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를 주세요 - 제13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푸른도서관 72
진희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겨울 밤, 가슴이 몽글몽글해지고 간질거리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내가 만난 이야기 하나 "사과를 주세요 (김은재, 진희 작가,

푸른책들 펴냄)"는 제13회 푸른 문학상 청소년소설집으로 4명의 작가가 각기 다르나

비슷하게 아이들의 마음을 담아낸 4편의 이야기가 담긴 예쁜 책이다.

 

연애 세포 핵분열 중

평범한 고등학생 근복은 절친 태동이 연애를 시작하자 마음이 조급해진다. 자신에게도

여자 친구가 생기길 바라며 조언을 바라는데 딱히 명확한 답을 주는 사람은 없다.

자신에게 답을 줄 누군가의 조언에 굶주린 근복은 지식창에서 모르는 이의 긴 조언을

듣고 실천하고자 노력한다. 벚꽃, 달빛... 그리고 태동의 누나 수애와 사이에서 느낀

묘한 설렘... 이제 근복의 연애 세포도 분열이 시작된 것이다.

 

사과를 주세요

노란 리본 배지로 인해 수학에게 황당한 일을 당한 의지.

더 정확한 표현으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함부로 여긴 수학과 학교를 향한 외침으로

'사과를 주세요'라는 피켓을 들고 학교 앞에 섰다. 아이들은 이런 의지를 속으로

응원하고, 태오 역시 의지의 이런 모습이 싫지 않다. 쉬운 종이컵 같은 사과가 아닌

진짜 사과를 원한다는 의지의 말에 태오는 피켓에 '진짜'라는 말을 적어 넣어준다.

 

우산 없이 비올라

비올라 연주를 위해 몸을 혹사 시킨 선욱은 요양 겸 외할머니댁에서 지낸다.

날마다 색고운 하이힐을 신고 마을 회관에 가시는 할머니를 따라 간 선욱의 눈 앞에

각기 다른 악기와 목소리, 몸짓을 해보이며 흥을 즐기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은

낯설다. 다른 할머니들에게 선욱이가 비올라 연주하는 아이라고 자랑을 하는 할머니.

그런 할머니와 선욱을 호기심 넘치게 쳐다보는 시선이 부끄럽지만 선욱은 꿋꿋하게

할머니를 따라 다닌다. 항상 악기 연주를 경쟁으로 여겼던 선욱이는 할머니들의 소풍에

따라가게 되고, 할머니와 할아버지 앞에서 비올라 연주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마음 편하게.

진정 음악을 즐기며 연주하는 선욱의 머리 위로 비가 내린다. 악기가 젖으면 안되는데

연주를 멈출 수가 없다. 할머니들이 우산 대신 씌워 준 비닐 포대 자루 아래서.

 

바다를 삼킨 플랑크톤

엉망인 성적표 덕분에 산하는 집에서 아침밥을 해결하지 못하고 학교로 온다.

학교 앞 내 마음대로 버거 집에서 산 버거 하나를 낼름 삼키곤 학교로 가지만

딱히 흥미로운 시간을 보내지는 못한다. 더구나 산하가 그린 그림 때문에 미술

선생에게 호된 꾸지람을 듣게 된다. 이제 엄마도 산하를 곱지 않게 본다.

학교에서 열린 강연에서 '시련과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산하는 문을 닫기

전까지 네 멋대로 버거 집의 광고지를 만들고 그로 인해 바빠진 가게에 아빠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점점 산하의 광고지는 상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끈다.

그리고 자신을 무시하던 미술 선생마저 자신의 광고지를 인정하게 된다.

이제 산하가 강연자로 초대되었다.

넓은 바다의 플랑크톤... 뭉쳐다니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로 산하의

강연이 시작된다.

 

4편의 이야기를 읽는 내내 우리가 얼마나 많은 오류를 범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남들이 한다고 남들만큼 하라고 다그치며 아이들이 진짜 원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에 대해선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마치 경쟁을 위해 태어난 것처럼 조바심을 내고, 빨리 걸으라 달리라 재촉만

해댔던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책 송에 등장하는 근복이, 의지, 선욱이, 산하처럼 자신이 원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라 이제는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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