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
박유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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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리 작가의 [은희]를 읽었다. 마지막 장 ‘은희의 기억’을 읽으며 먹먹해지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슬픔이 밀려온다. 그냥 작가의 막연한 상상 속에 그려진 이야기였다면 차라리 좋을텐데... 불과 30여년 전에 벌어진 끔찍한 일을 우리는 아직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이 사건의 진실을 제대로 봐 달라고 목놓아 소리쳐도 우리는 먹고 살기가 바쁘다는 이유로 아주 잠깐의 시간만 그들에게 내어 줄 뿐 원래 있던 나의 자리로 돌아가버리곤 했다. 12년 동안 513명의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강제수용소를 운영했던 이에게 불과 2년 6개월 형의 벌 밖에 내리지 못했던 지난 과거의 추악한 민낯은 오늘날의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건 단순히 한 개인의 일탈과 잘못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고. 

“국가의 용인과 경찰의 협조 아래 대대적으로 감행된 전대미문의 유괴 사업이자 인권유린 사태. 그러나 형제복지원의 실상이 세상에 드러났을 때 우리 사회가 측량할 수 있는 인권과 존엄의 기준은 고작해야 그 정도였다. 그로부터 30년이 넘은 지금, [은희]는 우리에게 질문한다. 이제 우리 사회는 이토록 참혹한 사건에 대해 무엇을 더 질문하고 어떤 죗값을 더 요구할 수 있을까. [은희]는 과거의 사실을 재구성하지만 결코 지나간 이야기의 복원은 아니다. - 박혜진(문학평론가) 281”

“누구에게나 그림자처럼 결코 자를 수 없는 기억이 있다. 어둠이 내리고 뒤돌아보면 언제 왔는지 모르게 나를 따라다는 기억들이다. 지나간 시간의 문을 열고 묵묵히 걸어가는 그들과 함께, 지금 이 소설을 읽고 있을 누군가도 저마다의 기억의 방에서 나와 한 걸음 걷기를.(278)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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