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 Loveh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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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밀란 쿤데라'의 책 중에서 아직도 회자되고 있는 문제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제목을 패러디한 느낌의 이 작품은 그 참을 수 없는 욕망, 그것도 성적(性的) 욕망에 대해서 그린 영화다. 그렇다고 다분히 성적인 표현으로만 점철된 영화는 절대 아니다. 그래도 나름 몇 컷은 수위가 높았으니 이목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이른바 '시크릿 로맨스'라 불리며 그녀들의 비밀스런 로맨스에 초점을 맞춘 영화다. 작품은 전작 <싱글즈>와 <뜨거운 것이 좋아>를 연출한 '권칠인' 감독이 또 한번의 공감가는 비밀스런 멜로물을 만든 것이 이번 영화다. 특히나 2003년작 <싱글즈>는 지금은 고인이 된 장진영, 엄정화와 김주혁 등 남녀 간의 쏠라닥질 같은 연애사를 잘 담아내 호평을 받으며 지금도 회자되는 상큼한 로맨스의 전설로 남아 있다.

'싱글즈' 권칠인 감독의 시크릿 로맨스, <참을 수 없는>

그런 감독이 이번에 연출한 이 영화 <참을 수 없는>, 결론적으로 말하면 싱글즈처럼 상큼하지도 유쾌하지도 않지만 꽤나 더 솔직하고 비밀스럽고 소위 '수위'가 다소 높은 편이다. 저 포스터처럼 말이다. 그래서 강호는 더욱더 이목이 갔고, 그 참을 수 없는 이 남녀들의 사랑 이야기를 엿보게 됐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서 두 여자를 보게 된다. 그런데 어찌보면 여기 여자들은 우리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여자다. 한 여자는 출판업에 종사하는 직장녀지만 직장 생활이 잘 되지 않고 매 항상 스트레스에 빠져 살지만 가식없이 한 성질하는 여자다. 그리고 또 한 여자는 남편이 외과의사다. 그래서 그녀는 남편만을 바라보며 소위 우아한 미시족으로 지낸다. 단지 삶히 무료했을 뿐 아무 문제가 없었다. 적어도 한 남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먼저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작가를 꿈꾸는 출판사 직원 지흔(추자현). 단지 싱글이라는 이유만으로 직장에서 가장 먼저 해고를 당하고, 7년 사귄 남친마저 이별을 통보한다. 술김에, 홧김에 저지른 사고로 빈털터리가 된 지흔은 결국 나이 서른 둘에 친구 경린(한수연)의 집에 얹혀 사는 굴욕을 겪는다. 완전 재수, 경린의 잘난 남편 명원(정찬)과의 동거가 불편하기만 하다. 우연히 실내 야구 연습장에서 명원과 만난 지흔은 의외로 소박한 꿈을 가진 그에게 매력을 느끼고 점차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잘나가는 의사 남편을 둔 경린. 누구나 부러워하는 안정된 삶을 살고 있지만 반복되는 일상에 숨이 막힌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 앞에 매력적인 연하남이 나타났다! 자신을 향해 거침없이 다가오는 남편의 직장 후배 동주(김흥수). 그의 저돌적인 매력에 빠진 경린은 난생 처음 느껴보는 짜릿함에 아슬아슬, 위험한 사랑을 시작한다.



줄거리는 '사랑과 전쟁' 같은 한 편의 이야기

이렇게 줄거리만 놓고 보면 딱 그림이 떠오른다. 그렇다. 바로 K 방송국에서 매주 금요일 밤마다 10여 년 가까이 방영되었던 그 유명한 '사랑과 전쟁'의 부부클리닉을 보는 듯 하다. 아니, 보는 듯이 아니라 그 '사랑과 전쟁'의 한 사례를 스크린으로 옮겨 놓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만큼 여기 소재는 벌써 감히 오듯이 소위 바람 피는 이야기 즉 '불륜'에 관한 것이다. 그래도 불륜에는 종류도 각양각색인지라 여기서 이야기를 다시 정리해 본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팀장으로 이쪽 계통에서는 나름 열실히 달려온 지흔(추자연), 그녀는 성격이 소위 괄괄해서 가식없는 싱글녀다. 더군다나 술 특히 '맥주녀'라 부르고 싶을 정도로 매번 맥주를 즐기는 그녀의 주량은 꽤 세다. 아무튼 그녀가 직장내에서 일이 안 풀리자 후배와 가진 술자리에서 사소한 싸움 끝에 지나가는 깡패의 뒷통수를 소주병으로 내리쳐 사고를 친다. 그리고 친구 경린(한수연)의 도움으로 풀려나 이젠 직장도 잃고 집도 절도 없이 경린 집에 칩거하게 된다.

이때부터 외과의사 명원(정찬)과 경린 이 두 부부와 같이 살게 된 지흔, 물론 여기 남편도 예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이지만 한 집에서 사니 서먹할 수밖에 없다. 신세를 지는 입장이기에.. 어찌됐든 그렇게 그 아파트에서 같이 지내게 되고, 잘나가는 외과의사를 둔 젊고 예쁜 미시족 경린은 삶이 무료한지라 취미로 배우기 시작한 실내에서 즐기는 '암벽타기' 레포츠를 한다. 그리고 그 암벽타기 강사인 젊은 남자 동수(김흥수)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어느 날 남편이 이 동수를 데리로 집에 온다. 바로 자신이 다니는 병원 후배로 이 친구는 그 병원 방사선과에 근무하고 있었던 것이다. 초대를 받고 다음날 아침 카풀을 하는 찰나 동수가 경린에게 어제 응대에 고마웠다며 선물을 건넨다. 남편이 보는 앞에서, 물론 집에 들어와 혼자 뜯어보니 형형색색의 브레지어 몇 개와 동수의 핸드폰 번호가 적힌 쪽지가 있었다.

순간 깜놀하는 경린, 이래서는 안되는 마음에 어찌할 줄 모르는데 그 젊은 동수로부터 문자가 온다. 브레지어는 어떠냐, 실제로 보고 싶다면서 경린을 괴롭힌다. 이에 경린은 동수를 찾아가 '어디서 이런 개수작이냐며 가만두지 않겠다'고 윽박지른다. 하지만 여자의 힘으로 남자를 이길 수는 없는 법, 도리어 이런 반응을 즐기듯 동수는 그녀를 버럭 안고 급키스를 하며 둘은 그렇게 라커룸 비스름한 곳에서 격정적인 정사를 갖는다. 우아한 미시족이자 한 남자만을 바라보며 살 것 같은 경린은 그렇게 무너지고 만 것이다. 남편에게 그렇게 불평불만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그 20대 후반의 젊은 혈기에 몸과 마음을 허락하고 만 것이다. 이때부터 이들의 은밀한 연애질이 시작이다. 남편 명원은 이런 불륜도 모른 채, 하지만 지흔은 담배사러 갔다가 우연히 둘이 차에서 격정적인 키스 현장을 보게 되면서 이 둘의 사이를 알게 된다.



지흔은 오래된 친구로서 경린에게 '그러면 돼냐.. 남편이 알면 어쩔려고 그러냐, 난 모르겠다. 너 조심해라'로 우선 넘어가 준다. 그러면서 이 셋이 있는 풍경은 예전과는 다르게 서먹하게 흐른다. 그런데 역시나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다. 남편 명원이 눈치를 채고 부인의 불륜 현장을 급습해 소위 이 두 연놈을 잡아죽일듯 처치하려다 그 자신이 도리어 무력함에 빠져 집에 온다. 그리고 지흔을 바라보며 '왜 알고 있었으면서 말을 안해 주었냐'며 다그친다. 이에 지흔도 '나만 없어주면 되겠네'하며 돌아서는 찰나, 명원이 지흔에게 급키스를 날리고 둘은 격정적인 정사를 나누게 된다. 마치 명원은 부인을 다른 남자에게 빼앗긴 분풀이?로 지흔을 상대로 격정적인 섹스를 나눈다. 그런데 지흔도 절대 싫어하는 내색이 아니다. 그동안 함께 살면서 나름 이 남자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이제 상황은 주객이 전도돼 명원의 처 경린은 집을 나가서 동수랑 살게 되고, 지흔은 이 집의 안주인이 돼 명원의 아침상도 차리는 등 나름 부부 행세를 한다. 그러면서 지흔은 그 집에서 소설 쓰기에 몰두한다. 과연 이들의 관계는 어떻게 지속되고 전개될 것인가, 정말 소위 자신의 짝이 체인지된 이 상황에서 그들은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아니면 파국을 맞이할 것인가.. 영화 종반에서 모든 것이 나오지만, 보통 '불륜'이란 그림 뒤에 나오는 결과를 생각한다면 뻔한 결말이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뻔한 결말 대신에 다른 여지를 남겨두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내용을 살펴보았는데, 내용만 보면 소위 '막장'이라 불리는 '불륜'스런 소재가 아닐 수 없다. 남편의 후배 동료랑 놀아난 우아하면서도 그녀 안에 색기로 충만한 미시족 경린, 그런 경린을 사랑하며 잘나가던 외과의사 명원, 그 명원을 계속 지켜보며 맥주 한잔을 자주 마시며 가까워지면서 급키스도 하고, 동전 넣고 치는 야구를 함께 하며 가깝게 지낸 친구의 남편과 결국 폭발해 격정적인 섹스를 나눈 지흔, 그 집에 언처살며서 소설 쓰기에 여념이 없는 동안 그녀도 나름 실속?을 차린 셈이다. 물론 경린이 젊은 혈기의 남자 동주와 불륜에 빠지고, 남편이 그것을 안 이후에 관계를 가졌지만 말이다. 어찌됐든 여기 네 남녀는 서로의 아픔을 보듬듯 서로의 성적 욕망을 분출하고 만 것이다. 그것이 어떤 파국을 몰고 올지 그것은 나중에 일이고, 그 순간을 탐닉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자들의 비밀스런 성적 욕망들, 참을 수 없다면..

그리고 이런 불륜은 바로 극 중 여주인공 '지흔'의 눈을 통해서 바라보게 된다. 즉, 지흔은 친구 경린의 불륜을 알면서도 경린의 남편에게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고, 나중에 이 불륜을 알게 된 명원을 도리어 위로는 못할 망정 '나만 빠지면 모두 행복해진다'는 견지하에 순간 지흔은 명원과 격정적인 정사를 나누었다. 친구에 대한 죄책감을 차치하고, 그녀도 그 순간 감정에 충실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방사선과에 일하는 동수라는 젊은 남자도 경린과의 사랑을 지속하기 보다는 어떤 '엔조이'로서 접근한 측면이 없지 않아 있는데, 이렇게 이들 넷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어떤 성적 욕망의 판타지로 변모되면서 아주 근원적이면서도 원초적으로 서로의 몸을 탐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그림들이 기실 낯설지가 않다는 것이다. 왜 저 여자가 저 젊은 남자와 소위 '놀아나야 했는지' 이해를 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그것은 바로 성적 욕구의 표출인 셈이고, 그 동수라는 남자도 그런 여자에게 성적 충동을 느꼈기에 둘은 몇 번의 탐닉에 빠진 것이다. 또한 친구 집에서 상주한 지흔도 친구 남편과의 오랜 동거동안 그 남자가 그런 위기에 처했을 때 보듬어주는 성적 탐닉으로 둘은 빠져든 것이다. 즉, 갑자기 성적 욕구의 탐닉이 아닌 물 흐르듯 남녀가 함께 있다보면 빠져드는 그 원초적인 성적인 자극에 충실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영화 제목처럼 '참을 수 없는' 그 성적 욕망, 특히 여자들이 30대 이후에 남자들보다 더욱더 활발해진다는 '섹스 라이프' 보고가 있듯이, 이 영화는 그 참을 수 없는 성적인 욕망의 불륜을 담담하게 또 공감가게 그려낸 영화가 아닌가 싶다. 지금도 수많은 연인들이 사귀고 헤어지듯 또 결혼 커플들이 '불륜' 때문에 수없이 이혼을 하듯, 여기 영화는 그런 지극히 일상적인 소재를 통해서 자극적이면서도 담담하게 그려내며 다소 수위가 높은 듯 아닌 듯 시크한 그녀들의 '시크릿 로맨스'가 아니었나 싶다. 즉, 남자가 봐도 공감이 가는 30대 활화산 같은 여자들의 성적 욕망, 절대 낯선 풍경이 아닌 것이다. 

성을 터부시하는 문화가 문제인 것이지, 성(性)은 인간이 가진 최고의 쾌락이자 오락인 셈이다. 단지 일부일처제가 공고화된 현대사회에서 이 쾌락의 상대가 바뀌면 이렇게 문제가 되지만서도, 제목을 빌어 참을 수가 없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이성과 감성의 지배속에 그 지배에 움직이는 몸의 쾌락은 별도인 것이다. 그래서 강호는 이들 아니, 그녀들의 위험스런 '불륜'에 심히 공감하며 박수를 보낸다. '선탐닉 후수습' 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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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스트리트 : 머니 네버 슬립스 - Wall Street: Money Never Sleeps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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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터의 모습만 봐도 포스가 어느 정도 느껴지는 이 영화 <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는 <플래툰>, <7월 4일생>, <JFK> 등 사회적 묵직한 메시지를 담은 명작으로 명성을 날린 거장 ’올리버 스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다. 그래서 기대가 더욱더 되었고, 더군다나 23년 전 1987년작 동명의 영화 <월 스트리트>의 후속작이라는 입소문으로 꽤 주목을 받은 영화가 2010 버전의 <월 스트리트>다. 어떻게 보면 그 거대한 월가에서 펼쳐지는 이른바 ’금융전쟁’을 방불케하는 ’월 스트리트2’라고 볼 수도 있고, 부제는 ’Money Never Sleeps’라 했으니 벌써 느낌이 온다. 

’올리버 스톤’ 감독작 2010 ’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

그렇다. ’돈은 잠들지 않는다’는 모토 아래 또, ’탐욕은 좋은 것’ 이라 극 중 ’고든 게코’가 말했듯이 이 영화는 현대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금융과 자본의 속성과 본질, 그리고 그런 자본에 의해 지배되고 움직이는 이 사회를 그린다는 점에서 꽤나 묵직한 영화가 되리라 예상케 한다. 그래서 이런 비주얼과 메시지 전달은 제목처럼 뉴욕 맨하탄의 남쪽 끝에 자리한 세계 금융의 중심지이자, 자본의 욕망에 눈먼 자들의 도시라 일컫는 ’월 스트리트’에서 벌어지며 우리 시대 돈의 흐름인 자본의 모습을 담아낸 영화가 이번에 2010년작 ’월 스트리트’다. 내용은 의외로 간단한데 시놉시스는 이렇다.

’탐욕은 좋은 것’ 이라는 좌우명으로 월 스트리트에 군림한 고든 게코(마이클 더글라스). 지금은 부와 명예를 모두 잃고 파멸한 그에게 남은 것이라곤 실크 손수건, 시계, 반지, 돈 없는 머니 클립과 구식 핸드폰뿐이다. 그리고 거기에 또 다른 한 남자, 제이콥 무어(샤이아 라보프). 정직한 펀드 중개인이자 금융계에서 빠른 속도로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는 신예 투자가다. 이들의 운명적 만남은 ‘돈’을 향한 탐욕과 배신, 그리고 성공으로 가기 위한 서로 다른 목표를 위해 불편한 동맹을 맺게 되는데...


(좌측부터 조쉬 브롤린, 올리버 스톤, 마이클 더글라스, 샤이아 라보프, 캐리 뮬리건)

이렇게 이 이야기는 극 중의 ’고든 게코’가 20여 년 전 말한 ’돈은 절대 잠들지 않는다’, 이 대사야말로 자본을 대표하는 말이 되었고, 금융과 주식에 있어 어찌보면 필수 전제가 되는 코드가 되었다. 그리고 22년 만에 제작된 속편 <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는 그 게코가 주식거래법 위반혐의로 8년간 복역을 마치고 교도소를 나오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투자계의 전설이자 승부사로서 위명을 떨치며 그렇게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게코,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이미 금융과 자본은 더 거대해졌고 이를 주무르는 이들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그를 기억하는 이들 아니, 팬들에게 그는 강연을 통해서 자신의 모토를 알린다. 예전 ’탐욕은 좋은 것’이 ’탐욕은 합법적’으로 변질됐다며 자신이 쓴 책을 팔면서 망중한을 즐긴다. 즉, 이제는 퇴물이 된 게코인 것이다. 

퇴물이 된 게코와 신예 제이콥, 딸 위니의 이야기

한편, 게코의 딸 ’위니’와 사귀고 있던 ’제이콥’.. 그는 소위 잘 나가는 펀드와 금융계 투자가로 매 슈트가 잘 어울리는 젊은 간지남이다. 그러면서 영화는 그의 일상과 동선을 좇는다. 큰 모니터 화면에서 흐르는 숫자들과 낮과 밤을 숨가쁘게 오가는 주식 투자 거래 현장만 봐도 그가 어떤 인물이고, 어떤 일에 종사하는지 알 수 있다. 때는 2008년 금융위기가 몰아닥치는 시기로 그의 투자은행은 위태로움에 처한다. 또한 자신을 이 자리까지 이끌고 만들어 준 정신적 지주이자 대표 ’제이블’이 회사가 위기에 처해 구제를 받지 못하자 그 죄책감에 자살을 하게 되면서 제이콥은 충격을 받는다. 이런 그림은 낯설지 않은 우리 시대 모습이기도 하다. 이른바 주식 투자 등 회사가 나락에 위기에 처할때 목숨을 걸다 정말 목숨을 날리는 이들의 모습처럼 말이다. 

이런 제이블의 죽음에 제이콥은 그 내막을 찾으려 애쓰는 한편, 이제는 퇴물이 되버린 게코의 딸 위니와 사귀면서 위로를 받고 그녀의 아버지 아니, 장인이 될지도 모르는 게코에게 접근한다. 실은 두 부녀지간에는 사이가 안 좋았던 가족사가 있었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 제이콥은 중재 역할을 한다. 돈과 주식의 투자 중재가 아닌 사람의 중재에 나서며, 이때부터 영화는 가족드라마로 흐른다. 그런 아우라 넘치는 금융과 자본의 폐단을 추적하는 그림 대신에 말이다. 결국 두 부녀는 제이콥의 중재로 사이가 좋아지고, 거대 투자 은행의 대표 ’제이블’을 죽음으로 물고간 정적을 밝혀내 그를 도리어 궁지에 몰고, 게코는 사위가 될 제이콥과 의기투합해 딸 위니와 함께 새로운 인생을 향해 달려간다는 해피엔딩식의 이야기가 바로 2010 ’월 스트리트’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나면-(87년 작을 안봐서 모르겠지만)-이렇게 신 버전임에도 불구하고 칼날은 좀 무딘 편이다. 소위 제목처럼 그 어떤 금융과 자본, 주식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허점을 날카롭게 소위 ’까발리고 공격하는’ 영화는 아닌 느낌이 다분하다. 지극히 드라마적으로 흐르며 빠르게 바뀌는 자본의 모습을 비주얼적 흐름을 통해서 뉴스를 전달하듯 폭락과 폭등, 급락과 급등의 공허한 메시지만 전달할 뿐이다. 그래서 어떤 묵직한 자본을 대하기에는 많이 부족한게 사실이고, 오히려 이런 자본의 ’야망’에 대해서 올리버 스톤 감독은 게코의 가족사에 치중하며 제이콥과 위니의 멜로드라마로 완성을 보며 종국에는 게코의 개과천선에 대한 윤리극으로서 방점을 찍은게 아닌가 싶다.

’월 스트리트’ 자본 속에서 가족드라마로 치중한 영화

그래서 이 영화는 많은 아쉬움이 든다. 전편에서 ’돈은 절대 잠들지 않는다’는 모토를 견지한 게코가 더 많은 탐욕을 향해 달려가는 대신에 책 내고, 조그만 사무실 차려서 투자에 소일거리로 연명하며, 도리어 돈 대신 가족을 선택해 돌아선 모습은 낯설기도 하면서 우리 시대 아버지의 모습을 보기도 한다. 그리고 여기에 중재로 나서며 게코의 사위가 되는 신예 투자자 제이콥, 자신의 본업은 뒷전인 채 애인과 관계 회복 전념에만 매진한 느낌이다. 그래서 정말 이 영화는 한 편의 ’가족드라마’를 보는 듯 하다. 금융과 주식 등 자본의 속성을 대표하는 이 ’월 스트리트’ 에서 잠들지 않는 돈의 흐름이 아닌 가족의 흐름을 보는 것이다.

그것은 그 어떤 금융가의 음모와 배신과 복수를 가열차게 그려냈을 법한 세계 경제의 심장부 ’월 스트리트’에 대한 기대감을 여지없이 깨버리고 만 것인데, 그래서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시선을 갖는 감독이라는 ’올리버 스톤’의 명성과는 궤를 다르게 한 작품으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즉, 자본의 어두운 이면을 고발하는 그런 묵직한 메시지 전달이 잘 안 되었다는 것이다. 대신에 자신이 모셨던 대표의 죽음으로 인한 금융계의 진실과 거짓으로 복수를 한다는 설정과 전편의 전설적 인물인 ’고든 게코’와 2008년 금융위기 때 각본을 썼던 당시의 사태를 배경으로 곤경에 처한 주인공의 조우를 통해 리얼한 월가의 풍경을 그려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풍경에 그칠뿐 그 디테일한 감은 많이 떨어지며 그 자본 풍경속에서 사랑의 정서로 자본에 묻혀 지내온 ’가족의 복귀’를 중점으로 그려낸 것이 더욱 눈에 띄는 작품인 것이다. 즉, 가족애로 점철된 이야기 구도에 소위 ’머니게임’이 치고 들어간 것으로 어찌보면 주객이 전도된 상황으로 해석이 될 수도 있음을 견지한다. 결국에 이 영화가 그리고자 했던 
모토이자 플롯이라 할 수 있는 게코가 말한 ’돈은 잠들지 않는다’는 결국에 잠든 게 아니라, 계속 돌고 돌듯 흐를 뿐이고, 그 흐름에 현대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그 자본에 그때 그때 맞추며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그것은 자본의 속성이자 본질이기 때문이라는 그런저런 상식에 도달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가 보여준 것은 종국에는 그런 금융 자본의 리얼한 안팎의 모습이 아닌 묵직하게 전달하지 못하고, 가족애를 중점으로 그리며 자본은 켣가지로 묻어간 어조로 일관한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결국 결론은 하나다. 돈은 잠들지 않고, 오늘도 내일로 앞으로 계속 흘러갈 뿐이다. 우리네 삶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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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 - The Reci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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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된장'처럼 구수한 맛의 전설은 판타지로 묻히고, 그들의 로맨스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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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더 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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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보다 약하지만 그래도 이라부식 강박증 웃음 치료기는 계속된다. 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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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 - The Reci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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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 제목 때문이라도 일견 '드라마'라 생각했다. 하지만 장르가 드라마가 아닌 '미스터리'로 떡하니 박혀 있는 것을 보고 내심 놀라웠다. 아니 이게 미스터리물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한 번 봐야겠구나' 싶어 보게 된 영화가 <된장>이다. 절대 제목만으로는 미스터리한 냄새가 나지 않는 도리어 된장답게 구수한 우리네 어머니 손 맛이 느껴지는 이 영화는 위의 포스터처럼 장진 사단이 만들었다는 홍보속에 나름의 눈길을 끈 영화다. 그런데 '장진' 이 분이 워낙 호불호가 갈리는지라 좀 위험스럽긴 하지만서도 그래도 강호는 오전 댓바람부터 보고 왔다.

제목과 어울리게 않게 '미스터리'라 표방한 영화 <된장>

그런데 이번에도 저번에 '아만다 사이프리드' 주연의 로맨스물 <레터스 투 줄리엣> 이후 올해 네 번째로 극장을 통째로 빌려 혼자서 보게 된 영화가 바로 <된장>이다. 아니 이 영화가 이렇게 소리 소문도 없이 인기가 없었나.. 분명 시사회나 영화 관련 프로그램에서 소개를 솔찮이 한 영화인데, 우리 동네 사람들은 영화 보는 안목이 이렇게도 없나 싶을 정도로 나름의 타박을 주며 보게 된 영화, 아마도 제목 때문이라도 어디 시골집 된장 담그는 그런 구수한 드라마구나, 하고 외면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보고 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렇다고 뭐.. 대단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이 영화는 미스터리가 아닌 한 편의 드라마같은 로맨스였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 로맨스에는 술맛과 장맛의 판타지가 들어가며 두 남녀의 로맨스를 극대화 시켰으니 영화 <된장>이다. 먼저, 시놉시스는 이렇다.

탈옥 5년 만에 검거된 희대의 살인마 김종구! 그를 잡은 것은 경찰도 검찰도 아닌 된장찌개였다?! 제보를 받은 특종킬러 최유진(류승룡) PD는 심상치 않은 냄새를 맡아 취재에 나서지만, 이 기막힌 사건의 열쇠를 쥔 된장 달인녀 장혜진(이요원 분)은 자취를 감춘다. 그리고 연이어 밝혀지는 3명의 죽음! 방송취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수많은 관계자들의 흥미진진한 진술이 이어지고 이 미스터리는 또 다른 반전을 향해 치달아 간다.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된장의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된장찌개 먹다 잡힌 희대의 살인마, 그 된장을 찾아라!

이렇게 이야기의 시작은 어느 다큐 PD와 한 대학생의 이야기로 시작되고, 그 이야기에서 어느 희대의 살인마가 검거되면서 서막을 여는데, 그 살인마가 사형집형을 당하는 순간에 그가 생애 마지막으로 던진 한마디 "아.. 그 된장찌개가 먹고 싶네.." 라는 이 문구 하나 때문에 다큐 PD 최유진(류승룡)은 자신의 특종 기질을 살려 그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된장찌개를 만든 주인공을 찾아 나선다. 즉 산장의 허름한 음식점에서 된장찌개를 먹다 잡힌 그 살인마, 그에게 된장찌개를 먹인 주인을 찾아 나선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웬 아줌마가 산장 주인으로 나와 주인공이나 싶었지만 그 아줌마조차 어느 아가씨한테서 고개넘어 배운 솜씨라 한다.

그리고 최PD는 그 아가씨 극 중 장혜진(이요원)을 찾아 다닌다. 바로 이 지점에서 관객들은 그의 동선을 쫓아 사람찾기에 나선다. 전국 팔도는 아니고 그 넓은 해당 지역을 이 잡듯 말이다. 특종이 그리 쉬운 게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면서 드러나는 음모와 배신 아니, 그녀의 정체와 의문의 사고로 죽은 그녀, 그리고 한 견실한 사업가로 자수성가한 한 남자와 그녀를 찾아 헤맨 제 3의 인물까지.. 이렇게만 놓고보면 이 영화는 정말 '미스터리'에 가까운 영화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미스터리라고 하기에는 이 영화는 드라마에 가깝다. 전국을 휘젓고 다니는 살인마가 그 된장 맛에 수사진이 좁혀오는 것도 모른 채 된장찌개를 먹다가 잡혔다는 이 웃지못할 해프닝을 필두로 그 기막힌 된장 맛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찾아 나선 주인공 최PD..

물론 영화의 시놉시스나 홍보물에도 나와 있지만 이 모든 것은 바로 장혜진이 만든 된장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그녀는 소위 '된장 달인녀'로서 태어날 때부터 천장에 메주를 바라보고 태어났을 정도로 또 어린 시절부터 그런 메주와 장독의 된장에 둘러싸여 살아온 그녀였다. 그러기에 이런 맛난 된장의 아우라가 나온 것이다. 하지만 극 중 혜진의 장 담그는 솜씨가 그렇게 대단하게 나오지 않는다. 아니, 잘 보여주지도 않는다.

그래서 이 영화가 안고 있는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장혜진의 출현으로 아니 이미 자동차 사고로 죽은 그녀였지만, 최PD가 찾아나서며 알게 된 사실, 아니 그 동네 어르신을 통해서 이야기를 통해서 들은 거지만서도, 그녀가 장 담그는 것 만큼 빠진 것은 바로 '사랑'이었다. 그 사랑하게 된 한 남자를 위해서 그녀는 그렇게 오래동안 숙성해온 된장으로 찌개를 끓이며 그 남자를 기다린 것이다. 그런 남자는 장맛이 아닌 술 담그는 재주에 도가 튼 소위 '술맛'을 아는 도깨비같은 젊은 사람이었고, 그런 그는 어느 날 그녀를 홀로 둔 채 홀연히 떠나면서 그녀를 기다리게 한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이 둘의 과거 사랑 이야기가 중반이후 마지막까지 펼쳐진다. 



리얼 된장이 아닌 맛의 판타지, 로맨스만 남다.

이러니 이 영화를 '미스터리' 장르라 표방한 것이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미스터리적 요소는 어찌보면 충분해 보인다. 살인마가 생애 마지막 외친 '그 된장찌개를 먹고 싶다'는 그 맛을 좇아 그 된장을 만든 사람을 찾아나서는 것, 그런데 그건 미스터리가 아니라 탐방이나 다큐라 봐야 된다. 그러면서 알게 된 된장 달인녀 '장혜진'이 어느 견실한 사업가와 눈이 맞아 차를 타고가다 사고로 죽은 것은 흔한 스캔들로 그리면서 그 이면에 미스터리를 강조했지만 그것은 미스터리가 아닌 그 사업가의 가슴 아픈 사연일 뿐이다. 그리고 종국에는 이런 것을 모두 뛰어넘고 그 맛에 빠진 두 남녀의 장맛과 술맛의 대결이 아닌, 둘이 만들어낸 맛의 조합으로 하나 된 로맨스를 그린 것이 바로 영화 <된장>인 것이다. 그래서 어찌보면 참 얼척없는 영화가 아닐 수 없다.

영화 제목처럼 그 어떤 구수한 우리 한국음식을 대표하는 장 맛이라 일컫는 '된장'에 대한 어떤 세심한 고찰이 아닌, 된장은 켣가지일뿐.. 그 맛에서 우러나오는 알싸한 여러 정보와 이야기들을 섞어서 마치 맛의 판타지와 같은 전설을 그려내며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정작 그 맛의 전설속에는 맛이 주인공이 아닌 두 남녀의 로맨스로 점철되고 말았다. 그래서 어찌보면 이 영화는 참 대단하면서도 독특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된장같이 된장스런 구수한 소재를 가지고 그 속에서 로맨스를 그려내다니, 발상이 참신하다 할 수 있다. 그것은 장진식 특유의 유쾌한 발상과 이번 영화의 감독을 맡은 '이서군'의 발칙한 상상으로 연출하며 이목을 끌었다는 점에서 나름의 호평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정작 영화가 그려내고자 한 된장의 이야기는 종국에 두 남녀의 로맨스에 묻히며 그 맛이 구수하게 살아나지 못했고, 마지막 최PD가 된장에 대해 언급한 대사가 심히 더 와 닿을 정도로 마무리지은 영화가 아닌가 싶다. 즉, 희대의 살인마 김종구의 어의없는 검거와 모 견실한 그룹 회장의 의문의 교통사고에 묻힌 된장 달인녀의 정체, 이런 것들을 미스터리 장르라 표방했지만 절대 미스터리하지 않으면서 드라마로 일관한 그 전개와 뚝심을 이 영화에서 발견하게 된다. 즉, 그렇게 소재의 출발과 참신성은 좋았지만 그 소재를 진중하게 다루지 못하고 곁가지로 묻히면서 정작 그 맛의 '전설'속에 두 남녀의 로맨스를 그리고 만 영화 <된장>..

그래서 소위 우스개소리로 된장의 발음을 빌어서 '젠장!'스런 영화가 될 수도 있기에 많은 아쉬움이 남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일각에서는 충무로 최초의 '푸드 스릴러'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는데, 음식 스릴러라니.. 차라리 드라마같은 영화 '식객'류가 더 낫지 않을까 싶지만서도, 결국 이 영화는 정말로 그 구수한 된장의 비밀과 진실 대신, 그 진실 너머에 있는 맛의 판타지같은 전설에만 치중하며 드라마적인 한 편의 로맨스물로 그려낸 영화라 자평하고 싶다. 즉, 깊은 구수함 대신에 알싸한 사랑만 남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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