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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메시지가 살아남는다 - 복잡한 생각을 단 하나로 정리하는 1 메시지의 법칙
스기노 미키토 지음, 김양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6년 10월
평점 :
왜 설명을 그렇게나 열심히 했는데도 상대가 1도 알아듣지 못할때가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설명을 잘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설명이 너무 길 때 이렇게 될 때가 많다.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다 보니 배경과 이유, 예외와 가능성까지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다. 화자는 최선을 다 했지만, 청자는 거기서 필요한 말을 골라내야 한다. 엄청난 비효율이다.
스기노 미키토의 <단순한 메시지가 살아남는다>는 이런 전달의 문제를 ‘1 메시지’로 풀어낸다. 잡음을 줄이고 핵심을 선명하게 만들어 사람이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익숙한 점·선·면으로 설명한다. 논점을 좁히는 초점화, 답을 예리하게 만드는 첨예화, 생생한 말로 전달하는 결정화다.
1. 점, 무엇을 향해 말할 것인가
초점화에서 먼저 정할 것은 지금 답해야 할 논점이다. 하고 싶은 말이 아무리 많아도 상대가 궁금해하는 것과 어긋나면 설명은 헛돈다. 그래서 잘 전달하려는 사람에게는 경청과 질문이 먼저 필요하다.
‘무엇을 말할까가 아니라 무엇을 향해 말할까.’
길의 방향 뿐 아니라 말의 방향을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료를 펼쳐놓고 그것들을 어거지로 조합하기에 앞서, 지금 해결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이 대화의 목표가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회의에서 결정할 일이 프로그램의 참여 신청 절차라면 홍보 채널과 디자인 이야기까지 이 자리에서 꺼낼 필요는 없다. ‘신청 과정의 어느 부분을 줄일 것인가’ 등으로 논점을 잡아야 의견도 그곳으로 모인다.
아무 말이나 많아고 다 말이 아니다.
어떤 이는 간략화를 위해 아무말이 더해진 말더미를 줄이려 노력하는데 먼저 겨냥할 점이 분명해야 덜어낼 내용도 보인다.
2. 선, 반론할 수 있을 만큼 분명하게
첨예화는 그 논점에 대한 자신의 답을 뚜렷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두루뭉술한 말은 듣기에 무난하지만 판단할 근거를 주지 못한다. ‘고객을 더 이해해야 한다’거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는 있어도, 당장 무엇부터 바꿀지는 알기 어렵다.
책은 반론과 논쟁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다. 자신의 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만 누군가는 또 반대할 수 있다. 다른 이가 무엇에 동의하지 않는지 확인할 수 있고 의견이 모여 답을 수정할 수도 있다. 그렇게 싸워야 한다. 모두가 좋아할만한, 모두가 수긍할 만한 단어만 찾자면 결국 일은 산으로 가고 만다.
같은 단어의 뜻을 모두가 같은 뜻으로 맞추는 일도 필요하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가 ‘전략’이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이말은 모두가 다르게 이해하는 말이기도 하다. 같은 회의를 하고 나서도 한 사람은 목표를, 다른 사람은 실행 일정을 떠올리는 일을 우리는 심심찮게 본다. 같은 단어로 서로 다른 대화해서 그렇다. 전략을 정하기 전에 '전략'이 무얼 의미하는지 먼저 합의를 봐야 한다.
3. 면, 상대가 그릴 수 있는 말로
결정화는 생각을 상대가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말로 만드는 일이다. 책은 작은 말, 숫자, 상대방의 말을 제안한다. 추상적인 표현을 줄이고, 규모와 시점을 정확히 짚으며, 듣는 사람에게 익숙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앞의 회의 예시에 적용하면 ‘신청을 간편하게 만들자’는 말을 ‘신청 화면을 5단계에서 3단계로 줄이자’로 바꿔볼 수 있다. 가상의 숫자이지만 차이는 분명하다. 바꿀 대상과 범위가 드러나니 가능한지, 무엇을 빼야 할지 논의할 수 있다. 숫자는 모두 같은 내용을 보고 있는지 확인하는 객관적 기준이 된다.
저자는 ‘상대방의 말’을 사용하라는 조언을 한다. 내게 익숙한 용어가 상대에게도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야기의 간격이 생긴다. 나도 처음 회사에 들어가 몰래 그들이 쓰는 단어들을 얼마나 검색했는지 모른다. 물론 이 간격은 시간이 메꿔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 전에 상대가 쓰는 표현을 미리 알아두고 연습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상대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어야 내가 정리한 생각도 제대로 건너간다.
4. 메시지의 완성은 배려
최근 직장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이 뭐냐고 물으면 아마도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이야기할 것이다. 오해하지 않고, 감정을 섞지 않고, 정확하고 간결하며 예의있게 말하는 법. 쉬워 보이지만 어쩌면 꽤 어려운 능력이다.
밑줄 친 내용들을 하나씩 곱씹어 본다. 논점을 하나로 좁히고, 자신의 답을 선명하게 제시하고, 상대가 이해할 수 있도록 구체화하라. 회의 때 발언록을 미리 작성하거나 피티 발제를 준비할 때 차례로 점검하기 좋은 기준이다.
‘메시지의 완성은 배려에서 나온다’는 말이 나는 좋다. 듣는 사람이 내 말의 의도를 추측하느라 애쓰지 않도록 하는 것.
늘 누군가의 이야기를 추측해 대화하는 고맥락 사회인 한국에서는 이러한 작업들이 꼭 필요하다. 말을 풀어쓰고 일을 쉽게 가르치는 것.
이 어려운 일은 사실 오늘 나의 대화를 바꾸는 가장 작은 것에서부터 출발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