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날갯짓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61
파라드 핫산자드 지음, 가잘레 빅델리 그림, 윤지원 옮김 / 지양어린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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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그림책을 읽던 모임에서 '왜 러시아, 중국, 아프리카나 이슬람권 국가의 그림책은 보기 어려운가?'라는 물음이 나온 적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별로 읽은 기억이 없었어요.

그날 결론은 통제되고 억압된 사회에선 그림책조차도 자유로이 출판되기 어려운 게 아닐까였습니다.

결국 그림책 한 권이 그 나라의 민주주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고. 더불어 또 한가지 그림책조차도 영미권 쏠림이 지나치게 심한 것도 이유란 거.

아프리카 작가에게 타국의 독자들이 아프리카에도 서점이 있느냐는 질문이 가장 가슴 아프다던 글이 생각났습니다.

그렇게 따지고 보니 나 역시도 이란이나 이라크, 시리아의 그림책을 읽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사실 궁금했던 적도 없었지만. ㅠㅠ

「나비의 날개짓」이 제 인생 첫 이슬람 작가의 그림책입니다. 그것도 이란 작가라니. (중동으로 일컫는 이슬람 지역 출신으로 유럽이나 미국으로 이주해 책을 출판하는 경우와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설날을 두 시간 앞둔 어두운 회색 도시를 날고 있는 노란 나비 그리고 한산한 도로 위의 빨간 자동차. 그리고 마리암과 알리가 팔고 있는 초록색 꽃다발. 이 책은 이렇게 최소한의 색만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갑니다.

어른들에게 차례를 밀려 아직 머리를 깍지 못한 아르달란은 초조합니다. 반면 어른들은 아이가 그러거나 말거나 느긋하지요. (그런데 왜 이발소에선 온 순서대로가 아니라 늦게 와도 어른이 먼저인지 모르겠네요.)

새 원피스를 찾으러 간 아르투사는 정전이 되는 바람에 옷집 아줌마네 집 초인종을 눌러도 대문을 두드려도 대답이 없어 울음이 터질 것 같습니다.

꽃을 다 팔고 가족들과 함께 식당에 가서 설맞이를 하기로 한 마리암. 그런데 꽃을 사주는 사람도 없고 설상가상 비까지 내립니다. 점점 굵어지는 빗줄기. 오빠 알리와 마리암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돌멩이로 대문을 두드리는 아르투사를 돕습니다. 알리가 휘파람을 불어 옷집 아줌마를 불러줍니다. 아직도 머리를 못 깎은 아르달란 앞에 머리를 깎으려는 아저씨를 부르는 여자아이. 아줌마가 아들 묘지에 가자고 당장 집으로 오라는 이야기를 전하는 소녀의 팔에 꽃다발과 원피스가 들려 있습니다. 아줌마가 꽃은 사뒀으니 그냥 오라네요. (그 꽃이 어디서 났을지는 짐작이 가지요?) 이제 설날이 되기 전에 머리를 깎을 수 있게 된 아르달린.

 

아이들은 설날이 되기 전에 각자의 문제를 다 해결하고 기쁜 마음으로 돌아갑니다.

비 내리는 칙칙한 회색 도시가 따뜻한 노랑으로 물들었네요.

 

이 도시 건물 어딘가에 나비의 날갯짓 같은 작은 친절과 배려로 가족과 따뜻한 설날을 보내는 사람들이 더 많을 수도 있겠지요.

 

 

 

 

 

 

 

 

 

물론 설날까지도 도시의 곳곳이 정전이라거나 꽃과 과자를 들고 아들의 묘지를 방문한다는 대목, 지붕 위의 까마귀들은 이란의 상황이 밝지만은 않구나 살짝 추측하게 합니다. (글쎄 저만의 느낌일 수도 있고요.)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입니다.

설날 늦지 않게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의 표정이 무척 행복하거든요.

「나비의 날갯짓」 이 책은 이란 작가의 그림책이란 이유 하나만으로도 읽어야 할 가치가 충분합니다.

다른 이란 작가의 책이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우리나라에 출판된 이란 책이 여러 권 있더군요.

읽어 보시라 권해드립니다.

http://vip.himentor.co.kr/home/Mgvip/index.php?mode=view&scatcode=19&no=27308&viewform=e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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