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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경험의 본질 - 이탈리아의 프리미엄 브랜드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리카르도 일리 지음, 명선혜 옮김 / 유엑스리뷰 / 2022년 10월
평점 :
책을 소개하는 짱고책방을 시작한 지 제법 시간이 지났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사람들과 나누면서 나는 내 마음대로의 리듬으로 걸어왔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한동안 책장을 덮지 못하고 앉아 있었다.
그냥 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나도 이 채널이 잘 됐으면 하는 욕심이 있다.
물론 이달의 블로그로 선정도 되고, 네이버에 내 이름이 검색되기도 하는 등 매년 소소하고 이런저런 좋은 일들도 있긴 했다.
그런데 이 질문 앞에서 조금은 멈칫거렸다.
"내가 만들어 온 이 브랜드는 과연 누군가를 놀라게 할 만큼의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일리'의 오너, 리카르도 일리는 이 질문에 인칸토가 필요하다고 답한다.
꽤 길게 설명되어 있지만 종합하자면 이렇게.
품질의 우수성, 독특한 공급망, 사용 가능한 최고의 재료 사용, 지속가능성에 대해 깊고 넓은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브랜드를 사랑받게 하는 본질이라고.
그는 이를 위해 11가지 법칙을 하나하나 펼쳐놓았지만 조금 겹치는 것들을 제외하고 특히 내 마음을 사로잡은 건 여섯 가지였다.
완벽, 일관성, 아름다움, 단순함, 관계, 놀라움.
짱고책방은 과연 '완벽'을 꿈꾸고 있는가?
서툴고 불안할 때도 있지만 쉽고 누구나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문장을 건네려고 애써왔다.
본업을 가진 상태에서 이 작업을 지속하는 게 가능한가? 나름의 완벽보다 진짜 완벽을 나는 추구하고 있는가?
일관성은 또 어떤가.
감성적인 서평을 쓴다면서도 책마다 어떤 글은 무심히 넘겨버리고, 톤이 흔들릴 때가 있었다.
독자들이 믿을 수 있는 자리에 서려면 더 단단해져야겠다.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얼마나 어필이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끊임없이 디자인하고 발전하려 했고 그리고 책 속 문장을 묶어 담백하게 포장해왔으니까.
하지만 책에서도 말하듯 포장은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줄 뿐 그것이 본질은 아니다.
단순함과 관계.
내가 붙들어야 할 두 번째 화두다.
불필요한 것을 버리고 진짜로 필요한 문장과 감정을 남기는 일.
그리고 읽어주는 사람, 응원해 주는 사람 그들과 더 자주 연결되어야 하는 일.
사실 이게 제일 어렵다.
어떻게 댓글을 받는지도 어렵고 어떻게 답글을 남겨야 할지도 모르겠다.
짱고책방이 ‘관계’를 만들어내는 공간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마지막으로 놀라움.
독자들이 이렇게까지 해주다니라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감동을 준비해 본 적이 있던가.
사실 독자야 어떻건 그냥 내 글을 쓰는 게 다였는데 조금 더 글에 마음을 더해야겠다 싶었다.
그저 성실하게 쓰는 것을 넘어 이제는 그 위에 한 방울의 인칸토를 떨어뜨려야 하는 일.
책을 읽고 어쩌고 하는 일만 하다 짱고책방을 대입해 보니 뭔가 명확해지는 느낌이다.
오늘도 인칸토를 믿고 한 문장을 더 단정히 붙인다.
언젠가 이 작은방에도 누군가에게 숭고하고 예상치 못한 경험이 쌓이길.
좋은 채널로 괜찮은 브랜드로 계속 계속 성장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