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과 아름다움 - 어느 우정의 역사
앤 패칫 지음, 메이 옮김 / 복복서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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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일생 동안 견딜 수 있는 고통의 총량이란 게 있을까.

한 사람은 고통을 어디까지 견딜 수 있을까.


힘든 일을 겪은 사람에게 위로랍시고 이제는 좋은 일만 있을 거라고 말할 때가 있다. 그만큼 아팠으니 앞으로는 덜 아파도 되지 않겠느냐는 어떤 바람이기도 하다. 나도 삶이 그런 식으로 계산된다면 좋겠다. 불행과 행복이 모두에게 같은 양으로 공평하게 부여되면 좋겠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간단치 않다. 여기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아니 행복한 이가 있다. 책의 주인공 루시 그릴리의 삶이다.


앤 패칫의 <진실과 아름다움>은 시인 루시 그릴리와 나눈 우정을 기록한 회고록이다. 같은 대학에 다녔던 두 사람은 아이오와 문예창작과정에서 만나 한집에 살며 가까워진다. 아직 작가로서 앞날을 알 수 없던 시절, 글을 쓰고 생활비를 걱정하고 서로의 연애에 참견한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던 시절. 둘에가 확실한 거라고는 서로가 마음을 줄 수 있는 친구라는 것 뿐이었다.


루시는 어린 시절 암으로 턱의 일부를 잃었다. 치료 이후에도 재건 수술을 거듭했고, 아픔과 함께 이방인을 보는듯한 타인의 시선을 견뎌야 했다. 우리는 거대한 고난을 이겨낸 이들을 '승리'라는 표현으로 퉁친다. 그리고 그들은 어디서든 행복하게 살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살아난 이들의 삶은 오히려 죽는 것만 못할때가 있다. 수술이 끝났다고 해서 루시의 몸과 함께 마음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루시가 늘 슬픔에 갇혀있던 사람은 아니다. 그녀는 재능 있고 유쾌했으며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앤은 친구 루시를 돌보았지만, 루시 역시 앤의 삶을 풍성하게 해주었다. 둘은 문학과 세상에 관해 이야기했고 함께 있는 시간을 좋아했다. 앤은 자꾸만 루시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다. 그 루시의 편지들을 책에 담은 덕분에 우리는 루시는 알 수 있다.


물론 이 우정이 늘 좋지만은 않았다. 루시는 사랑을 바라면서도 자신이 사랑받는다는 확신을 얻기 어려워한다. 곁에 있는 사람이 거듭 마음을 보여주어도 늘 불안해 했다. 앤은 수술 뒤의 루시를 돌보며 그녀의 생활의 어려움까지 함께 감당해준다. 사랑한다는 말을 성실하게, 때로는 자기 몫 이상의 일을 하며 루시에게 전한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시는 끝내 세상을 떠나고 앤은 절망한다.


무엇이 널 구할 수 있었을까.


앤의 사랑이 모자랐다고 말하기에는 둘 사이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있었고, 누군가 조금만 더 애썼으면 달라졌을 거라고 말하기에는 앤이 이미 감당한 것들이 너무 크다.


어쩌면 우리는 사랑에 많은 일을 맡긴다. 충분히 사랑받으면 상처가 아물고, 진심으로 곁을 지키면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을 거라고 믿는다. 사실 실제로 그럴 때도 있다. 다만 모든 고통이 사랑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우리는 가끔 분명한 끝을 알지만 그 걸음을 멈출 수 없을 때가 있다. 이 모든게 헛될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기를 멈출수 없을때가 있다. 함께 살며 나눈 대화와 서로의 글을 응원하던. 서로를웃게 했고, 서로의 아픈 날을 돌아보던 시간들은 루시가 세상에 없다고 해서 함부로 의미 없다 말할 수 있는 시간들이 아니다.


앤은 떠난 루시를 추모하며 그녀를 흠 없는 사람으로 꾸미지 않는다. 불안과 의존, 곁에 있는 이들을 힘들게 했던 모습까지. 루시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꾹꾹 눌러 쓴다. 그리고 이 기억 덕분에 앤이 사랑한 루시가 조금 더 또렷해진다. 좋은 모습만 골라 기억하는 것은 어쩌면 사랑이 아닐지도 모른다.


꽤 긴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나온다.

이 이야기는 성실한 사랑으로도 구할 수 없는 절망의 이야기다. 그러나 끝까지 사랑한 사랑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안부 인사가 있다면 이런 책일까.

잘 지내느냐고 물어놓고 괜찮다는 대답만 기다리는 인사가 아니라, 괜찮지 않은 날의 모습도 알고 싶어 하는 사랑의 인사.


앤이 기록한 루시는 아프고 불안했고 사랑했고 황홀했다. 그 모든 시간이 앤과 루시의 시간이었다.


누군가를 아끼고 사랑하지만 행복할거라 믿었던 시간을 지나고 있지 않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읽어보면 좋겠다. 그리고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오늘 안부를 물어보자. 아무말이라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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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난 여자들을 위한 ADHD - 남다른 뇌가 만드는 가능성의 세계
트레이시 오츠카 지음, 박초월 옮김 / 심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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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것을 고치는 데 익숙해지면 잘하는 것을 발견하는 일이 낯설어진다

산만하니 집중해야 하고, 충동적이니 참아야 하고, 정리를 못 하니 부지런해져야 한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은데, 고쳐야 할 목록이 늘어날수록 그 사람은 꼭 문제만 있는 사람 같다.

사실 그도 괜찮은 사람일지도 모르는데.


트레이시 오츠카의 <잘난 여자들을 위한 ADHD>는 그 목록을 다른 방향에서 읽어보자고 제안한다.

ADHD로 겪는 어려움을 이해하면서, 그 특성 가운데 자신의 삶에 활용할 수 있는 힘도 찾아보자는 것이다.

저자는 아들이 ADHD 진단을 받은 뒤 관련 내용을 공부하다 자신에게서도 비슷한 모습을 발견했고, 전문가를 찾아가 진단받았다.

이후 공인 ADHD 코치로 여성들을 만나며 얻은 경험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출발점은 여성의 ADHD가 왜 제대로 발견되지 못했는가에 있다.

저자가 소개하는 여성들은 차분해 보이거나 학업과 직장에서 성과를 냈다는 이유로 ADHD일 리 없다는 말을 듣는다.

이렇게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으로는 부주의와 건망증, 시간 관리의 어려움,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각을 알아차릴 수 없다.

본인조차 이를 질병이 아닌 성격이나 노력의 문제로 받아들이기 쉽다.


여기에 여성에게 요구되는 엄마의 역할이 더해진다.

주변을 꼼꼼히 챙기고, 집안을 정돈하고, 관계에서 적절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기대다.

저자는 같은 산만함이나 무질서도 성별에 따라 다르게 평가받는 현실을 짚는다.

자기 뇌를 이해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부족한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애써온 여성들의 이야기가 이 책의 출발이 된다.


이 책은 이런 이들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들려준다.

저자는 관심 있는 일에 깊이 빠져드는 과집중,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호기심, 정해진 방법 밖에서 답을 찾는 창의성과 추진력에 주목한다.

그동안 문제로만 불렸던 특성도 어떤 일과 환경을 만나느냐에 따라 강점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가능성을 '초능력'이라고 부른다.


'우리의 충동적인 성향을 경력, 인간관계, 취미, 그 밖의 긍정적인 관심사나 도전 과제에 적용한다면 이 특성은 보너스가 된다.' (108쪽)


저자는 위험한 취재 현장에 뛰어든 퓰리처상 수상 기자 캐서린 엘리슨을 예로 든다.

그녀는 충동성에 무조건 좋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 어떤 일을 할 때 그 특성이 혹시 힘이 되지는 않는지 함께 한번 살펴보자는 것이다.

낯선 현장으로 들어가려는 과감함은 어쩌면 일반인에게는 없는 능력이다.

부족한 쪽만 보며 살아가면 잘할 수 있는 일까지 함께 포기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책은 자기 탐색 과정을 제안한다.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관, 성격의 강점, 재능과 솜씨, 열정, 목적을 차례로 살피고 그 사이의 접점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종이 한 장에 정리해 자기 의심이 밀려올 때 꺼내 보라고 권한다.

잘하고 싶은 일을 남의 기준으로 고르기 전에, 내가 이미 가진 것과 관심이 향하는 곳을 구체적으로 알아보는 것이다.


이 이해는 곧 여성의 생활을 관리하는 방법으로 이어진다. 시간과 계획, 돈과 인간관계, 감정과 수면, 운동과 영양까지 책은 여성의 모든 하루를 다룬다.

그리고 자신이 무엇에 쉽게 압도되는지, 어느 조건에서 집중이 잘되는지 살핀 뒤 그에 맞는 환경과 방법을 찾도록 돕는다.

그녀는 말한다. 더 노력하겠다는 다짐 말고 이제 실제로 내 뇌가 그 일을 해낼 수 있도록 조건을 바꾸어보자고.


물론 강점을 발견한다고 ADHD의 어려움이 저절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책은 친절하게도 어려움을 다루는 전략도 함께 제시한다.

가능성을 찾아보라는 격려와 일상을 꾸려갈 구체적인 방법이 함께 있다는 점에서, 제목의 '잘난'이라는 말이 조금 이해된다.

결함을 세는 데 익숙했던 사람이 이제는 자신의 능력도 셀 수 있다. 진심으로 이제는 그녀들이 '잘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으며 주변의 꽤 여러사람이 떠올랐다. 함부로 그들을 ADHD라 부르면 안되겠지만 최소한 왜 그것도 못 하느냐고 묻기 전에, 그들이 지금 어떤 조건처해있고 또 어떤 일을 되려 잘할 수 있는지 함께 살펴보려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함께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일의 목록도 한번 적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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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생각하지 않는다, AI 리터러시 - 데이터 과학자가 알려주는, AI를 이해하고 제대로 쓰는 진짜 문해력
이제현 지음 / 골든래빗(주)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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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터러시는 흔히 문해력이라고 번역된다. 글을 읽고 쓰며, 그 안에 담긴 뜻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이다. 문장은 읽었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거나,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어디에 써야 할지 막막할 때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읽는 일과 이해하는 일이 어쩌다가 구분되었는지 모르겠는데 그런 세상이 와버렸다.

최근에는 SNS리터리시가 유행했다. 인터넷에 떠도는 글을 그대로 받아들이는게 아니라 한번쯤 의심하고 이것이 진짜인지 구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렇게 많은 것을 보며 살아가면서도 무언가 계속 부족하고 무언가 계속 필요하다.


AI 도 비슷하다. 사실 채팅창에 질문을 입력하고 답을 받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런데 그 답이 맞는지, 지금 내가 하는 일에 필요한지 판단하려면 조금은 다른 힘이 필요하다. 문장이 매끄럽다는 이유로 내용까지 정확하다고 믿어버릴 수도 있다. AI를 사용할 줄 안다는 것만으로 AI를 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제현의 <AI는 생각하지 않는다, AI 리터러시>는 그 간격을 들여다보는 책이다. 저자는 AI의 실행 능력과 인간의 이해를 구분하며, 편리함에 기대어 판단까지 맡기는 ‘생각의 외주화’를 경계한다. 결과물이 빨리 나올수록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어떤 능력이 필요한지를 톱아보게 하고 경고한다.

책은 기본적으로 이 이야기를 한다.


'본업과 AI 활용 능력, 두 가지 근육을 함께 키워야 한다.'


AI를 배우려고 한다치면 새로 나온 서비스나 좋은 프롬프트를 먼저 생각한다. 어떤 말을 넣어야 원하는 결과가 나오는지, 어떤 도구를 쓰면 시간을 줄일 수 있는지. 물론 필요한 작업이긴 하지만 도구를 능숙하게 다루는 것과 그 도구로 좋은 일을 해내는 것은 따로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세상은 무얼 배우자고 하면 이미 변해있는 것들이 더 많다. 당장 몇달전만해도 구글 제미나이의 나노바나나가 이미지의 표준인 것처럼 얘기했으나 지금은 누구도 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클로드가 짱인것처럼 그렇게 떠들던 이야기들도 챗지피티의 아스트라가 등장한 이유 무게추가 바뀌었다. 진짜 중요한 건 어떤 툴을 쓰는 것보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그것을 설명하는 능력이다.


AI에게 캠페인 문구를 열 개 만들어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중 무엇을 고를 것인가. 눈길을 끄는 문장이 우리 기관이 해야 할 말과 일치하는지, 도움을 요청하는 표현이 당사자를 무력한 사람으로만 그리지는 않는지, 사람들의 관심을 실제 참여로 이어줄 수 있는지. 문구의 개수를 늘리는 일과 이런 판단을 내리는 일에는 서로 다른 능력이 필요하다.


이때 필요한 것이 본업의 근육이다. 누구에게 왜 이 말을 건네는지 알고, 결과가 기대와 다를 때 원인을 짚고, 그다음 시도에 반영하는 힘. 현장에서 쌓은 지식과 시행착오가 있어야 AI가 내놓은 결과에도 구체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다. ‘좀 더 좋게 해줘’가 아니라 무엇이 빠졌고 무엇이 과한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이 과정에서 거의 대부분이 막힌다.


반대로 본업을 안다는 이유로 AI를 배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안된다. 자료를 정리하고 여러 안을 비교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그 시간을 사람을 이해하고 기획을 점검하는 데 쓸 수 있다. 책이 AI와의 협업을 별도로 다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읽었다. 경계할 점을 안 뒤에는 실제로 함께 일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AI에게 간단한 업무를 맡기는 일과 꾸역꾸역 스스로 해내는 것 사이의 생산성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그리고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배움의 순서다. 일을 처음 배울때 서툰 초안을 직접 써보며, 실제 현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발로 뛰어가며 배운다. 가장 기초적인 일부터 접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사실을 만나고, 어떤 부분이 틀렸는지 어디에서 오류가 자주 발생하는지 그리고 그것들을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지 고치면서 확인하는 습관도 생긴다. 이 과정을 모두 건너뛰고 완성된 답만 받는다면, 나중에는 무엇을 기준으로 그 답을 평가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당장의 결과물은 좋아져도 그 사람의 실력이 자랐다고 보기는 어려운 이유다.(사실 이것이 지금 4050 세대가 AI를 제대로 쓰면 생산성이 말도 안되게 달라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사무실에서도 이런 워크슬롭(AI로 대충 뽑아낸 저품질 결과물을 검토도 안 하고 그대로 제출하는 행위나 그 결과물)들을 많이 만날수 있는데 이 부분은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상대로 하여금 AI로 만든 결과물을 수정하는데 더 시간을 소비하게 한다면 그것만큼 실례되고 도리어 업무를 방해하는 일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일을 힘들게 할 필요도 없다. 내게 아직 익숙하지 않은 일이라면 먼저 생각을 적어보고 AI의 답과 비교해볼 수도 있다. 이미 잘 아는 일은 도움을 받되, 출처와 핵심 판단은 직접 확인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생산성과 함께, 나는 무엇을 이해하게 되었는지 살피는 일이다.


책은 꽤 긴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 AI를 잘 쓰려면 여전히 내 일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일을 베이스로 AI와 협업하고 나아가 AI와 공존하는 법을 터득하라고 권한다. 최근 AI활용법을 알려달라는 요청으로 강의를 준비하는데 내가 내린 결론과 거의 같다. 결국 AI는 나를 위한 도구여야 한다. 이 앞뒤가 바뀌면 상황은 좀 심각해질지도 모르겠다. 하긴 그래서 이런 책이 필요하다.


새로운 기술이 나왔다고 지금까지 쌓아온 공부와 경험이 의미없게 되는 건 아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더 정확하게 부탁하고, 더 구체적으로 고치고, 필요한 결과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려면 익숙한 업무도 계속 공부해야 하고 새로운 도구도 직접 써봐야 한다. 이전처럼 니가 배워서 알려달라고 하기에는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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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 주식 투자법 - 3,000만 원으로 시작해 5년 만에 10억 만드는
kenmo(쇼난 투자 스터디) 지음, 이정미 옮김 / 이레미디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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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이 붙으면 달라지는 이야기


마이너스 8%가 되면 손절하라. 이런 규칙을 그냥 보면 어렵지 않아 보인다. 정해놓은 기준에 도달하면 사고 또 팔면 된다. 그런데 그 숫자 옆에 내 돈이, 그것도 큰돈이 붙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조금만 기다리면 올라갈 것 같고, 지금 팔면 본전도 못 찾을 것 같다. 이내 주식을 처음 시작하며 세운 원칙은 사라지고 만다. 이번만, 오늘만, 본전까지만.


쇼난 투자 스터디를 이끄는 kenmo의 <초고속 주식 투자법>은 크게 보면 이런 투자 규칙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대로 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


책 제목부터 기대는 크다. 3,000만 원으로 시작해 5년 만에 10억을 만든다니. 월급을 모아서는 좀처럼 닿을 것 같지 않은 금액을 보자면 마음이 급해진다. 더군다나 올해 상반기에는 국내 증시가 크게 오르지 않았던가. 언제나 나만 돈 못 번 슬픈 이야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마음을 굳게 먹고 책을 편다.



나도 가능한 투자법


저자는 회사에 다니며 모은 300만 엔을 종잣돈으로 투자해 5년 만에 1억 엔을 만들었다고 한다. 책은 그 과정에서 사용한 방법을 자산이 늘어나는 순서에 따라 소개한다. 다만 그가 해냈다고 해서 나도 해낼 수 있다는 건 아니다. 이건 나뿐 아니라 꽤 많은 투자자가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한다.


그가 제시하는 주요 방법은 신고가 돌파 투자, 주주 우대 수급 투자, 결산 모멘텀 투자, 중소형주 중장기 투자다. 신고가를 경신하는 주가의 흐름을 따라가기도 하고, 일본의 주주 우대 제도와 관련된 수급이나 기업의 실적 발표를 살피기도 한다. 자산 규모와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방법을 조합한다.


신고가 돌파 투자: 기존 고점을 넘어선 종목을 사서 상승 흐름이 이어질 때 수익을 얻는 방법.

주주 우대 수급 투자: 일본의 주주 혜택을 받으려는 매수 수요가 몰리는 시기를 활용해 매매하는 방법.

결산 모멘텀 투자: 좋은 실적 발표를 계기로 주가가 상승하는 흐름을 활용하는 방법.

중소형주 중장기 투자: 성장 가능성이 있는 중소형 기업을 골라 기업의 성장과 함께 수익을 기대하는 방법.


맞다. 우리 같은 일반인이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방법의 이름을 이해하는 것과 실제로 종목을 골라 매수하고 매도하는 것은 다르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내가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인지부터 골라내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마이너스 8%에서 팔아라


그중 내 눈길이 가는 것은 신고가 돌파 투자에서 제시하는 손절 원칙이다. 책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마이너스 8%일 때 손절’을 철저히 지킨다.


이미 오른 주식을 사서 더 오르기를 기대한다면, 예상이 틀렸을 때 빠져나올 기준도 있어야 한다. 얼마를 벌겠다는 기대에는 어디까지 손실을 받아들이겠다는 약속도 함께 놓여야 한다. 모든 종목에서 딸 수는 없으며, 적게 잃고 많이 벌어서 전체 수익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늘 내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팔고 나서 다시 오르면 괜히 팔았다는 생각이 들고, 팔지 못한 채 손실이 커지면 그때의 내가 그렇게나 원망스럽다. 그때마다 기준을 바꾼다면 처음 세운 계획은 이내 쓸모없어진다. 이 책의 규칙들을 보며 생각해야 하는 게 바로 그 부분이다. 돈을 벌든 잃든 나는 정한 규칙대로 움직일 수 있을까. 이걸 스스로 약속하는 건 투자에서 꽤나 중요하다.


물론 이 책의 규칙을 지킨다고 수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일본의 주주 우대 제도를 활용하는 방법을 한국 주식에 그대로 옮기기도 어렵다. 투자하는 시장도 다르고, 기업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과 이해의 깊이도 다르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저자는 어떤 조건에서 어떻게 투자했을까. 책과 별개로 좀 찾아봐야겠다.



구조대를 기다리며


2026년 상반기의 불장을 지켜보며 벼락거지가 된 것 같은 마음을 느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뒤늦게 뛰어들었다가 하닉 200층, 삼전 30층에서 구조대를 기다리는 심정이 된 사람도 있을 테고. 주가가 오를 때는 나만 못 버는 것 같았는데, 돌아보니 나만 잃은 것 같은 기분이다.


급하게 들어와 이 사달이 난 이들에게 이 책이 어느 정도 길잡이가 되면 좋겠다. 이제까지는 남들 따라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앞으로는 적어도 왜 사는지, 언제 팔 것인지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테니까. 다만 이 책 한 권을 읽고 투자금까지 늘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투자란 기본적으로 없어도 되는 돈으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확히는 손실이 생겨도 생활비와 꼭 필요한 지출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아깝지 않은 돈이 어디 있겠나. 하지만 아까운 것과 당장 생활이 안 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아이를 키우고 가족의 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이들에게 영끌은 아무래도 위험해 보인다.


저자도 모아둔 종잣돈으로 투자를 시작했고, 이후 월급을 추가로 넣지 않았다고 한다. 그 대목에서 나는 생활비를 구분하는 일의 중요성을 생각한다. 수익의 크기도 중요하지만, 생활에 필요한 돈을 따로 두는 결단과 지혜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이 매매 전 가장 먼저 세워야 할 규칙일지도 모르겠다.


투자가 우리 삶을 좌지우지하게 그냥 두지는 말자.


나도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은 있다. 이 책의 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배워보고도 싶다. 그래서 괜히 또 주식시장을 기웃거려 본다.


언제쯤 쉬 여기 들어갈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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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메시지가 살아남는다 - 복잡한 생각을 단 하나로 정리하는 1 메시지의 법칙
스기노 미키토 지음, 김양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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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설명을 그렇게나 열심히 했는데도 상대가 1도 알아듣지 못할때가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설명을 잘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설명이 너무 길 때 이렇게 될 때가 많다.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다 보니 배경과 이유, 예외와 가능성까지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다. 화자는 최선을 다 했지만, 청자는 거기서 필요한 말을 골라내야 한다. 엄청난 비효율이다.


스기노 미키토의 <단순한 메시지가 살아남는다>는 이런 전달의 문제를 ‘1 메시지’로 풀어낸다. 잡음을 줄이고 핵심을 선명하게 만들어 사람이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익숙한 점·선·면으로 설명한다. 논점을 좁히는 초점화, 답을 예리하게 만드는 첨예화, 생생한 말로 전달하는 결정화다.



1. 점, 무엇을 향해 말할 것인가


초점화에서 먼저 정할 것은 지금 답해야 할 논점이다. 하고 싶은 말이 아무리 많아도 상대가 궁금해하는 것과 어긋나면 설명은 헛돈다. 그래서 잘 전달하려는 사람에게는 경청과 질문이 먼저 필요하다.


‘무엇을 말할까가 아니라 무엇을 향해 말할까.’


길의 방향 뿐 아니라 말의 방향을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료를 펼쳐놓고 그것들을 어거지로 조합하기에 앞서, 지금 해결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이 대화의 목표가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회의에서 결정할 일이 프로그램의 참여 신청 절차라면 홍보 채널과 디자인 이야기까지 이 자리에서 꺼낼 필요는 없다. ‘신청 과정의 어느 부분을 줄일 것인가’ 등으로 논점을 잡아야 의견도 그곳으로 모인다.


아무 말이나 많아고 다 말이 아니다.

어떤 이는 간략화를 위해 아무말이 더해진 말더미를 줄이려 노력하는데 먼저 겨냥할 점이 분명해야 덜어낼 내용도 보인다.



2. 선, 반론할 수 있을 만큼 분명하게


첨예화는 그 논점에 대한 자신의 답을 뚜렷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두루뭉술한 말은 듣기에 무난하지만 판단할 근거를 주지 못한다. ‘고객을 더 이해해야 한다’거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는 있어도, 당장 무엇부터 바꿀지는 알기 어렵다.


책은 반론과 논쟁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다. 자신의 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만 누군가는 또 반대할 수 있다. 다른 이가 무엇에 동의하지 않는지 확인할 수 있고 의견이 모여 답을 수정할 수도 있다. 그렇게 싸워야 한다. 모두가 좋아할만한, 모두가 수긍할 만한 단어만 찾자면 결국 일은 산으로 가고 만다.


같은 단어의 뜻을 모두가 같은 뜻으로 맞추는 일도 필요하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가 ‘전략’이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이말은 모두가 다르게 이해하는 말이기도 하다. 같은 회의를 하고 나서도 한 사람은 목표를, 다른 사람은 실행 일정을 떠올리는 일을 우리는 심심찮게 본다. 같은 단어로 서로 다른 대화해서 그렇다. 전략을 정하기 전에 '전략'이 무얼 의미하는지 먼저 합의를 봐야 한다.



3. 면, 상대가 그릴 수 있는 말로


결정화는 생각을 상대가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말로 만드는 일이다. 책은 작은 말, 숫자, 상대방의 말을 제안한다. 추상적인 표현을 줄이고, 규모와 시점을 정확히 짚으며, 듣는 사람에게 익숙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앞의 회의 예시에 적용하면 ‘신청을 간편하게 만들자’는 말을 ‘신청 화면을 5단계에서 3단계로 줄이자’로 바꿔볼 수 있다. 가상의 숫자이지만 차이는 분명하다. 바꿀 대상과 범위가 드러나니 가능한지, 무엇을 빼야 할지 논의할 수 있다. 숫자는 모두 같은 내용을 보고 있는지 확인하는 객관적 기준이 된다.


저자는 ‘상대방의 말’을 사용하라는 조언을 한다. 내게 익숙한 용어가 상대에게도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야기의 간격이 생긴다. 나도 처음 회사에 들어가 몰래 그들이 쓰는 단어들을 얼마나 검색했는지 모른다. 물론 이 간격은 시간이 메꿔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 전에 상대가 쓰는 표현을 미리 알아두고 연습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상대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어야 내가 정리한 생각도 제대로 건너간다.



4. 메시지의 완성은 배려


최근 직장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이 뭐냐고 물으면 아마도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이야기할 것이다. 오해하지 않고, 감정을 섞지 않고, 정확하고 간결하며 예의있게 말하는 법. 쉬워 보이지만 어쩌면 꽤 어려운 능력이다.


밑줄 친 내용들을 하나씩 곱씹어 본다. 논점을 하나로 좁히고, 자신의 답을 선명하게 제시하고, 상대가 이해할 수 있도록 구체화하라. 회의 때 발언록을 미리 작성하거나 피티 발제를 준비할 때 차례로 점검하기 좋은 기준이다.


‘메시지의 완성은 배려에서 나온다’는 말이 나는 좋다. 듣는 사람이 내 말의 의도를 추측하느라 애쓰지 않도록 하는 것.

늘 누군가의 이야기를 추측해 대화하는 고맥락 사회인 한국에서는 이러한 작업들이 꼭 필요하다. 말을 풀어쓰고 일을 쉽게 가르치는 것.

이 어려운 일은 사실 오늘 나의 대화를 바꾸는 가장 작은 것에서부터 출발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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