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은 시집을 읽으며 보내고 있는 듯하다.
마음이 허하고 괜히 우울한 날들.... 중 만난 두 번째 시집은
"엄지공주 대 검지대왕 (신형건 시, 끝없는이야기 펴냄)"이다.
표지 속 엄지는 예쁜 여자 느낌이고, 검지는 무엇때문인지 화가 난 남자 느낌이다.
어떤 이야기를 담은 시들일까?
1부와 2부로 나뉜 시들은 제목부터 흥미가 유발된다.
<그 말, 그 소리>를 읽으며 생각이 많아진다. 마치 이 시를 읽는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이
한 번에 읽어지는 기분이다.
'보고 싶으면 전화해!' 오래 전 나 역시 친구나 애인에게 이런 말을 했었던 것 같다.
어느 순간 휴대전화에 기능이 다양해지며 우린 단 한 순간도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하게 되었고 보고 싶을 겨를도 없이 시답지않은 말들로 상대를 피곤하게 하기도 한다.
보고 싶다, 그립다는 감정에 대한 그리움....
그 그리움을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코로나로 힘겨운 일상을 보내는 우리들.
웃음을 잊은 건지 아예 잃어버린 건지 감이 오지 않는다.
어느 순간 우린 기쁨이나 슬픔에도 무감각해졌다.
잃어버린 웃음이 언제쯤 다시 돌아올까?
혹 웃음 박물관에 가면 다시 찾아올 수 있을까?
<한쪽 눈을 가린 사람들이>를 읽으며 괜히 눈물이 났다.
카림이 두 눈으로 보았던 마지막 모습이 내 눈에 펼쳐지는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해졌다.
호들갑스러운 감정들... 카림을 위한 것인지 아님 내 감정에 충실해 카림의 감정 따윈
생각하지 못한 건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관심이라면 차라리 관심조차 갖지않음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휴대전화나 인터넷에 얽매이지 않고 산책을 하는 동안 상처받고 나태해진 감정들은
천천히 움직이는 발과 유연한 생각들로 치유가 된다.
'나를
따라오고
내가 따라가는
내
발소리.'
산책을 하는 동안 딱딱해진 마음이 말랑해지고, 틈조차 허락하지 않았던 마음에 사이가
생겨 타인의 감정까지도 이해할 수 있는 넉넉함이 생긴다.
내 발소리를 듣는 시간.... 시를 읽으며 나 역시 혼자 걷는 산책을 해보았다.
일월 추운 밤... 사락사락 눈이 내린 길을 내 발자국을 찍으며 걸었고 달이 저만큼 앞서
걸었다.
다양한 감정을 읽는 시간이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