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 대하여
한정현 외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독 길고 지루한 기분이 드는 여름이 살금살금 뒷걸음질을 친다.

칠월 말에 도착한 책을 잊고 있다 발견해 얼른 뜯어 읽기 시작했다.

제목부터 살짝 찡한 책은 서로 다른 작가가 풀어놓은 엄마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물론 그녀들의 엄마는 아니고, 어쩌면 그녀들의 엄마일지도 모르는 엄마의 이야기는

묘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딸을 닮았다.

 

"엄마에 대하여 (한정연, 조우리, 김이설, 최정나, 한유주, 차현지 지음,

다산책방 펴냄)"에는 누구의 엄마가 아닌 나와 주변의 딸들이 바라보는

엄마들이 등장한다.

각 이야기마다 작가의 말이 담겨져있고, 사이사이 엄마들이 즐겨듣고

흥얼거리던 노래의 가사가 적혀있다.

생각해보니 나의 엄마 역시 심수봉의 노래를 흥얼거렸고, 김연자의 노래에

눈물을 흘리곤 했던 것 같다.

지금과 달리 내가 어릴적 본 엄마의 모습은 희생과 봉사가 맞는 표현이었던

것 같다. 결혼과 동시에 며느리 노릇에 정신이 없었고, 이어 출산과 육아에

빠져 아이들이 커가는 것 외에는 그 어떤 신경을 쓸 겨를이 없어 학교 상담이나

모임에 가는 엄마의 모습은 언제나 푸석했으며 우리의 사춘기와 입시, 취업과

결혼 등에 함께 웃고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그게 당연했고, 지금은 그것과는 다른 엄마의 모습을 종종 마주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엄마들은 나의 엄마와 닮은 구석이 있기도 했고, 낯선 구석이

있기도 해 읽는 내내 엄마에 대한 또 다른 시선을 가질 수 있었다.

<결혼식 멤버> 생물학적 어머니로 부터 온 메일을 읽으며 나나는 자신의 삶을

뒤돌아 보고,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며 엄마에 대한 생각, 조금은 다른 엄마의

삶을 응원할 마음을 갖는다.

<그때도 지금도 우리는> 여행을 떠나던 중 갑작스레 엄마의 맹장수술을 듣게

되지만 여행을 포기하는 대신 친구를 엄마의 보호자로 보내버린 나는 엄마가

기타를 치고 있으며 아주 오래전 엄마가 탄 번개버스 이야기를 듣게 된다.

엄마에 대한 모르고 있던 사실들, 나는 엄마에게 어떤 존재일까?

<긴 하루> 딸 혜서의 가출로 유순은 마음이 복잡하고, 노모에게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혜서 역시 힘겨운 삶이 될까 불안하기만 하다. 같이 일하는

장씨와 관계, 모호한 그 관계에서 오는 피로와 허탈감이 그저 버겁기만 하다.

혜서와 엇갈린 연락들 속에 하루는 길다.

<놓친 여자> 아들의 첫 데이트를 응원하는 미연과 상우. 왠지 너무 과하다 싶

게 둘은 아들을 모습 하나하나, 데이트 상대인 여자 친구의 옷차림까지 대화

주제로 오른다.

그리고 둘의 대화는 자신들의 첫 데이트로 향하고 대화를 매끄럽지 못하게

이어진다.

아들을 데리러 가는 길, 미연과 상우의 모습이 나만 불안한 걸까?

<우리 만남은> 단체여행을 떠난 석희는 뉴욕에서 만나기로 한 딸을 기다리는

시간이 불편하기만하다. 누구의 아내, 엄마가 아닌 나를 나로 소개한 것이

화근이었던 것 같다.

딸과 엄마의 시간은 계속 엇갈리기만 하고 석희의 여행은 행복하지 못하다.

<핑거 세이프티> 어릴적 엄마의 모습을 기억하는 나. 나의 지금 불편한 것들,

불면을 비롯한 모든 것들은 모두 엄마 탓이다. 생계를 위해 매일을 불태웠던

엄마에게 나와 동생은 그저 먹여살려야할 자식일 뿐이다. 그래서 지금 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엄마와 다투는 일이 많고, 자살을 시도했던 엄마의 모습을

나는 생생히 기억한다. 그럼에도 나는 엄마를 닮은 구석이 있다.

 

여섯 명의 딸과 여섯 명의 엄마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내 엄마에 대해

얼마나 많은 것을 알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같은 시대 엄마들은 같은 고통과 짐을 짊어지고 살았을 것이고, 엄마의

젊은 시절이나 결혼 후 엄마가 살아낸 삶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건 아닌지.

타인의 엄마를 통해 내 엄마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는 유익한 시간

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