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베이비 - 제2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성봉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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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봉 작가의 [카지노 베이비]를 읽었다. 제2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다. 소설의 배경은 지음이라는 공간을 토대로 지장산, 지장천, 말고개재, 소잡는골, 도롱이못, 범바위골, 안경 다리 등의 장소가 나온다. 탄광촌이었던 마을이 폐광이 되고 카지노가 들어서면서 완전히 다른 형태의 마을로 탈바꿈되어버린다. 소설 속에서는 카지노의 이름이 그냥 ‘LAND’라고만 나오는데, 소설을 읽는 누구나 우리나라의 유일한 카지노인 강원도 정선에 있는 카지노를 연상하게 된다. 특히 지음은 사북 탄광촌을 연상시키며 오래전 친구를 보러 사북에 갔던 때가 떠오른다. 내가 1년에 한 번 정도 사북을 방문했을 때에는 탄광의 거의 다 문을 닫을 무렵이자 카지노가 시작된 때이다. 친구가 사북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해주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대충 건성으로 들어서인지 그 때 당시 사북의 정황이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오랜시간 기차를 타고 사북에 가곤 했지만, 사북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었고 그저 친구가 거기 살아서, 친구와 만나 친구네 집에서 하룻밤 자고 오는 게 전부였기 때문일 것이다. 철이없던 학생시기라 그랬는지, 강원도는 놀러갈 때만 가는 곳이라 생각해서 그랬는지 폐광 이후 쇠락해가는 곳에 카지노가 들어서 경제가 활성화 된다는 터무니없는 논리를 그냥 속편하게 믿어버리기로 결심한 것은 아니었을까?


카지노의 천국인 마카오에 갔을 때 머물던 호텔의 1층에서 누구나 손쉽게 슬롯머신을 당겨볼 수 있었다. 재수가 좋아야 음료수 한 잔 값을 벌수 있을까 말까한 몇 번의 배팅을 제외하고 진짜 카지노 게임처럼 보이는 테이블을 기웃거리며 구경하곤 했다. 대체 게임 방법을 알아야 한 번 앉아서 해보던지 말던지 할텐데, 엄두가 안나 그냥 지나치곤 했다. 하지만 실제 도박에 중독된 사람들의 경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한 사람을 완전히 망가뜨리게 된다. 소설의 제목인 카지노 베이비도 결국은 도박에 미친 부부가 갓난 아이를 데리고 와서 번갈아 가며 카지노에 머물다 여자는 자살하고 남자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아이만 전당포에 남게 된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올림픽 다방에서 월드컵 전당포를 운영하게 된 동여사와 그의 딸, 아들은 전당포에 남겨진 아이 하늘의 엄마와 삼촌이 되어주고 동여사는 하늘에게 동이라는 성을 붙여준다. 하지만 하늘은 버려진 아이였기에 제대로 된 절차를 밟을 수 없어 학교에 다니지 못한다. 소설은 하늘의 입장에서 아직 어린 아이에 불과한 시선으로 할머니의 전당포와 카지노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사실 하늘은 자신이 어떻게 전당포에 맡겨지게 되었는지, 친부모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 기억나지 않지만 환영처럼 펼쳐진 어렴풋한 장면들을 끄집어 내려 애쓴다. 하늘의 삼촌은 건실한 청년으로 물 배달 일을 하다가 카지노의 단맛에 사로잡혀 가산을 탕진하고 “지음이 흔들린다! 랜드가 무너진다!”라는 약간은 맛이 간 사람으로 나온다. 하지만 하늘 삼촌의 말은 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복선이 되고 미친 사람이 넋두리처럼 혼자 내뱉는 말이 카지노의 마지막이 되버린다. 


이미 깊은 탄광이었던 곳에 카지노가 세워지다보니 충분히 개연성이 있어보이는 가설로 텅 빈 땅에 많은 비가 내리거나 하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지반이 약해져 싱크홀과 함께 랜드는 무너져 버린다. 저자의 말에서 이미 우리나라에서 발생된 거대한 재난을 연상시키는 랜드의 붕괴는 물신주의로 절차와 규범을 무시하며 이득을 취하려 했던 비참한 결말을 가져온다. 하지만 랜드의 붕괴로 인해 빚어진 댓가는 모두 지음 마을 사람들에게 돌아가고 그들은 삶의 터전을 잃게 된다.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다가 전당포에 물건을 맡기고 밤이면 슬립 시티에서 잠만 자고 가는 것으로 어느 정도의 순환 경제가 이루어지던 지음은 랜드의 붕괴와 더불어 모든 것이 멈춰버린다. 하늘은 용사장과의 내기로 카지노에 몰래 들어가 자신의 신원에 대한 실마리를 찾고 싶어하지만, 바로 그날 랜드는 붕괴되고 하늘은 천신만고 끝에 다리만 골절된 채 구조된다. 하늘을 찾기 위해 사흘밤낮 분투한 동여사는 하늘의 구조와 더불어 실신하고 하늘과 함께 입원한 병실에서 동여사가 지금까지 살아온 비운의 사건들과 하늘이 어떻게 전당포에 오게 되었는지 들려준다. 하늘을 구하느라 힘을 소진한 동여사는 결국 생을 마감하고 딸과 아들에게 남긴 유언의 내용을 변호사가 전해준다. 장례를 마치고 딸과 하늘은 동여사가 남긴 땅을 찾으로 지장산으로 올라간다. 그들이 발견한 땅은 아직 카지노가  개발되지 않는 땅의 한 가운데 그야말로 알박기에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하늘과 딸과 아들은 동여사 남긴 땅의 의미를 되새기고 하늘은 자신에게 앞으로 벌어질 일을 과감히 마주하기 위해 열심히 마을을 향해 내달린다. 


“이미 넌 네가 누군지 알고 있어. 다른 사람들이 네가 어떤 사람이라고 말한다고 네가 진짜 그렇지는 않다는 거다.(43)”


“나쁜 예감이란 한 번도 비를 쏟아본 적 없는 생각의 먹구름이다.(141)”


“아이들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기억한다. 누군가 인상을 쓴다든지 소리를 지른다든지 욕을 한다든지 마음속으로 깊이 미워 한다든지. 그런 기억들은 가슴 깊은 곳에 저장된다.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어쩌면 어른이 되고 나서까지도 남아 있다.(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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