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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레종 데트르 - 쿨한 남자 김갑수의 종횡무진 독서 오디세이
김갑수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9월
평점 :
책을 펼쳐 읽어가며 처음 든 생각은 '이 남자 말 잘하네..' 였다. 책속 중간중간 숨어있는 유머도 그렇고, 글을 참 재미나게 썼다는 생각이었다. 같은 내용의 같은 말을 해도 이렇게 술술 재미나게 읽히는 책이 있고 그렇지 않은 책이 있다. 기왕이면 이해안되는 이야기라도 재밋는 쪽이 더 낫지 않을까.
티비도, 라디오도 잘 보지 않다보니 저자에 대해서는 사실 문외한이라고 할 수 밖에. 이러이러한 프로그램들의 진행을 맡고 있다는 글을 보며 아항~ 하며 감탄사가 잠시 흘러나온다. 늘 책을 보고,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책에 관한 글을 쓰는.. 그리고 음악을 좋아하는 이의 책 이야기에 빠져본다.
# 성교
대뜸 첫번째 테마로 나오는 것이 '성교' 이다. 피식 하고 웃음이 흘러나온다. 이 사람 참 재밋네 하는 생각과 함께. 테마는 성교이지만 그 주제는 '사랑'이 아닐까. 늘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고싶어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소유욕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결론은 역시 '섹스'로 끝이 난다. "스스로 원해서 상대와 '하는 섹스' 는 당당하고 인격적이며 그럴 때 비로소 섹스는 당당한 즐거움이 된다 " 라고 말하는 홍성욱의 메세지를 읽으며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녹녹한 것이 아니지..' 라며 잠시 투덜대어 본다.
#시와 멜로디, 그렇게 재미나는 세상.
" '이 세상에 유보시킬 행복은 없다. ' 좋아하는 일은 딸라 빚을 내든 신체포기 각서를 쓰든 '지금 당장' 해야한다. " 사춘기 시절과 첫사랑을 하던 풋풋할때를 지나서는 거의 들여다보지 않는것이 '시집' 이다. 살아가며, 나이가 먹어가며 아름다운 시에 빠져들기에는 너무 세상의 때가 많이 묻은 탓일까. 그렇게 조금은 낯설어져버린 시와, 음악이야기를 들려주며 그렇게 재미나는 세상에 관해 이야기를 들려준다. 뭐, 시를 멀리해도 내겐 세상이 즐거우면 되는것이 아닐까 하며 또 한번 스스로 위안을 삼아본다.
# 그리고 소설.
드디어 조금은 친밀하게 느껴지는 소설이다. 그러나 이게 웬걸.. 내가 거의 읽어보지 않은 작품들이 가득이다. 또 한번 한국작가에 관한 내 멀리함을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책을 읽으며 내내 떠오르는 생각은 '내가 참으로 한국 작가들의 책을 읽지 않는구나' 였다. 인문이나 에세이류가 아닌 단순한 소설부분은 거의 읽지 않는다. 선뜻 손이 가지 않는 탓에 결국은 10여년전 이후로 우리나라 소설은 겨우 세권여정도에 그쳐버렸다. 조금은 미안해지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소개된 일본 소설의 경우에도 역시나 마찬가지였지만.
# 영혼, 사람들. 그리고 진실 or 거짓말.
"좋은 말, 훌륭한 말씀들이 흘러넘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신문의 숱한 칼럼들에도 고귀한 말씀들은 차고 넘친다. 그토록 좋은 말들을 많이 하는데 왜 이토록 세상은 변함이 없을까. " 그러게 말이다. 하며 같은 소리를 내보지만 나역시나 수많은 책을 읽고 새겨듣지만 책속의 고운 이야기들을 그다지 잘 지키며 살아가는 것 같지는 않다. 또 한번 느끼는 것. '도대체 뭘 보는거냐'. 그렇지만 이렇게 책속에 적혀있는 좋은 글귀들을 읽어가며, 밑줄을 쳐가며 또한번 가슴에 새겨넣는다. '그래 한번 해 보는거야' 라며.
# 그리고 그외의 이야기들.
이런저런 테마들을 마치며 결국은 '한국 까발리기' 까지 도착했다. 나 역시도 같은 행동을 하는, 변함없는 한국인이기에 살짝 부끄러움이 깃드는 글들도 있기에 씁쓸한 기분이 생겨난다. 하지만 그래봤자 아마 책을 덮고 나면 잊어버리겠지만. 일본왜곡에 관한 이야기로 맺어지는 마지막을 보며 조금은 답답해지는 마음으로 끝남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책 첫머리의 저자의 말에도 적어놓았듯 "'여기 언급한 책들을 읽으시오' 하는 권고의 목적으로 펴내는 것도 아니다. " 라는 말처럼 궂이 읽어보고 싶은 생각은 없다. 어짜피 나와는 다른 취향, 다른 생각으로 좋아하는 장르나 작가가 다르니까. 그냥 '아 세상엔 참으로 많은 책이 있구나' 를 다시한번 실감하게 되더라. 짧은 책 소개, 혹은 줄거리를 통해 만나본 많은 책 이야기들과 저자의 이야기속에서 기억에 담고 싶은 책은 없지만 그냥 재밋는 책한권 읽은 기분만으로도 나쁘진 않은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