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인간적인 물리학 - 삶의 궤도를 찾아가는 10번의 시간 여행
팀 폴러트 지음, 배명자 옮김 / 21세기북스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크라테스 이전으로 건너가는 철학의 질문


해가 뜨고 지는데도 수많은 공식이 존재하며 이러한 우리 삶의 모든 것들은 어떤 법칙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이 법칙들을 하나하나 공부하다 보면 보통은 과학을 인문학의 대척점에 세운다.

사람을 공부하는 학문과 자연법칙을 공부하는 학문.

별 저항없이 받아들여온 이 법칙에 팀 폴러트는 과연 그러한가를 묻는다.


책 <이토록 인간적인 물리학>은 이 물리학에 사람을 모습을 입힌다.

시간은 왜 모두에게 같지 않은지, 별의 죽음이 어떻게 우리 몸의 원소가 되었는지, 우주의 끝을 알면서도 인간은 왜 오늘을 살아가는지를 인문학이 아닌 물리학을 통해 묻는다.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우주의 법칙이 한 이야기 안에 놓이는 어쩌면 조금 어색한 순간,

나와 전혀 관계없어 보이던 물리학은 생각보다 나와 가까이 있음을 알게된다.


물론 이 책이 삶의 목적을 정해주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 책에서 저자는 물리학을 통해 인간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생겨났는지부터 되짚으며 철학이 이어온 물음에 답하기 시작한다.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이제 소크라테스를 건너 138억 년전으로 돌아간다.



상대성 이론이 전하는 각자의 시간


첫 장은 뉴턴이 당연하게 여겼던 시간에서 출발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으로 나아간다.


우리는 시간을 우주 어디에서나 같은 속도로 흐르는 배경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상대성이론에서는 모두가 공유하는 하나의 절대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거나 서로 다른 중력 환경에 놓인 두 시계를 비교하면, 각각의 시계가 기록한 시간도 달라진다.

빠르게 움직이는 시계는 그렇지 않은 시계보다 느리게 가고, 중력이 강한 곳의 시계 역시 중력이 약한 곳보다 천천히 움직인다.

우리가 사용하는 GPS 위성의 시계에도 속도와 중력에 따른 시간 차이가 생기기 때문에 상대성이론에 따른 보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저자가 말하는 ‘각자의 시간’과 ‘시간 거품’의 개념도 여기서 나온다.

하나의 우주에 존재하더라도 모든 존재가 완전히 동일한 시계 안에서 살아가는 것은 아니기에 우리 모두는 자신이 놓인 속도와 중력, 그리고 시공간의 경로에 따라 자기만의 시간을 지나간다.


이 설명이 흥미로운 이유는 상대성이론이 시간을 우리를 둘러싼 배경이 아니라 우리 존재의 조건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나만의 우주의 시공간을 통과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당신의 시간은 당신만의 것이다.




별의 죽음과 인간의 탄생


흥미로운 대목은 우주의 역사가 어떻게 인간의 몸으로 이어졌는지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빅뱅 직후 우주를 채운 물질은 대부분 수소와 헬륨이었다.


지금 우리 몸을 이루는 탄소와 산소, 칼슘과 철 같은 원소는 아직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 원소들은 별의 내부에서 탄생했다.


별은 수소를 태우며 빛을 내고, 그 과정에서 더 무거운 원소를 만든다.

그리고 거대한 별이 수명을 다해 폭발하면 그 안에서 만들어진 물질이 우주로 흩어진다.


그 물질은 다시 별과 행성을 만들었고, 지구와 생명의 재료가 되었다.

우리 몸의 탄소와 뼈의 칼슘, 피 속의 철에도 과거 별의 흔적이 들어 있는 셈이다.


다시 말해 아주 먼 별의 탄생과 죽음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존재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고

이렇게 되면 인간과 우주를 따로 생각하기 어려워진다.

우리는 우주 밖에서 별을 바라보는 구경꾼이 아니라 138억 년 동안 우주에서 일어난 변화가 지금의 몸으로 이어진 존재라는 것이다.


지구의 생명은 수많은 충돌과 멸종, 우연한 변화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그 과정에서 끝에 있는 인간은 이제 자신을 만든 별을 관찰하고, 우주의 시작과 끝을 계산하는 존재가 되었다.


우주 전체에서 보면 티끌처럼 작은 존재가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알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물리학이 읽어주는 삶의 의미


때로 우주를 생각하면 지금의 나의 작은 고민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면 반대편의 생각도 가능해진다.


모든 것이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오늘을 무의미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거대한 우주안의 티끌같은 존재일지라도 우리 존재가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순간에만 만날 수 있는 사람과 할 수 있는 선택은 언제나 존재한다.


서두에서 이야기 했듯 물리학이 삶의 의미를 대신 정해주지 않는다.

다만 내 몸의 물질이 별에서 왔고, 내가 죽은 뒤에도 다른 형태로 세계에 속한다는 사실은 알려준다.


이 사실에서 무엇을 읽을지는 각자의 몫이다.


과학이 어떻게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답하는지 알고 싶은 이라면 한 번 정도는 이 책을 펼쳐보면 좋겠다.

미리 경고하자면 사실 조금 어렵긴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