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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뎀 이론 - 인생이 ‘나’로 충만해지는 내버려두기의 기술
멜 로빈스 지음, 윤효원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5년 8월
평점 :
어느 게시물에서 이 책을 본 적이 있다. "내버려 둬라"
내가 입버릇처럼 자주 하는 말이기도 해서 꽤 반가웠다. "냅둬 알아서 하겠지"
사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내 마음은 그렇지 못하다. 누군가의 작은 말 한마디에도 오래 흔들리고 누군가의 표정에 필요 이상으로 의미를 부여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냅둬"하고 내뱉는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지곤 했는데 그 이유를 여기서 알아버렸다.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집중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면 힘이 생긴다.
조용함 사이로 아주 작은 울림이 스며들었다.
내버려 두기 : 포기도 무관심도 아닌 나를 되찾는 행동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너무 신경 쓰지 마. 하지만 우리는 늘 신경 쓰며 산다. 관계의 온도, 말의 결, 상대의 기분, 그 안에서 내가 어떻게 보일 것인지까지.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누구인지 보다 ‘상대가 원하는 나’를 유지하느라 더 지쳐 있었다.
저자는 이런 마음을 단번에 뒤집는다.
"내 건강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 기침을 멈추게 할 책임은 상대에게 있는 게 아니다."
맞다. 돌이켜보면 관계에서 결국 내가 힘들었던 이유는 상대가 틀렸다 혹은 바뀌어야 한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사실 나를 지치게 한 건 상대의 행동이 아니라 그 행동을 바꾸려는 나의 집착이다.
렛뎀이론이 말하는 내버려 두기는 무책임도 체념도 아니다. 이 말은 사실 상대의 인생과 나의 인생을 분리하는 작업이다.
그가 화를 내든, 뒷담화를하든, 나를 향해 무성의하게 대하든 그것은 결국 그 사람의 선택일 뿐이다.
그리고 나는 그 선택에서 나를 떼어낼 자유가 있다.
사실을 인정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지만 한 번 인정하고 나면 마음이 놀라울 만큼 차분해진다.
그냥 내버려 두자.
내가 하자 : 내 삶을 나의 힘으로 움직이기
렛뎀의 두 번째 단계, Let Me. 내가 하기.
저자는 말한다.
"그들의 생각을 내버려두고,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선택하자."
살면서 우리는 너무 많은 순간을 누군가의 반응을 기준으로 선택한다.
회사에서 승진을 놓쳤을 때, 누가 나를 험담했을 때, 기대 이하의 평가를 받았을 때 나는 그 상황에만 매달렸고 자꾸만 나를 깎아내렸다.
하지만 렛뎀의 방향은 다르다.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도록 내버려두고, 나는 더 좋은 곳으로 움직이자.
그들이 욕하게 내버려두고, 나는 나에게 맞는 사람을 찾아가자.
그들이 나를 인정하지 않아도 내버려두고, 나는 나의 경계를 단단히 세우자.
상대가 바뀌지 않아도 나는 변화할 수 있다는 것. 그 말이 묵직했다.
누구의 눈치에도 기대지 않고 나의 마음을 먼저 챙기는 일,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이 아니라 내가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삶을 선택하는 일.
그건 누가 대신 살아줄 수 없는 일이고 결국은 사적인독서를 하듯 나를 마주하는 순간에야 비로소 가능해진다.
사랑이든 관계든 고치려 하지 않을 때 비로소 진짜 가까워진다
밑줄 그은 문장 중 가장 오래 남았던 문장.
"때로는 상대를 고치려는 시도를 멈추고, 그냥 받아들이고, 사랑을 더 베푸는 것이 가장 큰 사랑이다."
우리는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싶어 한다.
조언하고, 설득하고, 때로는 애원까지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저자는 단호하다.
'모든 사람이 변화하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니다.'
렛뎀은 관계의 포기가 아니라 관계의 성숙이다.
바꿀 수 없는 상대를 기어이 바꾸려 하는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일,
그리고 그 괴로움을 내가 책임지지 않겠다고 결단하는 일.
그 이후 비로소 우리는 정말로 사랑할 수 있다. 있는 그대로, 억지로 끌어당기지 않고, 억지로 변화시키지도 않고.
이 문장을 읽으며 나는 오래전 나를 괴롭혔던 관계들이 스쳐 지나갔다.
이제야 알겠다. 내가 하려 했던 건 어쩌면 사랑이 아니라 통제였다는 걸.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결국,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고
나 역시 나로 살아도 괜찮다고 인정하는 일이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는 동안 계속해서 기억을 읽는 기분이었다.
내가 어떤 관계를 지나왔는지, 어떤 마음을 잃어버렸는지, 무엇을 되찾아야 하는지.
그 조각들을 하나씩 꺼내보는 시간이었다.
내버려 두자. 그리고 내가 하자. 그 두 문장이 나를 자유롭게 만들었다
"내 삶은 내가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살자."
렛뎀은 밀어내는 기술이 아니다.
상처받지 않으려고 벽을 세우는 기술도 아니다.
그건 내 삶의 중심을 되찾는 기술,
그러니까 나의 존엄과 나의 에너지와 나의 시간을
내가 원하는 곳에 쓰기 위한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단단한 원칙이다.
누구의 기대에도 휘둘리지 않고
누구의 기분에도 흔들리지 않고
내가 원하는 삶을 향해 움직일 자유.
그 자유를 되찾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한 문장으로 이렇게 말한다.
내버려두자. 그리고 내가 하자.
그 두 문장이 당신의 삶을 구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