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7시, 나의 집밥 - 나를 응원하는 오늘의 요리
유키마사 리카 지음, 염혜은 옮김, 이나영 그림 / 디자인하우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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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33년 동안 나에게 집밥을 제공해주신 김여사님 감사합니다.

결혼 후... 아직도 집밥을 제공해주시는 김여사님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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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7시, 나의 집밥(유키마사 리카 지음, 염혜은 옮김, 이나영 그림,

디자인하우스 펴냄)"을 읽다말고 나는 끄덕끄덕 아직도 내게 집밥을 제공

하시는 엄마의 노고를 떠올렸다.

나는 요리를 글로 배운 여자다.

그러다보니 요리랄 것도 없는 조악한 나의 부엌과 냉장고는 언제난 뒤죽박죽

이다. 지은이 리카는 엄마 곁을 떠나 외국 생활을 하면서 결혼 후 아이들을

위해 또는 자신을 위해 차려낸 밥상 이야기를 조근조근 풀어내며 나를 기죽였다.

'뭐, 난 원래 요리랑은 안친하니까...' 애써 나를 위로해보지만 이미 나의 마음은

만신창이.

 

 

그녀의 집밥은 간단하고, 재미있다.
요리사의 복잡한 레시피에 비해 너무도 단순해 '과연 맛이 날까?' 궁금해진다.
책 뒤에 레시피 색인을 정리해 내가 필요할 때 바로바로 해먹을 것들을 쉽게 찾아낼 수 있는
장점을 갖춘 책이다.

 

 

매일 해먹는 집밥이 다 그저 그렇다는 편견을 없앤 그녀의 집밥은 때때로 달콤하고
때때로 느리다.
차를 마시다 문득, 책을 읽다 갑자기 떠오르는 맛.
그것은 외할머니의 윤이 나는 무쇠솥 속에서 나오는 밥이고, 담담한 나물들이다.
내 유년의 입맛을 결정하게 한 외할머니의 손맛에 나는 종종 엄마를 놀리곤 한다.
'우리 박순금 여사님처럼 슴슴한 맛을 못내는 거야?'
그럴 때마다 엄만.... 요리를 글로 배운 나를 더 놀려대곤 한다.
리카의 집밥 역시 그녀의 엄마, 그 엄마의 엄마에게서 나온 맛이 깃들었을 것이다.
즐거운 나의 집밥은 저녁 6시.
겨울 초입에 엄마와 아빠가 만들어내신 김장 김치와 바삭하고 고소하게 구운 김
그리고 달걀말이, 햄과 고기를 넣은 엄마표 부대찌개가 상에 오를 예정이란다.
검박한 밥상을 지향하는 우리 집... 리카의 저녁 7시 집밥처럼 추억을 담아낸다.
집밥은 가족의 사랑이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확인이 가능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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