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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쓸모 -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3가지 통찰 ㅣ 역사의 쓸모
최태성 지음 / 프런트페이지 / 2024년 7월
평점 :
중고딩 시절 '역사가 무슨 소용이냐!!'는 건 늘 우리의 외침이었다. 그치만 그 친구들에게 미안하게도 나는 시간이 유독 재미있었다. 딱히 이유는 없고 그냥 재미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니 내가 좋아했던 감정의 바닥에는 어떤 이유가 있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어쩌고' 하는 거대한 담론이 아니라도 아주 작은 삶의 조각과 감정의 결 같은 게 역사에는 스며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은 카테고리 상 역사책일지 몰라도 어느 순간 사적인독서가 된다. 남의 이야기 같다가도 돌연 내 이야기로 번져오는 그 지점. 아마 그 때문에 우리는 역사를 공부하고 또 언젠가는 거기에 기대어 길을 찾으려 하는지도 모르겠다.
(책은 기획하고 쓰인 책이라기 보다 최태성 선생님의 강연을 조합해 만들어진 책 같다.)
1.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 비전의 힘
‘혼자만의 비전은 몽상이나 망상으로 그칠 수 있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선덕여왕의 이야기다. 그녀는 황룡사 9층 목탑을 세우며 "우리가 삼국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라고 선언했다고 한다.
그때만 해도 그 꿈은 실은 허황된 예언에 가까웠다. 가장 약했던 나라가 삼국을 통일한다니.
하지만 사람들은 매일 그 꿈을 눈으로 보았고 동의하지 않던 이들도 그 꿈에 젖어갔다.
그리고 그 꿈은 결국 현실이 되었다.
우리는 지금도 비슷한 삶을 산다. 회사에서, 가정에서, 또 내가 원하는 삶을 향해 다가간다.
그때 우리이게 황룡사 석탑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어쩌면 클지도 모르겠다.
비전이란 그것은 누군가와 함께 바라볼 때 비로소 생명을 갖는 것이니까.
2. 협상의 기술
역사에서 협상의 기술을 볼 수 있을 거란 기대는 없었는데 원종의 외교술이 있었다.
원나라의 말발굽에 고려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있을 때 원종은 모든 걸 포기하는 대신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계산했다.
사실 그 상황에서는 포기가 제일 빠르고 쉬운 길이다. 이미 나라가 망했는데 어찌할 것인가.
하지만 그는 고려가 가진 패를 끝까지 놓지 않고 협상 테이블에 올랐다.
그 덕분에 고려는 이미 사라져 버린 나라들과 달리 자치권을 지켜냈고 이것이 조선으로 그리고 오늘날까지 한반도의 역사로 이어진다.
포기하지 말라. 섬세하게 관찰하라. 그리고 너의 패를 놓지 말아라.
이 태도는 오늘의 삶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삶이란 크든 작든 늘 협상의 연속이다.
3. 역사는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도구다
역사는 무용한 지식이 아니라 백미러 같은 존재로 불확실한 세상에서 우리가 어디쯤 와 있는지, 누가 지금 내 옆에 서 있는지 확인하게 해준다.
최태성 선생님은 이를 빗대 역사는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이라 부른다.
이 또한 거대담론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역사는 좋은 소통의 도구가 된다는 건데 내용인즉슨 스몰토크가 가능하다는 거다.
농으로 들었는데 애매한 사이에서 이야기를 이어가다 출신 학교, 직장, 사는 지역 같은 단서들 중 공통의 기억을 꺼내는 순간 대화는 훨씬 넓고 깊어질 수 있다.
이는 단순히 혈연, 지연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나아가 우리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 나는 이런 기억이 있다' 며 마음을 열게 되는데 이는 나를 이해하고, 타인을 연결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이해하게 된 사람을 우리는 마음으로 마주할 수 있다.
역사는 오늘의 나를 위한 가장 오래된 안내서다
역사는 묵은 지식이 아니라 '내 삶을 더 낫게 살기 위한 실용서'다.
수백 년 전 사람들이 남긴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고민하던 지점에 작은 불빛이 켜진다.
살다 보면 누구나 흔들릴 때가 있다.
그럴 때 역사는 말한다.
"너도 길을 잃을 수 있다. 그러나 길을 잃은 사람은 너 하나가 아니었다."
그때 우리는 역사 속 사람들을 마음속 멘토로 소환한다.
그들의 실패, 선택, 후회, 용기, 비전.
그 모두가 오늘의 나에게 말을 건다.
이것이 역사는 쓸모다.(제목은 생각할수록 잘 지은 것 같다)
삶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오래된 도구이며,
우리가 오늘을 살아내기 위해 필요한 가장 인간적인 안내서다.
가볍게 읽기에도, 역사를 알려주고 싶은 이들에게도 꽤 괜찮은 안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