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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난 여자들을 위한 ADHD - 남다른 뇌가 만드는 가능성의 세계
트레이시 오츠카 지음, 박초월 옮김 / 심심 / 2026년 10월
평점 :
부족한 것을 고치는 데 익숙해지면 잘하는 것을 발견하는 일이 낯설어진다
산만하니 집중해야 하고, 충동적이니 참아야 하고, 정리를 못 하니 부지런해져야 한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은데, 고쳐야 할 목록이 늘어날수록 그 사람은 꼭 문제만 있는 사람 같다.
사실 그도 괜찮은 사람일지도 모르는데.
트레이시 오츠카의 <잘난 여자들을 위한 ADHD>는 그 목록을 다른 방향에서 읽어보자고 제안한다.
ADHD로 겪는 어려움을 이해하면서, 그 특성 가운데 자신의 삶에 활용할 수 있는 힘도 찾아보자는 것이다.
저자는 아들이 ADHD 진단을 받은 뒤 관련 내용을 공부하다 자신에게서도 비슷한 모습을 발견했고, 전문가를 찾아가 진단받았다.
이후 공인 ADHD 코치로 여성들을 만나며 얻은 경험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출발점은 여성의 ADHD가 왜 제대로 발견되지 못했는가에 있다.
저자가 소개하는 여성들은 차분해 보이거나 학업과 직장에서 성과를 냈다는 이유로 ADHD일 리 없다는 말을 듣는다.
이렇게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으로는 부주의와 건망증, 시간 관리의 어려움,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각을 알아차릴 수 없다.
본인조차 이를 질병이 아닌 성격이나 노력의 문제로 받아들이기 쉽다.
여기에 여성에게 요구되는 엄마의 역할이 더해진다.
주변을 꼼꼼히 챙기고, 집안을 정돈하고, 관계에서 적절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기대다.
저자는 같은 산만함이나 무질서도 성별에 따라 다르게 평가받는 현실을 짚는다.
자기 뇌를 이해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부족한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애써온 여성들의 이야기가 이 책의 출발이 된다.
이 책은 이런 이들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들려준다.
저자는 관심 있는 일에 깊이 빠져드는 과집중,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호기심, 정해진 방법 밖에서 답을 찾는 창의성과 추진력에 주목한다.
그동안 문제로만 불렸던 특성도 어떤 일과 환경을 만나느냐에 따라 강점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가능성을 '초능력'이라고 부른다.
'우리의 충동적인 성향을 경력, 인간관계, 취미, 그 밖의 긍정적인 관심사나 도전 과제에 적용한다면 이 특성은 보너스가 된다.' (108쪽)
저자는 위험한 취재 현장에 뛰어든 퓰리처상 수상 기자 캐서린 엘리슨을 예로 든다.
그녀는 충동성에 무조건 좋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 어떤 일을 할 때 그 특성이 혹시 힘이 되지는 않는지 함께 한번 살펴보자는 것이다.
낯선 현장으로 들어가려는 과감함은 어쩌면 일반인에게는 없는 능력이다.
부족한 쪽만 보며 살아가면 잘할 수 있는 일까지 함께 포기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책은 자기 탐색 과정을 제안한다.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관, 성격의 강점, 재능과 솜씨, 열정, 목적을 차례로 살피고 그 사이의 접점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종이 한 장에 정리해 자기 의심이 밀려올 때 꺼내 보라고 권한다.
잘하고 싶은 일을 남의 기준으로 고르기 전에, 내가 이미 가진 것과 관심이 향하는 곳을 구체적으로 알아보는 것이다.
이 이해는 곧 여성의 생활을 관리하는 방법으로 이어진다. 시간과 계획, 돈과 인간관계, 감정과 수면, 운동과 영양까지 책은 여성의 모든 하루를 다룬다.
그리고 자신이 무엇에 쉽게 압도되는지, 어느 조건에서 집중이 잘되는지 살핀 뒤 그에 맞는 환경과 방법을 찾도록 돕는다.
그녀는 말한다. 더 노력하겠다는 다짐 말고 이제 실제로 내 뇌가 그 일을 해낼 수 있도록 조건을 바꾸어보자고.
물론 강점을 발견한다고 ADHD의 어려움이 저절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책은 친절하게도 어려움을 다루는 전략도 함께 제시한다.
가능성을 찾아보라는 격려와 일상을 꾸려갈 구체적인 방법이 함께 있다는 점에서, 제목의 '잘난'이라는 말이 조금 이해된다.
결함을 세는 데 익숙했던 사람이 이제는 자신의 능력도 셀 수 있다. 진심으로 이제는 그녀들이 '잘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으며 주변의 꽤 여러사람이 떠올랐다. 함부로 그들을 ADHD라 부르면 안되겠지만 최소한 왜 그것도 못 하느냐고 묻기 전에, 그들이 지금 어떤 조건처해있고 또 어떤 일을 되려 잘할 수 있는지 함께 살펴보려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함께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일의 목록도 한번 적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