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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버멘쉬 - 누구의 시선도 아닌, 내 의지대로 살겠다는 선언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어나니머스 옮김 / RISE(떠오름) / 2025년 3월
평점 :
다시 니체를 만나다
나는 학부 때 철학을 전공했고 4년 내도록 니체와 맑스에 미쳐있었다.(그중 하나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니체다.)
실존주의 철학자 니체의 문장들은 그 시절의 나를 여러 번 흔들어 놓았고, 그가 이야기한 '초인'이라는 개념은 매일 나를 일어서게 했다.
그래서 이 책 <위버멘쉬>를 처음 보았을 때 사실 반가움과 경계심이 동시에 들었다.
철학 책이 대부분 그렇지만 니체를 다룬 책은 많지만 어렵다.
그래서인지 최근 유행처럼 <40대에 읽는 000> 같은 철학 책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는데 전공자의 입장에서 짜증 날 정도로 가볍다.
쉽게 읽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철학 책. 이 책은 딱 이 부분을 표방하고 있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그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니체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책이다.
* 이 책의 저자는 니체로 기록되어 있는데 정확히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의 저자가 니체고 이 책은 어나니먼스라는 그룹 혹은 사람이 썼다고 기록되어 있다.
원전의 복잡한 문장을 그대로 옮기기보다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언어로 다시 풀어냈다고 한다.
초인은 누구인가
니체가 말한 초인, 위버멘쉬는 기존의 도덕과 사회적 기준을 넘어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창조하는 인간이다.
사회가 정한 답을 따르지 않고, 삶의 의미를 자기 손으로 만들어가는 존재. 이 개념은 여전히 강력하고 피를 끓게 한다.
특히 청춘들에게 초인은 현실을 거부하고 '다르게 살 수 있다는 가능성' 그 자체로 작용한다.
<위버멘쉬>는 이 초인의 개념을 자기계발적 언어로 풀어낸다.
자기 극복, 감정 조절, 인간관계, 삶의 태도 같은 익숙한 주제들이 니체의 사상과 연결된다.
"고통은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통과해야 할 것이다"라는 메시지는 '즐길 수 없으면 피하라'는 요즘 세대를 정면으로 거부하며 꽤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고통,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며 누군가의 꼭두각시가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라는 니체의 초인 사상이 어렵지 않게 읽히며,
이를 오늘의 삶에 바로 대입할 수 있다는 점.
책은 철학을 몰라도 읽을 수 있고 철학을 아는 사람에게는 다시 생각할 여지를 남긴다.
<위버멘쉬>가 가진 장점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니체를 읽히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원전을 그대로 해설하지 않고, 지금의 언어로 재구성했기에 독자의 진입 장벽이 낮다.
또한 문장 사이사이에 질문을 던지며 독자를 수동적인 독서에서 끌어내 능동적인 사유로 이끈다.
<위버멘쉬>는 정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당신은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반복한다.
이 태도는 니체가 말하는 실존주의의 근원이기도 하다.
삶은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니체 입문서로도,
삶이 조금 막막해진 시점에 읽어야 할 책으로도 기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천하지 않는 이유
다만 이 책이 가진 한계 또한 분명하다.
니체의 초인은 매혹적이지만 동시에 가혹하다.
초인은 스스로를 끊임없이 극복해야 하고, 고통을 견디며, 책임을 온전히 떠안는 존재다.
문제는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는 개인의 노력으로 이겨낼 정도로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데 있다.
모든 사람이 초인이 될 수는 없고 모두에게 초인을 강요해서도 안된다.
또한 세상은 초인들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노력과 의지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조건들, 구조적인 한계, 각자의 삶이 가진 무게는 분명히 존재하며 이건 개인의 노력 여하로 퉁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이 책은 아니 니체는 이 부분을 간과하거나 무시한다.
그래서 이 책은 누군가에게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부담스러운 이상으로 읽힐 수도 있다.
초인이 되지 못한 삶이 실패처럼 느껴질 위험도 함께 품고 있기 때문이다.
초인을 꿈꾸되, 현실을 붙잡으라
결국 <위버멘쉬>는 이렇게 읽는 것이 가장 건강하다.
초인을 목표로 삼되, 초인이 되지 못했다고 스스로를 재단하지는 말 것.
니체의 초인은 젊은이들의 피를 끓게 만들기에는 충분하지만 당신의 삶은 언제나 불완전하고 인간적일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의 가치는 초인이 되라고 다그치는 게 아니라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나를 상상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한때 니체를 그렇게나 사랑했지만 지금 내게 니체는 조금 부담스러운 존재다.
<위버멘쉬> 또한 그렇다. 부디 이 책에서 답이 아니라 질문을 찾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