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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자영업자입니다
이인애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6월
평점 :
이인애 작가의 [안녕하세요, 자영업자입니다]를 읽었다. 브런치북 9회 대상 수상작이다. 코로나 19 발생 이후에 팬데믹과 관련된 여러 편의 소설들이 나왔는데, 이번 소설처럼 우리나라의 현실을 밑낯처럼 드러낸 작품은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정부의 방역 정책으로 결정된 여러 가지 규정들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자영업자들의 이야기를 담았기에 읽는 내내 가슴이 아려왔다. 뉴스에서 방역 단계를 재조정할 때마다 언급되었던 자영업자들의 고충을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담아내었기에 그동안 수많은 자영업자 분들이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식당이나 카페에 들어갈 때마다 고작 QR코드를 찍는 것을 귀찮아하고 행여나 마스크를 제대로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언짢아졌던 기억들이 떠올려 몹시도 부끄러워졌다. 이렇게나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기 어렵다니, 이렇게나 사람이 이기적일 수 있다니. 소설 속에서 스터디 카페를 운영하는 대한을 비롯한 다른 업종의 사장님들을 힘들게 했던 손님은 특정한 소수의 진상이 아니라, 어쩌면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느 순간에 나 또한 그런 몰지각한 손님은 아니었을까 되돌아보게 된다.
주인공 이대한은 8년 동안 일했던 회사에서 권고 사직을 하고 자영업의 길을 가기로 결심한다. 아버지가 IMF 시기 하던 사업이 망해 오랜 시간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대한은 번듯한 직장에 취업해 부모님을 뿌듯하게 한 장한 아들이었다. 비록 대출을 많이 받기는 했으나 18평 짜리 아파트도 얻었고 할부가 끝난 차도 있는 퇴직금 5천만원이 전부이 30대 미혼 남자였다. 대한은 어떤 업종을 선택할 것인가 시장조사와 더불어 임대할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하다, 관리비가 많이 들지 않는 어느 건물의 3층에 스터디 카페를 하기로 결심한다. 대한의 퇴사와 더불어 시작된 스터디 카페를 개업하는 과정은 읽는 내내 독자인 나마저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 정도로 위태롭게 느껴졌다. 임대 계약을 맺은 순간부터 카운팅되는 월세에 대한 압박과 더불어 스터디 카페 인테리어를 위해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를 물가에 내놓은 것처럼 순식간에 호갱님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은 세상이 왜 이러 각박한 것일까란 순진한 생각마저 철없는 것으로 느껴지게 만들었다. 똑바로 정신차리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 눈탱이 맞고 거리에 나앉게 될지도 모른다는 압박감은 대한에게 극도의 스트레스를 주어 결국은 정신과 상담을 받게 만든다.
대한은 병원에서 상담을 받으며 의사로부터 치료를 위한 과제로 주변의 또 다른 자영업자 사장님들을 인터뷰 해서 블로그에 글을 작성해보라는 권유를 받게 된다. 이후 대한은 가까운 횟집 사장님부터 양장점, 미장원, 백반집, 카페, 치킨집 사장님들을 만나 그들이 이 영업장을 시작한 계기와 코로나로 인해 겪는 어려움과 각 영업장만이 갖고 있는 특징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대한이 인터뷰한 영업장들은 사실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구성원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일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원하는 삶의 터전의 환경적 요소 중의 하나가 바로 이렇게 편의시설이 가깝고 잘 정비된 소위 인프라가 잘 조성된 곳을 말한다. 하지만 그렇게 매일 습관적으로 이러한 영업장들을 드나들었으면서도 정부의 자영업자 보상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다. 소설 속에서 올해 들어 자영업자들에게 500만원의 손실보상금을 지급한다는 기사가 나오자, 횟집의 손님 중 누군가가 마치 들으라는 듯이 자기들이 낸 세금으로 지원금 받으니까 좋냐고 비아냥거리며 자기도 500만원 받고 싶다는 얘기를 듣고도 화내 거나 따지지 못하고 그저 다시 찾아주십사 인사를 건네는 것이 몹시도 씁쓸하게 느껴졌다.
‘백신과 인권’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준비하면서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자료 검색 중에 캐나다의 어느 자영업자가 보낸 편지라는 내용을 접하고, 우리나라의 자영업자들이 그토록 분노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팬데믹 사태로 인해 식당처럼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을 수 밖에 없는 영업장들의 영업 금지는 우리나라만 내린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2주, 2주, 2주 이렇게 지속되는 거리두기 단계의 격상은 일주일만 영업을 안해도 월세 및 각종 공과금 걱정을 해야 하는 자영업자에게는 치명타일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캐나다를 비롯한 일부 부유한 국가에서는 팬데믹으로 인해 영업장을 열지 못하게 하는 국가의 명령으로 인해 얻지 못한 수입을 대부분 그대로 보상해 주었다. 그래서 캐나다에서는 코로나로 인해 폐업한 자영업자는 거의 없다는 소식으로 편지를 마무리 된다. 마치 꿈같은 얘기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어느 나라의 국가 정책으로 실현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두가 편안하고 안락할 때에는 손쉽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여유가 있고 건강할 때에는 봉사할 시간도 낼 수 있고 금전적인 도움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내코가 석자이거나 한두푼이 아쉬울 때에는 오로지 자기만 바라보게 된다. 일단 내 입에 풀칠이라도 해야 타자를 위한 시야가 열린다. 보통 사람들은 모두가 이러한 한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간혹 송곳처럼 이런 보편적인 이기심을 뚫고 나가는 이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마치 타인을 위해 세상에 보내진 성자처럼 인간의 공존을 위해 가진 것을 모두 내놓는다. 그들의 숭고함은 너무나도 바보같고 멍청해보여 시장논리에 길들여진 보통 사람들의 도마에 오르내리며 세상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손가락질을 받는다. 언젠가는 알게 될 것이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깨닫지 못하고 먼지로 사라질 것이다. 그렇게 송곳같은 단 한 사람이 있었기에 우리가 인간다움을 지켜가고 있다는 사실을…
“신기한 건 이런 상황에서도 세상은 멀쩡히 굴러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마스크를 써야 했고 생활에 제약을 좀 받기 했지만 사람들은 먹고 싶은 음식을 시켜 먹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집콕이 길어지다보니 인테리어가 지겹다며 가전과 가구를 바꾸었고, 이 시국에도 갖고 싶은 명품 가방을 사려고 이른아침부터 백화점에 장사진을 쳤다. 스타벅스 프리퀀시는 여전히 인기였고, 새로 나온 휴대폰이나 스마트워치를 사는 데에도 사람들은 돈을 아끼지 않았다. 아무리 부품 수급이 어려운 시기라 하더라도 신차를 사려면 몇 개월씩 기다려야 했다. 집값은 이미 천장을 모르고 치솟은 후였다. 10억이 올랐는데 고작 1억 떨어졌다고 집값이 안정되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사기꾼이었다. 진짜 집값이 잡혔다고 믿는다면 그건 멍청한 사람들이었다.(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