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31 | 32 | 33 | 34 | 35 | 36 | 3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열일곱 살의 털 사계절 1318 문고 50
김해원 지음 / 사계절 / 200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표지에 등장한 소년과 바리캉...

처음 바리캉을 보지 못했을 때... 털과 열일곱 살의 관계가 의아했다.

열일곱.. 멋내기와 꿈 키우기를 뒤로하고 영어단어와 수학공식과 싸우고,

부족한 잠과 피곤을 꾹꾹 씹어 삼키며 학교와 학원, 과외와 자율학습에

몸과 마음을 꽁꽁 묶어두는 우리의 열일곱 살 아이들에게 털이라니...

순간 나는 귀찮은 턱수염을 이야기하는 것이라 단정했다.

 

'내가 그 나이였을 때 두발 규제 폐지를 원했을까?'

아무렇게나 묶은 머리, 노란 얼굴, 판다를 떠올리는 다크써클...

대학에 가기위해 밤을 낮처럼 지낸 그 시간들이 떠오르며 송일호에게

빠져 들었다...

3대째 태성이발소를 운영하시는 할아버지, 20년만에 만난 아버지,

아들을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는 어머니와 20년 동안 아들을 기다린 할머니,

만두를 먹으며 미래를 설계하는 정진, 울프컷 재현... 오정고의 오광두, 매독.

학창시절 어느 학교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인물들이 펼쳐내는 결코 가볍지  

않은 얘기들로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오르락내리락 바삐 움직였다.

오정고의 오삼삼 규칙에 맞춘 머리 모양.

아이들은 놓여날 수 없는 현실에 반항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모범생 일호도 마찬가지이다...

매독의 횡포만 마주치지 않았다면, 나라 법을 거슬리지 않는 송씨네 사람답게

묵묵하게 공부를 하고, 단정한 머리 모양을 고수하며 그렇게 졸업을 하고 어른이 되었을 것이다.

돌아온 아버지를 향한 사랑을 내 보이기에 부끄러운 열일곱.

어머니의기대를 고스란히 안고 가야할 듬직한 열일곱.

무뚝뚝한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을 받고 자란 열일곱...

그 열일곱 소년 일호는 이제 1인 시위를 하는 30일 정학  문제학생이 되었다.

그렇게 무섭기만 하던 할아버지의 지지가 없었다면 아버지의 응원이 없었다면

아이는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방랑자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할아버지의 말 중 머리카락은 길들여지는게 아니라 고유의 방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는 부분이 마음에 아프게 남는다.

우리는 학교나 사회 혹은 가정 안에서 개성이나 의견을 존중하기 보다 일정한

규칙을 정해놓고 사람들을 그 규칙의 틀 안에 가둬놓기를 원한다.

만약 자유롭지 못한 그 틀 안에서 어느 하나라도 불만이 있다면 분명  

개선해야할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의견은 약자의 불만은 무시하기 쉽다.

한여름 해를 등지고 피켓을 든 일호와 그 아이를 조롱하고 협박하는 매독, 

조용히 지켜보는 오광두, 친구들의 미안하고 고마운 시선이 보이는듯 하다.

별모양으로 두발 단속을 받은 아이들의 머리를 다듬어 주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얼굴에서 일호는 무엇을 느꼈을까?

학교의 틀을 벗어나 자유로이 자신의 길을 찾아 대안학교로 보석 감정사 시험 준비로 바쁜 재현이는 행복했을까?

엄마를 떠나보내고 꾸역꾸역 만두를 먹던 정진이는 행복할까?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나 자신에게 많은 물음을 던졌다.

열일곱 살의 털... 그것은 단순한 머리카락이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는 출발점이며 가족의 사랑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사건인지도 모르겠다.

오광두나 교장 역시 학창시절에 간절한 소원 중 하나가 두발 자율화였을 수도 있다.

<일곱 살의 털>은 아이들에게 공부만큼이나 소중한 것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일깨움을 주는 소중한 이야기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31 | 32 | 33 | 34 | 35 | 36 | 3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