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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능동적
노연경 지음 / 필름(Feelm) / 2024년 11월
평점 :
1. 그때의 여행이 내 인생을 대단히 바꿔놓지는 못했지만, 나는 떠나기 전과는 분명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왔다. 그리고 내가 아닌 듯 처음 느껴보았던 새롭고 강렬했던 감정과 기억들은 나에게서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조각들이 되어 주었다.(p.69)
다행인지 불행인지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해외출장을 떠난다. 그렇게 오늘도 잠비아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이 글의 초고를 썼다.
돌이켜보면 늘 출장 전흔 분주하고 빠듯했다. 한주 혹은 두주를 한국에 없다는 부담인지 진짜로 그 시기가 바빴는지는 모르겠다. 이런 적도 있고 저런 적도 있었겠지. 역대급으로 일이 많고 바쁘고 심지어 100일이 갓 지난 사랑스러운 아이까지 돌아보아야 했던 올해는 더더욱 그랬다.
그리고 이 와중에 비행기 타기 전 날 잠이 오지 않아 책도 펼쳐 들었다. 조금이라도 졸리면 곧장 덮어버리고 잠들 양이었으나, 밤은 깊었고 행복하기 위해 오늘을 발버둥 치는 저자의 이야기는 나의 상황의 어떠함과 맞물려 꽤 오랜 시간 나를 붙잡아 두었다. 그렇게 그 밤, 행복에 관하여, 잘 사는 것에 관하여 꼼꼼히 저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프리카 출장은 늘 어렵지만 또 그만큼의 삶의 전환점을 가져다준다. 지평선으로 떨어지는 믿기지 붉은 석양, 그 석양이 지나간 자리에 피어나는 별천지, 누가 봐도 머리와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을 향해 손 흔들며 웃어주는 천진난만함 그리고 친절함. 그 풍경을 지키기 위해 일이라는 걸 했다. 딱히 대단한 사명감이 있는 건 아니다. 좋아서. 그 웃음이 그 풍광이 좋아서. 그렇게 15년이 흘렀다. 그런데 살다 보니 나는 계속해서 다른 무엇을 찾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여기 있었는데.
2. 늘 작가가 될 만큼은 아니지'라는 생각에 글쓰기를 망설이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도처에 널려 있는데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며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꼴이라니. 작가가 될 필요가 있었나? 글 쓰는 걸 좋 아하는 나는 글 쓰는 '나' 자체로 이미 완성인걸. 그걸로 이미 다 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냥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계속해서. (p.27)
다른 이들에 비해 좋아하는 것이 명확하다고 믿는 편이다. 커피를 좋아하고, 야구를 좋아하고, 고양이를 좋아하며,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 책 읽는 걸 좋아하고 무엇에 대해 쓰는 것을 좋아한다. 요즘은 아이를 무릎 위에 올린 채 한참을 아이와 함께 웃는 것도 좋아한다. 누가 그랬다. 남겨야 한다고. 그래서 남기기 시작했다. 사진도, 글도. 그렇게 남기다 보니 남기는 것이 일이 되어버렸다. 이 일도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일이 되다 보니 버거워졌다. 이것도 아프리카 밤하늘의 별을 세다 문득 돌아보았다. 왜 이렇게 버거워진 걸까.
3. 진흙탕에 발이 빠진 것처럼 한 걸음 내딛는 것도 버겁게 느껴지더라도,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 일지라도 치열하게 고민하는 당신은 여전히 아름답다. 살아 있기 때문에. 살아 있기 위해 발버둥 치는 당신은 언제나 반짝인다. 당신도 내 눈엔 그저 아름다운 장면 속의 주인공이다. (p.79)
삶이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믿는 편이다. 정답이라는 게 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어쨌건 우리는 하루를 살아내고 그 안에서 투닥거리며 자기만의 행복을 찾아 나선다. 행복은 능동적이다. 곱씹을수록 맞다. 그의 이야기가 고맙고 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