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생각이 든다. 

오랜 상자를 열면, 그 상자에서 나오는 공기는 과연 얼마나 된 공기일까. 

혹시 10년전 어떤 춥고 가슴마저 얼어붙던 날, 울며 닫던 상자에는 그 슬픔이 숨이 아직 남아있을까,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지만 차곡차곡 모아두며 생글대던 그 어릴적 기쁨의 숨은 그 물건들과 계속 같이 있어 주었을까. 

많은 것을 치우고 옮기고 열고 나서야, 나는 오래된 숨을 만나게 된다.

어떤 것은 십수년을 숨쉬고 있었고, 

어떤 것은 이십년을 숨쉬고 있었다. 

 

그 오랜 것들에 빛을 쏘이자  

그들은 오래된 숨을 쉬며 하늘로 뛰어올라 내 눈위에 가만히 가라앉았다.  

 

그냥 벽에 기대서 고요하고 적막한 밤을 보내고 싶은, 

아니 그냥 어떤 것도 필요없이 벌판에 누워 수없는 별빛앞에 온 몸을 드러내다가 

꼬박, 밝은 날만을 기다리고 싶은 순간이다.  

 

아, 전화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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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4 02: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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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6 10: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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