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리 미래의 고전 15
강숙인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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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게 생긴 괴물이 창과 캉을 삼키고, 발톱 사이에 사람을 끼고 있다.

용도 아니고 그렇다고 도깨비도 아니다.

뒷표지에는 어딘가를 바라보는 여자 아이가 무서운 괴물을 꼭 닮은 인형을

껴안고 있다.

도대체 이 괴물은 무얼까?

<불가사리>라는 알 수 없는 제목을 가진 책을 받고 나는 한참을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이야기를 상상해 보았다.

어느 마을에 이 괴물이 나타나 사람이고 무기고 몽땅 먹어치운 이야기일까?

아니면... 용도 도깨비도 아닌 이 괴물이 하늘에서 내려와 무얼하고 있는 걸까?

아무리 고개를 갸우뚱거려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부쇠가 장이를 만나며 궁금증이 하늘을 치닫는 이야기는 시작된다.

대장장이 부쇠는 연두를 키우며 사는 홀아비로 어느 겨울 날 길에서 만난 장이를 집으로 

데리고와 연두와 남매처럼 키운다.

무기를 만들어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를 거부하는 부쇠는 결국 장이와 함께 죽음을 맞고

남겨진 연두에게는 장이가 만들어 준 불가사리 인형만이 남는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어디선가 나타난다는 불가사리.

아버지와 오빠를 잃은 연두 앞에 바로 그 불가사리가 나타난다.

쇠를 몽땅 먹어치워 전쟁도 고통도 없앨 수 있을 거라는 생각만으로 이웃집 달래와 연두

는 불가사리에게 불이라는 이름을 주고 정성껏 키워냈다.

하지만 왜구의 침략에 맞서기 위해 불이는 전쟁터에 나가야 했고, 임무를 무사히 마치자

수령은 달래의 오빠인 검배를 구슬려 불이를 없애라는 명을 내린다.

검배의 칼을 막으려던 연두가 결국 칼을 맞고 불이 역시 칼에 찔려 자취를 감춘다.

그리고 이제 다 자란 연두의 친구 달래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옛 일을 떠올리며 불가사리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준다.

부쇠와 나란히 묻힌 연두와 장이...

그 아이들은 은하수에서 뱃놀이를 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책을 읽는 내내 인간의 욕심이, 이기심이 얼마나 많은 상처와 아픔으로 남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았다.

자신들에게 도움을 준 불이를, 나라를 구하고 저를 키워준 연두를 구하기 위해 독이 묻은 검을

향해 내달리던 불이를 죽여야했을까?

만약 불이가 이런 인간들에게 복수를 했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불이는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사랑하는 연두를 잃고 아니 장이가 사랑했던 연두를

지켜내지 못해 어딘론가 몸을 숨겨 다시는 사람들 앞에 나타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기 전보다 더 많은 생각에 한동안 갸우뚱거리던 고개를 뒤로 젖혀 본다.

우리 앞에 만약 불이가 나타난다면... 

욕심없는 어른이 되고 싶고, 나눔에 인색하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고, 이기적이지 않은 사회인이 되고 싶었던

나는 책을 덮고도 한참을 그렇게 아름다운 연두와 불이의 이야기를 생각해 보았다.

진정한 사랑과 인간의 가치, 나의 정체성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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