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소.
어쩌면 전문적인 일 수도 있는 주제를 지나치게 깊게 파고들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턱없이 허접한 내용으로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 요런식의 책이 정말 좋다.
물론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는 이런 비슷한 기획의 몇몇 책에 실망해 봐서 잘 알고 있다.
이 책은 중학생 정도의 독서 수준 (물론 초등 고학년 중에 자연과학 분야에 관심있는 아이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게 쉽게 쓴 책이다.
대신 좀더 전문적이고 깊이있는 책을 원하시는 분들은 패스하셔도....
프롤로그에서 '재료'란 단어를 보니 옛시절 추억 한토막이 떠오른다.
1980년대 말, 얼마 전까지 청와대에서 비서실장인가 뭔가를 하시던 임모 씨가 전국의 여대생들을 심쿵하게 하던 그때. 그가 자기 소개를 할 때 '무기재료공학과'에 다닌다고. 공학 분야에 대해 손톱만큼의 지식도 없던 나는 그 과가 대포나 총처럼 전쟁 무기 같은 걸 만드는 과인줄 알았다. 그 과가 사실 「세계사를 바꾼 12가지 신소재」에 나오는 철이니 종이, 알루미늄, 고무 뭐 이런 류의 무기물질을 공부하는 곳이란 걸 한참 후에 알고나서 나의 무식함이 좀 쪽팔렸다고나 할까?
하여튼 나는 그렇게 부담없는 호기심으로 읽었고 충분히 재미있게 읽었다.
인류 최초의 발명품이란 그릇. 만팔 천년 전에 만들었다고 하니 대단히 놀랍다. 왜냐하면 이만 년의 시간을 견딜 수 있는 재료가 과연 얼마나 될까 싶어서.( 저자는 여기에 슬쩍 만 육천년 전에 조몬토기가 만들어졌다고 슬쩍 끼워넣기 했지만 일본의 고대사 조작 사건을 떠올리면 왠지 다른 자료를 찾아 봐야할 것같은 생각이 드는 건 혹시 나만?)
도자기 편을 유심히 살핀 이유가 또 하나있다. 사실 중국 도자기가 유럽으로 수없이 실려갔고 그 덕분에 일본 도자기가 훗날 유럽의 도자기 문화를 꽃피운 원천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일본 도자기는 임진왜란 때 끌려간 조선의 도공들 때문인데 저자가 이 부분을 재대로 기록했는지 싶어서다.
도요토미는 조선에 출정(임진왜란, 정유재란)해 무참히 실패했다. 이때 일본 영주들이 조선인 도공을 여럿 끌고 옴으로써 전 세계 도자기 역사 속에서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던 조선의 기술이 바다를 건너오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