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열, 불온한 조선인 혁명가 - 일왕 부자 폭살을 꿈꾼 한 남자의 치열하고 뜨거운 삶과 사랑
안재성 지음 / 인문서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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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새끼로소이다

하늘을 보고 짖는

달을 보고 짖는

보잘것없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높은 양반의 가랑이에서

뜨거운 것이 쏟아져 내가 목욕을 할 때

나도 그의 다리에다 뜨거운 줄기를 뿜어대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박열-


일왕 부자에게 폭탄을 던져 죽이려다 발각되어 체포된 후 22년 2개월의 감옥살이를 한 혁명가 박열.

그러나 박열을 항일 혁명가로 기록된 교과서는 없었다.

우리에겐 잊혀졌던 그가 작가 안재성의 기록으로 돌아왔다.


수재들이 다녔다는 경성고보에서 3. 1 운동을 겪지 않았다면, 어쩌면 그도 편안한 삶을 살 수도 있었을텐데.

그는 왜 고난의 삶을 스스로 택했을까?


김별아의 소설로 처음 읽은 박열이었다.
소설이 아니라 다른 형식으로 기록된 박열을 읽고 싶었다.


박열과 후미꼬
후미꼬와 박열

동지이며 부부였던 두 혁명가.

박열을 이야기하면 박열의 이야기의 절반은 후미꼬가 차지한다.
남자와 여자의 사랑 이야기가 섞이니까 더 호기심을 자극해서일까 아니면 혁명가 박열의 삶에 후미꼬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일까.


이 책에서조차 후미꼬는 위대한 혁명가다.
오히려 박열을 넘어서는 위대함을 가졌다.

감옥에서 목을 매 삶을 마감한 후미코.
박열에게 후미코가 없었다면 우리에게 박열이 이렇게 큰 존재로 보였을까?
내가 박열에 대해 알고 싶었던 것도 김별아가 후미코를 그린 소설을 읽고였다.
박열이 별이라면 후미코는 그 별을 빛나게 한 밤하늘이다.

별은 저 혼자 빛나진 않는다.


김별아의 소설 『열애』에서 박열은 후미꼬의 죽음까지만 기록되어 있어 그 후의 박열의 삶을 알지 못했다.
아나키스트가 해방 후 북한에서 어떻게 70년대까지 살아남았는지 무척 궁금했다.
일제 치하 그것도 일본에서 천황과 그의 아들을 폭살하겠다던 그가 아닌가.

모의 단계에서 검거되었으나 혹독한 고문이 뒤따랐을 텐데 이 책에 실린 당시의 심문과 재판 기록을 보면 그는 단 한순간도 비굴하지 않았다. 


해방 후 일본의 감옥에서 22년 만에 출소한 그의 이후 행보도 무척 흥미롭다.

사회주의 계열의 재일본조선인연맹(조총련의 전신)이 아니라 이와 반대 진영의 우파 단체인 민단에서 활동한다.

24살의 나이로 일본의 감옥에 들어갔다가 40대가 되어 출소한 박열이 47살에 출간한 그의 유일한 저서라는 『신조선 혁명론』에서는


"현실의 세계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체제로 나뉘어 있다는 것, 정신적으로는 유물사관과 유심 사상이 대립하고 있음을 인정했으나 어느 한 편이 다른 한 쪽을 파괴하고 절대적인 승리자가 되어서는 안 되며 하나로 합쳐야만 한다고 역설한다." --261쪽--


20대의 무정부주의 혁명가 박열의 모습과 사상은 많이 퇴보한 듯 보인다.   

이 대목에서 저자 안재성은 22년간의 옥중생활 동안 박열이 삶과 죽음에 대해 본능적으로 수없이 많은 갈등을 겪었을 것이며 사는 것 이외에는 다른 길이 없었다는 것, 보다 훌륭하게 사는 것 이외에는 길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기록했다.  

(반면 후미꼬의 경우 구차한 삶을 영위하기 보다 과감히 스스로 삶을 정리했다는 사실과 비교된다. 그리고 문득 사노맹 사건으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가 출소한 박노해의 이후 삶이 왜 자꾸 생각나는지....)


박열의 삶은 이후에도 더욱 기묘하게 전개되는데 실제 그는 공산주의를 반대해왔는데 하필 1950년 인민군에 의해 납북된다.

납북 초기 그는 정치 수용소에 수감되었으나 이후 조총련 계열의 재일 동포 북송 사업에 이용된 듯하나 이 책의 저자 안재성도 자세한 기록을 확인할 수 없다고 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박열, 불온한 조선인 혁명가』이 책은 박열 평전이다.


이 책의 저자 안재성은 일제시대 우리나라 사회주의 운동과 그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기록과 현대 우리나라 노동운동에 대한 기록가로 유명하다. 『경성 트로이카』, 『이현상 평전』(이 책은 체 게바라 평전 보다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식민지 노동자의 벗 이재유』, 『이관술 1902~1950』등의 저작들만 보더라도 안재성의 기록이 얼마나 소중한 기록인지를 알 수 있다.


'박열'이 영화로 제작되고 있어서 그런지 그에 관한 책이 많이 나온다.

나는 안재성이라는 이름을 믿고 이 책을 선택했다.

박열을 평전으로 만나고 싶었다.


그 두 가지 의미에서 나는 좋은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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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오지 비가 오냐
용용일기 지음 / 경향BP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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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지금 사랑하는 이 있으신가요?

그럼 이 책을 보세요.

사랑이 더 깊어지실꺼예요.
한장한장 넘길 때마다 감탄하실꺼예요.
어머 어쩜 내맘 그대로일세....

혹시 이별하셨나요?

그럼 이 책을 보세요.

우리가 왜 헤어졌는지 아실꺼예요.
그땐 왜 이런 맘이 아니었을까?

혹시 고백할까 고민중이신가요?

그럼 이 책을 보세요.
당장 고백하고픈 용기가 생길겁니다.

아직 사랑하는 사람이 없으신가요?

그럼 이 책을 보세요.
누군가와 금방 사랑에 빠지는 비법이 담겼습니다.


지금 힘드신가요?


그럼 이 책을 보세요.

더 이상 혼자 외로워하지 않아도 된답니다.

하상욱의 시와 많이 닮았습니다.
요즘 비슷한 책들이 많아요.
겨울 내내 촛불들며 애태우다 이어진 장미 대선으로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습니다.

 

 

 

 

 

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나'에게 글씨 몇 개 써보았습니다.

가끔은 다른 사람 말고 오롯이 나를 위한 선물이 필요할 때가 있지요.

그런 날, 가만 꺼내서 읽고, 천천히 따라 써 봅니다.
책 속에 좋은 글들로요.

그림도 함께 따라 그리고 싶지만 마음만큼 따라주지 않는 손재주를 원망해 봅니다.

대신 캘리그라피로 따라 쓰면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옮겨 적어 봅니다.


다시 누군가와 사랑에 빠질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요즘 뉴스만 봐도 자꾸 웃게 되지요.

그동안 참 힘들었던 대한민국, 앞으로는 웃는 일이 더 많을거예요.

 

참좋다.

오늘 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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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투스 - 코르착이 들려주는 영화 같은 이야기
야누쉬 코르착 지음, 송순재.손성현 옮김 / 북극곰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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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야누쉬 고르착의 삶 자체가 문학을 뛰어넘는 위대한 인간이다.


야누쉬 고르착은 유대인으로 1879년 폴란드의 바르사뱌에서 출생해 의사이며 교육학자, 작가, 기자, 사회운동가, 아동인권운동 분야의 선구자이기도 했다. 나치의 침공으로 폴란드가 점령당하고 게토로 몰렸던 고르착은 자신이 설립한 고아원 '고아들의 집'의 어린이들과 선생님들을 내놓는 조건으로 목숨을 살려 주겠다는 나치의 제안을 뿌리친다. 강제수용소로 유태인 강제 이주 당하던 날, 200여 명의 자기 고아원 아이들과 수십 명의 선생님들과 함께한 행진은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을 만큼 가슴 아픈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고르착은 결국 1942년 8월 그가 사랑했던 아이들과 함께 강제 수용소에서 사망했다. 


" 어린이가 있어야 할 곳은 집 구석이 아닌 또래 친구들 사이여야 한다."

" 어린이는 없다. 다만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고르착의 이런 철학이 잘 녹아든 작품이 바로 북극곰 출판사에서 이번에 출판된『카이투스』이다.

 

 

 

 

어린 시절 신비한 힘을 가진 마법사를 꿈꿔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게 비단 어린 시절뿐일까?
어른이 된 지금도 마법을 부려 바꾸고 싶고 되돌리고 싶은 것이 얼마나 많은데.

삶이 힘들고 지치고 외로울 때 마법의 주문을 외워 그곳을, 그 일을 벗어나고 싶고 미운 사람을 골려주고 나쁜 인간을 벌하고 싶은 때가 얼마나 많은지.

그게 상상 속에서 나 가능할 뿐임을 알기에 어른이 되고서는 상상조차 하지 않지만 말이다.

그래도 아이들은 여전히 마법의 힘을 꿈꾼다.
지겨운 학교와 학원을 나 대신 다녀와줄 분신을 만들고 싶고 함께 놀 친구를 소환하거나 먹어도 먹어 줄지 않고 척척 차려지는 식탁, 나를 괴롭힌 친구에게 복수해주기, 원하는 장난감은 뭐든지 가질 수 있는 마법의 주문.....

이 소설 『카이투스』도 바로 그런 마법의 힘을 간절히 소망한 소년 카이투스의 이야기다.

이 소설이 마법의 이야기라고 해서 해리포터 같은 류의 스펙터클하고 때론 유쾌한 판타지 소설로만 읽기엔 좀 더 어둡고 무겁다고 할 수 있다.

평범하고도 너무나 평범한 남자아이 카이투스는 학교가 즐겁지만도 않고 친구가 많은 것도 아니고 공부를 아주 잘하는 것도 아니고 부모가 특별히 부자라거나 혹은 학대하는 것도 아닌 진짜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다.
다른 아이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마법의 힘이 진짜 있다고 믿고 끊임없이 마법의 주문을 거는 연습을 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을 이해해주는 친구를 간절히 소망한다는 것.

그러다 보니 이런저런 불만들이 있다.
선생님이 자기 이야기를 좀 더 많이 들어주길 바라고, 펼치면 노트에 숙제가 되어있으면 좋겠고, 주머니에 용돈이 좀 더 있었으면 좋겠고, 자신에게 불친절한 사람들을 혼내주고 싶어서 마법의 주문을 외워보았는데 세상에 카이투스의 마법이 통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댓가가 따르는 법이다.
카이투스는 용돈을 갖고 싶은 마법 때문에 도둑으로 몰리고 전차를 뛰어넘는 마법 때문에 소동이 일어나고 결국 그 소동의 와중에 할머니의 죽음을 껶게된다.

마법의 힘이 커질수록 소동은 더욱 확대되고 경찰에 쫓기면서 파리로 떠나게 된 기차에서 친절한 소녀 조슈아를 만난다.

세상 사람들을 돕는 요정을 꿈꾸는 조슈아를 보고 그저 자신의 욕망만 채우는 마법사가 된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세상의 한가운데서 겪게 되는 카이투스의 마법과 모험.

결국 대마법사의 소환으로 강아지로 변하게 된 카이투스와 조슈아.
카이투스와 조슈아가 강아지에서 다시 사람이 되려면 어떤 마법의 힘이 필요할까?

아니면 또 다른 무엇?

신기한 판타지 소설을 기대한다면『카이투스』는 실망일 수 있다. 그러나 '마법의 힘을 가지면 모든 일이 다 해결될까'라는 물음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라면 만족할 책이다.

카아투스도 강력한 마법의 힘을 가졌을 때 보다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해주는 진짜 친구와 가족이 있을 때가 더 행복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위대한 교육자가 남긴 " 어린이는 없다. 다만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라는 말을 생각하며 읽는다면 이 소설이 단지 마법의 주문이 흘러넘치는 판타지 소설이 아니라 어린이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철학 소설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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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무늬 미용실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28
홍유경 글.그림 / 북극곰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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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출판사에서 나온 신인 작가의 깜찍한 그림책이네요.

북극곰 출판사는 외국의 좋은 그림책도 번역 출판하지만 우리나라 작가들 발굴에도 힘쓰고 있는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지속적으로 신인작가의 책을 출판한다는 것은 출판계의 불황속에서 참으로 대단한 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도 저는 북극곰 출판사의 책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선택합니다.

 

 

 

 

자, 책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줄무늬를 가진 얼룩말이 미용사로 있는 줄무늬미용실로 찾아온 꼬마 손님.

우앙~~울음이 터졌습니다.

바로 이 곱슬머리 때문입니다.

그것도 최악의.

곱슬머리가 어떠냐고요? (하긴 저도 처음엔 나름 이쁘구만했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얘가 자그마치 사자란 겁니다. 


 

 

 

꼬마 사자 아가씨가 원하는 헤어스타일은 찰랑찰랑한 긴생머리란거?

그러나 줄무늬미용실 얼룩말 선생님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습니다. 


꼬마 사자 아가씨, 제게 맡기세요!

 

 

 

 

 

 

 

예뻐지는데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한 법. 

짜잔~~!

 

 

 

 

 

 

완벽한 변신이라고 생각한 순간. 뿅뿅뿅 되살아나는 곱슬머리들.

우왕~~~

 

 

 

 

 

줄무늬 미용사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요?



그건 책을통해 확인하시는 센스쟁이들 되시고요.



저도 비슷한 아픔이 있습니다. 이 꼬마 사자아가씨완 정반대의.

기껏 비싼 돈 들여, 긴 시간 들여한 파마가 다음날이면 좍좍펴지면서 생머리로 돌아오는 신기한 마법같은 일이 벌어지다보니 포기하고 산지가 오랩니다.

샬랄라 블링블링한 머리 모양을 자랑하는 사람들을 볼때마다 부러워해야만하는 나. 


곱슬머리, 그것도 최악의 곱슬머리를 가진 꼬마 사자에게 자신을 인정하고 장점으로 받아들이란 고루한 조언은 무리입니다. 

얼룩말 선생님은 그런 고리타분한 말대신 다른 방법을 찾아주지요. 

어쩌면 아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건 어설픈 위로나 조언이 아니라, 가끔은 새로운 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이 책을 읽고나서 든 생각입니다. 


참 직모라 슬픈 전 어떻게 머리 모양을 해결하고 사냐고요?

머리 모양이 블링블링 스타일만 있는건 아니랍니다.


이쯤되면 이 책의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될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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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누구를 위한 민주주인가 - 잠든 민주주의를 깨우는 날카로운 질문!
진병춘 지음 / 트러스트북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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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해야 함'을 강요당하며 대부분의 학교생활을 7, 80년대에 했던 사람들에게 우리나라 헌법에 저런 조항이 있다는 사실을 알거나 들먹이는 사람은 불온한 사상자로 빨간 딱지를 붙이던 시절을 나는 살았다.
헌법의 몇 조 몇 항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민주주의'란 단어 자체가 불온 내지는 빨갱이로 분류되던 시대를 살아온 나에게 광장을 뒤덮는 저 노래에 불편함, 두려움을 느꼈을 때 나는  슬펐다.
헌법에도 저렇게 잘 명시되어 있건만, 왜 우리는 민주주의를 말하면 안 되었을까?

그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기준은 '투표권과 소추권'이라던 어느 방송에서 한 유시민의 말이다.

우리가 흔히 민주주의 국가들 중에서 가장 먼저 손꼽거나  부러워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그러나 투표권을 기준을 하자면 참 당혹스러운 내용 중 미국이 일인 일 투표권 개념의 평등한 보통선거권을 도입한 것이 1965년이라고 한다. 중국의 1947년, 미얀마 1935년, 페루와 콜롬비아의 1955년 보다 훨씬 뒤의 일이다. -- 45쪽--

이렇게 보면 1948년 제헌국회 구성을 위한 첫 선거에서부터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신분의 고하를 따지지 않은 선거를 치른 우리나라는 그 역사가 두 차례의 유혈 혁명 끝에 이뤄낸 프랑스의 1944년과 비교해도 결코 늦지 않았고, 1965년의 미국보다 훨씬 앞섰음을 자랑스러워해야 것이다. (여기서는 임시정부의 선거는 논외로 하고. 그런데 왜 우리는 이런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것일까?)

많은 국가들이 민주주의를 국가의 이념으로 채택하는 과정에서 내란 혹은 그에 상응하는 유혈 항쟁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런데 간혹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가만히 앉아서 미국이 가져다준 선물 내지는 뚝 떨어진 감을 줍듯 된 것인 양 비하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유시민의 후불제 민주주의를 읽다 보면 그런 뉘앙스를 느낀다.)
그럼 우리나라는 1948년 선거 이전에는 민주주의란 개념 자체가 전혀 없었던 것일까?

이 책에 아쉬운 점이 바로  그 부분이다.

이 책의 기획의도 자체가 우리나라 현대 민주주의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겠지만, 1부의 아테니아 시대의 기원전 민주주의 역사나 영국과 프랑스의 역사를 다룬 부분에서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역사에 대해서 조금은 언급해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자칫 이 책을 읽고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역사를 제헌 헌법 이후로 볼지 모를 독자를 위한 배려라고나 할까.

이 책의 최고의 장점은 내가 그 속에 함께 있었던 민주주의 역사와 현장에 대한 기록이란 점이다.

두 번째는 정치평론가들이나 이해할만한 민주주의 원론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일반 시민 혹은 민중, 청소년까지도 몸으로 겪은 현장과 사건의 역사에 대한 해석이란 점이다.
(민주주의가 성 나이, 신분, 학력, 경제력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에 아주 충실한 책이라고 본다.)

이쯤에서 우리는 이렇게 훌륭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태어나고 살면서도 민주주의의  의미를 망각하거나 소중하다 여기지 않는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 심지어는 언급하는 행위 자체를 불온시 하기까지....)

나는 그 원인이 언론의 자유와 왜곡된 교육과 관계있다고 본다.

『대한민국 누구를 위한 민주주의인가』의 저자 진병춘도 이 책의 4부에서 다루었듯이 언론과 양심의 자유가 없는 민주주의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권력에 아부하는 수준을 넘어 권력을 누리고자 하는 오늘의 언론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학생이 된 아들에게 민주공화국의 뜻이 뭐냐고 물었더니 모르겠다고 한다. 들어보았냐고 물었더니 촛불집회에서 '헌법 제1조' 노래 가사에서 들었다고 한다.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느냐고 했더니 기억이 안 난다고 한다. 
이것이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이다.

우리나라 학교 교육의 목표는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야 하는 게 아닐까?
태극기라는 우상 앞에서 가슴에 손을 얹고 국가와 민족을 위한 충성 맹세를 시킬 것이 아니라.

그런 의미에서 학교에서 다하지 않는 민주주의 교육을 이 책으로 가정에서부터 실천해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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