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양 힐다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58
에밀리오 우르베루아가 지음, 유 아가다 옮김 / 지양어린이 / 2019년 3월
평점 :
품절


 

 

커다래도 너무너무 커다란 양 힐다.

왜 저렇게 건물 꼭대기에 올라가 있을까요?

혹시 털이 뭉게뭉게라서 풍선처럼 바람에 둥둥 떠 올라간 걸까요? 아니면 저 멀리 풍경이 궁금해서 멀리 내다보려고 올라갔을까? 킹콩이란 영화에 나오는 킹콩도 저렇게 빌딩 꼭대기에 올라간 장면이 나오던데, 힐다도 킹콩처럼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는 걸까요?

두 눈을 동그랗게 뜬 걸 보면 지금 뭔가에 놀란듯하네요.

도대체 힐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놀라지 마시라.

힐다가 얼마나 크냐하면 말이지요.

거짓말을 살짝 보태자면 언덕만 해요.

몇 층짜리 건물만큼 큽니다.

그래서 힐다의 털을 깎아 옮기려면 큰 트럭이 필요하고 젖을 짜면 큰 저수조가 있어야 할 정도랍니다. 이 일을 위해 스무 명의 양치기가 필요할 정돕니다.

사실 힐다도 이게 기쁘기만 한 건 아니에요. 그래서 힐다의 표정은 늘 우울해요.

어느 날 밤, 양치기들은 힐다 때문에 더 이상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고 힐다를 죽여서 양고기 시장에 내다 팔아 큰돈을 벌겠다고 합니다.

(저는 여기까지 보고 나서 아 '황금알을 낳는 닭'처럼 이야기가 펼쳐지려나 했습니다. 그런데 아니에요. ㅎㅎ)

겁에 질린 힐다는 허겁지겁 도망쳐 도시에 다다랐습니다. 사람도 많고 건물도 많고 자동차도 많은 도시에서 너무 놀라 건물 꼭대기로 쫓기듯이 올라갑니다. 서커스단을 발견한 힐다. 그곳에서도 힐다는 필요 없다네요.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는구나!

난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힐다는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민폐 양일까요?

힐다는 진짜 자신을 필요로 하고, 자신에게 딱 맞는, 행복한 일을 찾을까요?(네. ㅎㅎ) 그렇다면 그 일은 과연 뭘까요?

저는 힐다가 주는 그 많은 털과 젖과 치즈에 농장 사람들이 감사하지 않는 것이 의아했습니다. 힐다가 농장을 탈출한 후 양치기들은 후회하지 않았을까요?

힐다는 한 번도 자기 스스로가 멋진 양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나 봐요. 그렇지만 이 책의 결말에선 행복을 찾은 힐다를 만날 수 있습니다. 과연 힐다가 찾은 행복은 뭘까요?

궁금증이 팍팍 생기신다면 '커다란 양 힐다'를 찾아보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폐의 세계사
셰저칭 지음, 김경숙 옮김 / 마음서재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지폐에는 아름다움과 감동 외에도 파란만장한 시대와 문명의 흥망성쇠가 담겨있다. 이러한 지폐는 독특한 자태로 어두운 시대에 감추어진 비밀의 정곡을 찌른다. --33쪽--

42개 나라의 지폐에 담긴 역사와 예술 이야기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가 대단하다.

역시 보는 눈이 다르다.

나는 지폐를 보면 거기에 쓰인 숫자만 봤는데, 각 나라마다 지폐에 담긴 그림 하나도 이런 사연이 담겼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지폐를 그저 교환 수단이 아니라 소중한 예술 작품으로 승격시킨 나라들도 있어 그저 감탄하며 책장을 넘겼다.

 

 

왼쪽 프랑스, 오른쪽 위 네덜란드, 아래 이탈리아

 

역시 이탈리아나 프랑스는 지폐도 한 장의 예술 작품이다. 네덜란드 화폐는 현대적 디자인으로 최고로 꼽기에 주저함 없어 혹시 디자인을 공부하거나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꼭 소장하라 권하고 싶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지폐엔 어떤 그림이 담겨있는지도 궁금하다. 물론 위인이라 불리는 과거의 인물인 남성 일색이지만.

아쉽게도 「지폐의 세계사」에 우리나라 지폐는 나오지 않는다. 짐작하기로 저자가 이 책에 기록할 만한 특징이나 가치가 없어서 일 수도 있겠다 싶다.

지폐를 보면 그 나라의 민주주의 정도를 알 수 있다.

단적으로 현재 사용하고 있는 지폐 그림에 현재 그 나라의 지도자가 있다면 그 나라는 지금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는 독재 국가일 가능성이 많다. 물론 살아 있는 왕이나 여왕이 지폐 주인공인 나라도 있으나 입헌군주의 나라인 경우니 예외로 하자.

내가 「지폐의 세계사」 이 책에 등장한 지폐 중 관심을 가진 것은 지폐마다 독특한 지문이다. 지금은 종이 신문을 잘 보지 않으니 지문이란 걸 손가락에 있는 그 지문으로만 알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일 거다. 종이신문의 기사 제목 배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희미한 무늬가 있는데 이게 지문이라고 하고 그 모양이 다 다르다. 나는 그깟 희미한 그림이 뭐가 중요하다고 저렇게 열심일까 싶었는데 이걸 디자인하던 지인의 말로는 이 지문이 기사 제목을 돋보이게도 하고 죽이기도 할 만큼 힘이 있단 소리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지폐들에도 어김없이 복잡한 지문이 등장한다. 물론 위조를 방지하기 위함도 있겠지만 지폐의 그림을 살리는 것은 지폐 속 등장인물이 아니라 바로 이 지문이란 생각이 더 강해졌다.

저자 셰저칭은 지폐를 만든 시기와 등장인물을 둘러싼 그 나라의 역사에 초점을 맞춰 이 책을 썼다. 책에 등장하는 42개 나라를 방문했고 심지어 북한조차 여러 차례 방문할 만큼 직접 조사를 통해 찾아낸 자료를 바탕으로 쓴 책이라 여러 가치가 있는 책이다.

앞에서 언급했던 지문은 디자인을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면 더 관심 있을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곰보다 힘센 책
헬메 하이네 지음, 김영진 옮김 / 창비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깟 종이로 만든 책이 힘이 세봐 야 얼마나 세다고. 난 말이야, 코끼리도 번쩍 들 수 있다고.

「곰보다 힘센 책」의 주인공 곰은 지금 몹시 배가 고픕니다. 안 그래도 난폭한 곰인데 배까지 고프니, 아이쿠 얼굴 표정만 봐도 무시무시하네요. 이럴 때 걸렸다간 뼈도 못 추리겠는데요? 그래서 숲속 동물들은 모조리 몸을 숨겼습니다. 아뿔싸 목이 길어 슬픈, 아니 뿔이 커 슬픈 사슴이여. 사슴의 풀 죽은 저 표정. ㅠㅠ

 

 

 

 

그런데 빼빼 마른 꼬마 여자아이 난다만 아주아주 재미있는 책에 빠져있느라 곰을 보지 못합니다. 결국 곰 손에 잡혀 한 끼 식사로 먹힐 위기에 처했습니다.

과연 난다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을까요?

책은 정말 얼마나 힘이 센걸까요?

비를 막을 수 있을까요?

네!

창이나 화살도 막을 수 있을까요?

네!

나무 위의 열매를 따는 방법을 알 수 있을까요?

네!

난다가 곰을 이길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을까요?

네!

저 험상궂고 힘센 곰도 하루종일 책에 빠지게 만든 난다의 비법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어쩌면 우리 아이들에게도 난다처럼 한다면 책의 매력에 풍덩 빠질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헬메 하이네의 그림은 푸른 색을 주로 쓰는 수채화 풍이 많네요. 저는 『신비한 밤으로의 여행』의 짙은 청색이 마음을 안정 시켜줘서 헬메 하이네의 책 중에서도 참 좋아하는 책입니다. 이번 책에선 좀더 밝은 파랑색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곰이 입은 옷이 그런데요. 곰이 슬슬 책을 읽는 재미에 빠지면서 표정도 밝아지지만 드디어 탈의, 저 파란 옷을 벗고 원래 곰의 털로 그림이 바뀝니다.

곰이 철이 든 걸까요? ㅎㅎ

클로드 부종의 『아름다운 책』의 반전을 떠올리게 하는 재미있는 책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서 곰을 따라 다니며 난다와 자신들의 미래를 걱정을 하는 동물들과 그동안의 헬메 하이네의 책에 나왔던 등장 인물 혹은 동물 혹은 괴물(?)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좋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한민국 청소년에게 -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들을 위한 필독서, 개정판 대한민국 청소년에게 1
강신주 외 지음 / 바이북스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청소년, 니들이 뭘 알아!

그렇게 말하는 어른들, 대한민국 민주주의 혁명의 맨 앞엔 늘 청소년이 있었다는 거, 아세요?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촛불을 들고 나서다니.....

현실을 바꿔온 '버릇없음'의 힘을 아시나요? -207쪽

1929년 서슬 퍼런 식민지 일본 경찰에 맞섰던 광주 학생 의거.

1960년 부패와 무능으로 얼룩졌던 독재자 이승만 정권에 항거했던 2.28 학생의거.

4.19 혁명에 불을 댕겼던 3.15 부정선거 규탄 시위에 나섰다 최루탄에 맞아 사망했던 고등학생 김주열.

2008년 광우병 촛불 혁명의 광장을 메웠던 교복들.

2014년 세월호와 광화문 광장의 아이들.

2016년 박근혜 탄핵의 광장 단상에 섰던 고등학생들.

세상은 어른들이 바꿨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어른들만의 착각인지도 모릅니다.

다음 공화국에서는 민주시대에 걸맞은 인물을 대통령으로 뽑아 역사를 한발 발전시키는 계기로 살마야 할 것이다. ...그때는 지금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중, 고등학생들이 유권자로 투표하는 세대가 될 것이니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191쪽 이이화의 촛불문화제를 보면서 새 희망을 보았다 중에서--

이 책이 처음 출판됐던 2008년 이이화 선생님의 예언은 딱 20년 후, 2017년 실현됩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탄핵, 심판하고 새로운 민주 정부를 수립하는 그날의 주역이 바로 2008년의 중, 고등학생이었으니까요.

이 책 「대한민국 청소년에게」에서 가장 관심 있게 읽은 글은 하종강 한울노동문제 연구소장의 '노동문제가 청소년과 무슨 상관인가요?'입니다.

청소년과 노동이 뭔 상관일까 싶지만 대한민국 청소년 10명 중 1명은 알바 중이라는 통계만 봐도 이 둘이 관계없다고 하면 곤란합니다. 특성화고 학생들은 아직 졸업도 하기 전 실습이란 이름의 노동을 시작합니다. 2017년 11월 제주의 이민호 군의 죽음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2018년은 최저시급으로 시끄러운 한 해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최저시급 적용 대상자임에도 그 청소년들의 의견을 묻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미래의 노동자, 아니 이미 노동을 하고 있는 대한민국 청소년에게 노동자의 권리와 노동조합 더 알뜰살뜰 이용하기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하종강 소장의 조언을 청소년들이 꼭 기억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학교에서부터 노조 교육을 시키는 독일 교육을 부럽게 바라볼 일만은 아니네요. (2018년부터 서울시와 서울교육청이 특성화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노동인권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생명과 평화, 역사와 노동 그리고 시대정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대한민국 청소년의 절반인 '여성'에 대한 글은 없네요. 심지어 글쓴이 조차 전부 남잡니다.

2018년 대한민국은 '여성','페미니즘'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는데 말이지요. (물론 이 책이 2008년에 출판됐음을 감안하더라도)

약간의 아쉬움을 더하자면, 이 책은 2008년 출판된 것을 2019년 개정판으로 다시 펴냈습니다.

2008년 이후 대한민국이 겪었던 세월호와 박근혜 탄핵 촛불 혁명을 통해 대한민국 청소년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었는지를 기획자의 말로 언급해주었다면 좋았을 텐데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 세상에서 단 한 사람, 든든한 내 편이던
박애희 지음 / 걷는나무 / 201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해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심순덕의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에게 나는 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었습니다.

7남매 맏딸로 태어나 학교 문턱도 제대로 밟아보지 못한 자신 대신 어려운 가정형 편에도 남들이 미쳤다 손가락질하는데도 나를 대학에 보내주었습니다. 대신 낮 일도 모자라 달빛 아래 벼를 베야 했지요.

무명 치마 한 벌로 일 년이 뭡니까 다 닳아 찢어질 때까지 입어야 했던 어린 시절 고운 옷 한 번 입어보지 못한 엄마는 그 한을 나에겐 철마다 고운 꽃무늬 천 사다 직접 옷을 만들어 입히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지긋지긋했던 농사일을 딸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아, 그늘 밑에서 하얀 손가락으로 책장을 넘기며 농삿일 대신 시집을 읽을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배부르게 밥 한 그릇 먹어보지 못한 배고품의 설움을 딸에게 물려주지 않으려 엄마는 검은 보리밥에 물 말아 배채우면서 딸에겐 하얀 쌀밥이 더 많은 밥을 떠 주셨습니다. 입이 짧아 아침밥 안 먹고 학교 가는 딸이 안스러워 그 귀한 콩음료를 따스하게 데워 동네 큰길까지 쫓아 나와 주머니에 넣어주던 엄마, 고등어 구이를 너무 좋아하는 딸에게 하나라도 더 먹이고 싶어 양보하고 엄마는 고소하고 포실한 고등어 살 대신 뼈만 씹어야 했습니다.

그 사랑을 알지 못한 채 결혼하고 애들 수발에 남편 담배 심부름까지 할 때면 내가 이렇게 살라고 엄마가 그리 키우진 않았는데, 이제사 생각합니다.

그러함에도 나에게 엄마는 극성스럽고 무식하며 사나운 사람이었습니다.

왜 나는 엄마도 첫사랑에 설레는 볼 빨간 스무 살 시절이 있었을 거라, 책가방 메고 학교 가는 친구들을 보며 등에 업힌 동생을 떼어내지 못하는 일곱 살 어린 아기였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을까요?

혹처럼 매달리는 아이들 남편 떨쳐버리고 훨훨 바람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을까요?

나 혼자 잘나서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엄마가 있어서 였습니다.

아,나는 엄마 발꿈치도 못 따라갈 바보입니다.

첫사랑인 큰아들에겐 차마 아무 말도 전하지 못했다. -71쪽-

우리 엄마는 엄마보다 먼저 하늘나라로 갔던 엄마의 첫사랑이고 기둥이었던 아들과 하늘나라에서 재회했을까? 미쳐 다 못 주었던 사랑 다 퍼붓고 있을까?

"엄마, 되게 멋있는 사람이었었던 거 알지? 엄마 진짜 멋지게 살았어!"-71쪽-

15년 전 엄마가 숨을 거두던 그날 나는 이렇게 말해주는 딸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 순간에도 엄마의 선택을 원망만 했습니다. 『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을 읽으면서 난 왜 박애희 작가 같은 살가운 딸이 되지 못했나 참 후회됩니다.

나는 참 나쁜 딸입니다.

반성마저도 너무 늦었습니다.

햇살 따스한 날, 우리 엄마 좋아하던 탐스런 수국 한다발, 향이 좋은 헤이즐넛 한 잔 들고 엄마 무덤을 찾아가보려 합니다. 이번엔 『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을 엄마에게 읽어주려고요.

"너는 남들한테는 책도 잘 읽어주면서 나한테는 왜 안 읽어주냐?" 시던 엄마.

너무 늦었지만 이번엔 내가 '세상에서 단 한 사람, 든든한 내편이던' 엄마한테 읽어줄게.

엄마 미안, 살가운 딸이 되어주지 못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