의 갤러리에서 그저 '생산'을 해낼 뿐이지만 조금씩 그들이 날개를 펼쳐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내는 진정한 작가들도 태어날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문자가 인간의 의식을 가둔다는 점에서 문자가 없다는 것은 오히려 상상력을 자유롭게 풀어놓을 수 있는 토양이 되었다.  방목된 상상력은 무의식의 세계와도 경계를 넘나든다.  언어가 없으니 미개하고 사유의 폭이 좁을 것이라는 생각은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  현대 미술이 문자를 해체하는 이유다.  -1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