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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생각하지 않는다, AI 리터러시 - 데이터 과학자가 알려주는, AI를 이해하고 제대로 쓰는 진짜 문해력
이제현 지음 / 골든래빗(주) / 2026년 10월
평점 :
리터러시는 흔히 문해력이라고 번역된다. 글을 읽고 쓰며, 그 안에 담긴 뜻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이다. 문장은 읽었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거나,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어디에 써야 할지 막막할 때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읽는 일과 이해하는 일이 어쩌다가 구분되었는지 모르겠는데 그런 세상이 와버렸다.
최근에는 SNS리터리시가 유행했다. 인터넷에 떠도는 글을 그대로 받아들이는게 아니라 한번쯤 의심하고 이것이 진짜인지 구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렇게 많은 것을 보며 살아가면서도 무언가 계속 부족하고 무언가 계속 필요하다.
AI 도 비슷하다. 사실 채팅창에 질문을 입력하고 답을 받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런데 그 답이 맞는지, 지금 내가 하는 일에 필요한지 판단하려면 조금은 다른 힘이 필요하다. 문장이 매끄럽다는 이유로 내용까지 정확하다고 믿어버릴 수도 있다. AI를 사용할 줄 안다는 것만으로 AI를 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제현의 <AI는 생각하지 않는다, AI 리터러시>는 그 간격을 들여다보는 책이다. 저자는 AI의 실행 능력과 인간의 이해를 구분하며, 편리함에 기대어 판단까지 맡기는 ‘생각의 외주화’를 경계한다. 결과물이 빨리 나올수록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어떤 능력이 필요한지를 톱아보게 하고 경고한다.
책은 기본적으로 이 이야기를 한다.
'본업과 AI 활용 능력, 두 가지 근육을 함께 키워야 한다.'
AI를 배우려고 한다치면 새로 나온 서비스나 좋은 프롬프트를 먼저 생각한다. 어떤 말을 넣어야 원하는 결과가 나오는지, 어떤 도구를 쓰면 시간을 줄일 수 있는지. 물론 필요한 작업이긴 하지만 도구를 능숙하게 다루는 것과 그 도구로 좋은 일을 해내는 것은 따로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세상은 무얼 배우자고 하면 이미 변해있는 것들이 더 많다. 당장 몇달전만해도 구글 제미나이의 나노바나나가 이미지의 표준인 것처럼 얘기했으나 지금은 누구도 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클로드가 짱인것처럼 그렇게 떠들던 이야기들도 챗지피티의 아스트라가 등장한 이유 무게추가 바뀌었다. 진짜 중요한 건 어떤 툴을 쓰는 것보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그것을 설명하는 능력이다.
AI에게 캠페인 문구를 열 개 만들어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중 무엇을 고를 것인가. 눈길을 끄는 문장이 우리 기관이 해야 할 말과 일치하는지, 도움을 요청하는 표현이 당사자를 무력한 사람으로만 그리지는 않는지, 사람들의 관심을 실제 참여로 이어줄 수 있는지. 문구의 개수를 늘리는 일과 이런 판단을 내리는 일에는 서로 다른 능력이 필요하다.
이때 필요한 것이 본업의 근육이다. 누구에게 왜 이 말을 건네는지 알고, 결과가 기대와 다를 때 원인을 짚고, 그다음 시도에 반영하는 힘. 현장에서 쌓은 지식과 시행착오가 있어야 AI가 내놓은 결과에도 구체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다. ‘좀 더 좋게 해줘’가 아니라 무엇이 빠졌고 무엇이 과한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이 과정에서 거의 대부분이 막힌다.
반대로 본업을 안다는 이유로 AI를 배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안된다. 자료를 정리하고 여러 안을 비교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그 시간을 사람을 이해하고 기획을 점검하는 데 쓸 수 있다. 책이 AI와의 협업을 별도로 다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읽었다. 경계할 점을 안 뒤에는 실제로 함께 일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AI에게 간단한 업무를 맡기는 일과 꾸역꾸역 스스로 해내는 것 사이의 생산성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그리고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배움의 순서다. 일을 처음 배울때 서툰 초안을 직접 써보며, 실제 현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발로 뛰어가며 배운다. 가장 기초적인 일부터 접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사실을 만나고, 어떤 부분이 틀렸는지 어디에서 오류가 자주 발생하는지 그리고 그것들을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지 고치면서 확인하는 습관도 생긴다. 이 과정을 모두 건너뛰고 완성된 답만 받는다면, 나중에는 무엇을 기준으로 그 답을 평가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당장의 결과물은 좋아져도 그 사람의 실력이 자랐다고 보기는 어려운 이유다.(사실 이것이 지금 4050 세대가 AI를 제대로 쓰면 생산성이 말도 안되게 달라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사무실에서도 이런 워크슬롭(AI로 대충 뽑아낸 저품질 결과물을 검토도 안 하고 그대로 제출하는 행위나 그 결과물)들을 많이 만날수 있는데 이 부분은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상대로 하여금 AI로 만든 결과물을 수정하는데 더 시간을 소비하게 한다면 그것만큼 실례되고 도리어 업무를 방해하는 일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일을 힘들게 할 필요도 없다. 내게 아직 익숙하지 않은 일이라면 먼저 생각을 적어보고 AI의 답과 비교해볼 수도 있다. 이미 잘 아는 일은 도움을 받되, 출처와 핵심 판단은 직접 확인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생산성과 함께, 나는 무엇을 이해하게 되었는지 살피는 일이다.
책은 꽤 긴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 AI를 잘 쓰려면 여전히 내 일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일을 베이스로 AI와 협업하고 나아가 AI와 공존하는 법을 터득하라고 권한다. 최근 AI활용법을 알려달라는 요청으로 강의를 준비하는데 내가 내린 결론과 거의 같다. 결국 AI는 나를 위한 도구여야 한다. 이 앞뒤가 바뀌면 상황은 좀 심각해질지도 모르겠다. 하긴 그래서 이런 책이 필요하다.
새로운 기술이 나왔다고 지금까지 쌓아온 공부와 경험이 의미없게 되는 건 아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더 정확하게 부탁하고, 더 구체적으로 고치고, 필요한 결과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려면 익숙한 업무도 계속 공부해야 하고 새로운 도구도 직접 써봐야 한다. 이전처럼 니가 배워서 알려달라고 하기에는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