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마리솔 Wow 그래픽노블
알렉시스 카스텔라노스 지음, 마술연필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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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부쩍 다가옴을 느끼는 십일월, 갑작스런 추위만큼이나

가슴이 시린 이야기를 만났다.

표지를 보며 한참을 머뭇거렸던 이야기, 이 아이와 함께 걸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책읽기를 시작했다.



"내 이름은 마리솔 (알렉시스 카스텔라노스 지음, 보물창고 펴냄)"을 읽기

전 이야기의 배경을 먼저 읽어보니 1960년부터 1962년까지 시행된 난민

프로그램 '피터 팬 작전'을 통해 미국에 도착한 쿠바 소녀 마리솔이 위탁

가정에서 자라는 이야기라고 한다.



작가는 1세대 이민자인 부모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 이야기를

썼다고 하는데 인종 차별이 심했던 시대를 살아냈을 작가의 부모를

비롯한 이민자들의 아픔과 성장을 그대로 담아낸 듯하다.

쿠바 아바나에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마리솔은 엄마, 아빠와 식물원에

가고 예쁜 꽃들은 책사이에 넣어 말리는 것을 즐기는 학생이었다.

쿠바의 쿠테타로 많은 변화가 있던 시절 마리솔의 집 역시 당장 먹을

것과 안전에 대한 두려움이 커져 마리솔의 부모는 마리솔을 미국으로

보내기로 한다.



낯선 땅에 홀로 떨어진 듯한 느낌 때문인지 마리솔은 위축되고 불안

하기만하다.

위탁가정의 부모님들은 잘 해주셨지만 마리솔의 마음은 한 겨울처럼

꽁꽁 얼어붙은 기분이다.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마리솔은 누구도 자신을 반기지 않는가는

기분때문인지 배경이 온통 회색과 검은색으로 이어질 뿐이다.



부모님께 보낸 편지가 계속 반송되자 마리솔의 불안감은 점점 더

커지기만하는데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낯선 빛을 발견하게 된다.

어느 아이를 뒤따라가며 그 빛을 쫓아가보니 도서관이다.

언어도 생김새나 피부색으로 아이는 외톨이지만 책 속에서는 어떠한

편견도 차별도 없이 자신의 생각을 펼칠 수 있었다.

식물의 이름을 찾고 비교하는 마리솔을 위해 위탁가정의 부모는

식물원에 데리고 가고 그곳을 시작으로 마리솔은 하나, 둘 잃었던

색을 찾아간다.

드디어 기다리던 부모의 편지가 도착한다.



이제 마리솔은 단정하게 머리를 빗고, 책과 더불어 밝아졌으며 제 색을

찾아가고 있다.

요리책을 펼쳐 고향의 음식을 만들 줄도 알고, 움추렸던 어깨를 펴고

새로운 친구들에게 다가가 자신을 소개한다.

"내 이름은 마리솔이야."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나라를 떠나 새로운 나라로 피하고, 부모를

한동안 볼 수 없었던 마리솔이 자신의 색을 찾아 울고 웃었던 시간은

비단 쿠바에서 미국으로 온 이방인들에게만 국한된 감정과 시간은

아닐 것이다.

우리 역시 6.25로 인해 많은 고아와 그들의 새로운 고향이 생겼고

새 터전에서 살아남기위해 오롯이 애쓰던 시간들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픽 노블 시리즈 중 하나인 "내 이름은 마리솔"은 글이 없이 그림

으로만 표현한 이야기지만 이해와 공감을 할 수 있는 뜻깊은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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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와 거지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19
마크 트웨인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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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휴일 아침이면 우리 세 자매는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시간에

일어나 어린이 명작동화를 시청하곤 했다.

부스스한 머리를 한 채 셋이서 주제곡을 합창하면 어김없이 엄마의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밥을 먼저 먹어라.', '아빠 깨시겠다 조용히 봐라.' 일상적인 잔소리

였는데 종종 그때를 떠올리면 갓 지은 밥에 달걀과 간장, 참기름을

넣어 비빈 비빔밥 냄새와 함께 소공녀 세라, 벌거벗은 임금님...

그리고 왕자와 거지가 떠오르곤 한다.

그래서 이번 추억의 책읽기는 <왕자와 거지>

"왕자와 거지 (마크 트웨인 지음, 보물창고 펴냄)"는 책 제목이 주는

반가움과 더불어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이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 떠오른다.

왕자와 거지를 만화를 처음 만나고, 엄마를 졸라 동화책으로

만났을 때 에드워드와 톰의 모험과도 같은 일상을 보며 '

이 아이들은 쌍둥이인가?' 의문을 갖기도 했었다.

빈민가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때어난 톰과 영국 전체가 반가며

기뻐했던 에드워드 탄생은 그저 평범한 어느 집안에 일어난

이벤트 같지만, 아이들이 성장하며 너무도 다른 환경에서

닮았지만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며 각기 다른 호기심과 소망이

자리잡는다.


왕을 만나기를 소원하는 톰, 시대상을 반영한 아이의 모습과

생활은 빈부의 격차와 사회상을 따끔하게 꼬집어낸다.

당장 먹을 것이 없어 구걸하는 톰은 더럽고 추한 환경에서

구걸을 해 무언가 가지고 오지 못한 밤이면 아버지와 할머니에게

구타를 당하는 것도 평범하기만한 일상이다.

그런 톰은 언제나 신부님의 책 속에서 읽은 이야기들처럼 꿈을

꾸던 어느 날 우연찮게 에드워드 왕자를 만나게 된다.


"불쌍한 아이를 어찌 그리 함부로 다루느냐! 아바마마의 가장

비천한 백성을 어찌 그렇게 막 다루는 것이냐! 문을 열고

저 아이를 들여보내도록 하라!"-p.18


에드워드는 톰을 안으로 들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며 바깥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키운다.

생김새가 너무도 닮은 두 아이는 서로 옷을 바꿔 입고

누구도 그 둘이 바뀌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해 톰 대신

에드워드는 궁에서 쫓겨나게 된다.

그리곤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다른 삶을 살게

된다.

톰은 어쩔 수 없는 왕자 행세를 하며 상상하고 꿈꾸어 왔던

생활이 아니라는 생각에 실망을 하고, 에드워는 역시 거지의

삶으로 스며들며 허언증을 가진 정신병 환자 취급을 받는가

하면 도둑의 누명을 쓰기도 한다.

그러면서 둘은 아주 다른 삶의 경험으로 한층 더 성숙하게

성장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그 자격 없는 아이의 머리에 왕관을 얹지 말라. 내가 바로

왕이도다!"


"그를 놓아주고 행동을 삼가라! 그분이 바로 왕이시다!"-p.329


영원히 자기 자리를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에드워드는

대관식장에 등장하며 자기의 자리를 찾아간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기 좋을 세계명작 고전읽기 시리즈는

다소 분량이 많아 아이들이 지루할까 걱정스러웠지만, 그림과

사진은 물론 부록으로 시대상이나 작가에 대한 정보, 내용의

장면 등이 설명되어 재미있게 읽기 좋은 책이었다.

입은 옷에 따라 왕자와 거지로 분류하며 부당한 대우 역시

당연시 여기던 시대는 어쩌면 지금까지 똑같이 이어져 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실을 더욱 높이 사는 사회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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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18
라이먼 프랭크 바움 지음, 윌리엄 월리스 덴슬로우 그림,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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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이 잠이 들지 않는 밤이 이어지는 가을이다.

생각도 고민도 걱정도 다 잊고 집중할만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럴 땐 독서?

그렇게 생각하며 집어든 책은 고전 중 한 권이었다.

보물창고의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는 고전 산책 중 열여덟 번째 이야기



"오즈의 마법사 (라이먼 프랭크 바움 지음, 보물창고 펴냄)"를 집어들고

생각나는 음악, <somewhere over the rainbow>를 재생시키며 양갈래

머리를 한 소녀 도로시를 만나기위해 출발했다.

오래 전 이 책을 읽고, 나는 좀 엉뚱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캔자스의 작은 소녀 도로시가 헨리 삼촌과 엠 숙모와 평범한 일상

속에서 회오리 바람에 의해 어디론가 알 수 없는 곳으로 날아가

버린다는 것 자체가 엉뚱함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도로시가 오롯이 혼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강아지 토토가 도로시와 함께 이 여정에 참가하고, 도로시 덕분에

동쪽 마녀가 죽어 마녀의 신발은 도로시의 몫이 된다.

하지만 도로시는 신발을 얻었다는 기쁨보다는 작고 누추하지만

숙모와 삼촌이 있는 집이 그리워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가 자신과

토토를 캔자스의 작은 집으로 다시 보내달라 청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


뇌가 없지만 누구보다 지혜로운 허수아비, 심장은 없지만 심장이

뛰는 우리보다 여린 양철 나무꾼, 동물의 왕이지만 겁이 많은

겁쟁이 사자를 만나며 도로시는 그들과 우정을 나누며 먼 길을

떠난다.

도로시와 친구들이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가는 길은 평탄치 않았다.

또한 오즈 역시 도로시와 친구들의 소원을 조건없이 들어준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도로시와 친구들은 꿋꿋하게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길을 걷고, 무시무시한 날개 달린 원숭이들을 부리는 서쪽

마녀를 물리치는 등 오즈가 조건으로 내세운 일들을 묵묵히

해결한다.

그러는 동안 도로시 일행은 자신 속에 숨겨져 있던 용기와

가치를 발견하고 깨닫는다.

오즈는 사기꾼이었지만 도로시는 글린다의 도움으로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된다.

작고 보잘 것 없는 집으로 돌아와 비로소 도로시는 자신의 가치를

가족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된다.

다소 분량이 많은 이 책은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기 좋게 그림이나

사진, 부록 등으로 부연 설명을 넣어 읽는 재미를 더했다.

"걸어서 가야 해요. 아주 긴 여행이 될 거예요.

때로는 즐겁겠지만 때로는 어둡고 힘들지도 몰라요."

삶은 언제나 동전의 양면처럼 행운과 불행, 기쁨과 슬픔이

존재한다.

도로시와 친구들은 오즈의 마법사만 만나면 자신들의 소원을

들어줄 거라는 기대하지만, 오즈는 조건은 붙여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일들을 수행하도록 한다. 그들이 가는 길과 해결해야 할

일들은 마치 우리의 삶과 같아서 그 사이에서 그들이 원하는

것들이 하나, 둘 이루어지지만 서로 눈치채지 못했다.

지금 우리도 그런 것이 아닐까?

우리가 원하는 것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알지 못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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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치워크 I LOVE 그림책
맷 데 라 페냐 지음, 코리나 루켄 그림, 전하림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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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부터는 본격적인 독서를 해야지. 마음을 먹었는데 아직도

낮에는 더운 기운이 남아 있어 책 읽기에 집중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가벼운 독서를 위해 그림책을 읽는데, 요즘 그림책들은

가볍게 읽히기가 쉽지 않다.

구월에 만난 그림책 중 한참을 읽고, 더 한참 그림을 보았던

그림책이 있어 소개해본다.

"패치워크 (맷 데라 페냐 글, 보물창고 펴냄)"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각기 다른 색과 모양을 가진 천을 이어붙여 한 장으로

만들어내는 바느질 용어이다.

다만 각기 다른 천을 아이들에 비유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우리는 태어날 때 고유한 어떤 특징을 가지고 태어난다.

성별도 이름도 생김새도 하물며 성격까지 다른 우리는 적성이나

정체성 대신 부모님이 정의한 어떤 틀에 제일 먼저 갇히게 된다.

책에서도 아이에게 파랑이라 부르고 파랑이 되도록 아이를 성장하게

하려는 부모님 덕분에 아이는 조금 슬픈 표정이다.

어쩌면 아이는 노랑이나 보라 혹은 빨강이 되고 싶었는지 모른다.

파랑의 마음 속에 분홍이 자리잡을 수도 있지만 아이는 부모의 바람을

따라야 하나 고민을 한다.

등장하는 아이들은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자기 색을

더욱 빛나게 하고 있어 부모가 만들어놓은 틀이 어쩌면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스럽다.

아이들의 적성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제 자리를 찾고 잡아간다.

그 길에서 지치지 않게 손을 잡아주며 아이의 색을 고운 빛을 찾아

빛나도록 도와주면 어떨까?

아이들의 얼굴에는 각기 다른 색이 덮였지만, 행복이 묻어나는 표정들로

물들어 알록달록한 패치워크가 완성되어 간다.

각자에게 주어진 개발하고픈 재능을 찾아가는 길, 미래를 향해 지금을

걷고 있는 아이들에게 나도 응원의 목소리를 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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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도그 - 2023 칼데콧 대상 수상작 I LOVE 그림책
더그 살라티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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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한 가운데로 들어온 칠월의 날들은 폭우와 폭염이 번갈아 우리를

찾아오는 중이다.

에어컨을 켜고 집 안에서 지내는 일상이 가장 안전하다 생각하는 내게

바다 바람을 몰고 온 귀엽고 발랄한 그림책이 있어 그림책 수다 시작.

2023 카데콧 대상과 에즈라 잭 키츠 상을 수상한 그림책 제목이

"핫 도그 (더그 살라티 글, 그림/보물창고 펴냄)"라고 해서 우리가

간식으로 먹는 '핫도그'라고 생각한 나는 책을 만나 표지를 보고는

혼자 한참을 웃었다.

주황색 털이 붉게 빛나도록 날리는 닥스훈트, 그 표정이 너무 행복해

보였다.

반려견과 함께 하는 사람들은 산책으로 교감을 한다. 종종 운동길에서

마주치는 그 모습들이 난 참 부러웠는데 그림책 속 개와 주인 할머니도

그런 모습일까? 궁금해졌다.

더운 날 할머니와 개는 산책을 나온 모양이다.

이미 시작부터 개는 더위에 지쳐 걷기를 힘들어하고 할머니는 그런

개를 달래고 끌고 걸으며 도심 속을 누빈다.

그러다 할머니는 택시를 불러 세우고, 개와 함께 낯선 곳으로 향한다.

개는 낯선 길을 지나 낯선 냄새가 나는 곳에 도착해 바다를 마음껏 즐긴다.

할머니와 개는 서로를 바라보는 눈이 표정이 그저 행복하다.

한참을 바다에서 놀고 난 후 다시 사람들 속에 섞여 집으로 향한다.

떠날 때와 달리 밤이 다가 온 도시는 어둡고 시원한 공기가 있어 출발할

때보다 신나는 걸음으로 걸을 수 있었다.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는 밤.

개는 바다 친구들과 신나는 시간을 보내는 꿈을 꾼다.

매 순간 숨이 차오르도록 걸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일상에서 벗어날

틈이 주지 않는 우리에게 일상에서 살짝 벗어나는 삶이 얼마나 여유롭고

행복한지 알려주는 그림책 덕분에 할머니와 개처럼 나도 집 밖에서

즐거움을 찾아볼까? 라는 일탈을 꿈꾸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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