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박한별 동심원 4
박혜선 지음, 강나래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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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선의 동시집 제목과 표지 그림을 보고 나는 한참을 웃었다.

구름 바퀴가 달린 자전거 손잡이를 잡고 꿈을 꾸듯 눈을 감은 아이.

그 아이가 바로 위풍당당 박한별이다.

제목과 표지만 보고 나는 박한별이 우리 이웃집 아이처럼 철없고 잘 웃는

그저 그런 평범한 아이일 거라는 혹은 약간 유별난 극성쟁이일 거라는 상상을

했었다.

하지만 첫 편 <세상에서 젤 무서운 말>을 읽으며 '무언가 다른 것이 있겠구나'라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엄마랑 살 거야?'

'아빠랑 살 거야?'

이건 유아에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물음을 던지는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엄마, 아빠의 부부싸움 광경을 일기예보에 빗대어 말하며 천둥과 번개처럼

큰소리가 났음을 설명하는 아이.

아기를 낳은 고모가 키울 수 없어 시골로 보낸 강아지 미루, 쇼파 밑에 똥을 싼 소연 언니의

토끼 그리고 아빠, 엄마가 헤어지며 남겨진 한별이 역시 미루와 토끼처럼 시골로 보내졌다.

누구에게도 쓸모없는 혹처럼 여겨져 버려진 것처럼...

그런 한별이가 조손 가정에서 느끼는 일상과 친구들의 시선, 다문화 가정의 친구 이야기, 이웃 할머니의

죽음, 농사짓는 할아버지의 힘겨움, 수확의 기쁨 등을 위풍당당 박한별답게 유쾌하게 써내려갔다.

부모의 이혼으로 아이는 참으로 힘들었을텐데 말이다.

읽는 내내 가슴이 저린 나와 달리 아이는 씩씩하게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꼼꼼하게 이야기한다.

나는 한별이의 생활이나 놀이, 친구들 이야기를 훔쳐보며 가슴이 데인 것처럼 화끈거렸다.

아이에게는 전혀 잘못이 없음에도 부모의 이혼으로 제일 큰 상처를 받는 사람은 아이임에도

아이는 위로보다 부담스러운 시선들에 버거워한다.

친구들의 놀림 상대가 되는 것도 자기가 살던 곳에서 멀어져 동떨어진 기분에 사로잡히는 것도 모두

아이 혼자만의 몫이 되었다.

그럼에도 우리의 박한별은 씩씩하고 유쾌하다.

어쩌면 부러 씩씩한 척, 유쾌한 척, 당당한 척을 하는지도 모른다.

한별이의 이야기를 단숨에 읽어내리고 나는 체한 것처럼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했다.

곁에 있으면 힘껏 안아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 책상에 놓인 노란 한별이의 이야기책을 내려다보며

종일 멍하니 생각을 거듭했다.

아이에게 다시는 상처가 되는 일이 없기를 행복하기만 하기를 바라며.

 

한별이는 새엄마와 이룬 새로운 가정에서 행복하게 자라고 있다며 아이의 고모라는 작가가

뒷이야기를 전해준다.

이혼 가정의 아이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은 측은함 그 자체였다.

하지만 측은한 마음이나 동정보다는 아이들이 편견없이 어울릴 수 있게 마음을 열어주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위풍당당 박한별.. 나는 그 아이가 만나고 싶다.

 

어른과 아이가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동시집 <위풍당당 박한별>은 서걱거리는 메마른 마음에

촉촉한 단비를 뿌리며 책을 덮게 한다.

서걱거리며 부서지던 내 마음도 말랑해진다. 한별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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