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마와리 하우스 에프 그래픽 컬렉션
하모니 베커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월에 만난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히마와리 하우스 (하모니 베커 지음, f펴냄)"가 그 이야기인데

히마와리(해바라기)라는 집의 이름처럼 표지 속에는 해바라기가

숨어있다.

이 책은 f의 그래픽노블 컬렉션 중 하나라고 소개되었는데 아마도

국적이 다른 이들이 모여 사는 셰어하우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

것 같다.

"낯선 외국 생활은 한적한 공원을 거니는 것처럼 쉽고 편한 일은

아니다."라는 히마와리 하우스를 배경으로 짧은 설명을 덧붙인

문장이 책을 읽기 전 생각할 주제를 주는 것 같다.

일본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나오가 히마와리 하우스로 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히마와리에서 먼저 생활 중이던 한국에서 온 혜정, 싱가포르에서 온 티나를

만나며 나오만의 고민이었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미래에 대한 고민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레 이어진다.

각자 고유하게 사용하던 언어가 아닌 일본어를 사용하며 때때로 웃지

못할 일들이 생기지만 그들은 그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길을 찾아

끝없는 걸음을 시작한다.

나오는 대학 진학을 미루고 1년 간 히마와리 하우스에 머물며 자신을

찾으려고 한다.

비록 어학원에 다니며 일본어를 익혀야 하지만, 혜정과 티나가 있어

낯설거나 두렵지는 않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에게 스며든다.

시간이 주는 농밀함과 더불어 이방인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그들은 낯선

나라에서의 삶이 결코 녹록치않음을 보여준다.

각기 다른 아픔을 가진 그들은 국적에 대한 모호함, 입시전쟁 이후 자신의

꿈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인생에 대한 허탈함 등 정체성을 잃었다는

아니 찾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괴로워한다.

그리고 히마와리 하우스에 머무는 동안 조금씩 자신을 찾아가고 있는

것을 느낀다.

나의 뿌리, 나의 꿈, 나의 새로운 모습....

이제 그들은 각기 다른 자리에서 자신의 걸음을 걸어갈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지금 잘 걸어가고 있는 걸까?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 걸까?

입시를 끝낸 후 허탈함에 나 역시 나를 향해 끝없는 물음을 던지곤

했었다.

나에게도 히마와리 하우스 같은 곳이 있었으면 오래 방황하지 않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느껴졌던 이야기라 사월 독서가 참으로

만족스러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일찍 일어났을 때 I LOVE 그림책
세스 피쉬맨.제시카 배글리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봄꽃이 가득해 길을 걸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사월의 첫 독서는

그림책으로 시작되었다.

제목이 주는 느낌부터가 재미있고 신나는 그림책, "내가 일찍 일어

났을 때 (세스 피쉬맨 글, 보물창고 펴냄)"는 네 가지 색의 옷을 입은

아이의 다른 움직임이 책표지를 가득채웠다.

도대체 아이는 왜 이러고 있는 걸까?

곤히 잠을 자던 아이는 엄마나 아빠가 일어나기 전인 오전 6시 15분에

잠에서 깼다.

잠에서 깬 아이는 창 밖을 내다보았지만 아직 하늘은 어둡고, 가로등만이

길을 비추고 있었다.

엄마가 말한 어디선가 빛나는 해님은 언제나 나오는 걸까?

엄마, 아빠가 자고 있는 방을 들여다보니 엄마와 아빠는 아직 꿈나라다.

7시까지는 침대에 있으라고 했는데 아이는 다시 잠을 잘 생각이 없다.

아이는 하는 수 없이 하루의 시작을 혼자 어떻게 보낼지 상상해본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각기 다른 색으로 분류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아침 식사를 준비할까? 크레파스를 꺼내 도시를 건설해볼까?

킥보드를 다고 골목을 내려가볼까?

정원에서 엄마의 삽으로 땅을 파고 놀까?......

아이의 상상은 네 가지 선택으로 나뉘고 각각 다른 색으로 표현해 펼쳐진다.

빨강, 노랑, 초록, 보라색으로 표현되는 아이의 상상은 때때로 재미있고,

때때로 창의력이 필요하기도 하다.

아이의 상상은 페이지마다 다양한 모습으로 펼쳐지고 고유한 색을 따라가면

아이의 상상 중 하나가

완성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럼에도 아이는 상상 속에서 자신의 행동들이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지

아는 듯 싶다.

6시 15분에서 7시가 되기 전까지 아이의 상상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자기 방을 나서 엄마 아빠가 잠든 방으로 향하는 아이는 엄마 아빠 사이에

누워 다시 잠을 청한다.

7시가 되면 모두 일어나 아침을 맞이하겠지?

아이의 상상은 현실이 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원들 I LOVE 그림책
므언 티 반 지음, 빅토 가이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월 독서 중 만난 그림책 한권이 주는 묵직한 여운은 오래 나의

밤들을 빛내줄 것만 같았다.

"소원들 (므언 티 반 글, 보물창고 펴냄)"을 처음 만나곤 짙푸른 밤하늘

아래 반짝이는 바다를 유영하듯 떠가는 배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참으로 낭만적인 표지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배 안에 탄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춥고 외로워보였으며 주인공인 듯한 아이의 표정이 낭만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전한 곳, 험난한 여정, 꺼트릴 수 없는 소망의 불빛...

작가의 말을 먼저 읽어 보았다.

베트남에서 홍콩으로 이동해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야했던 작가의

경험에서 영감을 얻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만들어진 그림책이라

생각하니 읽기도 전에 마음이 시려왔다.

그때 혹은 지금 자유와 희망을 찾아 자신의 나라를 떠나는 난민들의

소원이 모두 이루어지길, 안전과 평온이 그들과 함께 하길 기도하며

주인공인 소녀를 따라 이야기 속으로 향했다.

고요한 밤을 소원하던 소녀는 짐을 꾸리며 마지막으로 가족들에게

인사를 전하며 잠에서 덜 깬 동생을 보며 소원한다.

제발 우리의 새로운 집을 찾기를.

마지막으로 할아버지와 인사를 나누며 이 시간이 좀 더 늦게 가기를

기도하며 작은 배를 향해 걷는다.

떠나는 사람들에 비해 배는 너무도 작고 형편없었다.

그저 폭풍우치는 바다가 자신들을 버리지 않고 건너 목적지에 닿기를

긴 여정으로 지친 마음이 더 이상 힘들지 않기를 소원한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그들은 그저 배 안에 앉아 자신들의 운명이 희망적

이기만을 바란다.

폭풍우와 뜨거움, 피로와 공포를 견뎌낸 그들은 드디어 안전하게 바다를

건널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자신들이 찾던 새로운 집에 도착한 모양이다.

난민들은 자신들의 목숨을 내놓고 미래를 위해 자녀를 위해 힘겨운

싸움을 한다.

어쩌면 낯선 곳에서 그들은 더 위험할지 모르지만, 소망의 불빛을

향해 오늘도 걷는 그들을 응원하고 평화가 그들과 함께 하길 기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야기는 힘이 세다 - 김시습의 금오신화 1218 보물창고 23
강숙인 지음, 김시습 원작 / 보물창고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날이 지나가고, 바람이 또 한숨 꺾여 청명한

느낌을 주는 날들이 이어져간다.

봄을 기다리는 밤들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불면이 나를 괴롭히고, 그런

괴롭힘에도 위안이 되는 건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월이 시작되며 만난 이야기는 아주 오래전 교과에서 소개되었던 김시습의

금오신화를 쉽게 쓴 책이었다.

"이야기는 힘이 세다 - 김시습의 금오신화 (강숙인 지음, 보물창고 펴냄)"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선행과 설잠 스님의 만남부터 시작되며 시를 쓰고

싶은 선행이 설잠 스님에게 더 많은 시에 대한 가르침을 받고 싶지만

엉뚱하게 스님은 자신이 쓴 이야기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어보자 한다.

그렇게 첫 번째 이야기 만복사저포기 - 양생, 만복사에서 저포놀이를

하다. 로 선행의 독서가 시작된다.

만복사저포기에 이은 이생규장전 - 이생, 담 안을 엿보다. 첫 번째

이야기에 연속같다.

노총각이 귀신과 사랑을 하고 죽은 아내의 혼이나마 함께 하고파

하니 말이다.

그 다음 선녀와 밤새 시를 나누는 취유부벽정기 - 홍생, 흥에 취해

부벽정에서 노닐다. 로 이어지며 선행과 설잠 스님의 수업은

계속된다.

나머지 두 편의 이야기 남염부주지 - 박생, 염라대왕과 독대하다.

용궁부연록 - 한생, ㅇ용궁잔치에 초대되다. 는 환타지처럼 펼쳐지는

저승와 용궁에 대한 이야기로 우리의 현실과는 전혀 다른 세계는

넘나드며 펼쳐진다.

이야기를 읽는 내내 등장인물도 배경도 그 시대에 사람이 상상하여

지어낸 이야기가 맞는 건지 의문스럽기까지 했다.

아마 조선 전기 천재 문인인 김시습이 사회 부조리와 문인으로

문제점을 꼬집고 싶어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이용해 사회를

비판하고자 쓴 것인지도 모르겠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들, 환상과 현실오가며 그가 말하고픈 건

무엇이었을까?

그의 영특함과 뛰어난 글재주는 난을 일으켜 왕의 자리를 뺏고

차지하는 것을 보며 환멸을 느꼈을지 모른다.

"이야기를 짓는 동안 나를 돌아보면서 초심을 되찾았고 내 신념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했으니 말이다. 사람은 결국 자신의 신념대로

살 수 밖에 없고 그렇게 사는 게 행복한 법이다. 그게 가장 나다운

삶이고 또한 내가 쓸 수 있는 최선의 이야기지. 사람의 삶이란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나가는 과정인 거다. 잘 살아야만 제대로

된 이야기가 써지는 것이고. 내가 지금까지 제대로 된 내 이야기를

써왔다는 것을 알았기에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나답게 살아갈

작정이다. 먼 훗날 내 삶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누군가가 이 시대의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겠다고 나선다면, 내 삶이야말로 누군가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

- p.234

누군가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는 이야기, 그래서 이야기는

그 어떤 행동보다 힘이 센 것이 아닌가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억 상자 - 애도에 관한 책 I LOVE 그림책
조애너 롤랜드 지음, 테아 베이커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월 독서는 그림책 읽기로 시작했다.

죽음, 슬픔, 이별.... 에 대한 이야기라는데 주제와 달리 표지와

제목이 너무 예뻐 마음에 드는 그림책이었다.

"기억 상자 (조애너 롤랜드 지음, 보물창고 펴냄)"는 <애도에 관한 책>

이라는 또 다른 제목이 붙어있다.

날아가는 풍선을 잡으려 손을 뻗은 소녀는 다른 한 손으로 메모리라고

쓴 상자를 꼭 잡고 있다.

마치 기억을 담아 잊지 않으려 잡아둔 것처럼.

소녀는 풍선과 이별 후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설명한다.

그리고 또 다른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살아가면서 우리에게는 수많은 이별이 있다. 그 대상이 사람이나 물건

또는 반려 동물일 수 있는데 그때 느끼는 감정은 남겨진 자가 짊어져야

할 무겁고 어두운 슬픔이다.

작가는 아이들이 죽음을 경험했을 때 감정을 해소하고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담담하게 설명한다.

상실이라는 감정에서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기억 상자를 만들어

즐거웠던 기억을 담아두며 충분한 애도의 시간을 갖는 이야기 속

소녀를 따라가다 보면

"당신을 잊을까 봐 두려웠어요, 하지만 그러지 않을 거예요."라는

문장과 만나게 된다.

나 역시 남겨진 이가 되었을 때 떠나간 이가 너무 빨리 잊혀질까

두려웠던 적이 있다.

그리고 몸이 기억하는 슬픔의 시간들이 아주 오래 나를 괴롭혀

잊혀질만하면 다시 떠오르는 슬픔을 겪어야 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하늘나라로 떠나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죽음을 마주했을 때 우리의 슬픔이 더욱 커진다.

이야기 속 소녀 역시 그것을 알기에 풍선을 잃었을 때와 달리 더 큰 슬픔을

느꼈는지 모른다.

소녀는 가족들과 함께 추억의 시간들을 정리해 차곡차곡 기억 상자를

채워간다.

그리고 소녀는 이제 기억 상자를 통해 슬픔을 극복하는 법을 찾은 듯하다.

기억 상자에 지금은 이 자리에 없는 가족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저장해두고

소녀는 다시 매일을 살아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