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생각하지 않는다, AI 리터러시 - 데이터 과학자가 알려주는, AI를 이해하고 제대로 쓰는 진짜 문해력
이제현 지음 / 골든래빗(주)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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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터러시는 흔히 문해력이라고 번역된다. 글을 읽고 쓰며, 그 안에 담긴 뜻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이다. 문장은 읽었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거나,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어디에 써야 할지 막막할 때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읽는 일과 이해하는 일이 어쩌다가 구분되었는지 모르겠는데 그런 세상이 와버렸다.

최근에는 SNS리터리시가 유행했다. 인터넷에 떠도는 글을 그대로 받아들이는게 아니라 한번쯤 의심하고 이것이 진짜인지 구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렇게 많은 것을 보며 살아가면서도 무언가 계속 부족하고 무언가 계속 필요하다.


AI 도 비슷하다. 사실 채팅창에 질문을 입력하고 답을 받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런데 그 답이 맞는지, 지금 내가 하는 일에 필요한지 판단하려면 조금은 다른 힘이 필요하다. 문장이 매끄럽다는 이유로 내용까지 정확하다고 믿어버릴 수도 있다. AI를 사용할 줄 안다는 것만으로 AI를 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제현의 <AI는 생각하지 않는다, AI 리터러시>는 그 간격을 들여다보는 책이다. 저자는 AI의 실행 능력과 인간의 이해를 구분하며, 편리함에 기대어 판단까지 맡기는 ‘생각의 외주화’를 경계한다. 결과물이 빨리 나올수록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어떤 능력이 필요한지를 톱아보게 하고 경고한다.

책은 기본적으로 이 이야기를 한다.


'본업과 AI 활용 능력, 두 가지 근육을 함께 키워야 한다.'


AI를 배우려고 한다치면 새로 나온 서비스나 좋은 프롬프트를 먼저 생각한다. 어떤 말을 넣어야 원하는 결과가 나오는지, 어떤 도구를 쓰면 시간을 줄일 수 있는지. 물론 필요한 작업이긴 하지만 도구를 능숙하게 다루는 것과 그 도구로 좋은 일을 해내는 것은 따로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세상은 무얼 배우자고 하면 이미 변해있는 것들이 더 많다. 당장 몇달전만해도 구글 제미나이의 나노바나나가 이미지의 표준인 것처럼 얘기했으나 지금은 누구도 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클로드가 짱인것처럼 그렇게 떠들던 이야기들도 챗지피티의 아스트라가 등장한 이유 무게추가 바뀌었다. 진짜 중요한 건 어떤 툴을 쓰는 것보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그것을 설명하는 능력이다.


AI에게 캠페인 문구를 열 개 만들어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중 무엇을 고를 것인가. 눈길을 끄는 문장이 우리 기관이 해야 할 말과 일치하는지, 도움을 요청하는 표현이 당사자를 무력한 사람으로만 그리지는 않는지, 사람들의 관심을 실제 참여로 이어줄 수 있는지. 문구의 개수를 늘리는 일과 이런 판단을 내리는 일에는 서로 다른 능력이 필요하다.


이때 필요한 것이 본업의 근육이다. 누구에게 왜 이 말을 건네는지 알고, 결과가 기대와 다를 때 원인을 짚고, 그다음 시도에 반영하는 힘. 현장에서 쌓은 지식과 시행착오가 있어야 AI가 내놓은 결과에도 구체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다. ‘좀 더 좋게 해줘’가 아니라 무엇이 빠졌고 무엇이 과한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이 과정에서 거의 대부분이 막힌다.


반대로 본업을 안다는 이유로 AI를 배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안된다. 자료를 정리하고 여러 안을 비교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그 시간을 사람을 이해하고 기획을 점검하는 데 쓸 수 있다. 책이 AI와의 협업을 별도로 다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읽었다. 경계할 점을 안 뒤에는 실제로 함께 일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AI에게 간단한 업무를 맡기는 일과 꾸역꾸역 스스로 해내는 것 사이의 생산성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그리고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배움의 순서다. 일을 처음 배울때 서툰 초안을 직접 써보며, 실제 현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발로 뛰어가며 배운다. 가장 기초적인 일부터 접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사실을 만나고, 어떤 부분이 틀렸는지 어디에서 오류가 자주 발생하는지 그리고 그것들을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지 고치면서 확인하는 습관도 생긴다. 이 과정을 모두 건너뛰고 완성된 답만 받는다면, 나중에는 무엇을 기준으로 그 답을 평가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당장의 결과물은 좋아져도 그 사람의 실력이 자랐다고 보기는 어려운 이유다.(사실 이것이 지금 4050 세대가 AI를 제대로 쓰면 생산성이 말도 안되게 달라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사무실에서도 이런 워크슬롭(AI로 대충 뽑아낸 저품질 결과물을 검토도 안 하고 그대로 제출하는 행위나 그 결과물)들을 많이 만날수 있는데 이 부분은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상대로 하여금 AI로 만든 결과물을 수정하는데 더 시간을 소비하게 한다면 그것만큼 실례되고 도리어 업무를 방해하는 일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일을 힘들게 할 필요도 없다. 내게 아직 익숙하지 않은 일이라면 먼저 생각을 적어보고 AI의 답과 비교해볼 수도 있다. 이미 잘 아는 일은 도움을 받되, 출처와 핵심 판단은 직접 확인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생산성과 함께, 나는 무엇을 이해하게 되었는지 살피는 일이다.


책은 꽤 긴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 AI를 잘 쓰려면 여전히 내 일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일을 베이스로 AI와 협업하고 나아가 AI와 공존하는 법을 터득하라고 권한다. 최근 AI활용법을 알려달라는 요청으로 강의를 준비하는데 내가 내린 결론과 거의 같다. 결국 AI는 나를 위한 도구여야 한다. 이 앞뒤가 바뀌면 상황은 좀 심각해질지도 모르겠다. 하긴 그래서 이런 책이 필요하다.


새로운 기술이 나왔다고 지금까지 쌓아온 공부와 경험이 의미없게 되는 건 아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더 정확하게 부탁하고, 더 구체적으로 고치고, 필요한 결과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려면 익숙한 업무도 계속 공부해야 하고 새로운 도구도 직접 써봐야 한다. 이전처럼 니가 배워서 알려달라고 하기에는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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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 주식 투자법 - 3,000만 원으로 시작해 5년 만에 10억 만드는
kenmo(쇼난 투자 스터디) 지음, 이정미 옮김 / 이레미디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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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이 붙으면 달라지는 이야기


마이너스 8%가 되면 손절하라. 이런 규칙을 그냥 보면 어렵지 않아 보인다. 정해놓은 기준에 도달하면 사고 또 팔면 된다. 그런데 그 숫자 옆에 내 돈이, 그것도 큰돈이 붙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조금만 기다리면 올라갈 것 같고, 지금 팔면 본전도 못 찾을 것 같다. 이내 주식을 처음 시작하며 세운 원칙은 사라지고 만다. 이번만, 오늘만, 본전까지만.


쇼난 투자 스터디를 이끄는 kenmo의 <초고속 주식 투자법>은 크게 보면 이런 투자 규칙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대로 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


책 제목부터 기대는 크다. 3,000만 원으로 시작해 5년 만에 10억을 만든다니. 월급을 모아서는 좀처럼 닿을 것 같지 않은 금액을 보자면 마음이 급해진다. 더군다나 올해 상반기에는 국내 증시가 크게 오르지 않았던가. 언제나 나만 돈 못 번 슬픈 이야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마음을 굳게 먹고 책을 편다.



나도 가능한 투자법


저자는 회사에 다니며 모은 300만 엔을 종잣돈으로 투자해 5년 만에 1억 엔을 만들었다고 한다. 책은 그 과정에서 사용한 방법을 자산이 늘어나는 순서에 따라 소개한다. 다만 그가 해냈다고 해서 나도 해낼 수 있다는 건 아니다. 이건 나뿐 아니라 꽤 많은 투자자가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한다.


그가 제시하는 주요 방법은 신고가 돌파 투자, 주주 우대 수급 투자, 결산 모멘텀 투자, 중소형주 중장기 투자다. 신고가를 경신하는 주가의 흐름을 따라가기도 하고, 일본의 주주 우대 제도와 관련된 수급이나 기업의 실적 발표를 살피기도 한다. 자산 규모와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방법을 조합한다.


신고가 돌파 투자: 기존 고점을 넘어선 종목을 사서 상승 흐름이 이어질 때 수익을 얻는 방법.

주주 우대 수급 투자: 일본의 주주 혜택을 받으려는 매수 수요가 몰리는 시기를 활용해 매매하는 방법.

결산 모멘텀 투자: 좋은 실적 발표를 계기로 주가가 상승하는 흐름을 활용하는 방법.

중소형주 중장기 투자: 성장 가능성이 있는 중소형 기업을 골라 기업의 성장과 함께 수익을 기대하는 방법.


맞다. 우리 같은 일반인이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방법의 이름을 이해하는 것과 실제로 종목을 골라 매수하고 매도하는 것은 다르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내가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인지부터 골라내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마이너스 8%에서 팔아라


그중 내 눈길이 가는 것은 신고가 돌파 투자에서 제시하는 손절 원칙이다. 책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마이너스 8%일 때 손절’을 철저히 지킨다.


이미 오른 주식을 사서 더 오르기를 기대한다면, 예상이 틀렸을 때 빠져나올 기준도 있어야 한다. 얼마를 벌겠다는 기대에는 어디까지 손실을 받아들이겠다는 약속도 함께 놓여야 한다. 모든 종목에서 딸 수는 없으며, 적게 잃고 많이 벌어서 전체 수익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늘 내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팔고 나서 다시 오르면 괜히 팔았다는 생각이 들고, 팔지 못한 채 손실이 커지면 그때의 내가 그렇게나 원망스럽다. 그때마다 기준을 바꾼다면 처음 세운 계획은 이내 쓸모없어진다. 이 책의 규칙들을 보며 생각해야 하는 게 바로 그 부분이다. 돈을 벌든 잃든 나는 정한 규칙대로 움직일 수 있을까. 이걸 스스로 약속하는 건 투자에서 꽤나 중요하다.


물론 이 책의 규칙을 지킨다고 수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일본의 주주 우대 제도를 활용하는 방법을 한국 주식에 그대로 옮기기도 어렵다. 투자하는 시장도 다르고, 기업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과 이해의 깊이도 다르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저자는 어떤 조건에서 어떻게 투자했을까. 책과 별개로 좀 찾아봐야겠다.



구조대를 기다리며


2026년 상반기의 불장을 지켜보며 벼락거지가 된 것 같은 마음을 느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뒤늦게 뛰어들었다가 하닉 200층, 삼전 30층에서 구조대를 기다리는 심정이 된 사람도 있을 테고. 주가가 오를 때는 나만 못 버는 것 같았는데, 돌아보니 나만 잃은 것 같은 기분이다.


급하게 들어와 이 사달이 난 이들에게 이 책이 어느 정도 길잡이가 되면 좋겠다. 이제까지는 남들 따라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앞으로는 적어도 왜 사는지, 언제 팔 것인지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테니까. 다만 이 책 한 권을 읽고 투자금까지 늘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투자란 기본적으로 없어도 되는 돈으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확히는 손실이 생겨도 생활비와 꼭 필요한 지출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아깝지 않은 돈이 어디 있겠나. 하지만 아까운 것과 당장 생활이 안 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아이를 키우고 가족의 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이들에게 영끌은 아무래도 위험해 보인다.


저자도 모아둔 종잣돈으로 투자를 시작했고, 이후 월급을 추가로 넣지 않았다고 한다. 그 대목에서 나는 생활비를 구분하는 일의 중요성을 생각한다. 수익의 크기도 중요하지만, 생활에 필요한 돈을 따로 두는 결단과 지혜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이 매매 전 가장 먼저 세워야 할 규칙일지도 모르겠다.


투자가 우리 삶을 좌지우지하게 그냥 두지는 말자.


나도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은 있다. 이 책의 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배워보고도 싶다. 그래서 괜히 또 주식시장을 기웃거려 본다.


언제쯤 쉬 여기 들어갈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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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메시지가 살아남는다 - 복잡한 생각을 단 하나로 정리하는 1 메시지의 법칙
스기노 미키토 지음, 김양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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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설명을 그렇게나 열심히 했는데도 상대가 1도 알아듣지 못할때가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설명을 잘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설명이 너무 길 때 이렇게 될 때가 많다.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다 보니 배경과 이유, 예외와 가능성까지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다. 화자는 최선을 다 했지만, 청자는 거기서 필요한 말을 골라내야 한다. 엄청난 비효율이다.


스기노 미키토의 <단순한 메시지가 살아남는다>는 이런 전달의 문제를 ‘1 메시지’로 풀어낸다. 잡음을 줄이고 핵심을 선명하게 만들어 사람이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익숙한 점·선·면으로 설명한다. 논점을 좁히는 초점화, 답을 예리하게 만드는 첨예화, 생생한 말로 전달하는 결정화다.



1. 점, 무엇을 향해 말할 것인가


초점화에서 먼저 정할 것은 지금 답해야 할 논점이다. 하고 싶은 말이 아무리 많아도 상대가 궁금해하는 것과 어긋나면 설명은 헛돈다. 그래서 잘 전달하려는 사람에게는 경청과 질문이 먼저 필요하다.


‘무엇을 말할까가 아니라 무엇을 향해 말할까.’


길의 방향 뿐 아니라 말의 방향을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료를 펼쳐놓고 그것들을 어거지로 조합하기에 앞서, 지금 해결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이 대화의 목표가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회의에서 결정할 일이 프로그램의 참여 신청 절차라면 홍보 채널과 디자인 이야기까지 이 자리에서 꺼낼 필요는 없다. ‘신청 과정의 어느 부분을 줄일 것인가’ 등으로 논점을 잡아야 의견도 그곳으로 모인다.


아무 말이나 많아고 다 말이 아니다.

어떤 이는 간략화를 위해 아무말이 더해진 말더미를 줄이려 노력하는데 먼저 겨냥할 점이 분명해야 덜어낼 내용도 보인다.



2. 선, 반론할 수 있을 만큼 분명하게


첨예화는 그 논점에 대한 자신의 답을 뚜렷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두루뭉술한 말은 듣기에 무난하지만 판단할 근거를 주지 못한다. ‘고객을 더 이해해야 한다’거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는 있어도, 당장 무엇부터 바꿀지는 알기 어렵다.


책은 반론과 논쟁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다. 자신의 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만 누군가는 또 반대할 수 있다. 다른 이가 무엇에 동의하지 않는지 확인할 수 있고 의견이 모여 답을 수정할 수도 있다. 그렇게 싸워야 한다. 모두가 좋아할만한, 모두가 수긍할 만한 단어만 찾자면 결국 일은 산으로 가고 만다.


같은 단어의 뜻을 모두가 같은 뜻으로 맞추는 일도 필요하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가 ‘전략’이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이말은 모두가 다르게 이해하는 말이기도 하다. 같은 회의를 하고 나서도 한 사람은 목표를, 다른 사람은 실행 일정을 떠올리는 일을 우리는 심심찮게 본다. 같은 단어로 서로 다른 대화해서 그렇다. 전략을 정하기 전에 '전략'이 무얼 의미하는지 먼저 합의를 봐야 한다.



3. 면, 상대가 그릴 수 있는 말로


결정화는 생각을 상대가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말로 만드는 일이다. 책은 작은 말, 숫자, 상대방의 말을 제안한다. 추상적인 표현을 줄이고, 규모와 시점을 정확히 짚으며, 듣는 사람에게 익숙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앞의 회의 예시에 적용하면 ‘신청을 간편하게 만들자’는 말을 ‘신청 화면을 5단계에서 3단계로 줄이자’로 바꿔볼 수 있다. 가상의 숫자이지만 차이는 분명하다. 바꿀 대상과 범위가 드러나니 가능한지, 무엇을 빼야 할지 논의할 수 있다. 숫자는 모두 같은 내용을 보고 있는지 확인하는 객관적 기준이 된다.


저자는 ‘상대방의 말’을 사용하라는 조언을 한다. 내게 익숙한 용어가 상대에게도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야기의 간격이 생긴다. 나도 처음 회사에 들어가 몰래 그들이 쓰는 단어들을 얼마나 검색했는지 모른다. 물론 이 간격은 시간이 메꿔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 전에 상대가 쓰는 표현을 미리 알아두고 연습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상대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어야 내가 정리한 생각도 제대로 건너간다.



4. 메시지의 완성은 배려


최근 직장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이 뭐냐고 물으면 아마도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이야기할 것이다. 오해하지 않고, 감정을 섞지 않고, 정확하고 간결하며 예의있게 말하는 법. 쉬워 보이지만 어쩌면 꽤 어려운 능력이다.


밑줄 친 내용들을 하나씩 곱씹어 본다. 논점을 하나로 좁히고, 자신의 답을 선명하게 제시하고, 상대가 이해할 수 있도록 구체화하라. 회의 때 발언록을 미리 작성하거나 피티 발제를 준비할 때 차례로 점검하기 좋은 기준이다.


‘메시지의 완성은 배려에서 나온다’는 말이 나는 좋다. 듣는 사람이 내 말의 의도를 추측하느라 애쓰지 않도록 하는 것.

늘 누군가의 이야기를 추측해 대화하는 고맥락 사회인 한국에서는 이러한 작업들이 꼭 필요하다. 말을 풀어쓰고 일을 쉽게 가르치는 것.

이 어려운 일은 사실 오늘 나의 대화를 바꾸는 가장 작은 것에서부터 출발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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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죄다
박현우 지음 / 바른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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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종교가 거듭 씨름해온 물음이 있다. 우리는 자신의 삶을 얼마나 스스로 선택하는가.

내가 내린 결정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태초부터 그렇게 정해진 결정은 아니었을까.


결정론은 모든 일이 앞서 일어난 일과 자연의 법칙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는 생각이다. 만약 나의 선택도 이렇게 결정된 것이라면, 그 선택에 따른 책임은 어디까지 내 몫일까. 그런데 책상 앞에서 이 고민을 할 때와 실제 누군가의 잘잘못을 가려야 할 때, 이 물음의 무게는 조금 달라진다.


박현우의 <나는 무죄다>는 이 논쟁을 법정으로 데려간다. 미래를 예측하는 양자컴퓨터를 개발한 물리학자 동휘는 아버지를 죽인 뒤,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없고 이 모든 건 결정되었다며 무죄를 주장한다.


그의 주장을 판단하는 이는 휴머노이드 판사 로버트다. 달리 행동할 수 없었다는 인간과, 그 말이 타당한지 따지는 인공지능이 마주 앉는다.(사실 판사의 자리에 인공지능이 앉았다는 이야기는 이미 의미심장하다. 인간은 가장 객관적인 판단을 한다며 이 결정권을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에 주어버렸다.) 그리고 로버트는 이 결정론에 입각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1. 결정론의 딜레마


결정론은 인간의 선택도 앞서 일어난 일과 자연의 법칙에 따라 결정된다고 본다. 동휘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자신이 아버지를 죽인 일도 그렇게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결과라면, 자신에게 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행동을 선택할 수 없었던 사람에게 그 책임을 지우는 것이 옳으냐는 주장이다.


말이 되는 것 같다가도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어떤 행동이 일어난 이유를 설명했다고 해서, 그 행동에 책임이 없다는 결론까지 저절로 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동휘가 달리 행동할 수 없었다는 이유로 무죄가 된다면, 피해를 입은 사람은 그 일을 그저 받아들여야 할까.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막아야 할 필요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결정론의 약점은 여기에 있다. 그것을 빌미로 마음대로 행동한 모든 책임에서 벗어나려 하는 것.


한편 자유의지를 인정하는 입장은 인간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 행동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는 주어진 상황에 끌려가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며,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잘못된 행동을 멈추거나 다른 길을 택할 수 있다는 믿음도 여기에 기대고 있다.


그러나 선택할 수 있다는 말만으로 인생의 모든 결과를 개인의 몫으로 돌리기도 어렵다. 우리는 태어난 환경을 고르지 못했고, 어떤 부모 밑에서 무엇을 배우며 자랄지도 정하지 못했다. 누군가에게는 쉬운 선택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출발선이 다르다고 자유의지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차이를 무시한 채 모두에게 같은 책임을 묻는 일도 공평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결정론과 자유의지를 반드시 둘 중 하나로 우리 인생이 결정되는 건 아니다. 동휘의 이야기는 그래서 귀기울여 들어야 한다. 그가 그런 행동을 하게 된 사정을 이해하는 것과, 그 행동에 책임을 묻는 것은 따로 가야 하는가, 함께가야 하는가.


<나는 무죄다>의 이야기가 그저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닌 이유다.



2. AI와 인간의 공생


그 판단을 내린 존재가 인공지능 로버트라는 점에서 이 고민은 예전 철학자의 고민에서 한겹 더 들어간다. 인간이 만든 존재가 인간의 서로 상반된 주장을 판단한다. 인간만의 영역이라고 여겼던 자리에 AI가 앉아 있다.


감정이라는 것이 없는 AI는 아마도 인간보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판결 결과를 보자면 그것이 인간 사회가 납득할 만한 판단을 내리는 능력과 동의어는 아닌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이미 AI는 인간의 공간을 위협하고 있으며 이미 일정 영역 그 선을 넘어와 인간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기사에서 앤트로픽을 떠난 개발자가 앞으로 10년 이내 AI들은 인간을 멸망시킬거라 경고했다는 이야기가 있었었다, 관련 AI업계의 수장들은 이에 AI의 개발 속도를 조절하고 안전성을 먼저 확인하자고 합의했다고 한다. 우리가 어릴적 SF영화에서 봤던 인간의 얼굴을 한 로봇이 인간을 좌지우지하는 세상을 우리는 곧 목도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판단에 의해 인류가 삶의 방향을 잡아가는 유토피아 혹은 디스토피아의 세상을 우리는 실제로 경험할지도 모른다.


그때에 우리는 인간을 어떻게 AI와 구분할 것인가. 이 고민 또한 미래의 고민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의 고민이 되어야 한다.



3. 소설 같은 상황과 마주한 우리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자. AI가 인간의 모습을 갖추고 우리와 대화하며 관계를 맺는다면, 우리는 그들을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일을 잘하는 동안에는 유용한 도구라고 부르다가, 자신의 뜻과 권리를 말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그들을 인정할 수 있을까.


인간처럼 보인다는 것과 인간처럼 살아간다는 것은 다르다. 아프다고 말하는 능력과 실제로 아픔을 겪는 일 사이에는 인간만이 느끼는 어떤 간극이 있다. AI가 슬픔을 설명하고 위로를 건넨다고 해서 그가 그 슬픔을 느낀다고 말하긴 좀 어렵다(슬픔도 학습이 되는가?).

반대로 진짜로 그 가능성이 없다고도 말할 순 없다. 이미 타자가 되어버린 AI에 대해 우리는 감히 함부로 안다고 말하기 어렵다.


AI가 인간인가 그리고 AI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라는 물음 조금 분리될 필요가 있다. 인간과 다른 존재라고 해서 어떤 권리도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동물권이라는 개념이 노멀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시대에 AI권이라는 단어가 생기지 마라는 법도 없다. 만약 어떤 AI에게 실제로 고통을 겪는 경험이 있고,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좋거나 나쁜 것으로 받아들이며, 자기 삶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기고 이를 사람들이 인지하기 시작한다면 어떨까. 그리고 이는 이미 AI를 관계의 대상으로 여기는 어떤 이들에게는 진행되고 있는 작업일지도 모르겠다.


다시 인공지능 판사 로버트에게로 돌아가자. 소설 속의 세계는 이미 AI판사를 노멀로 받아들인 듯 보이지만 과연 이 세상을 우리는 받아들일 수 있는가? 그들은 오류가 없으며 완전 무결한 어떤 존재들인가? 그들이 공리주의가 옳다 인정하면 소수는 모두 무시당하고 척결당해야 하는가. 인간이 아닌 것의 재판을 받기를 거부하는 나같은 이들은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x20;


소설의 고민은 어느 한 지점에서 쉽게 끝나지 않는다.




<나는 무죄다>의 법정에 함께 앉아보자. 동휘에게 어떤 책임을 물을지 생각하는 동시에, 로버트를 어떤 존재로 대할지도 판단해보면서.


인간은 결정되었다는 철학에서 시작되는 질문이 오늘날 무엇이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지 묻는 AI세상에 어떤 의미로 이어지는지도 대답해보자.


이제는 대답해야 할 질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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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인간적인 물리학 - 삶의 궤도를 찾아가는 10번의 시간 여행
팀 폴러트 지음, 배명자 옮김 / 21세기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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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이전으로 건너가는 철학의 질문


해가 뜨고 지는데도 수많은 공식이 존재하며 이러한 우리 삶의 모든 것들은 어떤 법칙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이 법칙들을 하나하나 공부하다 보면 보통은 과학을 인문학의 대척점에 세운다.

사람을 공부하는 학문과 자연법칙을 공부하는 학문.

별 저항없이 받아들여온 이 법칙에 팀 폴러트는 과연 그러한가를 묻는다.


책 <이토록 인간적인 물리학>은 이 물리학에 사람을 모습을 입힌다.

시간은 왜 모두에게 같지 않은지, 별의 죽음이 어떻게 우리 몸의 원소가 되었는지, 우주의 끝을 알면서도 인간은 왜 오늘을 살아가는지를 인문학이 아닌 물리학을 통해 묻는다.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우주의 법칙이 한 이야기 안에 놓이는 어쩌면 조금 어색한 순간,

나와 전혀 관계없어 보이던 물리학은 생각보다 나와 가까이 있음을 알게된다.


물론 이 책이 삶의 목적을 정해주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 책에서 저자는 물리학을 통해 인간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생겨났는지부터 되짚으며 철학이 이어온 물음에 답하기 시작한다.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이제 소크라테스를 건너 138억 년전으로 돌아간다.



상대성 이론이 전하는 각자의 시간


첫 장은 뉴턴이 당연하게 여겼던 시간에서 출발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으로 나아간다.


우리는 시간을 우주 어디에서나 같은 속도로 흐르는 배경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상대성이론에서는 모두가 공유하는 하나의 절대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거나 서로 다른 중력 환경에 놓인 두 시계를 비교하면, 각각의 시계가 기록한 시간도 달라진다.

빠르게 움직이는 시계는 그렇지 않은 시계보다 느리게 가고, 중력이 강한 곳의 시계 역시 중력이 약한 곳보다 천천히 움직인다.

우리가 사용하는 GPS 위성의 시계에도 속도와 중력에 따른 시간 차이가 생기기 때문에 상대성이론에 따른 보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저자가 말하는 ‘각자의 시간’과 ‘시간 거품’의 개념도 여기서 나온다.

하나의 우주에 존재하더라도 모든 존재가 완전히 동일한 시계 안에서 살아가는 것은 아니기에 우리 모두는 자신이 놓인 속도와 중력, 그리고 시공간의 경로에 따라 자기만의 시간을 지나간다.


이 설명이 흥미로운 이유는 상대성이론이 시간을 우리를 둘러싼 배경이 아니라 우리 존재의 조건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나만의 우주의 시공간을 통과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당신의 시간은 당신만의 것이다.




별의 죽음과 인간의 탄생


흥미로운 대목은 우주의 역사가 어떻게 인간의 몸으로 이어졌는지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빅뱅 직후 우주를 채운 물질은 대부분 수소와 헬륨이었다.


지금 우리 몸을 이루는 탄소와 산소, 칼슘과 철 같은 원소는 아직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 원소들은 별의 내부에서 탄생했다.


별은 수소를 태우며 빛을 내고, 그 과정에서 더 무거운 원소를 만든다.

그리고 거대한 별이 수명을 다해 폭발하면 그 안에서 만들어진 물질이 우주로 흩어진다.


그 물질은 다시 별과 행성을 만들었고, 지구와 생명의 재료가 되었다.

우리 몸의 탄소와 뼈의 칼슘, 피 속의 철에도 과거 별의 흔적이 들어 있는 셈이다.


다시 말해 아주 먼 별의 탄생과 죽음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존재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고

이렇게 되면 인간과 우주를 따로 생각하기 어려워진다.

우리는 우주 밖에서 별을 바라보는 구경꾼이 아니라 138억 년 동안 우주에서 일어난 변화가 지금의 몸으로 이어진 존재라는 것이다.


지구의 생명은 수많은 충돌과 멸종, 우연한 변화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그 과정에서 끝에 있는 인간은 이제 자신을 만든 별을 관찰하고, 우주의 시작과 끝을 계산하는 존재가 되었다.


우주 전체에서 보면 티끌처럼 작은 존재가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알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물리학이 읽어주는 삶의 의미


때로 우주를 생각하면 지금의 나의 작은 고민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면 반대편의 생각도 가능해진다.


모든 것이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오늘을 무의미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거대한 우주안의 티끌같은 존재일지라도 우리 존재가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순간에만 만날 수 있는 사람과 할 수 있는 선택은 언제나 존재한다.


서두에서 이야기 했듯 물리학이 삶의 의미를 대신 정해주지 않는다.

다만 내 몸의 물질이 별에서 왔고, 내가 죽은 뒤에도 다른 형태로 세계에 속한다는 사실은 알려준다.


이 사실에서 무엇을 읽을지는 각자의 몫이다.


과학이 어떻게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답하는지 알고 싶은 이라면 한 번 정도는 이 책을 펼쳐보면 좋겠다.

미리 경고하자면 사실 조금 어렵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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