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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스트리트 : 머니 네버 슬립스 - Wall Street: Money Never Sleep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 포스터의 모습만 봐도 포스가 어느 정도 느껴지는 이 영화 <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는 <플래툰>, <7월 4일생>, <JFK> 등 사회적 묵직한 메시지를 담은 명작으로 명성을 날린 거장 ’올리버 스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다. 그래서 기대가 더욱더 되었고, 더군다나 23년 전 1987년작 동명의 영화 <월 스트리트>의 후속작이라는 입소문으로 꽤 주목을 받은 영화가 2010 버전의 <월 스트리트>다. 어떻게 보면 그 거대한 월가에서 펼쳐지는 이른바 ’금융전쟁’을 방불케하는 ’월 스트리트2’라고 볼 수도 있고, 부제는 ’Money Never Sleeps’라 했으니 벌써 느낌이 온다.
’올리버 스톤’ 감독작 2010 ’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
그렇다. ’돈은 잠들지 않는다’는 모토 아래 또, ’탐욕은 좋은 것’ 이라 극 중 ’고든 게코’가 말했듯이 이 영화는 현대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금융과 자본의 속성과 본질, 그리고 그런 자본에 의해 지배되고 움직이는 이 사회를 그린다는 점에서 꽤나 묵직한 영화가 되리라 예상케 한다. 그래서 이런 비주얼과 메시지 전달은 제목처럼 뉴욕 맨하탄의 남쪽 끝에 자리한 세계 금융의 중심지이자, 자본의 욕망에 눈먼 자들의 도시라 일컫는 ’월 스트리트’에서 벌어지며 우리 시대 돈의 흐름인 자본의 모습을 담아낸 영화가 이번에 2010년작 ’월 스트리트’다. 내용은 의외로 간단한데 시놉시스는 이렇다.
’탐욕은 좋은 것’ 이라는 좌우명으로 월 스트리트에 군림한 고든 게코(마이클 더글라스). 지금은 부와 명예를 모두 잃고 파멸한 그에게 남은 것이라곤 실크 손수건, 시계, 반지, 돈 없는 머니 클립과 구식 핸드폰뿐이다. 그리고 거기에 또 다른 한 남자, 제이콥 무어(샤이아 라보프). 정직한 펀드 중개인이자 금융계에서 빠른 속도로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는 신예 투자가다. 이들의 운명적 만남은 ‘돈’을 향한 탐욕과 배신, 그리고 성공으로 가기 위한 서로 다른 목표를 위해 불편한 동맹을 맺게 되는데...
(좌측부터 조쉬 브롤린, 올리버 스톤, 마이클 더글라스, 샤이아 라보프, 캐리 뮬리건)
이렇게 이 이야기는 극 중의 ’고든 게코’가 20여 년 전 말한 ’돈은 절대 잠들지 않는다’, 이 대사야말로 자본을 대표하는 말이 되었고, 금융과 주식에 있어 어찌보면 필수 전제가 되는 코드가 되었다. 그리고 22년 만에 제작된 속편 <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는 그 게코가 주식거래법 위반혐의로 8년간 복역을 마치고 교도소를 나오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투자계의 전설이자 승부사로서 위명을 떨치며 그렇게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게코,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이미 금융과 자본은 더 거대해졌고 이를 주무르는 이들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그를 기억하는 이들 아니, 팬들에게 그는 강연을 통해서 자신의 모토를 알린다. 예전 ’탐욕은 좋은 것’이 ’탐욕은 합법적’으로 변질됐다며 자신이 쓴 책을 팔면서 망중한을 즐긴다. 즉, 이제는 퇴물이 된 게코인 것이다.
퇴물이 된 게코와 신예 제이콥, 딸 위니의 이야기
한편, 게코의 딸 ’위니’와 사귀고 있던 ’제이콥’.. 그는 소위 잘 나가는 펀드와 금융계 투자가로 매 슈트가 잘 어울리는 젊은 간지남이다. 그러면서 영화는 그의 일상과 동선을 좇는다. 큰 모니터 화면에서 흐르는 숫자들과 낮과 밤을 숨가쁘게 오가는 주식 투자 거래 현장만 봐도 그가 어떤 인물이고, 어떤 일에 종사하는지 알 수 있다. 때는 2008년 금융위기가 몰아닥치는 시기로 그의 투자은행은 위태로움에 처한다. 또한 자신을 이 자리까지 이끌고 만들어 준 정신적 지주이자 대표 ’제이블’이 회사가 위기에 처해 구제를 받지 못하자 그 죄책감에 자살을 하게 되면서 제이콥은 충격을 받는다. 이런 그림은 낯설지 않은 우리 시대 모습이기도 하다. 이른바 주식 투자 등 회사가 나락에 위기에 처할때 목숨을 걸다 정말 목숨을 날리는 이들의 모습처럼 말이다.
이런 제이블의 죽음에 제이콥은 그 내막을 찾으려 애쓰는 한편, 이제는 퇴물이 되버린 게코의 딸 위니와 사귀면서 위로를 받고 그녀의 아버지 아니, 장인이 될지도 모르는 게코에게 접근한다. 실은 두 부녀지간에는 사이가 안 좋았던 가족사가 있었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 제이콥은 중재 역할을 한다. 돈과 주식의 투자 중재가 아닌 사람의 중재에 나서며, 이때부터 영화는 가족드라마로 흐른다. 그런 아우라 넘치는 금융과 자본의 폐단을 추적하는 그림 대신에 말이다. 결국 두 부녀는 제이콥의 중재로 사이가 좋아지고, 거대 투자 은행의 대표 ’제이블’을 죽음으로 물고간 정적을 밝혀내 그를 도리어 궁지에 몰고, 게코는 사위가 될 제이콥과 의기투합해 딸 위니와 함께 새로운 인생을 향해 달려간다는 해피엔딩식의 이야기가 바로 2010 ’월 스트리트’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나면-(87년 작을 안봐서 모르겠지만)-이렇게 신 버전임에도 불구하고 칼날은 좀 무딘 편이다. 소위 제목처럼 그 어떤 금융과 자본, 주식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허점을 날카롭게 소위 ’까발리고 공격하는’ 영화는 아닌 느낌이 다분하다. 지극히 드라마적으로 흐르며 빠르게 바뀌는 자본의 모습을 비주얼적 흐름을 통해서 뉴스를 전달하듯 폭락과 폭등, 급락과 급등의 공허한 메시지만 전달할 뿐이다. 그래서 어떤 묵직한 자본을 대하기에는 많이 부족한게 사실이고, 오히려 이런 자본의 ’야망’에 대해서 올리버 스톤 감독은 게코의 가족사에 치중하며 제이콥과 위니의 멜로드라마로 완성을 보며 종국에는 게코의 개과천선에 대한 윤리극으로서 방점을 찍은게 아닌가 싶다.
’월 스트리트’ 자본 속에서 가족드라마로 치중한 영화
그래서 이 영화는 많은 아쉬움이 든다. 전편에서 ’돈은 절대 잠들지 않는다’는 모토를 견지한 게코가 더 많은 탐욕을 향해 달려가는 대신에 책 내고, 조그만 사무실 차려서 투자에 소일거리로 연명하며, 도리어 돈 대신 가족을 선택해 돌아선 모습은 낯설기도 하면서 우리 시대 아버지의 모습을 보기도 한다. 그리고 여기에 중재로 나서며 게코의 사위가 되는 신예 투자자 제이콥, 자신의 본업은 뒷전인 채 애인과 관계 회복 전념에만 매진한 느낌이다. 그래서 정말 이 영화는 한 편의 ’가족드라마’를 보는 듯 하다. 금융과 주식 등 자본의 속성을 대표하는 이 ’월 스트리트’ 에서 잠들지 않는 돈의 흐름이 아닌 가족의 흐름을 보는 것이다.
그것은 그 어떤 금융가의 음모와 배신과 복수를 가열차게 그려냈을 법한 세계 경제의 심장부 ’월 스트리트’에 대한 기대감을 여지없이 깨버리고 만 것인데, 그래서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시선을 갖는 감독이라는 ’올리버 스톤’의 명성과는 궤를 다르게 한 작품으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즉, 자본의 어두운 이면을 고발하는 그런 묵직한 메시지 전달이 잘 안 되었다는 것이다. 대신에 자신이 모셨던 대표의 죽음으로 인한 금융계의 진실과 거짓으로 복수를 한다는 설정과 전편의 전설적 인물인 ’고든 게코’와 2008년 금융위기 때 각본을 썼던 당시의 사태를 배경으로 곤경에 처한 주인공의 조우를 통해 리얼한 월가의 풍경을 그려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풍경에 그칠뿐 그 디테일한 감은 많이 떨어지며 그 자본 풍경속에서 사랑의 정서로 자본에 묻혀 지내온 ’가족의 복귀’를 중점으로 그려낸 것이 더욱 눈에 띄는 작품인 것이다. 즉, 가족애로 점철된 이야기 구도에 소위 ’머니게임’이 치고 들어간 것으로 어찌보면 주객이 전도된 상황으로 해석이 될 수도 있음을 견지한다. 결국에 이 영화가 그리고자 했던 모토이자 플롯이라 할 수 있는 게코가 말한 ’돈은 잠들지 않는다’는 결국에 잠든 게 아니라, 계속 돌고 돌듯 흐를 뿐이고, 그 흐름에 현대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그 자본에 그때 그때 맞추며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그것은 자본의 속성이자 본질이기 때문이라는 그런저런 상식에 도달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가 보여준 것은 종국에는 그런 금융 자본의 리얼한 안팎의 모습이 아닌 묵직하게 전달하지 못하고, 가족애를 중점으로 그리며 자본은 켣가지로 묻어간 어조로 일관한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결국 결론은 하나다. 돈은 잠들지 않고, 오늘도 내일로 앞으로 계속 흘러갈 뿐이다. 우리네 삶처럼 말이다.