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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노래 ㅣ 큰 스푼
신현수 지음, 채원경 그림 / 스푼북 / 2019년 4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9/0507/pimg_7851691532190264.jpg)
전두환이 5.18 민주화운동 관련 피고인으로 광주지법에 출두하던 날
인근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전두환은 물러가라' 항의하는 모습 --연합뉴스
5.18 광주민주화 운동을 총칼로 탄압했던 전두환이 광주지방법원에 출두하던 날 광주 지역의 초등학생들이 전두환을 향해 항의했다는 소식도 놀라웠지만 그런 아이들을 찾아가 위협한 어른들 이야기는 더 큰 중격이었습니다.
어른 된 자로 아이들에게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인간은 인간이라 부르면 안 되지요.
'너희와 관계없는 일이 아니냐 그러니 조용히 공부나 해라!'라고 어른들이 우기지요.
저 아이들에겐 형, 누나, 언니, 오빠 혹은 아버지, 고모, 삼촌을 잃은 사건일 수 있습니다.
'아니 그럼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놀고 공부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주던가? '
초등 6학년 아들의 항변입니다.
세상에 태어났더니 군사정권 치하에서 말 한마디로 간첩이 되던 시절을 살던 우리와 달리 태어나면서부터 민주주의 세상이던 아이들이 생각하는 정치는 참 많이 다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정치는 생활이고 민주주의는 일상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죽음과 항거가 있었는지 꼭 얘기해 주어야겠지요.
스푼 북에서 출판된 「사월의 노래」가 더 반가운 이유입니다. 우리나라 현대사를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초등 저학년 아이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많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5.18 광주민주화 운동을 다룬 책들이 그림책과 어린이용 책으로 출판되고 있어 무척 반가운 일입니다. 그 외에도 현대사의 빛나는 역사가 많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새롭게 기록되지 못한 역사의 장면들이 많지요.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9/0507/pimg_7851691532190265.jpg)
이 책 『사월의 노래』를 쓴 신현수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이 한 장의 사진으로부터 이 책이 시작되었다고 하네요.
저도 4.19 혁명 당시의 사진들 중에서 눈에 최루탄이 박혀 시신으로 마산 앞바다에서 떠오른 김주열 열사의 사진과 함께 이 사진이 무척 기억에 남는 사진입니다.
『사월의 노래』도 이 사진과 같은 사연을 담고 있습니다.
종신 대통령이 되고자 했던 이승만의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국민들을 향해 이승만 정권은 총부리를 겨눕니다. 거기에 어린이도 포함되었지요. 세상에 자신들과 같은 국민을 향해, 그것도 아이들을 향해 총을 쏘는 인간들이 어디 있을까요? (하긴 지난 2016년 촛불 혁명 당시 국민들을 향해 총을 쏘겠다는 모의를 한 인간들이 있긴 하네요.)
이승만이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쏘아대자 학교에선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승호는 함께 놀던 명규 형이 총에 맞아 죽는 것을 목격하게 되지요. 이런 비극을 직접 눈으로 본 아이들이 어떻게 집에서 학교에서 가만히 공부만 할 수 있겠습니까? 아이들도 부모 형제를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서게 됩니다.
'아니 그럼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놀고 공부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주던가? '
아이들에게 부끄럽습니다.
그래서 『사월의 노래』 처럼 역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어린이용 책들이 더 많이 출판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