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폐의 세계사
셰저칭 지음, 김경숙 옮김 / 마음서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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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폐에는 아름다움과 감동 외에도 파란만장한 시대와 문명의 흥망성쇠가 담겨있다. 이러한 지폐는 독특한 자태로 어두운 시대에 감추어진 비밀의 정곡을 찌른다. --33쪽--

42개 나라의 지폐에 담긴 역사와 예술 이야기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가 대단하다.

역시 보는 눈이 다르다.

나는 지폐를 보면 거기에 쓰인 숫자만 봤는데, 각 나라마다 지폐에 담긴 그림 하나도 이런 사연이 담겼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지폐를 그저 교환 수단이 아니라 소중한 예술 작품으로 승격시킨 나라들도 있어 그저 감탄하며 책장을 넘겼다.

 

 

왼쪽 프랑스, 오른쪽 위 네덜란드, 아래 이탈리아

 

역시 이탈리아나 프랑스는 지폐도 한 장의 예술 작품이다. 네덜란드 화폐는 현대적 디자인으로 최고로 꼽기에 주저함 없어 혹시 디자인을 공부하거나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꼭 소장하라 권하고 싶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지폐엔 어떤 그림이 담겨있는지도 궁금하다. 물론 위인이라 불리는 과거의 인물인 남성 일색이지만.

아쉽게도 「지폐의 세계사」에 우리나라 지폐는 나오지 않는다. 짐작하기로 저자가 이 책에 기록할 만한 특징이나 가치가 없어서 일 수도 있겠다 싶다.

지폐를 보면 그 나라의 민주주의 정도를 알 수 있다.

단적으로 현재 사용하고 있는 지폐 그림에 현재 그 나라의 지도자가 있다면 그 나라는 지금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는 독재 국가일 가능성이 많다. 물론 살아 있는 왕이나 여왕이 지폐 주인공인 나라도 있으나 입헌군주의 나라인 경우니 예외로 하자.

내가 「지폐의 세계사」 이 책에 등장한 지폐 중 관심을 가진 것은 지폐마다 독특한 지문이다. 지금은 종이 신문을 잘 보지 않으니 지문이란 걸 손가락에 있는 그 지문으로만 알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일 거다. 종이신문의 기사 제목 배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희미한 무늬가 있는데 이게 지문이라고 하고 그 모양이 다 다르다. 나는 그깟 희미한 그림이 뭐가 중요하다고 저렇게 열심일까 싶었는데 이걸 디자인하던 지인의 말로는 이 지문이 기사 제목을 돋보이게도 하고 죽이기도 할 만큼 힘이 있단 소리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지폐들에도 어김없이 복잡한 지문이 등장한다. 물론 위조를 방지하기 위함도 있겠지만 지폐의 그림을 살리는 것은 지폐 속 등장인물이 아니라 바로 이 지문이란 생각이 더 강해졌다.

저자 셰저칭은 지폐를 만든 시기와 등장인물을 둘러싼 그 나라의 역사에 초점을 맞춰 이 책을 썼다. 책에 등장하는 42개 나라를 방문했고 심지어 북한조차 여러 차례 방문할 만큼 직접 조사를 통해 찾아낸 자료를 바탕으로 쓴 책이라 여러 가치가 있는 책이다.

앞에서 언급했던 지문은 디자인을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면 더 관심 있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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