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생각이 든다.
오랜 상자를 열면, 그 상자에서 나오는 공기는 과연 얼마나 된 공기일까.
혹시 10년전 어떤 춥고 가슴마저 얼어붙던 날, 울며 닫던 상자에는 그 슬픔이 숨이 아직 남아있을까,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지만 차곡차곡 모아두며 생글대던 그 어릴적 기쁨의 숨은 그 물건들과 계속 같이 있어 주었을까.
많은 것을 치우고 옮기고 열고 나서야, 나는 오래된 숨을 만나게 된다.
어떤 것은 십수년을 숨쉬고 있었고,
어떤 것은 이십년을 숨쉬고 있었다.
그 오랜 것들에 빛을 쏘이자
그들은 오래된 숨을 쉬며 하늘로 뛰어올라 내 눈위에 가만히 가라앉았다.
그냥 벽에 기대서 고요하고 적막한 밤을 보내고 싶은,
아니 그냥 어떤 것도 필요없이 벌판에 누워 수없는 별빛앞에 온 몸을 드러내다가
꼬박, 밝은 날만을 기다리고 싶은 순간이다.
아, 전화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