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처한 클래식 수업 3 - 바흐, 세상을 품은 예술의 수도사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3
민은기 지음, 강한 그림 / 사회평론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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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은기 교수의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3]을 읽었다. 이번 호는 ‘바흐, 세상을 품은 예술의 수도사’에 대한 이야기이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음악의 아버지라는 칭호가 붙은, 이름은 당연히 들어봤지만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몰랐던, 하지만 너무나도 유명한 곡들이 많아서 들어보면 ‘아 이게 바흐가 만든 곡이구나’라고 무릎을 치게 되는. 바흐의 일대기를 그리며 그가 작곡한 곡들을 설명한 내용을 읽다보니, 그가 만든 곡이 이렇게 오랜 시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생전에 뛰어난 오르가니스트이자 작곡자로 명성을 떨친 바흐는 독일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주로 작은 도시에서 활동하다 생을 마감했다. 마지막에 눈병을 고치기 위해 돌팔이의 치료를 받고 얼마후 죽게되었다는 내용을 읽으며 안타까우면서도 인간 모두가 유한한 존재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외국에서 어학원을 다닐 때 선생님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오랜시간 다양한 국적의 많은 학생들을 지도하며 어학을 습득하는 능력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천부적으로 타고나서 보통 사람보다 금방 외국어를 습득하지만 이런 류의 사람들은 아주 소수에 불과하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실히 노력하지 않으면 외국어를 배우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천부적으로 언어적 재능을 타고난 사람들은 안타깝게도 게으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외국어를 처음 배울때부터 남들보다 몇 발자국은 앞서가고 있으니 중반에 이르러서는 문법이 틀린 말을 구사할 때가 많게 되고 종국에 가서는 언어에 대한 재능이 부족해도 성실히 공부한 이들보다 말을 더 못하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고 한다. 그런데 아주 가끔 천부적 능력을 타고난 이들이 심지어 성실하기까지 한 경우가 있다고 한다. 사실 이런 이들은 하늘이 내린 사람으로 보통 사람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그들을 따라갈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천재적인 능력과 부단한 성실함을 가진 사람은 극히 희박하고 만일 이런 능력을 가진 이들을 만나게 된다면 그건 아주 큰 축복이라고 말하던 내용이 떠오른다. 

아마도 바흐가 이런 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음악적 재능을 풍부히 받은 집안에서 태어나 한 평생 새로운 음악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며 누구보다도 성실히 수많은 완전한 곡들을 만들어내려 부단히 노력한 바흐. 분명 그가 한 평생 너무나도 진실한 자세로 음악을 마주했기에, 100년이 지난 후 멘델스존에 의해서 바흐의 수난곡이 다시 명성을 되찾게 되고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그의 음악이 들려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어학 선생님의 말처럼 이런 천재적인 성실함을 가진 이가 남겨준 음악적 유산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큰 선물이 아닐까 싶다. 

“바흐는 천년 교회음악의 전통을 지키면서도, 그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던 혁신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음악을 꾸준히 만들어냈어요.(31)”
“심지어 가톨릭이든 루터교든 옛날 예배는 지금보다 훨씬 길었어요. 똑같이 정식으로 따라 하면 무려 네 시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옛날에 예배를 견디는 거라고 느낀 신도는 별로 없었어요. 자신이 당시 사람이라고 상상해보세요. 다시 강조하건대 옛날 사람들에게 예배란 신앙 생활인 동시에 엔터테인먼트였습니다. 사제가 베푸는 설교부터 합창단의 고운 노랫소리, 압도적으로 울리는 오르간 음악, 교회라는 거대한 공간까지, 모든 것이 평소의 시시한 일상과는 다른 흥미진진한 체험이었을 거예요. 일주일 내내 그 예배를 기다려왔을텐데 네 시간이 대수였겠어요?(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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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클래식 수업 3 - 바흐, 세상을 품은 예술의 수도사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3
민은기 지음, 강한 그림 / 사회평론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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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여름 2020 소설 보다
강화길.서이제.임솔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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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여름 2020]을 읽었다. 수록작으로는 강화길 작가의 [가원], 서이제 작가의 [0%를 향하여], 임솔아 작가의 [희고 둥근 부분] 이렇게 세 단편이다. [가원]에는 주인공 연정의 할아버지 박윤보에 대한 소개로 시작한다. 치과 개업을 앞둔 연정은 사회적 성공을 이루었고 그 바탕에는 악착같은 할머니의 지독한 참견과 혹독한 관리가 있었다. 그에 반해 할아버지 박윤보는 그야말로 한량에 가까운 일생 제대로 된 일이 없이 연정에게 너그러운 모습만 보이다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연정은 자신의 유년 시절에 한없는 자유의 공간을 열어준 할아버지를 사랑하며 동시에 이렇게 사회적 성공을 이룰 수 있도록 조력한 매정한 할머니에 대한 애정도 있다. 연정은 무책임하고 자신밖에 몰랐던 할아버지가 그렇게 자상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사실 박윤보는 나의 인생, 나의 삶, 나의 미래를 자신의 무엇만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 그래서 나의 웃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둘 수 있었던 거라는 것.(39)”
누군가를 정말로 아끼고 사랑해서 그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면, 그의 자유를 제한할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래서 오히려 미움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언제나 뒤늦게 깨닫게 된다. 자유를 제한하고 규칙을 종용하는 교육이 창의성을 헤친다는 새로운 가설을 따르게 되면 때로는 방종과 자유의 책임을 혼동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기도 한다. 

[0%를 향하여]는 독립영화를 만드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상업적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의 뜻이 담긴 독립영화들은 상영관을 찾지 못하거나 관람객들이 없어 상영작에 올랐다가도 금방 내려지는 현실. 언제부터인지 더 이상의 관객을 유치할 수 없는 한계점에 다다르게 되었고, 그나마 독립영화제에서 수상한 감독은 상업영화 감독으로 투자받을 수 있다는 공식 또한 깨져버린 현실임에도 영화를 놓지 않고 영화에 삶을 건 이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저자는 아마도 그 이유를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는 듯하다. 
“고등학생 때, 아빠가 나중에 어떤 영화 만들고 싶으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당시 저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는 사건이 병렬식으로 조합되어 하나의 테마를 이루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어요. 그때의 저는 사건이 다른 사건을 불러오는 방식으로 삶이 전개된다고 느끼지 않았던 것 같아요. 파편적인 사건들 속에서 갑자기 깨닫는 순간이 있었거든요.(119)”
결과론적인 삶을 지향한다면 분명 실패가 뻔한 확률이 낮은 일에 결코 배팅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뻔해보이는 결과를 예측하면서도 우리는 불확실한 미래에, 백만분의 일의 확률에 내 모든걸 걸기도 한다.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라 그 과정을 이루어가는 ‘나’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말이다.  

[희고 둥근 부분]에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 진영, 민채, 이모, 인숙이 등장한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갑작스런 사고로 넘어지면서 밑에 깔린 사람 위에 업어지게 된 민채는 맨 아래에 있는 사람이 눈을 감게 되는 모습을 보며 죄책감에 사로잡혀 스스로에게 상처를 입히게 된다. 그리고 진영은 민채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그 또한 미주신경성 실신이라는 증상을 경험한다. 
“민채야말로 자신의 회복을 간절히 바랐을지 모른다고, 진영은 이제야 민채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민채는 망각이 아닌 처벌을 통해서만 자신이 회복할 수 있다고 여겼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무도 자신을 처벌할 리 없었으므로. 자해를 통해 해결하려 했을 수도 있다. 그러다 자신의 죄책감을 짊어질 타인이 필요해졌고 처벌 가능한 타자를 만들어내기에 이른 것일지도 모른다.(144)”

고등학생 때, 아빠가 나중에 어떤 영화 만들고 싶으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어요. 당시 저는 아무런관련이 없어 보이는 사건이 병렬식으로 조합되어하나의 테마를 이루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어요. 그때의 저는 사건이 다른 사건을 불러오는 방식으로 삶이 전개된다고 느끼지 않았던 것 같아요. 파편적인 사건들 속에서 갑자기 깨닫는 순간이 있었거든요. 그때는 소비에트 몽타주 학파가뭔지,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이 누군지도 몰랐습니다. 대학 졸업할 무렵, 시인이 꿈이었다는 영화과 선배가 저에게 어떤 소설을 쓸 거냐고 질문한적이었는데, 그때도 비슷한 말을 했던 것 같아요.
어릴 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하나 없다는 생각이들기도 하고요.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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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여름 2020 소설 보다
강화길.서이제.임솔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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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안다. 사실 박윤보는 나의 인생, 나의 삶, 나의 미래‘
를 자신의 무엇만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거라는것. 그래서 나의 웃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둘 수있었던 거라는 것.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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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
박유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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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리 작가의 [은희]를 읽었다. 마지막 장 ‘은희의 기억’을 읽으며 먹먹해지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슬픔이 밀려온다. 그냥 작가의 막연한 상상 속에 그려진 이야기였다면 차라리 좋을텐데... 불과 30여년 전에 벌어진 끔찍한 일을 우리는 아직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이 사건의 진실을 제대로 봐 달라고 목놓아 소리쳐도 우리는 먹고 살기가 바쁘다는 이유로 아주 잠깐의 시간만 그들에게 내어 줄 뿐 원래 있던 나의 자리로 돌아가버리곤 했다. 12년 동안 513명의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강제수용소를 운영했던 이에게 불과 2년 6개월 형의 벌 밖에 내리지 못했던 지난 과거의 추악한 민낯은 오늘날의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건 단순히 한 개인의 일탈과 잘못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고. 

“국가의 용인과 경찰의 협조 아래 대대적으로 감행된 전대미문의 유괴 사업이자 인권유린 사태. 그러나 형제복지원의 실상이 세상에 드러났을 때 우리 사회가 측량할 수 있는 인권과 존엄의 기준은 고작해야 그 정도였다. 그로부터 30년이 넘은 지금, [은희]는 우리에게 질문한다. 이제 우리 사회는 이토록 참혹한 사건에 대해 무엇을 더 질문하고 어떤 죗값을 더 요구할 수 있을까. [은희]는 과거의 사실을 재구성하지만 결코 지나간 이야기의 복원은 아니다. - 박혜진(문학평론가) 281”

“누구에게나 그림자처럼 결코 자를 수 없는 기억이 있다. 어둠이 내리고 뒤돌아보면 언제 왔는지 모르게 나를 따라다는 기억들이다. 지나간 시간의 문을 열고 묵묵히 걸어가는 그들과 함께, 지금 이 소설을 읽고 있을 누군가도 저마다의 기억의 방에서 나와 한 걸음 걷기를.(278)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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