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뚫고 시가 내게로 왔다 - 소외된 영혼을 위한 해방의 노래, 라틴아메리카 문학 서가명강 시리즈 7
김현균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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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가 우리 곁을 지나간다.

우리는 감격하여 인사한다.

그는 우리에게 눈길도 주지 않는다.

- 에르난데스 (멕시코 시인)

2010년 칠레의 광산 매몰 때 서른세 명의 광부들이 돌려가며 읽었다는 네루다의 시집.

열세 살의 나이에 일간지에 시를 발표했다는 다리오.

「어둠을 뚫고 시가 내게로 왔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가 라틴아메리카의 시를 읽어야 하는 이유로

인간을 억압하는 모든 힘에 대한 감시체로서의 문학의 역할을 되새겨 보기 위함이라 했다.

그 역할을 라틴 아메리카 문학은 지속적으로 해왔다. 내가 라틴 아메리카 문학을 사랑하는 이유다.

물론 로베르토 볼라냐의 소설 「칠레의 밤」 속 주인공 세바스티안과 마리아처럼 문학가의 양심을 팔아 권력과 부를 얻는 자들도 있다. (그게 라틴 아메리카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메리카의 나치 문학」을 읽다 보면 친일에 앞장서고 군사독재자의 앞잡이였던 대한민국 문인들의 행태와 너무 닮아 소름 끼칠 정도로 섬뜩하다.

영미권과 유럽의 문학이 마치 세계문학의 전부라고 착각하고 있는 그들이 읽지 못했던 라틴문학.

그러나 나 역시 라틴 작가들의 시는 별로 읽지 못했다.

이 책을 읽다가 니카노르 파라의 시가 궁금해 공공 도서관 몇 군데를 돌아봤지만 그들의 시집이 있는 도서관은 없었다. (내가 참여하고 있는 사립 작은 도서관에 네루다의 시집을 갖춰 놓은 것도 겨우 2년 전이다. 물론 그 시집은 나 이외에 아무도 읽지 않지만.) 다음 주엔 막내가 다니는 초등학교 엄마들과 함께하는 독서모임에서 각자 한 권씩 시집을 읽고 소감을 나누기로 했다. 아름답기로 소문난 나ㅇㅇ 씨의 시집 말고 라틴 작가의 시집을 소개해볼 참이다.

기형도 시인과 공통점이 많다는 세사르 바예호의 시집도 함께 읽고 싶다.

그러함에도 다른 언어로 쓰인 시를 번역해 읽는다는 것의 한계가 많다.

특히 정해진 음절 수, 악센트 위치, 자모음의 배치가 틀리면 안 되는 시는 아무리 번역을 잘하더라도 뜻을 전달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본다.

이것이 타 언어로 쓰인 시 감상의 근본적인 한계다.

어쩌면 서점과 도서관 서가에서 라틴 시가 인기 없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하긴 같은 말과 글로 쓴 우리 나리 시인의 시집도 인기 없기는 매한가지지만)

혹여 라틴 문학이 궁금하신 분들, 이 책을 읽으시라!

라틴 시를 읽고 싶은데 누구의 시를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 하시는 분들, 이 책을 읽으시라!

나처럼 라틴 시를 읽고 싶어 시집을 펼쳤는데 뭔 말인지 도통 감을 못 잡겠다 싶은 분들, 이 책을 읽으시라.

라틴 시가 저 멀리서 어둠을 뚫고 내게로 올 것이니.

이 책 「어둠을 뚫고 시가 내게로 왔다」 올 가을 내가 읽은 최고의 책으로 망설임 없이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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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명의 파블로 - 세상의 한가운데서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63
호르헤 루한 지음, 키아라 카레르 그림, 유 아가다 옮김 / 지양어린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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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책입니다.

왜냐고요?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라틴 아메리카에서 출판된 그림책을 찾아보신 분이라면 백퍼 공감할 겁니다.

책이 없어요.

 

얼마 전 제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북페스티벌 (이것도 왜 책 축제라 하지 않는지 의아하지만)이 열렸습니다. 저도 작은 도서관으로 참여하게 됐는데 처음에 제3세계 그림책을 주제로 선택했습니다. 물론 중간에 포기했지요. 책이 없어요. 지역 도서관을 다 뒤져도, 서점은 물론 중고 서점을 다 뒤져도 책이 없습니다. (대부분은 절판이고요.)

 

작가 강연회에서 만난 출판사를 운영하신다는 작가님께 여쭤봤습니다.

왜 책이 출판되지 않을까요?

당연하고도 당연한 대답.

안 팔려서요.

그런데 독자 입장에선 '보고 싶어도 없어요'거든요.

그래서 가끔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비룡소나 창비 같은 큰 출판사에서 가끔은 출판인의 책임감으로 안 팔리는 지역의 그림책도 출판하면 안 될까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런 대형 출판사도 아닌 '도서출판 지양사'에서 돈 안 될 줄 뻔히 알면서 라틴 아메리카 작가의 그림책을 출판했습니다. 이쯤 되면 입에 거품 물고 칭찬해야 할 일 아닐까요? ㅎㅎ

 

각설하고 라틴 아메리카에선 '파블로'란 이름이 참 흔한 모양입니다. 옛 시절 우리나라의 철수와 비슷한가 봐요. 왜냐하면 라틴 아메리카의 여러 나라에 파블로란 이름을 가진 아이들이 서로 비슷한 삶을 살고 있거든요.

 

칠레에 살고 있는 여덟 살 파블로의 아버지는 구리 광산의 광붑니다. 칠레의 파블로가 살고 있는 집 풍경이 풍요와는 거리가 머네요. 아마존 밀림에서 열매를 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에콰도르의 파블로는 아주 외롭게 사나 봅니다. 아르헨티나 소년 파블로는 군사정권의 압제를 피해 멕시코에서 살고 있답니다. 어느 날 흔적 없이 사라진 친척과 친구를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프답니다. 뉴욕에서 살고 있는 파블로도 있네요. 가이아나에서 온 이민자인 파블로는 삼촌 부부의 단칸방에서 머물고 있는데 이들 가족들은 12시간씩 교대로 집에 머문답니다. 그럼 나머지 12시간은 어떻게 하느냐고요? 길거리에서 보내야 한다네요.(충격입니다.) 페루의 작은 시골에 살고 있는 파블로. 그들의 옷차림과 대화에서 가난이 묻어납니다. 도시의 제일 큰 쓰레기장을 뒤지고 있는 리오 데 자네이로 빈민가의 소년 파블로도 있습니다. 학교에 가져가야 할 학용품이 없어 학교에 갈 수 없답니다. 멕시코에서 태어나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화물 열차 지붕에 올라탄 파블로.

 

이 아이들의 심장도 뛰고 있습니다.

지구의 다른 모든 파블로들처럼요.

 

마음이 무척 우울해지는 책입니다.

나만 잘 살고자 했던 저를 반성하게 한 책이기도 하고요.

 

라틴 아메리카의 아이들이라도 다 파블로처럼 가난하진 않습니다. 돈이 많아도 너무 많은 소년 파블로도 많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가난한 파블로에겐 관심이 없지요. 같은 심장을 가졌는데 말입니다. (그게 비단 라틴 아메리카만 그런 건 아닙니다만)

 

이 책의 부제가 '세상의 한가운데서'입니다.

세상이 부자들만의 것은 아니지요.

이 아이들도 세상에 존재하고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있어야 하고요.

 

그런 세상을 위해 여러분들은 이 책을 읽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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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식물 수채화
해리엇 드 윈튼 지음, 정수영 옮김 / EJONG(이종문화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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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드니 꽃이 자꾸 좋아집니다.

어디서 꽃화분도 자꾸 들여다 놓고, 길을 걷다가 꽃을 만나면 자꾸 들여다 보게 되네요.

그럴 때마다 기분이 좋습니다.

 

원래 똥손이라 그림과는 담을 쌓고 사네요.

천아트하시는 선생님 공방에 갔더니 화사한 꽃그림이 그렇게 탐날 수가 없었습니다. 어깨너머로 수업 풍경을 보니 이건 제법 시간을 두고 배워야 되겠더군요.

그렇다고 가까운 문화센타에서 강좌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가끔 생기는 강좌는 신청자가 없어 폐강되고요.

 

그래서 저는 제게 딱맞는 방법인 책으로 독학하기를 선택했습니다.

 

 

 

 

 

 

이번 목표는 조기 뒤에 캘리 액자에 가을에 어울리는 꽃그림으로 포인트 주기예요.

준비물은 애들이 쓰고 남긴 물감, 붓은 돈주고 조금 괜찮은 걸로 샀습니다. 종이는 역시 아이들이 쓰다 남긴 스케치북.

그리고 따라 공부할 도서출판 이종의 「꽃식물 수채화」 책.

 

 

 

 

 

 

시작은 원대하나 완성품은 폭망이라.

(원본과는 차마 대조하기엔 좌절인지라. ㅜㅜ)

제가 꽃 수채화를 배우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인 캘리와 함께.

좀 더 돋보입니다.

 

 

 

 

 

 

오늘의 목표였던 국화 한송이.

 

 

물론 선 하나하나도 중요하지만 구도도 많이 중요하네요.

아쉽게도 꽃과 잎은 어느 정도 따라해보겠는데 보태니컬 장식은 도저히 흉내를 못내고 있습니다.

 

그러니 결론은 이 책은 완전 초심자가 따라하기엔 좀 어렵다는 것입니다.

 

물론 도구나 물감 등 수채화의 기초에 대한 설명으로 책을 시작하지만 꽃그림 자체가 난이도가 있습니다. 식물같은 경우는 더욱 섬세하고 꼼꼼한 작업이라서 초심자에겐 많이 부담스럽네요.

대신 꽃 식물 수채화에 재미를 들인 사람이라면 솜씨를 업그레이드 시키기에 좋은 책입니다.

 

저도 수채화 기본을 다룬 책 몇 권 따라해봤지만 어떤 책은 너무 기초적인 설명에 지면을 다 쓰고 정작 그림은 따라 그릴만 한 게 없다거나 수채화로 분류하기 보다 일러스트로 분류하는 게 적당한 책들도 있습니다.

이 책 「꽃식물 수채화」의 장점은 다양한 꽃과 식물의 예시가 풍부하다는 것, 그리고 색을 만드는 방법을 친절히 설명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조금 수준 높은 수채화를 배워보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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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 창비 노랫말 그림책
이두헌 지음, 최은영 그림 / 창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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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요일 경로당에 책읽기 봉사활동을 다녀왔습니다. 장마비가 쏟아지고 있었지요. 6월 방문 때도 비가 내렸습니다. 그리고 수요일이었습니다.



할머니들이 주로 모이시는 이 경로당 최연소 할머니는 87세, 최고연장자는 92세예요. 이런 분들과 무슨 책을 읽었느냐?

이원수 선생님의 '고향의 봄' 시에 김동성 선생님의 아름다운 그림으로 만든 노래 그림책입니다. 그리고 이원수 선생님의 아내이신 최순애 선생님이 12살 나이에 멀리 떠난 오빠를 그리며 쓴 시를 역시 김동성 선생님이 그림으로 옮긴 '오빠 생각' 노래 그림책을 보고 함께 노래 불러 보았습니다.



우리 살던 옛날을 어떻게 이렇게 잘 아느냐고 감탄하며 옛추억을 들려주시던 할머니들.



어느 때보다 감동이 컸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별 감흥이 없어요. 공감할 부분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오늘은 나를 위해 이 그림책을 읽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락그룹 다섯손가락의 노래 「풍선」을 무한반복으로 틀어 놓고 노랫말에 맞춰 책장을 넘기며 노란 풍선에 제 마음을 싣고 훨훨 날아 그때 그시절로 돌아 가보는 거지요.



뭐 비오는 수요일에 빨간 장미 한 송이를 내밀던 첫사랑의 그 사람도 추억해보고, 풍선 노래에 맞춰 에어로빅을 아침 체조로 대신하던 여고 시절로 돌아 가보기도 하고 말입니다. 그때는 그놈의 에어로빅이 왜 그렇게 하기 싫던지. 별밤 신청곡으로 나오는 노래를 녹음해 카세트 테잎이 늘어나도록 듣던 그때 그 시절.

잠자리 뿔테 안경에 요상스런 머리띠를하고 기타를 치던 그 멋지던 다섯손가락 우리 오빠들은 요새 보니 촌스러움의 결정체더라. ㅋㅋㅋㅋ



정말 어린 시절에 예쁜 꿈을 꾸던 우리의 지난 날들은 풍선을 타고 날아가 버린걸까요?



우리들만의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책이 있다는 거, 그림책 읽는 어른으로 살아가는 큰 행복입니다.



책을 시작하는 장면에서 공원을 찾은 사람들의 옷차림이 여자들은 하나같이 치마를 입고 있습니다.

나들이 온 가족.

아내가 가방에서 음료수를 꺼내고 남편이 그걸 받아 마시네요. 성역할에 대한 그림 작가의 고정관념이 너무 올드한 거 아닌가요?

살짝 아쉬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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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왜? 김영진 그림책 5
김영진 지음 / 길벗어린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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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영 작가와 함께 지원이, 병관이를 살아 숨 쉬게 만들었던 그림 작가 김영진 님의 다섯 번째 그림책이었던 『피아노 치는 곰』의 개정판 『엄마는 왜?』 입니다.

 

『피아노 치는 곰』을 처음 읽었을 때 저는 이 책이 우리나라 판 『돼지 책』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 아내는 언제나 아이들과 남편만을 위해 살아가는 존재.

 

뭐 멀리 갈 것도 없지요.

저는 요즘 제 주위의 남자들 밥해주다 죽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하루 세 끼를 드시지 않으면 세상이 어떻게 되는 줄 아시는 친정아버지. 저녁만큼은 뭔가 정성 들인 음식을 먹지 못하면 절망하는 남편. 가끔 내가 밥하기 위해 세상에 태어난 건 아닐 텐데라는 생각을 합니다.

 

돌이켜 보면 지금보다 오래전엔 참 미친 듯이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미르와 그린이 엄마처럼 말이지요.

이젠 그 짓 그만하고 싶습니다.

 

지난주, 남편이 며칠 쉬겠다고 하더군요. 요즘 가장 무서운 게 남편이 집에 있겠다는 말입니다. 어쨌거나 잔심부름도 짜증 나고 같이 있는 것도 불편해 동네 도서관으로 피신했습니다. 오전에는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도 없고 조용해서 그동안 못 본 그림책들 실컷 읽어야지 했는데.

삼십 분도 안 지나 고장 난 냉장고 수리 온다고 서비스센터 기사 님이 전화를 하시네요.

 

엄마도 싫고, 사모님도 싫고, 마누라도 싫고, 딸도 싫은 날이었습니다.

 

좋은 엄마, 아내는 과연 누구에게 좋은 걸까요? 엄마도 하고 싶은 게 있지 않을까요? 밥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뒤치다꺼리 하는 거 말고요.

 

엄마는 왜는 그렇게 살다 아파서 너무 아파서 곰으로 변해버린 미르와 그린이 엄마가 오래도록 해보고 싶었던 피아노를 배우면서 가족들의 이해와 사랑으로 더 멋진 엄마가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책입니다.

 

 

 

 

 

 

 

개정판이 나온다고 했을 때 살짝 예상했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피아노 치는 곰』의 결말이 사실 당혹스러웠거든요. (이거 뭐니? 겨우 이거야? 결국 똑같잖아? 등등)

 

예전에 좋은 책으로 인정받던 책들이 요즘 재평가 받으면서 뒤로 밀려나는 책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저도 그림이 좋아서 참 좋아했던 책인데, 권윤덕 작가의 『만희네 집』의 경우 성 역할이 너무 올드하죠.

 

김영진 작가가 독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결말을 수정했다네요. 이번 개정판이 반가운 이유입니다.

 

두 책을 비교하면서 보는 것도 좋을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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