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실연 상담실 푸른도서관 77
이수종 지음 / 푸른책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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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인 봄의 느낌과 달리 때때로 매서운 바람과 비로 마음은 가을을 향해 걷고 있다.

사랑과 이별을 이야기하기에 딱 좋은 계절, 갑자기 나는 가을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졌다.

그 이야기에 처음이라는 의미가 있으면 더욱 좋을 듯.

나는 첫사랑에 열광하는 어른이니까.

그렇게 만난 이야기가 "우리들의 실연 상담실 (이수종 지음, 푸른책들 펴냄)"이다.

 

 

처음 이 책을 만나고 한동안 멍하니 표지만 바라보았다.

떨어진 아직은 풋풋한 잎사귀 하나가 마치 10대 어느 날 바람처럼 다가왔다 사라져버린

첫사랑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6명의 아이들이 '실연 극복 프로그램 - 이별이 주는 선물'에 참여하며 각각 고민과 고통을

이야기하며 상처를 치유하는 내용이다.

연수를 가게 된 친구의 부탁으로 청소년 회관에서 진행되는 청소년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6주간 진행하게 된 박현우 선생님의 참여 이유를 시작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6명의 아이들 (나무늘보, 피오나, 백색왜성, 헤라클레스, 아마존, 잃어버린 섬)이 겪은

사랑과 이별은 대충 이렇다.

나무늘보 - 아빠 회사 동료인 승빈이 아빠를 통해 승빈이와 친해지고, 그 아이와 사귀게

된 나무늘보는 아빠의 실직과 부모의 이혼 등을 겪으며 승빈이와 틈이 생긴다. 자신의

친구와 승빈이 사귀는 것을 알게 되고 초라해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던 나무늘보는

이제 연예인에게 집착한다. 실연의 아픔도 마음이 변해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니까.

상담실에서 도미노를 세워 중심을 잡고 넘어가기 전까지 버티는 힘에 대해 이야기하며

나무늘보 역시 생각이 많아진다.

피오나 - 피오나는 친구 유정이의 오빠가 준 천혜향을 고이 모셔두었다. 해바라기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할머니의 첫사랑에 대해 알게 되고 할머니 대신 스즈키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써 할머니의 소식을 전하고 싶어한다. 피오나는 스즈키 할아버지를

만나러 공항으로 향하고, 할머니 역시 먼 발치에서 스즈키 할아버지를 보고 있다.

천혜향은 썩어간다. 신부가 된다던 유정의 오빠가 사랑을 쫓아 집을 나갔다. 이제

피오나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할까? 나무늘보에게 받은 도미노 하나가 있다.

무너뜨리지 말아야할지 고민한다.

백색왜성 - 도서관에서 그녀 혜령이를 처음 만났다. 첫 눈에 반할 만큼 예뻤다.

호주에서 온 지 얼마되지 않아 국어와 수학이 떨어진다며 걱정하던 그 아이와

친해졌고 어느 날 부모님이 외출한 집에 그녀가 방문한다.

하지만 그녀가 좀 이상한 행동을 해 백색왜성은 당황스럽다. 그 후로 혜령과는 전처럼

어울리지 못한다.

상담 중 선생님은 백색왜성을 미래로 데리고 간다. 3년 후 대학생이 된 그 둘은 별을

보고 일상을 즐기지만 서로 다른 생각과 표현 등을 마주하게 된다. 이제 백색왜성은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른다. 방황을 끝내고.

 

 

헤라클레스 - 말주변이 없다는 헤라클레스는 글로 자신의 이야기를 대신한다. 한율과 규가

등장하는 이야기는 깔에 대한 소설과도 같다. 그리고 이야기를 다 읽은 아이들과 자신의

잘못으로 해주 누나가 사고를 당한 거라는 이야기를 하게 된다. 하지만 아이들의 의견은

다르다. 그 미안한 마음이 죄책감이 자신을 위함인지 해주 누나를 위함인지 확실하지

않다는 지적에 고민을 한다. 이제 해주 누나에게 마음을 전해야 한다.

내 안의 소리에 집중하며.

아마존 - 사랑과 우정의 오차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아마존. 사귐을 협박당하는 수연을

도우며 수연이와 아마존은 친해진다. 자신과 목용탕에 함께 갈 아들이 없다며 술주정을

하던 아빠는 어느 순간 폭군이 되어갔고, 아마존은 수연과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아빠 때문인지 아마존은 점점 남자 아이처럼 변해가고, 수연과 자신이 연인 사이

인듯 착각을 하게 된다. 친구 다영이 임신으로 자퇴를 하게 되고, 큰언니의 갑작스런

이혼 소식까지 겹치고 나니 남자를 믿을 수 없다. 수연이 남자 친구를 사귀며 아마존은

곁을 떠나자 갑자기 모든 것을 잃은 듯하다.

암울하고 답답하기만한 아마존은 성장의 터널을 잘 지나갈 수 있을까?

잃어버린 섬 - 약속된 6주가 지나간다. 마지막 이야기 주인공은 잃어버린 섬이다.

처음과 달리 아이들은 6주가 짧게 느껴진다.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양호를 실명 위기로 몰아넣은 잃어버린 섬은 고모가 있는 중국으로 쫓겨나듯 보내지고,

거기서 중국어를 가르치는 설매를 만나게 된다. 삐걱거리던 설매와 잃어버린 섬은 점점

서로의 감정을 읽게 된다.

고모는 중국 학교에서 교장으로 있지만 실상 자신의 욕심을 차리기에 급급했고, 설매가

중간에서 힘들어하는 것을 본 잃어버린 섬은 설매를 도우려한다. 이로 인해 고모는

설매와 잃어버린 섬을 미움을 사게 된다.

부모님께 양호 문제를 맡기고 도망온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한 잃어버린 섬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고, 설매 역시 한국으로 보내줄 것을 고모에게 요구한다. 다시 보자라는

'짜이, 찌엔'이라는 말로 설매와 이별을 하고 한국에 돌아온 잃어버린 섬은 학교 대신

검정고시를 택하기로 하고 멋진 남자가 되어 설매를 다시 만나리라 다짐한다.

이제 모든 상담은 끝이 났다.

아직 단 한 명, 선생님의 이야기는 시작되지 않았다.

아이들은 다음 주에 한 번 더 만나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기 원한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해 우리는 항상 애쓴다.

그런데 그 괜찮은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를 누가 만들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타인의 잣대가 아닌 자신의 잣대로 당당하게 평가되는 날이 아이들에게도 내게도

꼭 오기를 바랄 뿐이다.

이 책은 중학생 이상과 함께 읽고 미래, 꿈, 사랑에 대한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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